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3
213화 베트남 진출? (6)
베트남 경제 장관이 베트남 정부의 입장을 내게 말하고 돌아갔고 이제는 박태웅 상임이사와 나만 이 특실에 남았다.
“본국에서 난리가 난 모양이군요.”
내 물음에 박태웅 상임이사가 놀랍다는 눈빛을 보였다.
“예상하셨습니까?”
“그것을 의도하지 않고 그런 행보를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많은 것을 판단할 수 있겠군요.”
“본국에서 회장님께서 베트남 전쟁을 역사적 잘못이라고 생각하시고 개인 자격으로 사죄한 것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빨리 내 행보가 대한민국 언론에 공개됐다는 것은 스미스나 일본 정부가 나를 감시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결과물이겠죠?”
“그렇습니다.”
일본 정부로만 국한할 수는 없는 일이다.
‘연락이 올 때가 되기는 했는데…….’
나는 비밀스럽게 스미스를 만날 때 결정권자와 만나고 싶다고 말했었다. 그리고 그 결정권자는 아마도 유대 자본의 한 축을 담당하는 존재일 것이다.
‘유대 자본 세력에서도 비밀스러운 완력이 존재하겠지.’
나는 모든 상황을 이용할 생각이다.
“저를 짧은 생각으로는 일본 정부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무엇입니까?”
“일본에 우호적인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를 동시다발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언제부터입니까?”
“확인된 것으로는 어제부터입니다.”
“어제인데 오늘 제게 보고를 하셨군요.”
“우익 단체들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습니다.”
나를 지지하는 세력들을 꼽으라면 선우 재단과 관순 재단 때문에 우익 단체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내게 등을 돌렸습니까?”
“일부 단체들이 광화문에 집결했습니다.”
“일부라면 야당에 지원을 받는 단체들이군요.”
“예, 그렇습니다. 이런 말씀을 드리기 죄송하지만, 배신감까지 느껴질 정도입니다.”
“내가 베풀었다고 배신감까지 느낄 필요는 없습니다. 나는 내가 할 일만 하면 그만이니까요.”
“부처시군요.”
“하하하!”
박태웅 상임이사의 말에 나는 호탕하게 웃었다.
“누군가는 저를 망나니라고 부릅니다.”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국내 여론이 좋지 않습니다.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고 있습니다.”
“논쟁거리라면 논쟁거리겠죠. 그렇다면 일본 정부에서 나를 적극적으로 감시하고 있다는 증거이니 다른 국가들에서 준비하는 것들은 숨겨지겠군요. 그러면 목표 달성입니다.”
“아!”
“제대로 일본 정부 인사들이 뒷목을 잡게 해줄 참입니다.”
“계속된 공격입니까?”
“공격보다 좋은 방어는 없지 않습니까. 이미 독도 망언을 하는 일본 우익 세력들은 사라졌습니다. 현재 대마도는 일본 땅이라는 것을 주장하고 언론화하기에 바쁘니까요.”
물론 그런 상황이기에 일본 내에서 대한민국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상태고 그래서 혐한 정서가 만들어지고 있는 상태다.
‘방어만 해도 만들어지는 혐한이지.’
그러니 어쩔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회장님, 회장님께서는 제가 먼 날까지 생각하신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니 어떤 대응이라도 내놓아야 합니다.”
먼 날은 내가 정치에 입문하는 일을 의미할 것이다.
“먼 날을 위해서 작은 일에 흔들릴 것은 없습니다. 청와대가 나를 동지로 생각한다면 어떤 입장이라도 밝힐 테니까요.”
그러고 보니 국내에서 나를 비난하는 여론이 형성되어 시위까지 진행되고 있다면 청와대도 그 사실을 인지했을 것이다. 그러니 어떻게든 조치를 할 것으로 판단이 된다.
따르릉, 따르릉!
그때 내 휴대전화가 요란하게 울렸다.
‘각하께서도 양반은 못되시겠군.’
내가 대통령을 떠올리고 있는데 국제전화가 걸려왔다. 물론 내게 전화를 건 존재가 청와대의 주인일 수도 있고 그게 아니면 스미스일 수도 있고 또 그게 아니면 내 아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이니 아마도 청와대일 가능성이 클 것 같다.
