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졸부 집 망나니-209화 (209/415)

# 209

209화 베트남 진출? (2)

“따이한……!”

내 말을 들은 박태웅 상임이사는 놀랍다는 눈빛으로 나를 봤다.

“베트남에서 멸시를 당하면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따이한 들이 수가 20만이 넘는다고 보고를 받았습니다.”

따이한은 대한민국 남자와 베트남 여자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를 비하하는 단어로 베트남에서 쓰인다.

베트남 전쟁에서 많이 만들어졌고 그렇게 태어나서 멸시를 받으며 베트남에서 살고 있다. 그렇기에 자신의 존재를 알면서도 외면하고 있는 아버지들에 대한 증오가 사무치는 존재들이 바로 따이한들이다.

“그 말씀은?”

“20년 후에 내가 인재로 만든 따이한들이 베트남 경제 아니 모든 분야에서 베트남을 움직이게 될 겁니다. 이게 내가 생각하는 베트남 장악 계획입니다.”

“그 말씀은 베트남 투자 이외에도 추가적인 자금이 투입될 거라는 의미로 해석해도 되겠습니까?”

“물론 추가자금이 투입되어야 하겠죠. 베트남 시골 오지에 국제학교도 설립해야 하고 기숙사도 설립해야 할 테니까요.”

“베트남의 교육부터 장악하시겠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렇습니다.”

과거 서구 열강들은 약소국을 식민지화하기 위해서 제일 먼저 선교사들을 보냈고 그들로 하여금 소외당한 계층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는 도구를 만들었고, 그런 교육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은 자신들을 교육한 서구 열강들에게 우호적이도록 세뇌를 받았었다.

‘나도 그렇게 할 것이다.’

막대한 자금과 또 오랜 세월을 통해서는 그런 것들을 완성할 수 있을 거라는 것이 내 판단이니까.

“당장에는 효과는 없겠지만 내가 설립한 베트남의 사립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모두 내게 우호적일 것이고 대한민국에 우호적으로 변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그렇게 우수한 교육을 받은 베트남 사람들은 엘리트층이 되어 베트남의 모든 분야를 장악하게 될 겁니다.”

“이것을 베트남 총리가 알게 되면 기겁하겠군요.”

“짐작은 하겠지만 거부하기 힘들 거라고 판단하고 있소.”

“그 말씀은?”

“결국, 베트남 사람들이 더 좋은 교육을 받고 그 사람들이 베트남의 경제를 일으키게 될 테니까.”

어떤 측면에서 내가 베트남에 추가자금을 투입해서 사립학교를 설립하는 것은 독이 든 성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래도 베트남 총리는 내 제안을 수락할 것이다.

‘마실 수밖에 없는 독이 든 성배이니까.’

결국, 베트남인이 성장하는 것이니까.

“너무 야망이 커지신 것 같습니다.”

“베트남은 동남아의 중심입니다. 베트남을 장악해야 중국에 대항할 수 있고 동남아를 장악할 수 있습니다.”

베트남은 중국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다. 이것은 다시 말해 국경 무역이 가능하다는 의미고 누가 뭐라고 해도 베트남은 사회주의 국가이니 중국과 원활한 무역이 진행될 수 있다. 그러니 투자해 볼 가치는 충분한 것이다.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베트남 전국에 1,000개 이상의 사립학교를 설립합니다.”

내 말에 그저 기가 질린 표정으로 변한 박태웅 상임이사다.

“오늘의 우리처럼 베트남의 학생들은 쌀국수를 먹고 내가 세운 학교에 가서 교육을 받게 될 겁니다. 그리고 점점 더 대한민국과 나를 좋아하게 될 겁니다.”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박태웅 상임이사다.

“법인 설립 이전에 적임자를 찾아보겠습니다.”

“그럽시다.”

* * *

하노이에 있는 특급 호텔 스위트룸.

하루가 지났고 오늘은 베트남 총리와 비공식적으로 만나기로 한 날이다. 비공식적인 만남이기에 베트남 총리는 비서관들과 함께 내가 묵고 있는 스위트룸으로 왔다.

“안녕하십니까? 태양 그룹 및 태양 컴퍼니 회장인 백범입니다.”

