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6
226화 터질 것이 터졌다?
2000년 1월 20일, 미국으로 향하는 전용기 안.
1월 24일에 미국 대통령 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민주당과 공화당의 경선이 실시된다. 그리고 나는 그 전에 부시를 만나기 위해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경선 후보는 텍사스 주지사 재임 시절에 보여준 능력과 미국의 정치 명문가인 부시 가문의 일원이라는 점 때문에 앞서 나갈 것으로 예측됩니다.”
박태웅 상임이사는 내가 부시를 지지하고 지원하기 시작할 때부터 분석해 왔다.
“능력이 있는 사람이죠.”
“예, 그렇습니다. 또한, 아버지의 후광도 상당합니다. 물론 여전히 미국 언론들이 내놓고 있는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보다 민주당 후보인 앨 고어 부통령이 당선이 유력하다는 예측입니다.”
“원래 모든 일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닙니다.”
박태웅 상임이사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였다.
“회장님, 만약……!”
“앨 고어가 대선에 승리하면 블랙홀 그룹과 태양 컴퍼니가 위험하다고 말하고 싶은 거죠?”
“예, 지금 이 마당에 와서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은 좀 죄송하지만, 보험이라는 것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보험?”
“예, 그렇습니다. 앨 고어 민주당 경선 후보가 미국 여론조사에서 당연히 민주당 후보로 선택될 것이고 그에 따라 부시 후보와 가상 시뮬레이션을 돌렸을 때 압승한다는 예측이 나왔습니다.”
“앨 고어는 선거에서는 이기겠지만 대의원 확보에 실패해서 부시가 대통령이 될 겁니다.”
“으음…….”
미국 선거는 투표에서 이긴다고 대통령이 당선되는 것이 아니다. 얼마나 많은 대의원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미 우리는 앨 고어에게 찍혔습니다.”
이건 다시 말해 일본 정부는 내 의도대로 곧 대통령이 될 부시에게 찍혔다는 소리다.
“주사위는 던져졌습니다.”
“예.”
“아이오와 코커스가 열리기도 전에 몇몇 후보들은 경선에서 사퇴했다면서요?”
“예, 그렇습니다. 결국, 경선 투표에는 부시를 포함하여, 존 매케인, 앨런 키예스, 스티브 포브스, 게리 바우어, 오린 해치가 남았지만 모든 분석 결과 존 매케인과의 접전이 펼쳐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박태웅 상임이사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1월 24일 열린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부시는 40% 이상의 지지를 확보했고 포브스가 30%를 확보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매케인이 5%이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제 생각으로는 결국 2월이 끝나기 전에 공화당 경선은 세 명만 남게 될 겁니다.”
“그럴 것 같습니다.”
“내가 지금 미국으로 가는 것은 부시에게 일본 정부에 대한 앙금을 더 남기기 위함입니다.”
한마디로 고자질이다.
물론 부시가 모를 턱은 없다. 아마도 이를 박박 갈고 있을 테니까.
“예, 그렇죠.”
역시는 원래 흘렀던 그대로 흐르려는 습성이 있고 이것은 내게 성공의 지름길이 되어 왔지만 이제 나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꿔서 번영으로 이끌고자 한다. 그리고 그 번영의 뒤에 끝내 내가 생각했던 모든 사업을 실행에 옮기고 성공시킨 후에 기업 국가로 향할 것이다.
“그건 그렇고 제주공항 앞에 준비하고 있는 제주 역사 공원 건립은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습니까?”
“용지매입 끝냈습니다.”
박태웅 상임이사는 내가 질문할 것을 알았다는 듯 바로 대답하고 서류 가방에서 제주 역사공원 설립 계획서를 내밀었다.
“그런데 회장님…….”
다시 박태웅 상임이사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봤다.
“동상 때문이죠?”
“그렇습니다. 일본 정부를 너무 자극하시는 것이 아닐까요?”
“비행기들이 이착륙할 때 다 보일 겁니다.”
“다 보이는 정도가 아니라 반드시 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동상의 크기가……!”
“36미터짜리 동상 두 개죠.”
“그렇습니다. 이렇게 거대한 소녀상 동상을 설립할 이유까지 있겠습니까?”
