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졸부 집 망나니-222화 (222/415)

# 222

222화 21세기의 시작?

2000년 1월 1일, 서울 국제호텔 특실.

오늘 새벽 00시를 기점으로 전 세계는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이하는 축제가 전 세계에 걸쳐 치러졌지만 20세기는 2000년 12월 31일에 종료가 되기에 전 세계 사람들이 헛지랄한 것이다.

그리고 나는 지금 문재한 청와대 경제 수석을 만나고 있다.

“이제 앞으로 나가셔야죠.”

“IMF 조기 극복을 위한 상환은 1월 3일에 발표될 겁니다.”

“그 발표가 보도되면 주가지수는 다시 반짝 빛나겠군요.”

“그렇습니다. 문제는 백범 회장께서 말씀하신 그대로 반짝할 거라는 겁니다. 아시는 것처럼 여전히 재벌 개혁과 산업 구조조정이 미진한 상태입니다.”

“대후가 문제죠?”

“그렇습니다. 아마 곧 그룹 해체가 진행될 겁니다.”

아마도 5개월 후쯤에 대후는 그룹 해체를 당하게 될 것이다.

‘두 번 수익을 올리겠군.’

IMF 구제 금융을 조기에 상환한다는 정부 발표에서 첫 번째 옵션 투자 수익이 발생할 것이다. 그런 후에 대후 그룹 해체가 되면서 종합주가지수가 급락하게 될 것이니 두 번째 수익을 올릴 것이다.

-5100억 달러를 자기 자본으로 확보한다면 백범 회장의 상상력에 동참하겠소.

다윗연합 수장이 내게 한 말이 떠올랐다.

‘그리될 겁니다.’

물론 주식 규모가 작은 대한민국 주식시장에서 내 옵션 투자가 엄청난 수익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2년 안에 나는 현금 5100억 달러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 내가……!’

2000억 달러 정도의 현금이 있으니 앞으로 2년 안에 3100억 달러를 더 만들어야 한다.

“대후 그룹 걱정은 대후 그룹이 하면 되는 것이고 제가 말씀을 드린 것처럼 이제 수석께서 앞으로 나가셔야죠.”

“앞으로라……!”

내 말에 눈빛이 달라지는 문재한 경제 수석이다.

“그렇습니다. 이지박이 야당을 통해서 서울 시장에 출마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수석께서 서울 시장에 출마하십시오.”

“으음…….”

“이미 정치계에서는 그런 말들이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고민하는 눈빛을 보이는 경제 수석이다.

“그렇기는 합니다.”

“출마하십시오. 서울 시장이 되셔야 먼 길을 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이제는 정치에도 관여하고 내 영향력을 행사할 생각이다.

‘정치와 경제를 따로 둘 수 없으니…….’

정치와 경제가 뭉쳐지는 것을 정경유착이라고 한다. 하지만 인류에게 정치가 생겨난 이후에 단 한 번도 정경유착이지 않았을 때가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제가 출마를 해야 합니까?”

“서로의 꿈을 이루어야 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예전에 제게 말씀도 하셨습니다.”

내 말에 경제 수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박이는 절대 안 돼.’

내가 알고 있는 미래의 기억을 통해서 이지박이 해 먹은 것이 얼마나 많은지 나는 알고 있기에 이지박을 서울 시장이 되지 못하게 만들 참이다.

‘하천 보수 공사가 유일한 업적이지.’

나머지는 그냥 똥을 싸놓은 거라는 생각이다.

‘자원 외교?’

능력도 없는데 그것을 목표로 했으니 대한민국은 막대한 손해만 입게 됐었다.

“그럽시다. 내가 이번 서울 시장 여당 경선에 출마하겠습니다.”

이지박을 서울 시장에서 낙선시키기 위해 나는 청와대 경제 수석을 대항마로 선택했다. 물론 이것은 그의 꿈이기도 할 것이다.

“백범 회장님.”

“예, 후보님.”

“허허허……!”

내가 자신을 부르는 호칭을 바꾸자 경제 수석은 웃었다.

“말씀하십시오. 곧 익숙해질 겁니다.”

