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3
203화 채굴을 시작하다?(1)
1998년 12월 3일. 미국 힐튼 호텔 특실.
나는 지금 손마사요츠를 만나고 있다.
‘이렇게 나온단 말이지?’
일본 정부가 민간 기업가를 이용해서 이렇게 나올 것이라고 예상을 했었다.
“협상에 돌입하기 전에 비밀보장 약정서에 서명부터 하시죠.”
일본 민간 기업가 손마사요츠는 내게 비밀엄수 계약을 요청했다.
“이런 것이 의미가 있습니까?”
내 물음에 손마사요츠가 나를 보며 미소를 보였다.
“안 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그렇군요.”
나는 바로 비밀엄수 약정서에 서명했고 그런 나를 손마사요츠가 빤히 봤다.
“이제는 본론을 말씀하시죠.”
나는 사업가이고 투자가다. 그러니 누구도 만날 수 있다. 그것이 일본 정부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재일교포 4세인 손마사요츠라고 해도 상관없다.
“좋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거래를 제안합니다.”
“단도직입적이라고요?”
“예, 그렇습니다. 저는 태양 컴퍼니의 자회사인 우도해양개발회사를 인수하고 싶습니다.”
“그래요?”
미소가 머금어지는 순간이다.
‘일본 정부가 급하긴 급했군.’
이게 무슨 말이냐고?
칼자루는 내가 쥐고 있다는 소리다.
‘적정한 가격이면!’
손마사요츠에게 우도해양개발을 팔 수도 있다.
나는 사업가고 투자가이니까.
“그렇습니다. 우도해양개발을 얼마에 파시겠습니까? 제가 파악한 우도해양개발의 잠정적 가치는 한화로 2000억인 것으로 알고 왔습니다.”
내가 계산하기 편하게 한화로 우도해양개발의 가격을 말해주는 손마사요츠다.
“2000억?”
“그렇습니다. 잠정적 기업 가치가 2000억이니 얼마면 제가 우도해양개발회사를 넘기시겠습니까?”
정말 공격적으로 나오는 손마사요츠다.
“단도직입적으로 거래를 요청하셨으니 나도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1조 달러는 받아야겠습니다.”
내 말에 손마사요츠가 기겁한 눈빛을 보였다.
“1조 달러라고 하셨습니까?”
“한화로 환산을 하면 1500조 정도군요.”
“허허허, 허허허……!”
일본 정부의 앞잡이로 나온 손마사요츠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웃기까지 했다.
‘현재 환율이 1,500원이니까…….’
일본 정부가 1조 달러를 내게 내놓는다면 우도해양개발을 팔 생각이다.
‘한일공동개발구역의 가치가 1000조 달러 이상이니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백범 회장께서는 우도해양개발회사를 제게 팔지 않겠다는 말씀이시군요.”
“아닙니다. 팝니다. 1조 달러를 주시면 제가 팔죠.”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그 작은 회사가 1조 달러의 가치가 있다고 보십니까?”
“그 정도의 가치가 없는데 일본 정부를 대신해서 미국까지 저를 만나기 위해 오셨습니까?”
내 말에 손마사요츠가 인상을 찡그렸다.
“으음…….”
“대한민국의 해양영토인 7광구 지역의 가치가 1000조가 안 되겠습니까?”
내 말에 손마사요츠는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였다.
“으음…….”
“1조 달러를 가지고 오시면 제가 우도해양개발을 넘깁니다.”
“백범 회장님 그러지 말고 현실적인 금액을 제시하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대한민국은 점 하나라도 작아질 수 없습니다. 이게 내 뜻입니다. 전하십시오.”
이것이야말로 일본 정부에게 개인인 내가 선전포고를 하는 것이다.
“점 하나라도…….”
“그렇습니다. 다들 압니다. 내가 왜 이러는지, 그리고 일본이 왜 그러는지 다들 알죠. 하지만 나는 사업가이고 투자가입니다. 내가 우도해양개발을 설립하고 투자를 했으니 내가 원하는 만큼의 수익을 얻는다면 매각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1조 달러라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1조 달러입니다.”
