# 227
227화 터질 것이 터졌다? (2)
나우루 공화국 대통령 관저.
소말리아 용병을 이용한 쿠데타는 성공했지만 재정 장관을 총사령관으로 한 혁명정부의 분위기는 참담함 그 자체였다.
“카심! 아버지를 사살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지 않나!”
재정 장관은 자신의 특별 보좌관인 카심에게 소리쳤지만 카심은 담담한 눈빛이었다. 그리고 그의 뒤에는 자신이 직접 지휘하는 측근 병사들이 경호하듯 무장한 상태로 서 있었다.
“소말리아 용병들이 대통령궁에 난입했고, 도둑으로 변해 약탈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불미스럽고 돌발적인 사건이었습니다.”
“대통령이신 아버지께서 사살당하시면 부족의 족장들이 내 편이 되어줄 수가 없다고 몇 번이나 말했다.”
“예, 알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할 건가?”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지금 일이 급해졌단 말이야!”
“예, 압니다.”
재정장관의 특별 보좌관인 카심의 눈빛은 여유로움 그 자체였고 재정 장관에 대한 반항심까지 가득해 보였다.
“어떤 대책을 강구하고 있겠다는 거지? 그리고 무엇을 알고 있다는 거지?”
“저는 혁명정부의 일원으로 현 상황을 정확하게 직시하고 있다는 것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그래서?”
“다섯 부족의 족장들은 전 대통령 각하를 존경했고 협력해 왔습니다. 그런데 혁명정부에 의해 돌발상황에 의해서 전 대통령 각하께서 사살당했으니 그에 따른 후속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러니까, 그 후속 조치가 뭐냐고!”
“우선 소말리아 출신 용병 중에서 대통령궁 약탈에 가담했고 전 대통령 각하를 사살에 가담된 자들을 색출한 상태입니다.”
“벌써 그 망할 놈들을 체포했다는 건가?”
“예,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서 놀라운 진술을 확보했습니다.”
순간 재정 장관의 특별 보좌관인 카심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
“놀라운 진술을 확보했다고?”
“예, 그렇습니다. 정말 놀라운 사실이었습니다.”
“뭐지?”
그때 대통령궁 대통령 집무실의 문이 열렸고 다섯 명의 부족장들이 집무실로 들어왔다.
“무, 무슨 일입니까?”
다섯 부족장의 대통령 집무실로 들어서자 재정 장관은 놀란 눈빛을 보였다.
“오셨습니까?”
재정 장관의 특별 보좌관이었던 카심이 다섯 부족의 부족장들이 들어오자 정중하게 그들을 맞이하며 경의를 표하듯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왔네. 그리고 자네의 보고서를 읽었네.”
“소말리아 용병들의 진술도 들으셨겠군요.”
“그렇다네.”
부족장 하나가 자신의 부하인 카심과 이야기를 나누자 재정 장관은 상황이 자신에게 좋지 않게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혁명을 위해 아들이 아버지를 죽이라고 소말리아 해적 출신 용병들에게 사주했단 말이지.”
부족장들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고 그 차가움은 비수가 되어 재정 장관에게 뿜어졌다.
“무슨 소리를 하십니까?”
재정 장관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닥쳐라!”
부족장의 대표가 재정 장관을 보며 소리쳤다.
“지, 지금 내게 뭐라고 했어?”
“탐욕에 눈이 멀어서 쿠데타를 일으킨 것까지 모자라서 아들이 아버지를 죽이라고 용병에게 지시를 내렸다니 너는 정말 사악한 놈이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재정 장관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체포된 놈들로부터 진술을 확보했습니다. 저는 재정 장관님께서 이런 사악한 짓을 꾸미실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카심이 재정 장관에게 말했다.
“거짓말이야.”
“그들이 진술했습니다.”
“카, 카심!”
재정 장관이 자신의 부하였던 카심을 노려봤다.
“다, 다 네놈이 꾸민 일이냐?”
“제가 꾸민 일이라니요? 저는 재정 장관님의 지시를 받아서 혁명을 일으킨 것밖에는 없습니다. 소말리아 용병들에게 모든 지시를 내리신 분은 재정 장관 당신이야.”