딸깍!
“전화 받았습니다. 백범입니다.”
분명한 것은 최대한 빨리 발신 번호 확인을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에……!
추임새를 통해서 대통령이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예, 대통령 각하.”
-무슨 의도입니까?
단도직입적으로 내게 묻는 대통령 각하시다.
“위령비에 가서 베트남 참전 용사들의 명복을 빌었고 또 전쟁에 피해를 입은 모든 이들의 명복을 빌은 겁니다.”
-그렇다고 해도 국내 여론이 좋지 않소이다. 특히 베트남 참전 군인단체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소.
그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알고 있습니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일본 정부가 저를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바로 반응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으음……!
“이것은 일본이 한일공동개발구역을 독식하겠다는 증거로 해석할 수 있고 그에 대한 대응입니다.”
-정말 그렇게 생각을 합니까?
“예, 그렇습니다. 한일공동개발구역에 매장되어 있는 유전은 사우디아라비아에 매장되어 있는 석유의 10배 이상이라고 합니다. 개발만 된다면 대한민국은 거대한 산유국이 됩니다.”
-물론 일본도 마찬가지겠죠?
“그렇습니다. 그것을 독식하려고 이러고 있는 겁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소. 하여튼 내가 조치를 취하겠소.
“예, 감사합니다.”
-큰일을 하느라 고생이 많소.
처음으로 대통령 각하께서 내게 고생한다고 말씀을 하셨다.
‘돈 버는 일입니다.’
물론 국가를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감사합니다. 각하!”
-끊읍시다.
뚝!
이렇게 대통령에게도 전화를 받았다.
“회장님.”
전화 통화를 끝내자마자 박태웅 상임이사가 나를 불렀다.
“더 할 말이 있습니까?”
“이번 일을 미국에서 반응한다면 문제가 커질 수도 있습니다.”
부시의 공화당은 보수다. 이건 다시 말해서 베트남 참전 용사 단체들이 지지하고 있다는 의미기도 했다.
“그 부분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미국은 어떻습니까?”
“아직은 잠잠합니다.”
“그럼 이것으로 일본이 준비한 공격이라고 확신할 수 있겠군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박태웅 상임이사다.
“스미스가 준비한 거라면 미국부터 난리가 났을 테니까요.”
하여튼 나는 절대 쉽지 않은 베트남 전쟁을 건드린 것이다. 그리고 일본이 나를 적극적으로 감시하고 있다는 증거를 확보했다.
“걱정되지 않으십니까?”
“걱정은 걱정밖에는 남는 것이 없습니다. 그러니 걱정 안 합니다.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하면 그만이니까요.”
그러고 보니 곧 미국 대통령 선거다.
‘부시가 꼭 당선이 되어야 한다.’
물론 내가 아는 미래의 기억은 부시가 다음 대통령이 된다. 그리고 현재 일본 정부는 내가 그랬던 것처럼 일본 기업인을 이용해서 앨 고어 부통령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고 그 일 때문에 친일 쪽에 가까운 부시가 일본 정부를 괘씸하게 생각하고 있는 상태다.
“늦은 밤입니다. 쉽시다.”
“예, 알겠습니다.”
박태웅 상임이사가 내게 묵례를 하고 특실을 나갔다.
* * *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백범과 통화를 끝낸 대통령은 자신을 보고 있는 문재한을 바라봤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금까지 대한민국 정부는 과거사를 청산하기 위해 일본 정부에 항상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베트남 전쟁에 대한 사과를 베트남 정부에 한 적은 없습니다.”
“보수 진영들의 질타를 청와대에서 다 맞으라는 겁니까?”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사는 청산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문재한의 말에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요. 마침 잘됐군요. 다음 주에 동남아시아 순방이 있지요?”
“그렇습니다.”
“첫 순방 국가를 베트남으로 정해야겠습니다. 베트남 정부에 전달하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이렇게 하면 백범 회장이 신의주경제특구를 더 빨리 추진하겠지요?”
“그럴 것입니다.”
결국, 대통령으로서는 남북협력밖에는 없었다. 그리고 대한민국 대통령 중에서 최초로 북한을 방문한 대통령으로 동북아시아의 평화에 이바지한 대통령으로 기록되기를 희망하고 있었다.
