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졸부 집 망나니-206화 (206/415)

# 206

206화 채굴을 시작하다? (4)

1999년 3월 24일 저녁 고급 한정식 식당 특실.

내 앞에 대양모터스 회장이 앉아 있고 내 제의를 들은 그는 놀란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태양 컴퍼니에 대양모터스를 넘기고 베트남에 진출하라는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국내 오토바이 사업은 일본 기업에 완벽하게 점령당한 상태입니다.”

“동남아라고 다를까요?”

“비빌 여지는 있죠.”

내가 이미 대양모터스의 지분을 상당히 보유하고 있기에 대양모터스 회장은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받은 상태다.

“으음…….”

“이미 대양모터스의 지분은 제가 후한 가격으로 매입해 드린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다 넘기고 베트남으로 가라?”

“앞으로 대양모터스는 태양모터스로 거듭나게 될 것입니다. 또한, 태양 컴퍼니의 자회사로 성장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저는 회장님께 약속합니다. 태양모터스는 동남아 오토바이 사장을 장악하는 최대의 모터사이클 회사가 될 겁니다.”

“자본의 힘으로 점유율을 높이자는 말씀이시군요.”

“그런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지도를 높일 방법은 제가 알고 있습니다.”

“그래요?”

대양모터스 회장은 궁금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봤다.

“예, 그 동네가 축구를 못 해서 그렇지, 축구를 미치도록 좋아하는 나라이지 않습니까.”

“그렇기는 합니다.”

나는 이 순간 스즈키 컵을 떠올리고 있다.

‘내가 아는 스즈키 컵은!’

아세안 축구 선수권 대회가 공식 명칭이지만 내가 아는 미래에서는 스즈키컵으로 불린다. 물론 현재 시점에서는 싱가포르의 맥주 제조 회사인 타이거 맥주가 대회 스폰서이기에 타이거컵이라고 불리고 있지만 말이다.

‘이익이 없는 곳에 일본 기업도 없다.’

일본 자동차 회사인 스즈키가 스폰서를 담당하고 있는 것은 동남아 전체를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태양모터스가 앞으로 아세안 축구 선수권 대회의 스폰서가 되어야 할 것이다.

“대양모터스가 태양모터스로 거듭난 후에 현재의 축구 대회를 동남아 최고의 국가대항전 리그를 만드는 겁니다.”

대회 상금도 어마어마하게 걸어볼 참이다.

“아……!”

“일명 태양 컵이라고 불리게 될 겁니다. 그런 과정에서 태양 컴퍼니의 인지도를 높이는 겁니다. 그리고 제가 곧 베트남 총리를 만나기로 되어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또 한 번 놀라는 대양모터스 회장이다.

“예, 베트남에 대대적으로 10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입니다.”

“100억 달러라고 하셨습니까?”

“그렇습니다.”

두 달 후면 대한민국의 종합주가지수가 800포인트까지 상승하게 될 것이다. 그런 상승을 통해서 나는 100억 달러의 이익을 거두게 될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나온 수익을 미리 앞당겨서 베트남에 투자할 참이다.

‘대후 그룹이 해체되면!’

대한민국 종합주가지수가 70포인트 정도 하락할 것이고 나는 종합주가지수 선물 옵션 투자에서 하락에 투자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추가로 200억 달러 정도의 이익을 더 거둘 수 있다는 것이 태양 컴퍼니의 전략실 분석이다.

“100억 달러의 자금을 투자받은 적이 없는 베트남이니 베트남 수상은 제가 원하는 그대로 움직여 줄 겁니다.”

“그래서요?”

“베트남 최대의 공업도시인 하이퐁에 태양전자와 태양모터스의 현지 공장을 설립할 겁니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베트남의 하이퐁은 베트남 북부의 항구 도시이며, 공업 도시이다.

또한, 베트남의 중앙 직할시 중 하나이며, 다낭, 껀터와 같은 국가급 중심도시이기도 하다.

‘물론 아직은 그 정도로 성장하지 않았지만……!’

내가 성장시킬 참이고 하이퐁을 베트남에서 세 번째로 큰 대도시로 만들 생각이다. 궁극에는 신벽란도 프로젝트에서 베트남의 핵심 도시로 만들 계획이며 중국 남부지역의 경제를 장악하는 교두보로 삼을 생각이다.

물론 100억 달러의 투자는 미끼다.

