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4
214화 필리핀에서 내가 원하는 것은? (1)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에 있는 특급 호텔 특실.
나는 대한민국 대통령도 가지지 못한 전용기를 이용해서 베트남에서 필리핀으로 날아왔다. 그리고 나는 필리핀에서 이름도 없는 무인도 몇 개를 완전하게 사고자 한다.
‘내가 가진 것이 많아질수록!’
내가 가진 것을 빼앗으려는 존재들은 많아질 것이고 내가 아는 대한민국은 사실 가진 자들이 절대적 악이라는 낙인을 찍을 때가 많다. 물론 그런 국민 정서는 독재자의 경제개발 과정에서 현재 재벌들이 수많은 특혜를 누리면서 부를 축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그런 과정들을 선거에 이용하면서 동네북을 만들면서 표를 얻기 위한 정치인들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결국 그런 국민 정서는 내게도 향할 것이다.
“내일 필리핀의 대통령을 만나실 예정입니다.”
박태웅 상임이사가 내게 내일 일정에 대해 보고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이제 개발도상국의 대통령이나 총리 정도는 직접 만날 수 있는 그런 존재로 거듭나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모두 돈의 힘이다.
“필리핀이라는 나라는 섬이 참 많은 나라이군요.”
내 말에 박태웅 상임이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렇습니다.”
나와 박태웅 상임이사는 필리핀에 방문한 목적을 공유한 상태다.
“내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10억 달러 정도면 충분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내 말에 박태웅 상임이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섬을 통째로 필리핀 정부에게 구입하는 것까지는 어렵지 않을 것 같지만 그 이후가 가능할지 의문입니다.”
내가 없는 시간을 쪼개서 필리핀에 방문한 것은 섬만 구입하기 위함이 절대 아니다.
“우선은 가능한 것만 생각합시다.”
“예, 알겠습니다. 회장님.”
내가 아는 필리핀은 7,000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루어져 있는 국가다. 그리고 그 7,000개의 섬들은 대부분 무인도에 불과해서 경제적 가치가 없다고 필리핀 사람들은 판단하고 있다.
“제가 조사해 본 것으로는 필리핀의 섬 중에서 사람들이 거주하는 섬은 900개가 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거주하는 섬을 통째로 구입할 생각은 없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섬의 명칭이 정해져 있는 섬도 3,000개가 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이름도 없고 사람도 살지 않는 작은 섬이 4,000개나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4,000개의 섬 중에서 나는 몇 개를 필리핀 정부에게 구입해서 유인도로 만들고 개발할 생각이다.
‘가능하다면!’
그 섬을 기업 국가로 성장시킬 생각이다.
‘아마도……!’
아마도 모든 대기업의 총수들이 한 번쯤은 생각해 봤던 상상일 것이고 그런 상상은 아마도 내 짐작으로는 100년 이내에 현실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결국 국가의 형태는 기업처럼 변할 테니까.’
국가는 기업 국가 형태로 거듭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기존 국가의 형태에서는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러니 새로운 신생국가를 건국해야 할 일이고 정치가 혼란스럽고 독재에 의한 부정부패가 심각한 국가들이 내 야망을 실현시켜 줄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꿈 같은 일이지만!’
지금까지 인류가 꿈꾼 상상은 현실이 됐다.
“4,000개의 이름 없는 무인도 중에 몇 개를 공식적으로 필리핀 정부에게 구입합시다.”
“그런 후에!”
박태웅 상임이사의 눈빛이 변했다.
“우리의 목표 그대로 움직이는 겁니다.”
“쉬운 여정이 아닐 겁니다.”
“압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현 필리핀 대통령에 대해서 분석해 봅시다.”
나는 내일 필리핀 대통령을 상대해야 한다. 그러니 그가 어떤 존재인지 또 어떤 특성을 가진 사람인지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현 필리핀 대통령은 조지프 에헤르시토 에스트라다로 작년에 선거를 통해 취임했습니다. 영화배우 출신입니다.”
박태웅은 미리 조사해 놓은 사항들을 내게 보고했다.
“영화배우라?”
“흔히 있는 일이지 않습니까.”