제주공항은 완전한 민영화가 끝났고 태양 컴퍼니와 태양 그룹의 소유가 됐다. 그와 동시에 나는 제주공항을 전 세계를 연결하는 허브 공항으로 키운다는 목표로 대대적인 증설 작업을 시행했다.
‘용지매입을 비롯해서…….’
제주도민들과의 마찰이 상당했으나 이 세상에서 제일 쉬운 것이 돈으로 땅을 사는 일이기에 결국 내가 제주도의 땅값을 엄청나게 올려놓은 상태다.
“보라고요, 전 세계 사람들이 모두 보라고 세우는 것이 동상입니다. 다 봐야 할 일입니다.”
“정말 일본 정부와 이렇게 되면 전면전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이게 무기가 될 겁니다.”
“무기라고 하셨습니까?”
“그렇죠.”
일본 정부와 언젠가는 협상이나 담판을 지어야 할 때가 온다. 그때가 되면 36m나 되는 거대한 소녀상 동상과 강제징용자 동상이 그 협상에 크게 작용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내 발목을 잡을 수도 있지…….’
한 번 세운 동상을 협상 조건에 의해 철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래도 밀고 나갈 생각이다.
스르륵!
그때 조종실 쪽, 문이 열렸고 부기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비서실장과 함께 다가왔다.
‘무슨 일 있군……!’
무엇이든 불길한 예감은 항상 현실이 되는 법이다.
* * *
공화당 부시 경선 캠프 사무실.
“지금 뭐라고 했습니까?”
부시가 심각한 표정으로 보좌관에게 물었다.
“일본 국적을 가진 자동차 회사가 매케인 경선 후보를 지원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일본 정부는 어떻게든 부시를 대선에 나오지 못하게 하려고 앨 고어 후보를 지원하면서 공화당 경선에도 비밀리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것은 백범이 알고 있는 미래와는 판이하게 다른 부분일 것이다.
“확실한 겁니까?”
“예, 비밀스럽게 움직이고 있지만 확실한 것으로 보입니다.”
“으음……!”
신음을 터뜨리는 부시 후보였고 그의 눈에는 불똥까지 튀고 있었다.
-제가 부시 주지사님을 지지하고 막대한 정치후원금을 지급하게 된다면 아마도 일본 정부는 제가 쓴 방식을 그대로 이용해 민주당을 지원할 겁니다.
부시는 백범이 자신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일본 정부는 그렇게 무모한 짓을 하지 않습니다.
-역사는 돌고 돕니다. 일본은 항상 무모한 짓을 해왔습니다. 그것은 역사가 증명했습니다.
-뭐라고요?
-처음 근대화를 시작한 일본은 힘을 키운 후에 청일전쟁을 일으켜서 청나라를 굴복시켰습니다.
물론 청일전쟁에 숨은 비화는 어처구니가 없고 엄청난 일들이 있었다. 사실 양무운동을 통해서 군사력을 키운 청나라는 청일전쟁에서 절대 패할 수가 없는 군대를 가졌었다. 하지만 실제 고폭탄이 아닌 연습탄을 고폭탄으로 무장한 청나라 함대가 일본 함대에 패하게 되면서 어처구니없게 청일전쟁에 패하게 된다.
-그랬나?
부시는 백범과 이야기를 나눌 때만 해도 일본 역사에 대해서, 아니, 동북아시아의 역사에 대해서 그리 많이 알고 있지는 않았었다.
-그렇습니다. 일본은 청나라에 승리하고 또 러일전쟁에서 승리했습니다. 그것은 사실 무모한 도전이었습니다. 그런 후에 중일전쟁을 일으켰죠. 승리했고 또 무모한 발상을 통해서 진주만을 공격했습니다.
만약 그 시기에 일본이 미국을 공격하지 않고 그 전에 연합군에 속해서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면 승전국이 됐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좀 더 오래 식민지 생활을 했을지도 모른다.
-진주만…….
-일본은 미국을 공격한 적입니다.
-그것은 과거의 일이오.
-그렇습니다. 과거죠. 그런데 지금 다시 미국 대선에 개입할 겁니다.
