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0
220화 찾아가다
워싱턴 외곽 지역의 저택 앞.
스미스가 내게 유대 자본의 한 축인 존재와 미팅을 잡는 날은 앞으로 사흘 뒤지만 나는 필리핀에서 내 나름의 준비를 끝내고 바로 이곳에 왔다.
“괜찮으시겠습니까?”
박태웅 상임이사가 내게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다를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예?”
“저 저택 안에 있는 사람은 세계 경제를 비밀리에 움직이는 사람들 중의 한 명입니다. 그러니 내가 미리 올 것으로 예측하지 못했을 이유가 없습니다.”
“그럴 수도 있겠군요. 하지만 이곳에 회장님이 온 것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위험하다는 소리다. 그리고 내가 저 저택에 들어갔다가 나올 수 없을 수도 있다는 의미로 말하고 있는 박태웅 상임이사다.
“속담을 들먹이기는 좀 그렇지만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죠.”
“그런 마음으로 호랑이의 굴로 들어간 사람들 대부분은 못 나왔습니다.”
“저들이 내 행보를 모를까요? 알았을 겁니다. 자신들의 이익에 방해가 되는 나인데 아직까지 무사하지 않습니까.”
박태웅 상임이사를 보며 웃어 보였다.
“그렇기는 하지만……!”
“내가 상상하는 것은 세상 모든 사람이 상상하는 것보다 더 거대합니다. 이제야 내 상상을 현실화할 수 있는 가장 기본이 만들어졌습니다.”
내가 말하는 기본은 돈이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돈 이상의 그 무엇인가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사하라 사막!’
유대인들은 팔레스타인을 자신들의 국가로 만들었다. 이것은 다시 말해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니 나는 유대인이 가진 힘을 이용해야 한다.
‘거기다가!’
우린 똑같은 적을 가지고 있다.
‘화교 자본과 중동 자본이지…….’
같이 손을 잡고 무너뜨리고 빼앗을 보물 창고는 존재하니 나와 저들이 손을 잡지 않을 이유는 없다.
“으음……!”
“이번 일을 내가 계획한 그대로 성사시킬 수 있으면 진짜 상상이 안 되는 사업을 합시다.”
“예……. 꼭 이렇게 말씀을 하시죠.”
“여기서 기다리세요.”
나는 박태웅 상임이사에게 그렇게 말하고 저택 정문에 설치된 초인종을 눌렀다.
딩동, 딩동!
‘내가 원하는 것도 기업 국가고 저들이 추구하는 것도 기업 국가다.’
아마도 그럴 것이고 그러니 우리는 통하는 곳이 있을 것이다.
‘우리라……!’
하여튼 유대 자본의 한 축일 것으로 예상하는 저 저택의 주인을 우리로 묶어야 한다.
* * *
저택 다윗연합의 수장 집무실.
“정문 밖에 가주님께서 말씀하신 백범이 도착해 있습니다.”
다윗연합의 수장의 보좌관이 다윗연합 수장에게 보고했다.
“역시 왔군…….”
다윗연합 수장은 복잡 미묘한 눈빛을 보였다.
“손을 내밀기 위해 왔겠지?”
“그럴 것입니다.”
“우리에게 가지고 온 선물이 무엇일까? 그리고 내게 무엇을 요구할까?”
“쉬운 존재는 분명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보좌관의 말에 다윗연합 수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만나봐야지. 재미가 있을 청년 같군.”
* * *
대한민국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2000년 1월 3일 대통령 각하의 특별 담화문을 통해서 IMF 조기상환을 발표하시면 됩니다.”
“2년 만에 250억 달러를 완전히 상환하는군.”
“예, 그렇습니다. 비록 재벌 그룹의 구조조정이 계획한 것보다는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백범 회장의 지원으로 외환 상환은 가능하게 됐습니다.”
“백범 회장은 사업가이면서 투자가지.”
“그렇습니다.”
문재한 경제 수석이 대통령에게 담담한 어투로 대답했다.
“백범 회장은 이번 발표로 무엇을 가지게 될까?”
