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졸부 집 망나니-208화 (208/415)

# 208

208화 베트남 진출? (1)

베트남 하노이에 있는 위령탑 앞.

론스타 펀드 서울 지부 담당자인 스미스를 만난 지 일주일이 지났고 나는 베트남 총리와 접견을 위해 하노이로 날아왔다. 그리고 나는 지금 하노이 공원에 설치된 위령탑 앞에 서 있다.

‘보고 있겠지.’

베트남 현지에서도 내 행보를 주시하고 있겠지만 대한민국의 우익단체들도 어쩌면 내 행보를 주시하고 있을 것이다.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지.’

나는 베트남에 투자하기 위해 베트남을 방문한 상태고 내일 비공식적으로 베트남 총리를 만나기로 되어 있다. 그러니 베트남 정부 총리실에서는 내가 베트남에 도착해 있는 사실을 알고 있을 테고, 나를 은밀히 주시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 베트남 전쟁 위령탑 앞에서 남들이 보란 듯 내 손에 들려 있는 국화 다발을 위령탑 앞에 놓고 묵념을 시작했다.

‘가혹한 전쟁에 죽은 모든 이들의 명복을 빕니다.’

나는 속으로 뇌까린다.

전쟁은 죄악이다. 그리고 그 전쟁에서 희생된 모든 이들은 가여울 뿐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과 함께 내 행보가 베트남 정부의 총리에게 어떻게 보일지가 중요하다.

‘투자지만 결국은 자본 침투지…….’

그러니 내가 하는 투자 사업들이 베트남에 자본 침투가 아니라 상생처럼 보이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오늘 내가 베트남 위령탑 앞에서 이렇게 헌화하고 묵념을 하는 행보는 대한민국으로 돌아가서 일제 강점기에 강제적으로 성노예가 된 소녀들을 위한 소녀상 건립과 강제징용자들까지 기억하는 징용자 동상을 만드는 명분을 만들 참이다.

“회장님……!”

내가 묵념을 끝내자마자 미리 베트남에 도착한 태양모터스 회장의 장남이 나를 불렀다.

“예, 차지철 이사님.”

나는 이곳에 박태웅 상임이사와 함께 왔고 태양모터스 회장의 장남인 차지철과 함께 움직일 생각이다.

“보는 눈이 많습니다.”

베트남에서 나를 보는 눈도 많겠지만 대한민국에서 내가 베트남까지 와서 처음 한 일이 위령비에 묵념하는 일이라는 게 알려지면 그에 따른 후폭풍이 일어날 거라고 말하는 그였다.

“그렇죠, 많을 겁니다. 모두가 보라고 그러는 겁니다.”

“이러실 필요까지 있겠습니까?”

차지철 태양모터스 이사가 내게 되물었다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일이고, 또 사람이 하는 일에는 마음이 담기는 법입니다. 저는 베트남에 사죄한 것이 아니라 전쟁에 희생된 모든 분의 명복을 빌었습니다. 그 대상에는 베트남인도 있을 것이고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나 어쩔 수 없이 조국을 위해 파병된 국군장병도 있습니다. 전쟁은 그 자체로 슬픈 일이니까요.”

어떤 측면에서는 베트남 전쟁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아픈 역사일 것이다. 그리고 그 아픈 역사 때문에 대한민국은 또 한 번 전쟁 특수를 누리며 경제성장의 만들어낸 것이다.

‘자본 침투와 함께 상생을 이룬다.’

앞으로 베트남이야말로 태양전자와 태양모터스, 아니, 내가 가진 모든 생산 기업들의 공장이 세워질 곳이 될 테니까.

“그러십니까?”

“예, 그렇습니다. 당신의 아버님께 말씀을 드린 것처럼 저는 베트남에 10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이제부터 베트남의 경제성장률은 저의 결심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내 엄청난 포부를 들은 차지철 이사는 그저 놀랍다는 눈빛을 보였고 지금까지 아무 말도 없는 박태웅 상임이사는 나에 대한 새로운 모습을 봤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박태웅 상임이사.”

“예, 회장님.”

“준비하라는 것은 어떻게 됐습니까?”

“전국 36개소의 용지를 매입해 놨습니다.”

일제 강점기는 36년이다. 그러니 나는 전국 36개소에 일차적으로 일본 정부가 기겁할 수 있도록 소녀상과 징용자 동상을 설치할 생각이다.