“백범 회장님의 선전포고는 잘 들었습니다. 대한민국도 못 하는 것을 개인인 백범 회장께서 하시겠다고요?”
“저라서 합니다. 당신께서는 일본 국민이니 일본이라는 국가에 충성하십시오.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니 대한민국 국민에게 충성할 테니까요.”
“왜 국민에게 충성한다고 말하는 겁니까?”
“국민이 국가이니까요.”
“그렇군요.”
손마사요츠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협상은 당연히 결렬될 수밖에 없다.
‘이제는 일본 정부는 앨 고어를 지원하겠지.’
그렇게 되면 부시 주지사는 더욱 내 편이 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내가 일본 정부에게 이렇게 선전포고를 하는 노림수다.
* * *
일본 정부 총리 집무실.
“1조 달러?”
일본 총리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자신에게 보고하고 있는 특별 보좌관을 보며 되물었다.
“예, 그렇습니다. 백범은 1조 달러를 요구했습니다.”
“미쳤군.”
“모든 것이 분명해졌습니다. 백범은 일본 정부가 계획하는 모든 것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영토는 점 하나라도 작아질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말씀드린 그대로 앨 고어 부통령을 지원해야 합니다. 부시와 손을 잡은 백범입니다. 부시가 미국의 대통령이 된다면 백범이 더 날뛰게 될 겁니다.”
“진행하시오.”
일본 정부 총리가 특별 보좌관에게 말했다.
“예, 알겠습니다. 총리 각하.”
* * *
부시 주지사의 집무실.
“손마사요츠라는 일본 기업가가 민주당을 지원하기 시작했단 말이오?”
부시 주지사가 보좌관에게 물었다.
“예, 그렇습니다. 민주당에 막대한 정치후원금을 지원했고 또 앨 고어 부통령에게도 정치후원금을 기탁했다고 합니다.”
보좌관의 말에 부시 주지사는 인상을 찡그렸다.
-두고 보십시오. 일본 정부는 민간 사업가를 이용해서 민주당을 그리고 앨 고어 부통령을 지원할 겁니다.
백범이 자신에게 해준 말이 떠오르는 부시 주지사다.
-일본은 과거 미국과 전쟁을 했던 나라입니다. 역사는 항상 돌고 돕니다.
백범이 했던 또 다른 말까지 떠오른 부시 주지사는 인상을 찡그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주지사님…….”
보좌관이 부시 주지사의 눈치를 살폈다.
“말하시오.”
“몇 개 언론사에서 주지사님의 과거 행적에 대해 보도했습니다.”
“과거의 내 행적…….”
부시는 이 순간 마약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예, 그렇습니다. 짐작하시는 그것을 보도하고 있습니다.”
“배후는 찾았소?”
“예, 찾고 있습니다.”
따르릉, 따르릉!
그때 부시의 휴대전화가 요란하게 울렸고 부시는 바로 휴대전화에 찍힌 발신 번호를 확인하고 또 한 번 인상을 찡그렸다.
딸깍!
-백범입니다.
“무슨 일로 이렇게 갑자기 전화를 하셨습니까?”
-제가 주지사께 말씀을 드린 그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 것 같소.”
-일부 언론사들이 주지사님을 곤란하게 만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으음…….”
-걱정 마십시오. 그 언론사들을 제가 모두 매입했습니다. 다시는 그런 과거 행적에 대한 보도는 없을 겁니다.
“백범 회장.”
-예, 주지사님.
“내가 정말 당신이 말한 그대로 될 거라고 생각합니까?”
-됩니다. 되셔야 합니다. 그래야 제가 삽니다.
“하여튼 고맙습니다. 끊읍시다.”
뚝!
부시 주지사는 전화를 끊었다.
‘일본, 나중에 내가 그냥 안 둔다.’
부시는 일본 정부에게 악감정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이것 역시 백범이 만들어낸 변화 중의 하나일 것이다.
* * *
1999년 3월 1일, 미국 태양 컴퍼니 회장실.
부시와 담판을 끝낸 후 부시 가문은 에너지 개발회사를 설립했다.