“아마도 IMF 조기상환 발표 때문에 종합주가지수가 상승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이미 종합주가지수 상승에 관한 옵션 투자를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결국, 돈이군.”
“예, 그렇습니다. 각하께서 말씀하신 그대로 백범 회장은 사업가입니다.”
문재한 경제 수석의 말에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경제위기도 어느 정도 극복을 했으니……!”
대통령은 남북협력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눈빛을 보였다.
“아직 경제위기가 완벽하게 해결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가?”
“예, 그렇습니다. 여전히 재벌 개혁이 미미한 상태고 구조조정 역시 계획했던 것과는 다른 결과를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겨우 전자분야만 태양 전자로 구조조정이 완료된 상태입니다. 다른 분야들은 빅딜이 무산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전자분야란 말이지.”
“예, 그렇습니다. 백범 회장이 주도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분야입니다.”
“그럼 백범 회장이 전자 산업과 금융 산업을 손에 쥔 건가?”
“예, 그렇게 보셔도 무방합니다.”
“내가 앞으로 상상을 초월할 거대 재벌로 성장하는 발판을 만들어 준 것이군.”
대통령은 복잡 미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초일류 기업이 국가 경제의 버팀목이 될 것입니다.”
문재한 경제 수석은 백범과 먼 길 같이 가자고 약속을 했기에 백범에게 이롭게 말하고 있었다.
“그 말은 백범 회장도 내게 했지.”
“저는 현실과 분석된 자료를 말씀드리는 겁니다.”
“알았네. 자네 역할은 그런 거지.”
* * *
야당 대표실.
“출마합시다.”
야당 대표가 이지박에게 출마를 하자고 말했다.
“감사합니다.”
“서울 시장에 출마하세요. 우리 당이 적극적으로 지원할 겁니다.”
야당 대표의 말에 이지박은 미소를 머금었다.
“꼭 당선되겠습니다.”
“경제가 어려우니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경제인이 서울 시장이 된다면 우리 당의 지지율도 상승할 겁니다.”
“예, 제가 꼭 출마해서 서울 시장에 당선되겠습니다.”
“서울 시장이 어떤 의미인지 아십니까?”
야당 대표의 눈빛이 변했다.
“예?”
이지박은 알면서 모르겠다는 눈빛으로 야당 대표에게 되물었다.
“정말 모릅니까?”
야당 대표는 이지박을 보며 미소를 머금었다.
“대표님……!”
“내 다음이라는 겁니다. 다음 대선에 내가 출마할 겁니다. 나를 적극적으로 지원하시고 내가 당선된다면 다음 대선에는 당신이 대선 후보가 될 겁니다.”
야당 대표는 정치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심장이 뛸 수밖에 없는 이야기를 이지박에게 하고 있었다.
“따르겠습니다.”
“이번 서울 시장 선거가 다음 대선의 잣대가 될 겁니다. 당신이 꼭 당선되어야 합니다.”
“예, 알겠습니다.”
“여당에서는 누가 출마를 할 것 같지?”
야당 대표는 아무 말도 없이 대기하고 있는 자신의 특별 보좌관에게 물었다.
“아직 경선 계획도 발표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하지만 소문으로는 청와대에서 서울 시장 경선 후보를 낙점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청와대에서?”
“예, 그렇습니다.”
“그럼 누굴까?”
“문재한 경제 수석일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특별 보좌관의 말에 야당 대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서울 시장 선거는 승리했군. 하하하!”
자산 만만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야당 대표였다.
* * *
저택 안 서재.
박태웅 상임이사를 저택 밖에 두고 나는 호랑이 굴이라고 할 수 있는 이곳에 혼자 들어왔고 서재로 보이는 이곳으로 안내를 받아 들어왔다. 그리고 서재로 보이는 이곳에 노인이 의자에 앉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렇게 빨리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노인이 내게 말했다.
“저는 예상하셨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요? 필리핀 일정이 빨리 끝난 모양이군요.”
내 행보에 대해 파악하고 있다는 의미다.
“제 판단에 착오가 있었습니다. 제 계획을 전면 수정할 생각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듣는다면 뜬금없는 대화라고 생각할 것이다.
