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졸부 집 망나니-202화 (202/415)

# 202

202화 부시, 내게 또 대한민국에 투자하십시오(3)

일본 총리 집무실.

“백범이 미국 부시 주지사를 만나고 있다고?”

전쟁에서 흔히 쓰이는 매복 작전이 있다. 그리고 현재 백범은 매복 작전 비슷한 것을 진행하고 있다.

매복 작전의 핵심은 아군이 매복해 있는 곳에 적군이 반드시 오게 만드는 것이 핵심일 것이다.

“그렇습니다. 우도해양개발회사의 지주회사는 태양 컴퍼니고 태양 컴퍼니의 소유주는 백범입니다. 그런 자가 공화당의 유력 정치인을 만나고 있습니다.”

특별 보좌관이 일본 총리에게 말했다.

“그렇다면…….”

일본 총리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부시 주지사의 부친은 미국 대통령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아버지처럼 대통령이 되고자 할 겁니다. 만약에 백범이라는 자의 계략에 휘말려서 백범과 부시가 손을 잡게 된다면 우도해양개발의 음모를 막는 일이 곤란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우린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거지?”

“백범은 공화당과 부시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습니다. 공화당에 정치 후원금을 5억 달러나 제공했다고 합니다. 그러니 공화당의 유력 인사인 부시 주지사로서는 백범의 제안을 거절하기 힘들 겁니다.”

“그래서 우도해양개발이 대한민국 국적 기업이 아닌 태양 컴퍼니의 자회사였던 것이군.”

“예,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서?”

“부시 주지사는 절대 미국의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일본의 미래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그러니 민주당을 지원하셔야 합니다.”

“민주당을 지원한다?”

“예, 그렇습니다. 만약 부시 주지사가 공화당의 대통령 선거 예비후보가 된다면 민주당의 후보가 될 확률이 아주 높은 앨 고어에게 승리하기 힘들 것으로 판단이 됩니다.”

“그렇다면 왜 백범이 앨 고어와 민주당이 아닌 부시와 공화당을 선택했을까?”

이해가 안 된다는 눈빛을 보이는 일본 총리였다.

“도박을 걸 수밖에 없는 처지이니까요.”

“도박이라?”

“예, 그렇습니다. 현 미국 정부는 대한민국보다 본국을 더 우선합니다. 그것에 대한 반전을 꾀하려는 것 같습니다.”

“앨 고어 부통령이 미국 대통령이 될 확률이 가장 높단 말이지?”

“예, 그렇습니다. 총리 산하 미래전략분석실에서는 그렇게 판단했습니다.”

사실 백범이 알고 있는 미국의 미래에서는 부시 주지사보다 그 당시 부통령이었던 앨 고어가 대통령에 당선될 확률이 높다고 모두가 판단했었다. 하여튼 그런 상태에서 부시 주지사의 마약 복용에 대한 이력이 폭로도 됐었다.

“왜 그런 분석을 내놨지?”

“부시 주지사는 과거 마약 복용 이력이 있습니다. 마약을 복용했던 사람이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있겠습니까?”

“그렇기도 하군.”

일본 총리가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였다.

‘망할 놈의 백범이 부시에게 배팅했단 말이지…….’

일본 총리는 그렇다면 민주당 소속인 앨 고어 부통령을 선택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기는 어렵지 않나?”

“예, 그렇습니다. 적의 방법을 그대로 이용하는 겁니다.”

“백범의 방법이라고?”

“예, 그렇습니다.”

일본 정부는 백범을 적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민간 기업가를 이용해서 민주당과 앨 고어를 지원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미국 언론을 이용해서 부시 주지사의 과거 전력을 폭로하게 만드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민주당이 다음 대선에서도 승리하게 될 겁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기고만장한 백범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겠지.”

“예, 그럴 것입니다. 민주당으로서 백범은 공화당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눈엣가시 같은 존재입니다. 만약 앨 고어 부통령이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이 된다면 아마도 반독점법을 이용해서 태양 컴퍼니를 공중분해 시킬 확률이 높습니다.”

“그럴 수도 있겠군.”

일본 총리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머금었다.

“좋아, 그것도 방법이겠지. 모든 방법을 강구한다. 전에 보고한 방법부터 추진한다.”

전에 보고한 방법은 손마사요츠에게 우도해양개발을 인수하게 만드는 거였다.