맞는 말이다.
초강대국인 미국의 대통령도 영화배우 출신이 대통령이 됐었다. 그리고 그는 강력한 미국을 강조하며 미국 시민들에게 존경을 받는 대통령이었다.
하지만 필리핀의 대통령은 다를 것이다.
“현 필리핀 대통령은 필리핀 역사상 최다 득표율로 대통령에 당선된 인물입니다.”
“그렇군요.”
“서민층에 인기가 많았던 것이 득표율에 반영됐고 또한 적극적인 개혁 정책을 실시하여 주목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뇌물과 정치후원금을 달가워하는 인물입니다.”
“그럼 오래 못갈 인물이군요.”
“그럴 것이라는 판단입니다.”
“돈 좋아하는 사람이 제일 쉽죠.”
필리핀 정부에게 공식적으로 섬을 통째로 사는 것에 대해서는 어렵지 않을 것 같다.
“개혁 정치를 추진하고 있다고 했죠?”
“예, 그렇습니다.”
“개혁 정치를 하려면 돈이 많이 필요하죠.”
필리핀은 과거보다 경제가 퇴보하고 있는 상태다. 사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아시아의 맹주 중에 하나로 군림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못 사는 나라를 꼽으라면 필리핀이 꼽힐 정도다.
“쉽네요.”
돈 좋아하는 사람은 돈을 주면 된다.
* * *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다윗 연합의 저택.
다윗 연합의 수장이 창가에 서서 저택 정문을 바라봤고 그의 수행 비서관이 그런 수장을 담담히 지켜보고 있었다.
“손님은 아직이시군.”
“보고를 드린 것처럼 일주일 후에 워싱턴 공항에서 이곳으로 이동시키기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순순히 따라올 사람이라면 내 파트너가 되지 못했을 거야.”
“그 말씀은?”
“스미스가 여기로 왔고 그 뒤에 그림자가 붙었겠지.”
다윗 연합의 수장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아, 다른 저택을 알아보겠습니다.”
수행 비서관의 말에 다윗 연합의 수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야겠지. 그건 그렇고 나와 똑같은 고민을 할까?”
“예?”
“백범이라는 아시안이 어쩌면 나와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 말씀은?”
“우리가 가진 것을 빼앗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놈들이 정말 많지. 백범도 같은 처지일 거야.”
“설마 백범이라는 사람이 기업 국가 건설을 목표로 할까요?”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이 자꾸 든다. 지금 필리핀에 있다지?”
“그렇습니다.”
“필리핀에는 섬이 참 많지.”
놀랍게도 다윗 연합의 수장은 백범처럼 기업 국가를 꿈꾸고 있었다.
“예, 그렇습니다.”
“처음 우리가 이스라엘을 건국했을 때의 목표가 기업 국가의 형태였었지. 하지만 반발하는 축들이 있어서 실행에 옮기지 못했지.”
이스라엘의 건국 비화에서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이야기되고 있는 순간이었다. 사실 유대인들의 자본이 없고, 또 미국에서 행사하는 영향력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이스라엘은 건국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았다.
‘꿈이 참 거대한 청년이군……!’
다윗 연합의 수장은 사진으로 본 백범의 얼굴을 떠올리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 * *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에 있는 특급 호텔 특실.
“필리핀에 대한 보고는 여기까지 하고 베트남에 대해 마무리합시다.”
나는 이미 박태웅 상임이사에게 지시를 내려놓은 상태다.
“합작회사 대표 선임 말씀이십니까?”
“타국을 장악하려면 그 국가의 국민들의 환심을 사야 하고 지지를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내 회사들이 외국계 회사처럼 보여서는 안 될 것입니다.”
“예, 그렇습니다.”
모든 면에서 치밀하게 움직여야 할 것이다.
“확인해 본 것으로는 화산 이씨 출신이 적격일 것 같습니다.”
“화산 이씨라고 했습니까?”
“그렇습니다. 태양 그룹 전략 기획실에서 확인한 것으로는 화산 이씨의 시조는 베트남 리 왕조(이조)의 개국황제인 이태조 이공온이라고 합니다.”
“베트남 황제의 후손이군요.”