‘내가 필리핀에서 무엇을 하려는지 짐작하고 있겠지.’
그것을 짐작한다면 저 노인도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그 이상으로 현 필리핀 대통령이 부패한 정치인이더군요.”
“섬이 필요한 이유가 궁금하군요?”
역시다.
역시 그는 내가 생각하는 것과 똑같은 것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를 빤히 보고 있다.
“저와 당신께서 말하지 않는 그 단어 하나 때문입니다.”
내 말에 노인이 묘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래요?”
“그렇지 않습니까? 경제학자들은 시간이 문제이지, 언젠가는 꼭 그렇게 될 거라고 분석하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과거 유대인들이 이스라엘을 건국한 숨은 목적이 그런 것이지 않습니까?”
“허허허, 허허허!”
내가 갑자기 훅하고 치고 들어가자 노인은 웃었다.
“쉽지 않습니다. 모든 일이 쉬운 일이 없으니까요.”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 좋습니다. 우리의 하수인인 스미스에게 우리를 만나고 싶다고 말씀하셨다지요?”
“예, 그렇습니다.”
“서로 피차 시간이 절대적 가치인 사람이니 이제는 본론을 이야기합시다.”
“우리라고 하셨습니까?”
나는 노인을 뚫어지게 보며 되물었다.
“그렇습니다. 우리입니다. 우리는 우리를 스스로 다윗연합이라고 부르죠.”
엄청난 이야기를 내게 하는 노인이다. 이것은 다시 말해 내가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지 않으면 또 협력자나 동업자가 되지 못한다고 판단했을 때 나를 제거할 수도 있다는 의미처럼 느껴졌다.
‘영화에 보면……!’
누군가를 반드시 죽일 사람은 자신의 얼굴을 가리지 않는다.
왜냐고?
죽은 사람은 말이 없기 때문이다.
“다윗연합이었군요. 대한민국의 외환위기를 가속화시킨 존재가 다윗연합이었습니다.”
내 말에 노인이 미소를 머금었다.
“그 부분에 관해서 이야기하자면 우리는 손해가 큽니다. 원래 계획했던 것보다 이익을 실현하지 못했다는 것은 손실이지요. 백범 회장께서 영화에나 등장하는 히어로처럼 갑자기 등장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는 것이 우리의 계획이 실패한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하오.”
“제 성장이 손해가 되셨군요.”
“그렇소. 사실 나는 백범 회장 당신을 어떤 관계로 정의해야 할지 고민하던 중이었소.”
적 아니면 동지?
‘현재까지는 중립이지……!’
오늘 이후 저들은 나를 정확하게 규정할 것이다.
“경제적 손실을 보셨다면 제가 만회해 드리겠습니다. 저와 적이 아닌 친구로 손을 잡으시겠습니까?”
“백범 회장, 당신이 우리와 친구가 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보유했다고 생각합니까?”
눈빛이 달라지는 다윗연합의 수장이다.
“제가 사업을 시작한 지 횟수로 이제 3년입니다. 제 3년은 다윗연합의 300년이지 않았습니까? 그렇다면 앞으로 제 30년은 다윗연합의 3,000년이 될 가능성이 크죠.”
내 말에 인상을 찡그리는 다윗연합의 수장이다.
“적이군.”
“세상의 모든 존재가 적이지 않습니까? 하지만 세계 경제를 모두 장악하고 지배하실 생각 자체가 없으시다면 저는 당신이 말하는 그 우리라는 울타리에 포함될까 합니다.”
“우리?”
“예, 그렇습니다. 제가 생각하고 있는 미래 사업에 대해 들어보시겠습니까?”
사업으로 이야기를 해야 한다.
‘사하라 사막 녹지화 사업부터 신벽란도 사업까지!’
내 상상을 현실화시키려면 유대 자본의 한 축인 다윗연합과 손을 잡아야 하니까.
“그다음에 저를 규정하시면 됩니다.”
지금은 그 누구보다 자신만만하게 행동할 때다. 그리고 내 자신만만함에 다윗연합 수장의 눈빛이 흔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