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2
212화 베트남 진출? (5)
일본 총리 집무실.
“백범이 베트남에 가서 베트남 전쟁 위령비에 헌화하고 묵념을 올렸다고?”
이제 백범은 일본 총리실의 시찰 인원이 됐다.
“그렇습니다.”
“베트남 전쟁을 반성한다는 의미겠지?”
“대한민국의 우익들에게는 그렇게 보일 겁니다.”
일본 총리의 특별 보좌관인 겐지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그렇다면 백범이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의 지지율을 하락시킬 수 있겠군.”
“예,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대한민국에 남아 있는 부역자들을 이용해서 언론화할 계획입니다.”
특별 보좌관 겐지의 말에 미소를 보이는 일본 총리였다.
“좋은 징조다. 그런데 백범이 왜 베트남에 투자하려고 할까?”
“태양 그룹의 동남아시아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삼기 위함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겐지의 보고에 일본 총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유럽 진출도 아니라 겨우 동남아 진출이란 말이지?”
“그렇게 보실 수도 있지만, 백범이 일본 기업들과 경쟁하겠다는 선전포고를 한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사실 동남아 지역은 일본 국적의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태였다.
“그렇군.”
“분명한 것은 그의 행보가 참으로 상상을 초월한다는 사실입니다. 비공식적으로 베트남 총리를 만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나눴을까?”
“태양 컴퍼니를 앞세운 자본 투자를 제의했을 겁니다. 현재 동남아 국가는 외환위기에 흔들리고 있으니까요.”
“그렇겠지.”
여기서 분명한 것은 백범이 베트남에서 한 행동에 일본 정부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고 이것은 백범이 일본 정부에 던져준 먹잇감과 비슷한 거였다. 유럽이나 다른 국가에서 은밀하게 준비하는 것들을 모두 숨길 정도로 아주 큰 먹잇감이었으니까.
“하여튼 대한민국 언론에 이 사실을 제공해. 그리고 물어뜯으라고 해.”
“예, 알겠습니다.”
특별 보좌관 겐지가 대답했고 일본 총리는 모처럼 사악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건 그렇고 그 망할 놈의 우도해양개발은 어디까지 진출했지?”
“한일공동개발 구역 북부 지역 1해리까지 접근한 상태입니다.”
“망할 것!”
바드득!
일본 총리는 사진으로 본 백범의 얼굴을 떠올리며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혹시라도 뭐래도 나온 것이 있나?”
“아직까지는 없습니다. 정확한 포인트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렇지. 해양 유전이나 가스전 개발이 쉬운 일이 아니지.”
“그렇습니다. 총리 각하.”
* * *
베트남 정부 총리 집무실.
베트남 총리가 백범을 만난 지 하루가 지났고 베트남 정부의 수뇌부들이 이곳에 모였다.
그리고 바로 긴급회의가 진행 중이다.
“막대한 투자 제의이기는 하지만 100년이나 공장용지들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것과 연이율이 20%라는 것은 가혹합니다. 거기다가 해양 유전 개발권과 가스전 개발권을 요구하는 것은 백범이라는 자가 너무 큰 것을 요구하는 겁니다.”
베트남 정부의 수뇌부 핵심 공산당원이 총리에게 말했다.
“유상 원조 100억 달러와 무상 원조 100억 달러, 거기다가 기술학교라고는 하지만 교육 시절 1,000개를 설립해 주는 조건이니 파격적인 조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본의 확보 없이는 경제 발전은 없습니다.”
“그래도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핵심 인원들의 의견들이 팽팽한 상태였다.
“과거 대한민국도 일본에 차관을 빌려서 경제를 발전시켰습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은 본국보다 후진국이었습니다. 또한, 필리핀보다도 후진국이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조건으로 일본에 차관을 받아와서 경제를 발전시킨 겁니다. 그러니 감수할 것은 감수해야 합니다. 200억 달러입니다. 기기다가 태양 그룹이 현재 공장들도 베트남에 건설하겠다고 약속을 했고 합작회사도 설립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이보다 더 좋은 제안은 없습니다.”
