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졸부 집 망나니-207화 (207/415)

# 207

207화 영리사업인가? 자선 사업인가?

이틀 후, 서울 연서 대학병원 VIP 특실.

나는 이틀 전에 론스타 펀드 대한민국 지부의 책임자인 스미스에게 은밀히 만나자고 전달한 상태고 그를 이곳으로 불렀다.

‘이미 보고가 됐겠지.’

나는 론스타 펀드의 뒤에 유대 자본이 존재한다고 확신한다. 그래서 사실 두렵다. 유대 자본은 돈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하는 존재이니까. 그리고 그런 유대 자본들은 나를 언제부터인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백범이라고 합니다.”

스미스와 나는 이미 구면이다. 하지만 나는 연서 대학병원 VIP 특실로 온 스미스에게 정중하게 나를 소개했다.

“의외의 장소이군요. 아시는 것처럼 스미스입니다.”

“이곳만큼 완벽하게 보안이 유지가 되는 것도 없고 또 우리가 손을 잡을 곳을 만들어줄 곳도 없을 것 같아서 여기로 모셨습니다.”

“그런가요?”

“예, 그렇습니다.”

“나는 사실 백범 회장께서 나를 만나고자 하신다고 하셨을 때 당황스러웠습니다. 우리가 만날 이유가 있는지 궁금했고요.”

“이익 앞에서는 모두가 친구이지 않습니까?”

“이익 앞에서는……?”

현재 스미스의 표정은 물음표를 던지는 그 자체다. 그리고 왜 내가 자신을 이곳으로 불렀는지에 대해 궁금해하는 눈빛이다.

“그렇습니다. 이익 앞에서는 모두가 적이고 친구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는 적이었죠.”

론스타 펀드는 극동 건설을 넘겨받고자 할 때 나 때문에 실패를 했고 현재 극동 건설은 태양 건설로 거듭난 상태다. 또한, 2개의 은행을 넘겨받으려고 할 때도 나 때문에 실패를 했고 그에 따라 꽤 문책을 받았을 것이다.

-나중에는 강남지역의 부동산에도 투자하려고 했었습니다.

박태웅 상임이사가 내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물론 강남지역 부동산 투자도 내가 막았고 IMF 때문에 매물로 나온 대부분 강남지역 아니 서울 지역 급매물은 내가 다 흡수한 상태다.

“그랬다면 이제는 친구가 될 시간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

스미스가 이상한 눈빛으로 나를 봤다.

“이 대학병원에 들어오실 때 무엇을 느끼셨습니까?”

“왜 갑자기 그런 질문을 하시는 겁니까?”

“제가 가진 첫 번째 병원입니다.”

나는 연서대학병원을 인수했다. 연서 대학에 막대한 후원금을 제공했고 대학병원 전체를 차지했다. 물론 현재 대한민국의 법으로는 대학병원은 영리병원으로 전환할 수가 없다. 그러니 그런 제한을 스미스가 풀어주기를 원한다.

“이 병원이?”

스미스는 놀란 눈빛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저는 태양 생명의 최대 주주입니다.”

“태양 생명?”

“앞으로는 의료 과학이 발달해서 100세 시대랍니다. 앞으로 인류는 병원에서 태어나서 병원에서 죽게 될 겁니다. 그러니 앞으로는 병원만큼 돈이 되는 곳이 없습니다.”

내 말에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는 스미스다.

“그래서요?”

“내가 론스타 펀드에 태양 생명의 지분을 일부 양도하겠습니다. 그러니 영리병원법을 해결해 보시죠.”

적과 동침이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물론 현재는 내가 제안을 한 것이고 스미스는 아직 아무런 대답 없이 그저 놀란 표정을 지어 보일 뿐이다.

“으음…….”

“아직 감이 오지 않습니까?”

“결국은 태양생명을 더욱 크게 성장시키기 위해 연서대학병원을 인수했다는 말씀이군요.”

“빙고~”

“서울에 있는 연서대학병원 하나로는 해결될 문제가 아닐 건데요?”

“연서대학병원이라는 간판에 대학이라는 단어 하나만 빼고 체인화를 할 겁니다.”

“병원의 체인화?”

다시 한번 놀라는 스미스다.

“그렇습니다. 대한민국 전체에 50개 병원 체인을 설립할 생각입니다. 그곳에서 얻어지는 모든 환자의 신상정보는 태양생명으로 전달이 될 것이고 그 과정을 통해서 태양생명은 보험금 지급 리스크를 줄이게 될 겁니다. 어떻습니까? 이만하면 태양생명이 대한민국 최고의 생명보험회사로 성장한 후에 아시아 최대의 생명보험회사로 거듭나지 않겠습니까?”