순간 카심의 눈빛이 변하더니 재정장관에게 반말을 하며 노려봤다.
“카, 카심, 네놈이, 정말 네놈이!”
“체포해.”
카심이 뒤에 있던 자신의 부하에게 소리쳤고 그와 동시에 카심의 뒤에 있던 무장 병력이 재정 장관을 노려보며 그에게 다가가 그를 체포했다.
“당신을 대통령암살 수괴로 체포한다!”
카심이 소리쳤고 그렇게 재정 장관은 카심의 부하들에 의해 대통령궁 집무실에서 끌려나갔다.
“카심, 이 뱀처럼 사악한 놈아!”
결국 재정장관은 토사구팽 비슷한 것을 당한 꼴이었다.
“부족장님들!”
재정 장관이 밖으로 끌려나가자 카심은 다섯 명의 부족장들을 바라보며 그들을 불렀다.
“혁명은 성공했습니다. 부패한 전 대통령은 돌발상황에 의해 사망했고, 그것을 사주한 재정 장관 역시 체포가 됐습니다. 지금 이 순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민심을 안정시키는 일입니다.”
카심이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는 순간이다.
“좋은 의견이 있으면 말해보게.”
부족장들의 대표가 카심에게 물었다.
“3년 전 나우루 공화국보다 지금의 나우루 공화국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발전한 상태입니다.”
카심의 말에 부족장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공항이 건설됐고 대형 선박들이 정박할 수 있는 항구가 만들어졌습니다. 또한, 선상 카지노에서는 막대한 수익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엄청난 수익이 발생하고 있는 상태에서 그 대부분 수익은 부패한 전 대통령과 재정 장관의 차지였습니다.”
“그랬지.”
“이제는 발생하는 수익을 국민에게 공평하게 돌려줄 때라고 생각을 합니다. 또한, 더 많은 수익을 위해 움직일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뛰어난 리더를 대통령에 선임해야 합니다.”
“그래서?”
여전히 여유로운 표정으로 일관하고 있는 카심이었다.
“제가 임시로 임시대통령이 되어 혼란한 상황을 안정시키겠습니다.”
“자네가?”
“예, 그렇습니다. 어떠십니까?”
지금 이 자리에서 안 된다고 말할 수 있는 간이 큰 부족장은 없었다.
“그렇지. 자네가 좋겠어.”
“감사합니다.”
“카심이 대통령이 되어 더 풍요로운 나우루 공화국을 이끌어주게.”
“우리 족장들은 카심 자네를 인정하네.”
“하하하, 감사합니다.”
카심은 세상을 다 얻었다는 눈빛을 보였다.
“그럼 이제 제가 임시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혁명정부의 혁명 성공을 선포하고 전 대통령의 암살을 주도한 재정 장관을 사형해서 민심을 안정시키겠습니다.”
“즉각적으로 사형한다는 건가?”
“예, 그렇습니다. 아버지를 죽인 아들을 그냥 둘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렇기는 하지만…….”
“민심을 안정시켜야 혼란이 수습됩니다. 사실 나우루 공화국은 혁명 전에도 풍요로웠습니다. 그런데 왜 혁명이 일어났는지 아십니까?”
“그, 그것은…….”
“탐욕 때문입니다. 재정 장관의 탐욕이 자기 아버지에게 칼을 겨누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그 탐욕은 태양 컴퍼니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태양 컴퍼니라고 했나?”
“예,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누렸던 모든 풍요는 태양 컴퍼니가 제공한 수익에서 발생한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받아야 할 전부를 받지 못했습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인가?”
“사망한 전 대통령과 재정 장관에 의해 대부분 수익이 그들의 비밀 계좌로 이동했다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카심의 말에 부족장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게 사실인가?”
“예,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는 태양 컴퍼니 회장인 백범과 재협상을 할 생각입니다.”
“재협상이 가능할까?”
“가능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제대로 된 수익을 받아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 그럴 수 있겠나?”
“예,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 수익을 일시금으로 받을 생각입니다. 왜 우리가 대리인을 써야 합니까? 지금까지 100억 달러의 자금으로 태양 컴퍼니의 배만 채워줬습니다.”