베트남 총리도 알고 있겠지만 나는 베트남 총리에게 나를 소개했다.

“베트남 총리입니다.”

조금은 거만한 표정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베트남 총리다. 그리고 이것은 사회주의 국가에 존재하는 관료주의가 그대로 나타난 것이다.

“힘든 결정과 이곳으로 오신 것에 대해서 감사한 말씀을 드립니다.”

“막대한 자금을 본국에 투자하겠다는 의향을 전달받았기에 이렇게 왔소.”

“자리로 모시겠습니다.”

물론 내가 하는 말은 지금 베트남어를 할 줄 아는 통역을 통해 베트남 총리에게 전달하고 있다. 그리고 베트남 총리 쪽에서도 한국어 통역관을 대동하고 온 상태다.

하여튼 이렇게 내가 묵고 있는 특급 호텔 스위트룸으로 베트남 총리가 비밀리에 왔고 과거에도 앞으로 이런 일은 베트남의 역사에서 없을 것이다.

‘100억 달러의 힘이지.’

* * *

“태양 그룹과 태양 컴퍼니는 베트남이 동남아 국가 중에서도 가장 투자하기 좋은 국가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태국을 고려했었지만, 태국은 쿠데타가 자주 발생하고 국왕이 존재하는 국가이기에 투자부적격이라고 판단을 내렸습니다.”

베트남과 태국은 국가 감정이 좋지 않다.

역사적으로 그렇고 현재 관계에서도 그렇다.

“그렇소?”

“예, 본사가 생각하는 투자적격 국가는 안정적인 치안이 유지되면서 장기적으로 합의된 계획들을 지속해서 이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베트남은 사회주의 국가이기에 공산당이 모든 것을 관리하는 국가다. 그런 정치 상황에서도 중국처럼 시장경제를 도입하고자 한다. 물론 중국이 추진하는 시장경제와는 사뭇 다른 부분이 많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그런 부분이 내가 투자하기에 좋은 쪽으로 나타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거기다가…….’

중국보다 인건비가 더 저렴한 곳이 베트남이다.

“그래서 본사는 베트남에 투자를 진행하고 싶습니다.”

물론 여기까지는 베트남 총리도 보고를 받은 사항이다.

“좋습니다. 태양 그룹과 태양 컴퍼니가 생각하는 투자 방향은 어떤 것입니까?”

이제부터는 구체적인 이야기가 진행되어야 한다.

“예, 태양 그룹과 태양 컴퍼니는 각각의 베트남 현지 법인을 설립해서 개별로 투자를 진행할 생각입니다.”

“그래요?”

하나의 투자가 아닌 두 회사의 투자를 진행하고 싶다는 말에 눈빛이 달라지는 베트남 총리다.

“그렇습니다. 우선 태양 그룹은 태양 그룹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제품 생산 기업들의 제2공장들을 베트남에 설립할 계획입니다.”

내 말에 놀란 눈빛을 보이는 베트남 총리다.

“우선 태양모터스의 본사를 베트남에 설립하고 공장들을 건설할 계획입니다.”

“태양모터스?”

“예, 그렇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오토바이를 만드는 대양모터스를 인수했습니다.”

“그런데 왜 본사를 베트남에 설립한다는 겁니까?”

“동남아 국가와 중국만큼 오토바이를 교통수단으로 생각하는 곳도 없으니까요. 추가로 대한민국의 삼만리 자전거라는 자전거 제조회사의 공장도 베트남에 설립할 계획입니다.”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베트남 총리다. 하지만 그 정도의 공장 설립과 투자 제의를 듣자고 자신이 비공식적으로 이곳에 왔다는 것이 살짝 짜증이 나는 눈빛을 보이는 그였다.

“만족스럽지 않으시겠죠?”

“내가 알기로는 대한민국의 오토바이 시장은 일본 기업들이 장악해서 더는 확장할 수 없다는 보고를 받았소. 그러니 어쩔 수 없이 베트남에 진출하는 것 아닙니까?”

“그런 측면도 있습니다.”

“그러니 베트남 정부와 베트남 국민들에게는 크게 이로울 것이 없을 것 같소.”

