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졸부 집 망나니-224화 (224/415)

# 224

224화 대통령을 다시 만나다 (2)

“대통령 각하, 일본은 그 어떤 국가보다 미국의 눈치를 봅니다.”

물론 이것은 대한민국 정부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일본의 본심은 동북아시아의 패권 국가로 거듭나고자 준비하고 있는 상태로 항상 미국의 눈치를 보고 있다. 그리고 긴밀한 협조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는 내 도발 때문에 민간 사업가들을 이용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를 지원하고 있고 그들을 통해 내가 공화당 대선 후보인 부시를 지지하면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음을 고자질하는 상태다.

“그 부분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소.”

“그렇습니다. 미국이 재채기하면 대한민국 정부는 감기가 아니라 몸살에 앓아누울 정도죠.”

내 말이 인생을 찡그리는 대통령이다. 그리고 그것을 알면서도 왜 내게 이런 강요를 하고 있냐는 눈빛이다.

‘대한민국 정보의 입장에서는 중간이 최고지.’

미국 대선을 지켜보는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는 민주당 후보인 앨 고어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제가 지지하는 부시 후보가 그 사실을 모르겠습니까?”

“그렇기도 합니다. 일본 정부는 그런 무모한 짓을 하지 않는데…….”

일본은 항상 그랬듯 강한 자에게 약하고 약한 자에게 강하다. 그리고 항상 약삭빠르게 행동했다.

‘이번 대선에서 앨 고어가 승리한다고 해도!’

다음 대선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일본은 나 때문에 민주당과 손을 잡았다. 물론 국제정치라는 것이 한순간에 동지가 될 수 있고 적도 될 수 있지만,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미국의 눈치와 동의를 항상 구해야 하는 일본으로서는 패착을 둔 것이다.

‘이것이 내 도발의 성과라면 성과지.’

내가 아는 미래의 역사에서 부시는 재선을 한다. 그리고 911테러를 당하게 되고 미국 국민 전체가 분노해서 미국은 끝내 중동 전쟁을 다시 일으키게 된다. 그러니 앞으로 10년간은 미국 정부, 아니, 미국 백악관 관계자들은 일본 정부를 미워하게 될 것이다.

‘그다음은 그다음에 생각하면 되지.’

그다음이 민주당에서 대통령이 나오니까. 그때는 또 그때의 입맛에 맞게 미리 준비하면 그만이다.

“이 모든 것이 한일 공동개발 구역 때문입니다.”

“그래요?”

놀랍다는 눈빛을 보였다.

“예, 그렇습니다. 제가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부시를 지지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이유도 한일 공동개발 구역 때문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일본 정부가 그런 무리수를 둔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됩니다.”

“그럴 겁니다. 평소라면 제가 그런다고 해도 속으로 부글부글 끓고만 있어야겠지만 태양 그룹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우도 해양 개발 회사의 지분 49%를 부시 가문이 가지고 있습니다.”

“정, 정말입니까?”

놀랄 수밖에 없는 대통령이다.

“예, 그렇게 만들기 위해 정말 어려운 행보를 걸었습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부시 가문이 우도 해양 개발 회사의 지분을 가지고 있기에 일본 정부는 급해질 수밖에 없고 만약 대선 여론 조사에 밀리는 부시가 미국 대통령이 된다면 한일 공동개발 구역에 대한 개발 착수를 촉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일본 정부는 앨 고어를 선택한 것이다.

“이제 내막을 아셨습니까? 저는 신의 한 수라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준비해 놨습니다. 그러니 반드시 미국 대선은 부시가 승리해야 합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가원수로서 미국 정치계의 한 축을 버릴 수는 없소.”

“그러시다면 한일 공동개발 구역을 버리실 수 있으십니까?”

“백범 회장……!”

“28년 후, 한일 공동개발 구역인 7광구 지역은 국제 해상법에 따라 대한민국의 영토가 아닌 일본의 해상 영토로 전환될 것입니다. 그것을 일본 정치인들은 오래전부터 알고 한일어업협정을 통해서 공동개발구역협정을 체결하게 만든 겁니다.”

“과거의 실수를 이제 와서 어떻게 만회할 방법은 없소이다.”