“안 됩니다. 베트남은 완벽한 사회주의 국가입니다.”
“그러므로 지금까지 경제 발전이 늦어지고 있는 겁니다. 현재 외국 자본을 받아들이고 시장 경제를 부분적으로 도입하기로 결론을 낸 상태에서 이보다 더 좋은 제안은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현재 선진국들은 대부분 중국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값싼 노동력도 확보할 수 있고 거대한 인구 때문에 그 자체로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누구도 본국에 투자를 제의한 곳은 없었습니다.”
“일본이 있지 않습니까?”
대한민국에도 친일파가 있듯 베트남에도 친일파가 존재했고 또한 친중파가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
“일본 기업이 학교를 지어줬습니까? 병원을 지어주겠다고 했습니까? 대한민국의 백범 회장은 투자도 해주고 학교도 지어주고 기간사업 시설도 확충해 주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기간사업 확충이 아니라 원조받은 자본으로 본국에서 확충하라는 것 아닙니까?”
“기간 시설이 확충되고 물류가 활발하게 이동할 수 있게 되면 다른 기업들도 투자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아마 모두가 태양 그룹과 태양 컴퍼니를 지켜보게 될 겁니다.”
“다 좋습니다. 해양 유전 개발 사업권과 가스전 개발 사업권을 그냥 주자는 겁니까?”
“석유 화학 공단과 정류시설을 확충해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것은 개발에 대한 이익을 본국과 나누겠다는 의미입니다. 지금은 비록 무리한 요구처럼 보이지만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두 의견이 팽팽했다.
“모두 내 이야기를 좀 들어 주십시오.”
지금까지 아무 말도 없던 베트남 정부의 총리가 설전을 펼치고 있는 두 축을 보며 말을 꺼냈다.
“나는 다른 것은 모르겠소. 경제 전문가들이 내게 한 말은 백범 회장의 제안은 독이 든 성배라고 했소이다. 그 말의 의미는 독이 들었지만 우리 처지에서는 기꺼이 마셔야 할 성배라는 의미라고 생각을 합니다.”
“독이 든 성배라…….”
“아마도 백범 회장이 요구한 것들을 우리 정부가 수락하게 된다면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화교가 경제를 장악한 것처럼 한국인들이 베트남 경제를 장악하게 될 겁니다.”
“예, 그렇습니다. 제가 그 말씀을 드리고 싶었던 겁니다.”
“하지만 조금은 다를 수도 있을 것 같소.”
“백범 회장의 행보는 다를 수도 있다고 하셨습니까?”
“그렇소. 내게 따이한에 대해 말했소. 따이한이 누구입니까? 베트남 여자들이 낳은 아이들이오. 그들이 어쩌면 성장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들은 누가 뭐라고 해도 베트남 국민입니다.”
따이한의 의미를 새롭게 생각하는 베트남 총리였다.
“본국의 경제를 장악하는 앞잡이로 따이한을 생각하는 겁니다.”
“그럴 수도 있지요. 하지만 우리가 이렇게 동남아시아에서도 낙후한 개발도상국의 처지를 돌파하지 못한다면 백범 회장이 말한 것처럼 아리따운 본국의 아가씨들이 돈에 팔려서 대한민국으로 또 일본으로 또 대만으로 매매혼을 하게 될 겁니다. 그것은 전쟁에서 패하는 것보다 더 가슴 아프고 참담한 일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으음…….”
“현재 본국은 빈부의 격차가 크지 않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백범 회장은 베트남 전국에 대한 균형 발전을 내게 이야기했소. 최소 10개 이상의 특별 공업 도시를 건설하겠다고 했소. 그리고 그 공업 도시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복지를 제공한다고 했소. 독이 든 성배라는 것을 알지만 거부할 수는 없는 일이지 않습니까?”
“아……!”