그리고 본질적인 내가 가진 목적은 베트남의 해양 영토에 대한 유전 개발권과 천연가스 개발권을 확보하는 일이다.

‘추가로 100억 달러의 총알을 더 장전해야겠지.’

이런 막대한 투자로 50년 동안 베트남의 해양 영토 일부 지역의 자원 개발권을 확보하는 것이 내가 추진하고 있는 궁극적인 목표인 신벽란도 프로젝트의 핵심인 셈이다.

“아…….”

“저와 함께 가시겠습니까? 베트남.”

“가야죠. 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베트남에 설립될 태양모터스의 지분 10%를 드리겠습니다.”

“10%라고 하셨습니까?”

“그렇습니다. 태양모터스는 미국 국적의 다국적 종합투자 회사인 태양 컴퍼니의 자회사가 될 것이고 또한 베트남 국영 합작 회사로 거듭날 것입니다.”

이것은 미국에 쓰려고 했던 작전이었다.

“태양모터스를 베트남 국영 합작 회사로 만드시겠다고요?”

“예, 그럴 참입니다. 그래야 더 많은 것을 얻죠.”

나는 베트남 정부에 태양모터스의 지분 30%를 제공할 참이다. 그리고 더 많은 이익을 얻어낼 참이다.

‘이익은 나눠야 더 많은 이익으로 돌아온다.’

베트남 정부의 태도에서는 내 제안은 악마의 유혹이나 다름이 없을 것이니 절대 거부할 수 없을 것이다.

‘베트남 지역의 항구 도시를 3개 이상 차지한다.’

그중에서 하이퐁과 다낭은 앞으로는 태양 컴퍼니의 왕국이라고 불리도록 만들 참이다.

하여튼 내가 추진하는 벽란도 프로젝트는 인천을 시작으로 제주도를 연결할 것이고 위로는 개성과 신의주 경제특구를 연결할 생각이다. 그리고 남으로는 제주도를 시작으로 대만과 베트남의 항구들을 연결한 상태에서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을 연결해 볼 참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1차 자원 확보지역으로 시드니를 생각하고 있고 그런 해양 경로는 나우루 공화국까지 연결할 예정이다.

물론 최종의 연결지역은 당연히 사하라 녹지화 사업이 성공한 서사하라 지역이 될 것이고 그렇게만 된다면 대한민국은 자원외교로 또 사하라 지역에서 생산되는 막대한 곡물을 무기화해서 식량 외교를 펼칠 수 있게 될 것이다.

“아, 회장님께서는 아주 큰 그림을 그리고 계시군요.”

“물론입니다. 베트남은 향후 10년 안에 태국을 추월할 것이고 인도네시아를 능가하게 될 것입니다.”

현대 세계의 기업들은 중국 현지에 공장을 설립하면서 투자하는 데 정신이 없다. 하지만 나는 중국을 건너뛸 생각이다.

물론 신의주 경제특구 개발을 위해서 어느 정도는 투자해야겠지만 내가 가진 대부분 회사의 공장은 대한민국과 베트남에 설립할 생각이다.

‘중국이 커지면!’

갑질을 할 테니까.

중국이 더 커지지 않게 만드는 것이 벽란도 프로젝트의 핵심이라면 핵심인 것이다.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습니다.”

“저와 손을 잡으시면 회장님의 가문은 자자손손 베트남의 중심이 될 것입니다.”

내 말의 뜻이 무엇인지 알겠다는 눈빛을 보이는 대양모터스 회장이다.

“베트남에 뼈를 묻으라는 것이군요.”

“그렇습니다. 중국 화교가 또 유대인들이 그랬듯 저도 그렇게 움직일 것입니다.”

이제 나는 세계의 어느 기업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정도의 자본을 확보한 상태다. 하지만 은밀하고 거대한 화교 자본이나 유대 자본에 비교한다면 초라할 뿐이다.

그리고 이건 다시 말해 앞으로 내 상대는 거대 화교 자본이나 유대 자본이 된다는 소리다.

‘각개격파로 간다.’

우선은 론스타 펀드 서울 지부 책임자인 스미스를 이용해서 유대 자본에 접촉할 생각이다. 그리고 그들과 손을 잡고 더 거대하게 성장해 볼 생각이다. 그런 과정에서 동남아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화교 자본을 붕괴시킨다면 중국 발전에 밑거름이 되는 화교들의 투자가 늦어지게 될 터. 중국이 경제적으로 성장하는 것을 늦출 수 있으리라 판단하고 있다.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제가 앞장을 서겠습니다.”