“그럴 것 같은데 왜 내게 손을 내미는 겁니까?”

“내가 풀기에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대한민국 국민의 손가락질은 외국계 자본인 론스타 펀드가 먹으라는 소리군요.”

“태양생명의 지분 5%를 드리겠습니다.”

“내가 아는 론스타 펀드는 5%의 지분으로 만족하는 그런 사모펀드가 아닙니다.”

“그런가요? 그렇다면 얼마를 원하십니까?”

“10% 이상입니다.”

“그래요? 내가 성장시킬 태양생명은 향후 10년 이내에 아시아 최대의 생명보험회사가 될 것이고 그에 따라 3,000억 달러 규모의 회사로 성장을 할 것인데 600억 달러나 가지시겠다고요?”

“3,000억 달러 규모의 회사라고 했소?”

스미스는 내 말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사실 3,000억 달러 규모의 생명보험 회사로 만들겠다는 포부는 과한 면이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도 없는 상태다.

“왜 안 될 것 같습니까?”

“안 될 것 같습니다.”

“됩니다. 될 수밖에 없습니다.”

“어떻게 됩니까?”

“이미 제가 제주공항의 소유주가 됐고 제주도는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특별 행정구역이 됐습니다. 아시아의 돈 많은 부호들은 앞으로 제주공항을 통해서 입국할 것이고 또 제주도에 있는 연서병원에서 의료관광을 하게 될 겁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아시겠습니까?”

“으음…….”

“영리병원법만 통과시키는데 일조한다면 당신이 제안한 10%의 지분 양도도 나는 적극적으로 고려해 보겠습니다.”

현재 태양생명의 자본금은 50억 달러 규모다. 자본금 자체도 엄청난 상태고 운영하는 자금은 200억 달러 수준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정서에 영리병원법이 통과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군요.”

“어려운 일이니 당신에게 맡기는 것이고 그에 따른 막대한 수익을 보장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우리 이제는 얼굴 붉히는 적이지 말고 손잡고 갑시다.”

나는 스미스와 손을 잡고 싶은 것이 아니다. 스미스의 위에 있는 유대 자본과 손을 잡고 싶다.

‘실패해도 상관없다.’

스미스는 내 제안을 보고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유대 자본의 핵심이 나를 보고 싶어 할 것이다. 그런 다리 역할만 해주면 되는 것이다.

“아, 보고가 필요하겠군요.”

내 말에 스미스가 나를 처음으로 노려봤다.

“무슨 말씀입니까?”

“게토에 사시던 분들께서.”

나는 스미스를 보며 웃었고 스미스의 표정은 굳어졌다.

“소설을 씁니까?”

“현실은 소설보다 더하죠. 그리고 나에 관한 이야기를 한창 많이 하고 계시다고 추측합니다. 스미스 당신의 입장에서는 그분에게 보고하셔야 하지 않습니까.”

“으음…….”

“나는 손을 내밀었습니다. 그러니 이제 당신이 보고할 차례입니다.”

내 말에 스미스가 인상을 다시 찡그렸다.

“결국, 백범 당신에게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군요.”

자신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한 스미스였다.

“생각은 자유입니다.”

나는 이제 주사위를 던진 상태다. 그리고 이제는 주사위의 숫자가 무엇이 나올지만 기다리면 된다.

“알겠습니다. 내 역할에 충실할 수밖에.”

“병원까지 오셨으니 건강 검진이라도 받아 보십시오.”

나를 보며 묘하게 웃는 스미스다.

“나중에요. 제 역할에 충실해야 하니까요.”

스미스는 내게 말하고 돌아서서 병실 특실을 나갔고 그와 동시에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박태웅 상임이사와 내 비서실장을 하던 연서대학병원 이사장이 들어왔다.

‘병원에 왔으니.’

내가 생각했던 민간병원에 대한 사업 계획을 발표해야 할 때다.

“이사장님.”

“예, 회장님.”

“병원 이사장 생활은 어떻습니까?”

“하하하, 저는 병원에서 개밥에 도토리입니다.”

“그렇습니까?”

“이렇게 폐쇄적이고 권위적이면서 엉망진창인 곳은 처음 봤습니다. 제가 사업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외국계 병원들이 국내에 들어오면 모두 파산할 것 같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그대로를 말하는 병원 이사장이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 박태웅 상임이사를 봤다.

‘똥 씹은 표정이군.’

내가 대학병원을 자본으로 인수할 때부터 병원 관련 보고가 있을 때마다 저런 표정이었다.

“아직도 불만입니까?”