‘누구에게나 각각의 욕망이 존재하는군……!’
문재한은 그런 생각을 하며 대통령을 담담히 바라볼 뿐이다.
* * *
이틀이 지났고 나는 베트남 중앙정부 청사에서 비공식 만남을 통해서 제의한 모든 것들을 공식적인 조약 아닌 조약으로 체결까지 끝냈다.
“서로에게 합리적인 결과가 창출되기를 기대합니다.”
베트남 총리는 내게 악수를 청하며 말했다.
“제가 말씀을 드린 그대로 될 것입니다.”
“나도 그렇게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하여튼 베트남에 자본이 진출하는 것은 이렇게 성공적으로 시작이 됐다. 그리고 앞으로 내가 투자한 자본이 베트남의 경제를 발전시킬 것이고 그에 따른 이익을 내가 가지게 될 것이다. 물론 베트남 정부도 또 베트남 국민도 경제 발전의 이익을 누리게 될 것이다.
‘나눈다!’
독식이 아니라 나누는 것이 이익으로 돌아올 것이다.
* * *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한 국제공항 라운지.
베트남 정부와 조약 아닌 조약을 체결한 지 이틀이 지났고 나는 다음 행보를 위해서 필리핀으로 갈 생각이다.
‘필리핀은 10억 달러면 충분하겠지.’
비리가 일상인 곳에서는 승냥이들이 많고 그렇기 때문에 10억 달러면 필리핀이 가진 7,000개의 섬 중의 하나를 태양 컴퍼니의 소유로 만들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따르릉, 따르릉!
그때 내 휴대전화가 요란하게 울렸다.
‘왔다!’
이번 전화는 스미스일 확률이 아주 높다.
딸깍!
“태양 컴퍼니 대표 백범입니다.”
나는 의도적으로 영어로 나를 밝혔다.
-제가 전화하기를 기다리신 겁니까?
역시 전화기에 들린 목소리는 스미스다.
“제안했으니 기다리는 것은 당연하죠.”
-당신이 제안한 것에 대해서 수장께서 만나기로 하……!
스미스가 수장이라는 말을 하다가 말꼬리를 흐렸다. 본능적으로 자신이 실언을 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결재권자가 나를 만나기로 했습니까?”
-그렇습니다. 언제가 좋겠습니까?
“나는 필리핀에서 일주일 동안 머물면서 사업을 진행해야 합니다. 일주일 후에 미국으로 날아가겠습니다. 어디로 가면 되겠습니까?”
-워싱턴입니다. 워싱턴 공항에서 차를 대기시켜 놓겠습니다.
드디어 유대 자본의 한 축인 존재를 만날 수 있게 됐다.
‘암살을 당할지도 몰라……!’
나도 모르게 인상이 찡그려졌고 내 표정이 어두워지는 것을 보고 박태웅 상임이사의 표정도 어두워졌다.
“알겠습니다. 끊습니다.”
뚝!
나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
“스미스입니까?”
“나를 만나겠답니다.”
“모든 상황에 대비하겠습니다.”
내가 생각하면서 인상을 찡그렸던 부분을 박태웅 상임이사도 생각한 것이다.
“어디인지 파악을 끝냈겠죠?”
스미스는 자신이 결정할 수 없는 일이기에 직접 주인을 찾아갔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쥐새끼를 태양 컴퍼니의 직원들이 미행했을 것이다. 그러니 위치는 이미 파악했을 것으로 나는 판단하고 있다.
“워싱턴 외곽 지역에 있는 저택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필리핀 일정을 앞당겨서 3일 이내에 사업 진행을 끝내야겠군요.”
스미스가 준비한 차를 타고 갈 것이 아니라 나는 바로 그 저택으로 가서 초인종을 누를 생각이다.
‘담판을 지어야 한다.’
어떤 측면에서는 세계 이분지계의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제갈공명이 천하삼분지계를 계획했던 것처럼!’
유대 자본의 한 축과 나는 손을 잡고 세계에서 얻어지는 이익을 나눠야겠다.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동북아시아는 내가 가진다!’
나머지는 나와 손을 잡을 세력이 해 먹으라고 해볼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