“예, 알겠습니다.”

“만나기로 했나?”

“예, 손마사요츠 회장이 백범을 만나기로 했다는 보고까지 받았습니다.”

“좋아. 이번에야말로 엔고의 힘을 제대로 보여줄 때다.”

하여튼 일본 정부는 백범의 매복 작전 아닌 작전에 휘말리고 있었다.

* * *

“그래서 내가 미국의 대통령이 되면 대한민국과 손을 잡고 일본을 버리라는 겁니까? 그렇게만 하면 러시아를 압박할 무기 아닌 무기가 만들어진다고 내게 강변하는 겁니까?”

내가 부시 주지사에게 열변을 토했지만, 부시 주지사는 여전히 부정적인 눈빛이다.

“아닙니다. 제가 말씀을 드리려는 것은 미국이 앞장을 서서 대한민국과 일본이 손을 잡고 한일공동개발구역에 대한 개발을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다리 역할을 해주셨으면 하는 겁니다.”

“그래요?”

“그렇습니다. 대한민국도 또 일본도 미국의 절대적 우방이지 않습니까. 물론 일본은 과거에 미국을 공격한 역사가 있고 또 경제적으로 미국을 위태롭게 만든 적이 있지만 말입니다.”

내 말에 부시 주지사의 입가에 미소가 머금어졌다.

“일본의 과거를 계속 거론하시는군요.”

“역사는 변하지 않습니다. 그게 중요하죠.”

“그렇기는 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중국을 경계하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중국을?”

왜 갑자기 중국을 거론하냐는 눈빛이다.

현재 중국은 꼬꼬마 상태다. 군사적으로도 그렇고 경제적으로도 그렇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중국은 향후 막대한 수출을 통해서 미국의 채권을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로 등극하고 그 수출에 대한 수익을 군사력 증강에 사용하게 된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신 벽란도 프로젝트와 동일한 일대일로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주지사님, 중국과 미국은 영토의 크기가 비슷합니다. 그리고 강이 잘 발달하여 있습니다.”

미국이 경제 대국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물류를 유통할 수 있는 강이 발달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중국도 마찬가지다.

“그래서요?”

“미국과 중국은 매우 비슷합니다. 막대한 자원이 자국의 영토 내에 있습니다. 그러니 경제 대국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아주 큽니다. 물론 지금 미국의 관점에서 중국은 하찮게 보이겠지만 10년 후 중국은 오늘의 중국이 아닐 겁니다.”

“으음…….”

“부시 주지사께서 저와 함께 먼 길을 같이 가시게 되면 미국 역사에 미국의 향후 100년을 준비해 놓은 대통령으로 기록이 될 겁니다.”

“백범 회장께서는 오늘 역사 이야기를 정말 많이 하시는군요.”

돈이라면 부시도 많다. 그러니 명예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말해야 한다.

‘제왕이라면 제왕이다.’

미국의 대통령이 될 사람이니까.

그러니 후대에 미국인들이 어떻게 자신을 기억할지가 부시에게는 중요할 수밖에 없다.

“부시 주지사께서는 돈보다야 명예이지 않습니까. 제게도 돈은 많다고 하셨습니다.”

“그랬죠, 그 많은 돈을 더 많게 해주겠다고 백범 회장이 내게 말했고요.”

“그렇습니다. 그러니 일본과 대한민국 그리고 미국의 미래를 위해서 한일공동개발구역의 해양에너지 개발이 다시 시작될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으음…….”

고민하는 눈빛으로 변하는 부시 주지사다.

“백범 회장.”

한참을 고민했던 부시 주지사가 나를 불렀다.

“예, 주지사님.”

“정말 내가 대통령의 당선이 될 수 있다고 봅니까?”

“그렇습니다. 그렇게 되실 겁니다.”

“정말 확신하시는군요.”

“예, 그래야 합니다. 일본 정부는 아마도 제가 부시 주지사를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을 겁니다.”

“뭐라고요.”

표정이 달라지는 부시 주지사다.

‘물론 내가 흘린 정보다.’

이것이 바로 내가 꾸미고 있는 매복 작전(?)이다.

“일본 정부는 제가 부시 주지사를 그리고 공화당을 지원한 방법으로 민주당과 앨 고어 부통령을 지원할 겁니다.”

“으음…….”