“예, 불만입니다. 전에도 말씀하신 것처럼 영리병원은 환자들에게 병원비만 가중시킵니다. 아직은 공론화가 되지 않은 성과급이 지급된다면 병원에 속해 있는 의사들은 비보험 의료 부분을 환자들에게 강요할 겁니다.”

“그거 좋은 생각이군요.”

“회장님!”

모처럼 나를 째려보는 박태웅 상임이사다.

“박태웅 상임이사. 당신은 나를 아직도 모릅니까.”

“알다가도 모를 분이 회장님이시죠.”

“그런가요. 그렇다면 병원까지 왔으니 내가 추진하는 병원 사업 부분에 대해서 오늘 발표를 하겠습니다.”

내 말에 병원 이사장은 주머니에서 녹음기를 꺼냈다.

“이사장님, 그건 무엇입니까?”

“무엇인가를 발표하실 때 너무 많은 것을 한 번에 말씀하셔서 기록한 후에 추진하려고 합니다.”

“그래요? 나는 녹음을 싫어하는데…….”

“아,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녹음합시다. 못 할 짓을 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박태웅 상임이사 이제부터 잘 들으세요.”

“……예.”

박태웅 상임이사는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연서대학병원에서 대학이라는 단어를 빼고 연서병원 간판을 달고 전국 50개 지역에 체인 병원을 설립합니다.”

내가 한 말에 바로 인상부터 찡그리는 박태웅 상임이사다.

“사업성이 없습니다.”

“병원 사업을 사업성으로 합니까? 제가 병원 사업으로 돈 벌겠다고 했습니까? 얻는 것이 있다면 국민에게 내놓는 것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태양생명으로 돈을 벌 겁니다. 그러니 태양생명의 밑거름이 될 연서병원은 자선 사업처럼 운영할 겁니다.”

“자선 사업이라고 하셨습니까?”

“이런 말을 하기는 참 그렇지만 대한민국은 어쩔 수 없이 서울 중심 국가입니다. 모든 분야가 서울에 집중해 있습니다. 특히 병원은 더 그렇습니다.”

“아…….”

“전국 50개 도시에 2차 병원급 이상으로 병원을 설립합니다. 그리고 그 연서병원들에서는 산부인과를 비롯한 시쳇말로 돈 안 되는 진료과를 위치시킬 겁니다. 특히 흉부외과 같은 과는 지방에는 거의 없다면서요?”

나는 병원 이사장을 봤다.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만듭니다. 서울에 올라오지 않고도 긴급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만들 겁니다. 또한, 연서병원에서는 중증외상센터도 신설할 겁니다. 병원 건물 옥상에는 항상 2대 이상의 의료헬기를 대기시킬 겁니다.”

이렇게 되면 대한민국 의료계가 나 때문에 변하게 될 것이다.

‘흉부외과를 지원하는 의사가 거의 없다고 했지…….’

50개의 병원에서 흉부외과가 만들어지고 외상센터가 신설된다면 외과를 지원하는 의사들은 많아질 것이다.

‘차후 10년 후에는……!’

내가 대한민국 의료계를 장악하게 될 것이다.

“회, 회장님…….”

박태웅 상임이사는 놀랍다는 눈빛을 보였다.

“박태웅 상임이사.”

“예, 회장님.”

“나한테 미안하죠?”

“예, 죄송합니다.”

“저는 돈 벌 자리, 돈 쓸 자리 따로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입니다.”

“예, 그 부분은 앞으로도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물론 병원으로도 돈을 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사장님.”

“예, 회장님.”

“제가 세울 연서병원들은 모두 대형화를 하십시오. 대형 주차장, 대형 장례식장 이런 식입니다.”

“아…….”

원래 비영리 병원들은 주차장으로 돈을 벌고 장례식장으로 돈을 번다. 물론 병원 내부에 입점해 있는 편의시설로도 돈을 번다.

“그리고 각 지역 병원들에 태양생명 사업소를 입점시키는 겁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거기다가 성형외과 헬스케어를 비롯한 각종 돈 되는 의료 서비스도 제공할 겁니다. 노인 간병 병동도 따로 세워야 할 겁니다. 그렇게 수익을 내야 산부인과를 비롯한 돈 안 되는 과들이 버틸 수 있을 테니까요.”

“예, 알겠습니다.”

“박태웅 상임이사.”

“예, 회장님.”

“이게 내가 돈을 버는 방법입니다.”

나는 설립하는 병원을 대형화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 그 대형화된 병원들은 엄청난 부지 위에 건립될 것이고 나중에 병원이 망해도 넓은 땅은 남게 된다.

‘병원 주변에…….’

건축 사업을 하면 2차 수익이 발생할 것이고 그것은 태양 건설이 담당하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 전체가 태양을 보며 태양 주변에 살게 만든다.’

이것이 내 국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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