“실수라고 하셨습니까?”

나는 처음으로 대통령의 앞에서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지금까지 아무 말도 없이 서 있는 비서실장이 나를 노려봤다.

‘뭘 째려봐!’

아마 대한민국 경제인 중에서 대통령 앞에서 이런 표정을 지어 보인 사람은 내가 처음일 것이다.

그래서 더 괘씸하게 생각할 것이다.

“실수는 만회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국가 간의 조약이나 협정 역시 파기하고 다시 체결할 수 있습니다. 일본만 해도 한일어업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했잖습니까.”

아직까지 한일어업협정을 추가로 체결하지 않은 상태다.

‘예전 같으면!’

대한민국 정부가 더 급한 모양새를 취했지만, 지금은 내 조언을 들은 대통령이 한일어업협정 재체결을 유보해 놓고 있는 상태다.

“만회된다고 했소?”

“그렇습니다. 그러니 반드시 부시가 대통령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단 한 점도 작아질 수 없습니다.”

“으음……!”

“부시를 지원하시는 것이 정말 곤란하시다면 부시부터 먼저 만나십시오. 그리고 그다음에 앨 고어 후보를 만나시면 됩니다.”

“백범 회장이 부시를 지지하고 지원하고 있으니 앨 고어 후보로서는 우리 정부가 못마땅하겠군요.”

“그럴 것입니다.”

“현재 미국 여론 조사에 의하면 앨 고어 후보가 압승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나를 째려봤던 비서실장이 대통령에게 말했다.

“으음……!”

“각하, 백범 회장의 개인적인 선택이 대한민국의 존망을 위태롭게 만들고 있습니다.”

헛소리하고 자빠져 있는 비서실장이다.

“비서실장님.”

“예, 백범 회장.”

“대통령 각하께서는 지금 저와 이야기를 나누고 계십니다. 비서실장이 끼어들 자리가 아닙니다.”

내 말에 비서실장이 나를 노려봤다.

“비서실장.”

“예, 각하.”

“나가 있으세요.”

“으음……!”

비서실장은 신음을 터뜨리고 나를 노려봤다가 대통령에게 묵례하고 밖으로 나갔다.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 때문입니다.”

“압니다. 하지만 낄 자리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백범 회장.”

“예, 대통령 각하.”

“정말 지금 계획 그대로 밀고 나가실 생각이오?”

“그렇습니다. 대통령 각하께서 정확하게는 모르시겠지만 7광구 지역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 매장된 원유의 10배 이상이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7광구만 집중적으로 개발한다면 대한민국도 산유국이 됩니다.”

“그건 나도 알지만…….”

“대한민국이 산유국이 된다면 유전 개발 성공을 통해 확보된 자금이 어디에 쓰이게 되겠습니까?”

내 말에 대통령이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였다.

‘감이 오시겠지.’

어쩌면 일본 정부가 한일 공동개발 구역에 대해 일방적으로 개발을 선언한 것은 7광구 지역에서 거대한 해양 유전이 발견되면 그 수익이 통일 준비 비용으로 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중국도 일본도 러시아도!’

대한민국과 북한이 통일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사업을 통해서 중국이 그리고 러시아가 북한이 대한민국에 흡수통일 되는 것이 자신들의 국익에 이롭다고 생각하게 만들 참이다.

* * *

미국 민주당 대선 캠프 앨 고어의 집무실.

“일본 전자 기업이 실리콘밸리에 막대한 투자를 약속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일본 민간 사업가를 통해서 앨 고어를 지원하고 있었다.

“블랙홀 그룹과 태양 컴퍼니의 CEO인 백범은 부시 후보를 지지하고 지원하고 있다지?”

“그렇습니다. 후보님.”

“그래서 일본 기업이 나를 지원하는 건가?”

앨 고어 후보는 의구심 가득한 눈빛을 보였다.

“지금까지는 없었던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민간기업이라고는 하지만 일본 민간기업이 미국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했던 일도 없었습니다.”

앨 고어의 선거 보좌관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말했다.

“그러니까.”

“한일 양국에서 물러설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의미일 것으로 판단하셔야 합니다.”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소이다.”