“내가 앞으로 일어날 부정적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겠소. 인민들이 나를 질타한다면 받아들이겠소. 그렇게 해서라도 본국의 경제를 성장시켜야 합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번 기회를 이용해서 우리도 대한민국이 동북아시아의 맹주로 성장하고 있는 것처럼 동남아시아의 맹주로 성장합시다.”
베트남 총리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것에 대해서 자신이 책임을 진다고 했으니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이고 이것은 공산주의 국가에서만 가능한 일일 것이다.
“예, 따르겠습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감수할 것은 감수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의견이 하나로 모이는 순간이었다.
“모레 태양 그룹과 태양 컴퍼니의 회장과 공식적으로 투자 개발 계약에 서명하겠소.”
전혀 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해야 할 것이다.
하나의 국가가 하나의 기업과 계약이라는 이름으로 조약 비슷한 것을 체결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으니까. 그리고 앞으로 백범은 더 많은 국가들에 이런 제안을 하게 될 것이고 성공시킬 생각일 것이다.
* * *
특급 호텔 스위트룸.
‘돈이 문제야……!’
베트남에 200억을 투자하는 일은 내게도 사실 무리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가 없다.
‘911을 이용해서 자본을 확보해도!’
최대 3000억 달러 정도일 것으로 판단한다. 그리고 기존에 내가 가진 재산을 더한다면 4000억 달러다. 물론 미국 현지에서 또 대한민국 현지에서 기업 활동을 하는 기업들은 내 재산에 제외한 상태지만 신벽란도 프로젝트를 위해서는 최소 1조 달러까지 필요할 것으로 나는 판단하고 있다.
‘결국에는……!’
스미스를 이용해서 유대 자본과 손을 잡아야 할 것이다.
‘돈이 문제가 아니지…….’
그들이 가진 영향력까지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사하라 사막 녹지화 사업도 착수할 수 있고 미군도 서사하라에 파병할 수 있을 것 같다.
똑똑!
그때 노크가 들렸다.
‘결과가 왔군.’
베트남 정부가 빠르게 움직인 것이다.
노크와 함께 박태웅 상임이사와 베트남인이 들어왔다.
“베트남 정부의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 왔습니다.”
박태웅 상임이사가 담담한 어투로 내게 말했다. 그런데 그의 표정이 살짝 어둡게 보였다.
‘대한민국에서는 난리가 났구나.’
내가 전쟁 위령비에 참배한 것이 보도가 된 모양이다.
‘이것을 통해서……!’
나머지 부분은 숨길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일본 정부에서 나를 감시하고 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게 됐다. 물론 박태웅 상임이사의 보고를 들어봐야 하겠지만 말이다.
“어떤 결정을 내리셨습니까?”
나는 베트남 남자를 보며 물었고 내 말을 같이 따라 들어온 통역관이 베트남 남자에게 통역해줬다.
“저는 베트남 경제 장관입니다. 베트남 정부는 공식적으로 태양 컴퍼니와 태양 그룹의 투자 제의를 수락하는 회담을 추진하고자 합니다.”
베트남 경제 장관은 회담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말했다.
“회담이라고 하셨으니 조약이 되겠군요.”
“그렇게 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제 조건을 모두 수용하신다는 말씀입니까?”
“그렇게 결론이 났습니다.”
원하는 것을 모두 원하는 순간이다.
“공식적인 계약체결은 언제입니까?”
“모레입니다.”
역시 베트남 정부는 독이 든 성배를 마시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모레 뵙겠습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 베트남 경제 장관에게 손을 내밀었고 그는 내 손을 꽉 잡았다.
“우리 집안이 선두 주자가 되어서 모두가 발전하고 이익이 되는 결과를 만들어 냈으면 좋겠습니다.”
꼭 이런 것들이 있는 법이다.
‘기회주의자군.’
물론 내게는 달가운 일이다.
“먼저 손을 내밀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적극적으로 고려하겠습니다.”
내 말에 경제 장관이 미소를 보였다. 그리고 바로 악수를 끝내고 내게 머리를 숙였다.
‘돈의 힘이다.’
세상 어디에도 돈을 힘을 능가할 힘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또 한 번 알게 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