“잘하셨습니다. 대한민국에 있는 모든 사립학교에 태양 그룹의 이름으로 공문을 발송하십시오.”

내 지시에 박태웅 상임이사는 내 지시가 너무 과하다는 눈빛을 보였다.

“모든 사립학교에 말입니까?”

“예, 그렇습니다. 그 학교 용지에도 소녀상과 강제징용자 동상을 설치하고 싶습니다.”

“갑자기 왜 민족주의자가 되셨습니까?”

정곡을 찌르는 핵심 질문을 내게 던지는 박태웅 상임이사다.

“돈이 될 것 같으니까요.”

“돈……!”

“태양 그룹은 앞으로 민족주의 그룹으로 거듭날 겁니다. 제 조부께서 독립운동가이시지 않습니까.”

할아버지의 존함을 다시 팔아먹고 있는 나다. 사실 지금도 태양 그룹은 선우 재단과 관순 재단 때문에 재벌 중에서 대한민국 국민에게 제일 욕을 적게 먹는 재벌 그룹이다.

‘돈은 악착같이 개처럼 벌고…….’

선우재단과 관순재단을 통해서 정승처럼 쓰고 있다.

“국민감정을 이용해서 동네북을 만들 참입니다. 그런 행보를 이어가면서 내일을 준비할까 합니다.”

“내일……!”

내 말에 박태웅 상임이사가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였다.

“그렇습니다. 오늘의 행동들은 모두 내일을 위한 준비입니다.”

“정치를 생각하십니까?”

내 나이 이제 서른둘이다.

“오늘은 행동하고 내일 할 이야기는 내일 합시다.”

“알겠습니다. 바로 태양 그룹 전략 기획실상에 지시하겠습니다.”

아마 이 사실을 일본 정부가 확인하게 된다면 놀라 자빠질 일이 될 것이다.

‘내가 하는 행동이 끝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내가 가진 돈을 이용해서 진짜 끝이 무엇인지 보여줄 생각이니까.

“그렇게 하세요.”

* * *

베트남 정부 총리 집무실.

“태양 컴퍼니 회장이 위령탑에 헌화하고 묵념을 했다고?”

베트남 총리는 백범이 예상한 그대로 백범을 지켜보고 있었다.

“예, 그렇습니다. 헌화했고 묵념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그곳에 꽤 오래 머물었습니다.”

“우리가 보라고 그렇게 한 모양이군.”

베트남 총리는 묘한 미소를 보였다.

“그런 것 같습니다. 총리 각하의 환심을 사고자 그렇게 한 것 같습니다.”

“내 환심을 사려고 그랬겠어. 베트남 인민들이 지켜보고 있으니 그렇게 행동한 것이지.”

“그 말씀은……?”

“대대적으로 투자할 모양이군. 우리 정부의 태도에서는 나쁠 것이 없지.”

미소를 다시 보이는 베트남 총리다.

“그런데 말이야, 패전국 국민이 승전국에 와서 사죄할 필요가 있을지 모르겠군.”

베트남 총리는 자신들을 승전국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것은 진실이다. 세계 최초로 초강대국 미국을 전쟁에서 이긴 국가는 베트남이니까.

“그렇습니다.”

“대한민국은 베트남에 사죄할 필요가 없다.”

“예.”

“내일 접견이 기대되는군.”

“예, 그렇습니다. 막대한 자금을 미리 투자하겠다고 이야기를 꺼냈으니 그 자금을 이용해서 경제발전에 사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베트남 총리의 경제 보좌관이 백범의 자금을 이용해 베트남 경제발전에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야겠지. 하지만 득이 있다면 실도 있겠지…….”

* * *

다윗연합의 본거지인 저택 비밀 회의실.

일주일 전 백범을 만났던 스미스는 백범을 만난 후에 바로 미국으로 날아와 다윗연합의 수장을 만나고 있었다.

“백범 회장이 손을 내밀었다?”

“예, 그렇습니다. 대한민국이 금지하고 있는 영리 병원 설립을 위해 협력하자고 제안해 왔습니다.”

“백범 회장은 거부라면 거부인데 영리 병원 설립을 위해 당신을 만났다?”

다윗연합의 수장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렇습니다.”