태양 컴퍼니는 종합금융 투자 회사다. 그리고 미국 국적의 기업이다.

‘자본이 침투하면!’

베트남의 공업 경제 전반을 점령할 수 있다. 이게 내 진짜 목표다.

‘적에게서 배우는 거다.’

대한민국의 적들이 대한민국에 자본을 침투시켜 대한민국 경제를 좌지우지하려고 했던 것처럼 나 역시 베트남에 태양 컴퍼니의 자본을 침투시켜 하나씩 차지해 나갈 생각이다.

‘대한민국이 1중대라면 베트남은!’

대한민국 국적자인 나 백범의 2중대가 되는 것이다.

“저는 다음 주에 베트남으로 떠납니다.”

“예, 알겠습니다. 저도 준비하겠습니다.”

물론 베트남으로 떠나기 전에 론스타 펀드의 서울 지부 책임자인 스미스를 만날 생각이다.

‘스미스로 영리병원 법을 해결한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스미스의 얼굴을 떠올렸다.

* * *

론스타 펀드 서울 지부 스미스의 사무실.

“나를 은밀히 보자고 했다고?”

백범이 생각한 그대로 백범의 측근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예, 그렇습니다. 이틀 후에 보스를 은밀히 만나고 싶다고 했습니다.”

“왜?”

지금까지 론스타 펀드의 스미스는 백범에게 번번이 패하기만 했었다.

“만나서 이야기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백범, 그자가 왜 나를 만나고 싶어 할까??”

묘한 표정으로 변하는 스미스였다.

“만나보시면 알지 않겠습니까?”

“악마의 유혹이 될까 걱정이 되어서 하는 말이지.”

악마의 유혹이라고 하셨습니까?”

“백범이 나를 요구할 이유를 찾지 못했으니까. 그리고 이것은 내가 아직 백범을 완벽하게 파악하지 못했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백범이 만나기를 요청했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스미스였다.

“거절할까요……?”

스미스의 측근이 스미스의 눈치를 보며 물었다.

“만나야지, 악마는 항상 달콤한 선물을 주니까.”

“예, 알겠습니다. 미팅 장소를 잡겠습니다.”

* * *

다윗 연맹 비밀 아지트.

“백범이 스미스에게 접촉을 시도해 왔다고?”

다윗 연맹의 수장은 이미 스미스에게 직통으로 보고를 받은 상태였다.

“매번 밀리고 있다지?”

“그렇습니다. 모든 투자에서 백범의 태양 그룹과 미국 국적의 태양 컴퍼니에 의해 밀리고 있는 상태입니다.”

보고자의 보고에 다윗 연맹 수장은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렸다.

“정말 유령 같은 놈이란 생각이 자꾸 드는군.”

“정말 그런 면이 많습니다. 미국이나 유럽에 대한 주식 투자에서 태양 컴퍼니는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미국과 유럽 주식 시장에서 농담처럼 떠도는 말이 뭔지 모르겠으면 태양 컴퍼니를 따라가라는 소리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현재 태양 컴퍼니의 옵션 투자 현황은?”

“미국 종합주가지수가 폭락한다는 옵션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선물 옵션 투자에 번번이 실패를 하는 상태지만 백범이 고집스럽게 계속 투자를 하는 상태입니다.”

“백범 그 친구가 바카라라는 게임을 좋아하는 모양이군.”

묘한 미소를 보이는 다윗 연맹의 수장이었다.

“예?”

“바카라라는 게임에서는 줄이라는 것을 꺾기가 쉽지 않지.”

보고자는 다윗 연맹 수장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눈빛을 보였다.

“뭐도 모르겠다면 태양 컴퍼니를 따라가라는 말이 있다고 했지?”

“예, 그렇습니다.”

“그럼 나도 따라가볼까.”

“예?”

“미국 증시가 폭락한다는 선물에 나도 투자해야겠어.”

“현재 미국 경제는 호황입니다.”

“버블이지. 닷컴 버블. 언젠가는 터질 버블 말일세.”

“아…….”

“100만 달러 정도만 투자해 보게.”

“예, 알겠습니다.”

“정말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유령 같은 놈이니까.”

묘한 눈빛을 보이는 다윗 연맹의 수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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