“그럴 것입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1등 전자회사인 태양전자가 베트남에 반도체와 전자제품 생산 공장을 설립한다면 많은 부분이 달라질 겁니다.”

“태양, 태양 전자의 현지 공장을 베트남에 설립한다고 했소?”

태양 전자라는 말만으로도 입이 쩍 벌어지는 베트남 총리다.

“그렇습니다. 현재 반도체 산업은 대만과 일본 그리고 대한민국이 미래 산업으로 성장시키고 있는 상태입니다.”

다시 말해 공업화 및 첨단화에 뒤진 베트남으로서는 꿈도 꿀 수 없는 미래 산업이라는 소리다.

“반, 반도체!”

“그렇습니다. 태양전자의 반도체 생산의 한 축을 향후 5년 이내에 베트남 공장에서 담당하게 될 겁니다. 또한, 전폭적인 투자를 약속하면서 기술 이전도 약속하겠습니다.”

이것은 베트남 정부의 태도에서는 파격 그 자체일 수밖에 없다.

“정, 정말입니까?”

“제가 거짓말을 하기 위해 베트남 총리 각하를 이곳까지 모셨겠습니까?”

“그러시겠지만 정말 반도체와 전자제품 생산 기술을 이전해 주실 수 있습니까?”

“이전해 드리겠습니다. 태양전자 베트남 법인이 설립된 후에 태양전자와 베트남 정부가 합작해서 또 다른 전자회사를 설립해서 기술 이전을 추진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 회사들이 베트남과 동남아 지역의 전자업계를 장악하게 만드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아……!”

여기서 내가 말하지 않은 것은 베트남 정부와 합작으로 만들 회사가 설립될 때 자금과 땅을 내놓으라는 소리다.

‘그 자금은 태양 컴퍼니에서 대출해 주지.’

태양 컴퍼니에서 차관으로 대출해 준 돈을 다시 합작 회사 설립을 통해서 회수할 생각이다.

“제 계획이 이제는 마음에 드십니까?”

“물, 물론입니다. 그렇게만 해준다면 본국은 동남아 지역에서 가장 빠르게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는 국가로 거듭날 것이오.”

“그럴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거기다가 조금 더 놀라실 제안을 제가 해드리겠습니다.”

“다른 투자 제안이 또 있습니까?”

나를 바라보는 베트남 총리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예, 그렇습니다. 현성자동차라고 들어는 보셨을 겁니다.”

내 말에 베트남 총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동남아 지역 국가들은 자체 기술만으로 자동차를 생산하는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대부분 일본 국적의 자동차 회사들이 자동차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태다.

“혹시, 현성 자동차도?”

“현성 자동차도 동남아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 베트남에 투자하기로 제게 약속했습니다.”

물론 현성 자동차만이 아니다. 곧 기업 해체가 이루어질 대후자동차도 매물로 나오면 내가 인수해서 베트남에 본사를 둔 자동차 생산 회사로 만들 생각이다.

“아!”

그저 입이 쩍 벌어지는 베트남 총리다.

“태양 그룹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모든 기업은 대한민국에 1공장을 두고 베트남에 동남아 진출을 위한 2공장을 설립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합작 회사도 설립하게 될 겁니다.”

내가 베트남 총리에게 말했고 베트남 총리가 데리고 온 경제전문가로 판단되는 중년의 남자가 베트남 총리에게 귓속말로 무엇인가를 말했다. 그러자 베트남 총리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군.’

한마디로 현재 베트남 총리는 좋다가 말았다는 표정이다.

“백범 회장.”

“예, 총리 각하.”

“합작 회사를 설립하기 위해서는 본국의 정부도 합작을 위한 자금을 당신에게 제공해야 하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또한, 공장 설립을 위한 용지도 제공하셔야 합니다.”

내 말에 베트남 출신 경제전문가가 베트남 총리에게 다시 귓속말로 말했다.

“우리는 합작 회사 설립 자금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대안이 있으실 겁니다. 베트남 정부에서 대안이 없다면 제가 가지고 온 대안을 들어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고 판단이 됩니다.”

이제부터는 신벽란도 프로젝트에 대한 운을 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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