욕심이 커지기 시작한 카심이었다.
“그래서 얼마를 일시불로 받아내겠다는 건가?”
“300억 달러를 받아내고 모든 계약을 백지화할까 합니다. 그리고 유능한 국내 인재를 통해서 국부기금을 다시 운용할까 합니다.”
카심의 말에 부족장들을 놀랄 수밖에 없지만 거부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자신의 뒤에는 카심의 부하들이 무장한 상태에서 여전히 대기하고 있으니까.
“부족장님들 모두가 제 생각에 동의해 주시겠습니까?”
“으음……!”
“동의해 주실 것으로 믿겠습니다.”
눈빛이 차갑게 변하는 카심이었다.
탕-!
그때 대통령 집무실 밖에서 요란한 총소리가 울렸고 그 총성에 부족장들은 모두 기겁한 눈빛으로 변했다.
“카, 카심, 혹시 저 총소리는…….”
“즉결처형입니다. 무엇보다 민심을 안정시키는 것이 우선이지 않습니까?”
“그, 그 말은…….”
부족장들이 기겁한 표정으로 변했다.
“전 재정 장관이 혁명정부에 의해 사형됐습니다. 참, 제 생각에 모두 동의해 주시겠습니까?”
카심의 공포정치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동의하네.”
“동의해야지.”
“혁명에 동참해야지.”
부족장들이 겁을 먹어 카심의 말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제가 임시지만 대통령입니다. 나우루 공화국의 대통령인데 내게 반말을 해도 될까?”
카심의 눈빛은 사악함 그 자체였다.
이렇게 탐욕은 인간을 괴물로 만든다.
* * *
나우루 공화국 공항.
나우루 공화국은 3년 전만 해도 인산염을 채굴해 살아가던 남태평양에 있는 희망 없는 섬에 불과했지만, 내가 이곳에 투자한 후에 모든 것이 달라진 상태다. 비록 경제발전을 위한 산업화를 이룰 수 없는 작은 영토를 가진 나우루 공화국이지만 관광산업 및 해운 산업 육성을 통해 카지노 산업을 부흥시켰고 그와 함께 해운 산업도 육성해 줬다.
‘그런데 쿠데타가 일어났다……!’
물론 예상했던 일이다.
인간은 끝도 없는 탐욕에서 벗어날 수 없는 가여운 존재에 불과하니까.
“재정 장관의 특별 보좌관이었던 카심이 다섯 부족의 부족장들 승인에 의해 임시대통령이 됐다고 합니다.”
이곳으로 오는 데 16시간이 걸렸고 그 16시간에 또 많은 일이 일어난 것이다.
“그렇군요.”
“회장님께서 예상하신 그대로 모든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재정 장관이 혁명정부에 의해 사형을 당했습니다.”
박태웅 상임이사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내게 말했다.
“으음……!”
나는 신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다.
“회장님이 말씀하신 그대로 아마 재협상이 시작될 것 같습니다.”
사실 나는 사망한 전 대통령의 스위스 비밀 계좌를 관리하고 있다. 또한, 재정 장관의 스위스 비밀 계좌도 관리하고 있다. 그런데 그 둘이 모두 사망했다.
“재협상은 없습니다.”
“예?”
“나우루 공화국 국부펀드 운영 백지화가 재협상의 최종 결과물일 겁니다.”
“그렇게 되면…….”
“박태웅 상임이사.”
“예, 회장님.”
“탐욕에 눈이 멀어 한 번 쿠데타를 일으키게 되면 또 다른 자들이 쿠데타를 일으키게 될 겁니다.”
“아……!”
“나는 독소 조항을 최대한 이용해서 이제는 나우루 공화국에서 철수할 생각입니다.”
“정말입니까?”
“예, 그럴 겁니다.”
나는 그저 담담할 뿐이다.
‘얼마면 될까?’
얼마를 내놓아야 나우루 공화국과 인연을 끊을 수 있을까?
이 순간 사망한 나우루 공화국 대통령과 재정 장관의 스위스 비밀 계좌가 떠오르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