적격이다.
“예, 그렇습니다. 베트남에서 반란이 일어났고 탈출해서 한반도까지 왔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많지는 않겠군요.”
“그렇습니다. 2,000명 정도 생존해 있는 것으로 압니다.”
“혹시라도 태양 그룹에 근무하는 직원이 있습니까?”
“예, 있습니다. 이상택이라고 태양 그룹 전주 지점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좋습니다. 그를 베트남 국민들을 위해 전면에 세웁시다.”
그저 얼굴마담에 불과하지만 베트남 국민들은 좋아할 것이다. 그리고 베트남 정부 역시 싫다고는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 된 것이다.
“그런데 회장님.”
“말하세요.”
“베트남 정부와 합작할 회사의 비율은 어떻게 정하실 겁니까?”
“49 대 51 정도일 겁니다.”
내 말에 박태웅 상임이사가 놀랐다.
“베트남 정부에게 지분을 49퍼센트나 준단 말입니까?”
“그래야 베트남 기업처럼 보이지 않겠습니까?”
“너무 과합니다.”
“괜찮습니다. 결국 베트남 정부는 합작회사를 더 성장시키기 위해 공기업에서 민간 기업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니 그때 지분을 매집하면 됩니다.”
물론 10년 이상 준비를 해야 할 계획일 것이다.
“예, 알겠습니다.”
“대한민국으로 귀국했을 때 이상택 지점장을 만나겠습니다.”
“예, 준비하겠습니다.”
이것으로 베트남에 대한 모든 투자는 마무리하면 될 것 같다.
“박태웅 상임이사.”
“예, 회장님.”
“혹시 도시괴담 좋아합니까?”
“예?”
왜 갑자기 도시괴담에 대해서 말을 꺼내냐는 눈빛을 보이는 박태웅 상임이사다.
“필리핀까지 올 때 심심해서 몇 권의 책을 읽었는데 그 책에서 짤막하게 필리핀 도시괴담이 나오더군요.”
내 말에 박태웅 상임이사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눈빛을 보였다.
“야마시타 골드의 존재성은 확실하지 않습니다.”
박태웅도 아는 것이다.
“필리핀의 독재자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가 그 많은 부를 부정부패로만 축재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필리핀을 이 지경 이 꼴로 만든 장본인 중 하나가 필리핀의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일 것이다. 그리고 그가 거론될 때마다 항상 따라다니는 것은 야마시타 골드다.
“그런 것들은 그저 음모론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필리핀 정부는 그런 도시괴담으로 돈을 벌고 있죠.”
야마시타 골드라는 도시괴담이 등장한 것은 마르코스 전 대통령 부인인 이멜다 마르코스가 자신의 남편이 야마시타의 보물을 발굴해 재산을 모았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가 한 말에 대해!’
필리핀 정부는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야마시타 골드를 찾는 보물 사냥꾼들이 생겨났다.
“아……!”
“무인도 몇 곳을 통째로 구입하면서 우리도 얼빠진 사람이 되는 겁니다.”
“그런 의도셨습니까?”
“도시괴담은 도시괴담에 불과합니다. 저는 공격적인 투자를 해도 허황한 상상에 투자하지 않습니다.”
사하라 사막 녹지화 사업에 착수하기 위해 돈이 궁하기 때문에 야마시타 골드까지 상상하고 있지만 내가 야마시타 골드를 발견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예, 회장님은 그런 분이시죠.”
“하여튼 그런 식으로 접근합시다.”
나는 필리핀 대통령에게 야마시타 골드를 발굴하는 것을 사업화하자고 제안할 생각이다.
‘2007년에 만들어진 필리핀 법이지.’
필리핀 정부는 2007년쯤에 야마시타 골드를 찾는 사냥꾼 아닌 사냥꾼들에게 정부의 허가를 받고 야마시타 골드를 찾게 만들었다. 물론 그런 사업권을 획득하기 위해서 보물 사냥꾼들은 필리핀 정부에게 일정 금액의 돈을 지불해야 했다.
“예, 알겠습니다.”
내 야망을 위해서 나는 남들의 얼빠진 상상도 적극 이용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