-그건 백범 회장 당신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저는 미국 국적을 가진 블랙홀 그룹의 회장이자 태양 컴퍼니의 회장입니다. 그리고 저는 개인적으로 부시 후보를 지지하는 겁니다. 하지만 일본은 다를 겁니다. 정부 자체에서 비밀리에 민간기업을 움직일 것이고 어떻게든 부시 후보께서 대통령이 되시는 것을 막으려 할 겁니다. 그게 저와 일본이 다른 겁니다.
그때 부시는 백범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일본 정부가 미쳤군……!’
부시 후보는 경선에 승리해서 미국 대선 후보가 되고, 또 미국 대통령이 되어서 일본을 박살을 내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두고 봅시다. 내가 꼭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될 테니까.”
“예, 그렇게 되실 겁니다.”
“그리고 박살을 내놓을 테니까.”
표면적으로는 일본 국적 자동차 기업이지만 일본 정부가 뒤에서 조종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아는 부시는 자신이 미국 대통령이 되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 * *
미국으로 향하는 전용기 안.
“그게 사실입니까?”
“예, 그렇습니다. 나우루 공화국에서 끝내 쿠데타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비서실장이 내게 말했다.
“끝내 탐욕 때문에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일어났군요.”
물론 나도 예상했던 일이다.
“현재 나우루 공화국에는 재정 장관에 의해서 혁명정부가 선포되었다고 합니다.”
“대통령은?”
“대통령궁에서 발생한 교전 중에 사망했다고 합니다.”
비서실장의 표정은 어두울 수밖에 없었다.
‘결국, 아버지가 아들을 죽였군……!’
이건 다시 말해 재정 장관이 나우루 공화국 혁명정부를 선포했다고 해도 그가 대통령이 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결국, 재정 장관의 측근인……!’
권력을 잡게 될 것이다.
“회장님, 이렇게 되면 나우루 공화국과 맺은 투자 계약이 문제가 발생하게 될 겁니다.”
비서실장의 보고를 듣고 있던 박태웅 상임이사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내가 쌓아놓은 자본은 결국……!’
나우루 공화국에서 투자한 자금으로 만든 자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나는 투자에 대한 이익금을 지급하지 않고 지금까지 20%에 달하는 이자만 지급해 왔었다.
“나우루 공화국에서 투자금을 요구한다면 최대 1000억 달러까지 지급해야 합니다.”
숫자에 대해서 말하는 박태웅 상임이사다.
“그렇죠.”
“비록 독소 조항이 존재한다고는 하나…….”
“혁명정부의 입장에서는 자금이 필요할 겁니다.”
나는 박태웅 상임이사의 말을 자르며 말했다.
“자금이라고 하셨습니까?”
“통치자금 말입니다. 그리고 사실 개나 소나 혁명이라고 말하지만 결국 자신의 야망과 탐욕에 의해서 일어나는 쿠데타입니다. 통치를 위한 자금이 필요할 겁니다.”
아들이 아버지를 죽이고 쿠데타에 성공했다.
‘나우루 공화국은!’
부족연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 비록 재정 장관이 쿠데타에 성공했다고 해도 오래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럼 이제 어쩌실 겁니까?”
박태웅 상임이사가 내게 물었다.
“나우로 공항으로 항로를 변경합니다. 내가 직접 나우루 공화국에 가야겠습니다.”
“위험합니다.”
비서실장이 바로 말했다.
“1000억 달러를 그대로 줄 수는 없습니다.”
이제는 기존 투자 계약에 대한 재협상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
‘핵심은……!’
내가 누구와 기존 투자 계약에 대해 재협상을 하냐는 것이다.
‘재정 장관은 아닐 거야.’
내가 나우루 공화국을 떠날 때 재정 장관 특별보좌관의 눈빛이 사뭇 달랐으니까. 그리고 그가 내게 했던 말이 또 있으니까.
“나우루 공화국으로 갑니다.”
내가 단호하게 말하자 더는 누구도 말리지 못했다.
“……예.”
“예, 기장에게 바로 전달하겠습니다.”
비서실장이 내게 묵례를 하고 조종실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