그와 동시에 부시 가문이 설립한 회사는 태양 컴퍼니의 자회사인 우도해양개발회사와 합병을 실시하면서 우도해양개발의 지분 20퍼센트를 내게 양도를 받았고 그 대가로 나는 20억 달러를 확보했다.
‘내가 가진 지분이 80퍼센트이니…….’
우도해양개발의 잠재적 기업 가치는 100억 달러가 되는 순간이다. 물론 이것은 나와 부시가 생각하는 우도해양개발의 잠재적 기업 가치다.
‘미국 정부에게 30퍼센트의 지분을 떠넘겨야 하는데…….’
이게 정말 쉽지 않다.
아니 불가능이라고 해야 옳을 것 같다.
-미국 정부가 우도해양개발에 직접 투자하는 것은 내가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불가능한 일입니다.
부시가 내게 했던 말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미국의 국익이 될 것입니다.
-그것은 나도 압니다. 하지만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겁니다. 다른 방법을 찾아보십시오.
나는 일본과의 해양영토 분쟁에서 미국이 내 손을 잡아 줄 수밖에 없게 만들기 위해 미국 정부에게 우도해양개발회사의 지분 30퍼센트를 매각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부시는 나와 손을 잡았지만 미국 정부에 우도해양개발회사의 지분을 매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른 방법이라…….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겁니다.
-예, 알겠습니다.
-사실 미국 정부는 일본과 대한민국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마음이 없소.
내가 제주도를 미국의 주둔기지로 만들어 중국을 압박해야 한다고 말한 상태인데도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미국 정부의 입장이 곤란하기 때문일 것이다.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다른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이해를 하시니 다행입니다.
하여튼 미국에게 우도해양개발회사 지분 30퍼센트를 떠넘기는 것은 실패로 돌아갈 것 같다.
“회장님”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박태웅 상임이사가 나를 불렀다.
“아, 예. 회의 진행 합시다.”
“예, 알겠습니다. 회장님”
박태웅 상임이사가 나를 보며 말한 후에 보고자를 봤다.
“회의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1999년 2월 12일에 영국 피치가 대한민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투자적격으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대한민국 장기외화채권 등급을 BB+에서 BBB로 상향 조정했고 국회 경제청문회 및 S&P는 대한민국 신용등급을 투자적격으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보고자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한민국의 국가신용등급이 향상되고 있다.’
이것은 대한민국 정부가 보유한 금괴 때문이고 공기업 민영화 사업에서 얻어진 수익을 통해서 확보된 자금 때문일 것이다. 또한 imf가 요구한 그대로 구조조정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쪽은 어떻습니까?”
“미국 무디스는 한국 신용등급을 투자적격으로 상향 조정을 했고 장기외화채권 등급을 Ba1에서 Baa3로 상향했습니다.”
“됐군요.”
이렇다면 이제부터 내가 해야 할 일은 태양 컴퍼니를 이용해 대대적으로 대한민국 증시에 투자하는 것이다. 그와 함께 적대적 기업 인수 합병을 통해서 알짜 기업들은 손아귀에 넣는 일이다.
“대한민국 경제는 이미 바닥을 쳤고 이제부터 반등을 시작할 겁니다.”
“예, 그렇습니다. 회장님.”
박태웅 상임이사도 내 의견에 동의했다.
“박태웅 상임이사.”
“예, 회장님.”
“대한민국의 종합 주가 지수가 몇 포인트까지 상승할 것 같습니까?”
내 물음에 박태웅 상임이사가 나를 바라봤다.
“5개월 이내에 700포인트까지 상승할 것으로 판단합니다.”
“700포인트라고요?”
“예, 그렇습니다.”
“나는 800포인트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종합 주가 지수 상승에 투자해야겠습니다.”
“800포인트까지라고 하셨습니까?”
“그렇습니다.”
“정말 종합 주가 지수가 800포인트까지 상승하게 된다면…….”
“단기간에 100억 달러의 수익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내 말에 박태웅 상임이사와 이곳에 모인 중역들이 놀란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