“우리와 손을 잡고 싶은 모양이군.”

다윗연합 수장은 미소를 보였다.

‘자신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고 있군…….’

다윗연합의 수장은 백범이 개인으로는 상상을 초월하는 재산을 가진 재벌이지만, 유대 자본이나 화교 자본 그리고 오일머니를 가진 중동 자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꿈이 큰 자다.”

“예, 그렇습니다. 지금까지의 행보들은 그저 놀랍기만 합니다.”

“그래, 마치 미래를 아는 것처럼 과감하게 움직이고 있어.”

물론 백범은 모든 사람이 믿을 수 없고 생각도 하지 못하겠지만 미래를 알고 있는 유일한 지구인이다.

“그렇지. 정말 단기간에 신화를 쓴 존재이니까.”

다윗연합 수장이 말한 그대로 백범은 거의 횟수로 3년 만에 거대한 부를 만들어낸 신화적인 인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렇습니다. 모든 투자가 과감하고 무서울 정도입니다.”

“그런 자가 우리와 손을 잡고 연합하고 싶다는 것은 그 어떤 존재를 부숴 버리고 싶다는 의미겠지.”

“아……!”

스미스는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화교 자본인가? 아니면 중동 자본인가?”

다윗연합 수장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현재 백범 회장은 베트남에 있습니다.”

스미스가 다윗연합 수장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화교 자본이군…….’

그런 생각을 속으로 하면서 다윗연합 수장은 사진으로 본 백범의 얼굴을 떠올렸다.

“영원한 동지가 될 수는 없지만 당장은 손을 잡아도 손해는 없겠군.”

“그러시다면 백범 회장의 제안을 수락하시는 겁니까?”

스미스가 조심히 되물었다.

“그래야겠지.”

“예, 그렇다면 백범 회장이 대한민국으로 복귀하면 바로 그의 제안을 수락하겠습니다.”

“그렇게 해.”

“예, 알겠습니다.”

“그가 나를 만나고 싶어 할 것이니 자리를 마련하게.”

“수장께서 직접 만나시겠다는 말씀입니까?”

“그래야겠어. 돈이 될 사람이니까. 하하하!”

* * *

베트남 거리.

나는 베트남 하노이 거리에 있는 쌀국수 노점 앞에 앉아 쌀국수를 시켰다.

“이런 곳에서는 비위생적입니다.”

박태웅 상임이사가 바로 인상을 찡그렸다.

“이것도 다 사람들이 먹으라고 만든 겁니다.”

나는 박태웅 상임이사를 보며 웃었다.

“회장님께서는 무엇이 궁금하신 겁니까?”

내게 질문을 던지는 박태웅 상임이사다. 그리고 현재 차지철 태양모터스 이사는 태양모터스 베트남 본사 사무실로 돌아간 상태다.

“베트남 전쟁이 이 베트남에 남긴 것이 많을 겁니다.”

“남긴 것이라고 하셨습니까?”

“잊혀가는 증오도 남겼을 것이고 만들어지고 있는 증오도 남겼을 겁니다.”

“만들어진 증오라고 하셨습니까?”

박태웅 상임이사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내게 되물었다.

“그렇습니다. 지금의 투자 진짜 이익은 최소 20년 후에 빛을 발하게 될 겁니다.”

“당장이 아니라 20년 후라고 하셨습니까?”

“그렇게만 된다면 최상일 겁니다.”

나는 동남아 지역에 뿌리를 내린 화교 자본처럼 베트남에 뿌리를 내릴 생각이고, 화교 자본들이 100년 이상 걸려서 이룩한 것을 20년 이내에 성공시키려고 계획을 수립한 상태다.

“회장님, 화교 자본처럼?”

“그렇습니다. 그렇게 베트남에 오래 뿌리를 내리게 할 생각입니다.”

“만들어지고 있는 증오라는 것은?”

박태웅 상임이사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나를 보며 다시 물었다. 요즘 자꾸 내게 되묻는 박태웅 상임이사고 이것은 내가 박태웅에게 계획하는 것을 예전보다는 많이 알려주지 않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따이한!”

베트남 전쟁과 함께 만들어진 증오.

그들의 증오는 대한민국 아버지들에게 향해 있겠지만 나를 통해서 나를 위한 베트남의 뿌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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