“1월 3일에 IMF 조기 극복에 대한 발표가 신년사에 포함될 것입니다. 그리고 또한, 재정경제부 장관과 교육부 장관을 각각 경제부총리와 교육부총리로 승격시킬 것입니다.”

나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여성부를 신설하기로 했습니다.”

이것은 내가 가진 미래를 통해서 이미 알고 있는 일이다.

“그렇군요.”

“그 무엇보다 백범 회장님께 중요한 일은 초중고등학교에 컴퓨터를 전면 보급하는 등의 정보화 정책도 계속 추진케 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발표한다는 것입니다.”

내게 사전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경제수석이다.

‘이것이야말로 정경유착이지.’

물론 나는 이미 내가 가진 미래 기억을 통해서 태양 전자에게 지시를 내려놓은 상태다.

보급형 컴퓨터 개발 및 생산 설비를 확대하라고 지시를 했고 이미 수요를 충당할 정도의 생산 설비를 완비했다.

“정부 입찰에 제가 참여해야겠군요.”

“그러셔야죠. 대한민국이 IMF를 조기에 극복한 것에 공헌하셨으니 그 정도는 누리셔도 됩니다.”

경제 수석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돈 많이 썼지’

내가 생각해도 내가 한 행동은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다.

* * *

1월 2일, 태양 컴퍼니 회장 집무실.

“내일 신년사 발표에서 IMF 조기 상환이 발표된다면 종합주가지수가 70포인트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그에 따라 발생하는 옵션 투자 수익은 25억 달러로 예측됩니다.”

박태웅 상임이사가 내게 보고했고 2년 전에 비해서 옵션 선물 투자 시작이 꽤 커졌다.

“25억 달러군요.”

내가 만들어야 할 자금은 5100억 달러이니 새 발의 피라고 해야 할 것이다.

‘70포인트가 추가 하락하게 되면!’

그 역시 25억 달러 정도의 수익이 발생할 것이니 3100억 달러 중에서 겨우 50억 달러를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티끌이다.’

하지만 태산이 될 것이다.

“계획대로 진행이 되는군요.”

모든 사람이 말하는 21세기에서 얻은 내 첫 수익이 될 것이다.

“하나로통신 주식 매집은 어떻게 진행이 되고 있습니까?”

내가 아는 하나로통신은 대한민국 최초로 인터넷 전화 서비스를 며칠 후에 게시하게 된다.

“10% 매집 완료했습니다.”

결국, 나는 투자자이다. 그러니 주식을 통해서 수익을 증대시켜야 한다.

‘인터넷 전화 서비스는!’

빛 좋은 개살구이고 닷컴 버블의 핵심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딱 3개월 후에 수익이 발생하면 매도처리 합니다.”

“예, 알겠습니다.”

사실 국내 주식시장은 내 투자에 크게 중요한 부분이 아니다.

“회장님.”

이제부터가 진짜 핵심 투자에 대해 박태웅 상임이사가 내게 보고할 때다.

“일주일 후 미디어 그룹 타임 워너와 아메리카 온라인이 합병을 선언할 예정입니다.”

“우리가 확보한 주식은?”

“두 회사의 지분을 각각 10퍼센트씩 확보한 상태입니다.”

“그렇다면 나는 합병 반대를 선언할 겁니다.”

두 회사 주식 10퍼센트씩을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인 내가 반대 의사를 천명한다면 합병을 선언할 때 문제가 발생할 것이니 내가 가진 주식을 두 회사가 매수할 수밖에 없다.

“예, 그러실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미디어 그룹 타임 워너와 아메리카 온라인이 합병할 것으로 짐작하고 일 년 전부터 주식을 매집해 왔었다.

‘드디어 닷컴 버블이 시작이 됐군.’

그리고 이 닷컴 버블을 정말 상상 이상으로 거대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나는 막대한 수익을 올리게 된다.

“예상되는 수익은 얼마입니까?”

“100억 달러 정도의 수익이 예상됩니다.”

“투자 금액은?”

“22억 달러입니다.”

일 년 만에 500%의 수익이라면 나쁘지 않다.

“그럼 바로 합병 반대 의사를 전달하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고동수 씨는 언제 만나기로 했습니까?”

투자 부분 회의는 이것으로 끝내면 될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총선과 함께 지방단체장 선거에 집중할 때다.