“예, 그렇습니다. 그리고 일본의 민간기업들이 블랙홀 그룹이 반독점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블랙홀 그룹은 미국 국적인데……!”

“예, 그렇기도 합니다. 하지만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CEO가 대한민국 국적자입니다.”

“하지만 그의 딸인 엘리자베스 백은 미국 시민권자입니다. 그리고 의도적으로 원정출산을 통해서 미국에서 딸을 출생했습니다.”

지금까지 아무 말도 없던 다른 대선 보좌관이 백범의 편을 들듯 말했다.

“그래요?”

“예, 그렇습니다. 개인은 언제라도 국적을 바꿀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조국인 대한민국보다 미국에 더 많은 자금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그렇단 말이지요?”

“예, 후보님.”

“그래도 그는 공화당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검색 엔진 큐브 때문에 이번 선거에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미국 대선은 광고의 선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 어떤 선거보다 돈이 많이 들어가는 선거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요……!”

평정심을 유지하던 앨 고어 후보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

서늘하게 눈빛이 변하는 앨 고어 후보였다.

* * *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그 말은!”

“통일은 공짜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지금부터 통일 준비를 시작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대통령 각하께서 통일을 위한 경제적 초석을 다지신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입니다.”

“내 임기 중에 중단된 한일 공동개발 구역의 개발이 다시 되겠소.”

“그렇게 만들 겁니다. 그래야 하니까요.”

“통일 준비 자금을 7광구에서……!”

현재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이 평양을 방문할 계획도 수립해 놓은 상태다.

“그렇습니다. 대한민국보다 월등한 경제력을 가진 서독도 통일이 된 후 경제 침체를 겪었습니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준비과정이 필요합니다. 각하, 각하께서는 이제 통일 준비에 도전하셔야 합니다.”

“통일 준비에 도전하라?”

“예, 그렇습니다.”

“으음……!”

통일 준비를 위한 7광구 개발까지 말했는데도 대통령은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각하!”

“꼭 성공시킬 수 있소?”

“자신 있습니다. 부시 가문이 우도 해양개발회사의 지분 49%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중국 정부를 만나서 중일 공동개발 구역을 독단적으로 개발하고 그 개발과 함께 한일 공동개발 구역에서 가스전 개발에 착수하라고 비공식적으로 요청할 생각입니다.”

“뭐, 뭐라고요?”

놀랄 수밖에 없는 말이다.

“그래야 일본 정부의 마음이 급해질 것 아니겠습니까.”

“무모합니다.”

“과거의 실수를 되돌리려면 그 어떤 방법도 시도해야 합니다. 결정을 내려주십시오. 각하께서 결정만 내려주신다면 저는 강력하게 추진할 것입니다.”

“백범 회장.”

눈빛이 달라지는 대통령이다.

“예, 각하.”

“대한민국은 한 점도 작아질 수 없다고 했습니까?”

“그렇습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좋소이다. 내가 적극적으로 부시 후보를 지지할 수는 없지만 먼저 부시 후보를 만나겠소.”

이 정도의 지원이면 된 것이다.

“예, 감사합니다.”

“7광구 유전 및 가스전 개발 성공을 통해서 통일 준비금을 준비하자는 생각은 정말 놀라울 뿐입니다.”

결국, 통일 준비가 대통령의 마음을 바꿔놓은 것이다.

“대한민국은 보기보다 많은 것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소. 그리고 백범 회장 당신을 가지고 있소.”

내가 한없이 기대하는 눈빛이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실 겁니까?”

“미국으로 향할 겁니다.”

“그렇다면 바로 부시 후보를 만나겠군요.”

“예, 부시 후보의 표밭인 지역에 대해 적극적인 투자를 발표할 생각입니다.”

“한 명의 경제인이 미국 대선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지……!”

말한 것처럼 지금은 세상 사람 모두가 앨 고어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바꿀 수 있습니다. 부시 후보가 꼭 대통령이 됩니다.”

“알겠소. 나도 그렇게 믿을 것이오. 그리고 백범 회장의 행보를 지켜보겠소.”

“감사합니다. 대통령 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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