“현재에도 밀리고 계시지 않습니까.”

물론 부시 주지사는 아직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의사를 밝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모든 미국 정치인들이 부시 주지사가 대통령에 출마할 거라고 확신하고 있다. 누가 뭐라고 해도 부시 가문이니까.

“부시 주지사님.”

“말하세요.”

“지금부터 제가 소설 한번 쓰겠습니다.”

“소설이라고요?”

“그렇습니다. 부시 주지사께서 공화당 대통령 예비경선에 출마를 선언하시게 되면 그와 함께 마약 복용 스캔들이 다시 언론을 통해서 이슈가 될 겁니다.”

“으음…….”

자기 아버지의 대통령 선거에서도 마약 복용 전력이 이슈가 됐었기에 인상을 찡그리는 부시 주지사다.

“그리고 그 언론의 뒤에는 일본 정부가 있을 겁니다.”

“정말 소설을 쓰는군요.”

“예, 그렇습니다. 제가 부시 주지사를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일본은 알고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내가 당신과 손을 잡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는 것이오?”

“그렇습니다. 이것이 바로 5억 달러의 힘입니다.”

“5억 달러…….”

부시 주지사는 혼잣말하듯 중얼거린 후에 인상을 찡그렸다.

“백범 회장께서는 오래 준비를 하셨군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저는 일본과 다릅니다. 일본은 메탄 하이드레이트가 매장되어 있는 곳을 독식하려고 하지만 저와 대한민국은 미국과 부시 주지사 그리고 일본과도 나누고자 합니다. 이것이 핵심입니다.”

“하하하, 그렇군요.”

처음으로 웃는 부시 주지사다.

“백범 회장, 내가 만약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되지 못한다면 당신은 큰일이 날 겁니다.”

부시 주지사는 내게 반독점법을 말하고 싶은 모양이다.

“예, 그렇습니다. 그러니 저를 위해서라도 꼭 부시 주지사께서 미국의 대통령이 되어 주십시오.”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부시 주지사다.

“백범 회장, 우도해양개발회사의 총지분 30%라고 했소?”

“예, 그렇습니다.”

“좋습니다. 내가 백범 회장의 상상력에 투자를 해보겠소.”

“감사합니다.”

“일본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라…….”

동북아시아 3개국의 경제적 팽창이 부시의 마음을 돌려놓은 것이다.

“그래서 7광구 지역이라는 곳에서 유전을 개발하겠다는 겁니까?”

“일본 정부와 대한민국 정부의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7광구 지역에서 해양자원을 개발할 마음이 없습니다. 분쟁의 소지가 될 수 있고 대통령이 되실 주지사의 입장이 난처하실 테니까요.”

“그럼?”

“7광구 위에서 해양 심층수를 채굴할 겁니다. 누가 압니까? 그곳에서 유전이나 가스전이라도 개발이 될지.”

“그렇다면 메탄 하이드레이트는 비밀이라는 소리군요.”

아마 내가 돌아간 후에 부시 주지사는 은밀히 에너지 학자를 불러서 메탄 하이드레이트에 관해서 확인할 것이다.

“그렇습니다. 제가 요청을 드리는 것은 한일공동개발구역 위에서 우도해양개발이 해양 심층수를 채취하는 과정에서 불순물이 다량으로 채취가 됐을 때 대통령이 되시는 부시 주지사께서 적극적으로 나서주시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 정부가 백범 회장의 편을 들어줄까요?”

“미국 정부도 우도해양개발회사의 지분을 매입하게 된다면 상황은 달라지지 않겠습니까?”

“미국 정부가?”

놀랍고도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미국 정부에 양도할 우도해양개발의 지분은 20%입니다.”

“하하하, 그래서 내게 30%를 준다는 소리군.”

“그렇습니다.”

미국이 우도해양개발회사의 지분을 가지게 된다면 일본 정부를 압박할 수밖에 없다.

‘모든 국가는 자국의 국익을 최우선시한다.’

이것은 불변의 진리다.

“알겠소. 나는 백범 회장과 함께합니다.”

이것은 향후 10년간 미국과 내가 손을 잡게 된다는 의미다.

‘그런 후에…….’

그 10년 후에 민주당에서 다시 대통령이 나오게 되니 그 전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거의 20년 박쥐처럼 살아야겠군.’

물론 황금박쥐의 삶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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