‘정치와 경제는 하나니까.’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박태웅 상임이사를 봤다.

“비서실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럼 만납시다.”

* * *

10분 후 태양 컴퍼니 회장실.

고동수는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는 인물이다.

“지금 저보고 이번 공천 반대 운동과 낙선 운동을 추진하는 시민단체를 발족시키라는 말씀입니까?”

고동수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눈빛으로 나를 보며 되물었다.

“이곳으로 오셨다는 것은 나와 손을 잡겠다는 의미로 나는 판단하는데 왜 그런 눈빛입니까?”

“놀라워서요.”

“놀랄 것 없습니다. 정치와 경제는 분리될 수 없으니까요.”

“재벌이 어용 시민단체를 만들어서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고 지금 제게 말씀하고 계신 겁니다.”

“과정이 중요합니까? 결과가 중요하지.”

“무슨 말씀입니까?”

“국회의원의 자질이 없는 사람, 군수나 시장이 되지 말아야 할 사람을 국민의 힘으로 낙선을 시키는 일입니다.”

“으음……!”

“나는 누구를 떨어트려라, 붙여라. 이렇게 지시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시다면 왜 제게 이런 요청을 하십니까?”

“정치가 깨끗하고 일을 해야 경제가 삽니다. 그래서 이러는 겁니다. 이게 다 국민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말에 고동수가 나를 빤히 봤다.

“정말 낙선 운동 시민연대가 발족되어도 회장님께서는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으실 겁니까?”

“물론입니다. 단!”

물론이라는 말을 내가 했을 때 의뢰라는 눈빛을 보였던 고동수였다. 하지만 내가 바로 단이라는 말을 꺼내자 인상을 찡그렸다.

“목적이 있으시군요.”

“딱 한 사람만 떨어뜨립시다.”

“딱 한 사람이라고 하셨습니까?”

“그렇습니다. 서울 시장에 출마할 이지박 후보는 반드시 낙선시킵시다.”

“왜죠?”

“경제인이 정치하면 나라를 위태롭게 합니다.”

내 말에 시민단체 활동을 했던 고동수가 나를 빤히 봤다.

“지금 제게 하신 말씀은 회장님에게도 해당됩니까?”

이게 핵심이다.

“당분간은!”

“으음…….”

“미래에 관한 결정을 현재에 내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누가 자신의 미래에 대해 알겠습니까.”

“그 말씀은 국회의원이나 시장에는 관심이 없다고 해석해도 됩니까?”

예리한 부분이 있는 고동수다.

“그렇습니다. 모든 결정은 고동수 씨께서 내리시면 됩니다. 국민을 위해서 썩은 정치를 국민의 손으로 정화하는 겁니다.”

“이렇게 나오시는 것은 이미 많은 자료가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겠죠?”

“딱 한 사람의 자료만 준비했습니다.”

“이지박!”

“그렇습니다.”

“좋습니다. 과정은 뒤로하고 결과만 저는 생각하겠습니다.”

낙선 운동도 내가 시작하게 된 것이다.

* * *

2000년 1월 3일.

대통령은 신년사 발표에서 내가 미리 알고 있는 것처럼 250억 달러의 IMF 구제 금융을 모두 상환하겠다고 발표했고 국민들은 그 신년사 발표를 듣고 감격할 수밖에 없었다.

‘조기 상환이 됐군……!’

이제 나는 25억 달러의 수익을 올리게 될 것이다.

“낙선 운동 시민연대가 오늘 발족이 됐습니다.”

박태웅 상임이사가 내게 보고했다.

“이지박에 대한 비리 자료는 넘겼습니까?”

“예, 이미 전달했습니다.”

“그럼 이제 우리가 개입할 일은 없습니다.”

낙선운동은 내가 주도하지 않아도 일어날 일이다. 그만큼 대한민국 국민의 시민의식과 정치의식이 발전한 결과다.

“예,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박태웅 상임이사는 나를 보며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였다.

‘문재한을 당선시키려고 이런다고 생각하는군.’

문재한이 서울 시장에 당선이 되지 않아도 상관없다.

‘다스 좋아하는 이지박만 안 되면 된다.’

이것이 2000년 내가 대한민국 국민에게 주는 신년 선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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