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졸부 집 망나니-200화 (200/415)

# 200

200화 부시, 내게 또 대한민국에 투자하십시오. (1)

1998년 9월 28일, 백범의 저택 주방

미국으로 온 지 일주일이 지났고 나는 그 일주일 동안 내 아내 은혜와 내 딸 엘리자베스를 위해 썼다. 물론 내 아내 은혜를 하버드 로스쿨에 편입했기에 또 정신없이 법률 공부를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되면……!’

오바마와 하버드 로스쿨 동문이 된다. 물론 지금 현재는 그게 중요한 일이 아니다.

“회장님.”

저택의 살림을 담당하시는 이모님께서 나를 불렀다.

“예, 이모님.”

“미국이 넓고 부자 나라기는 해도 엘리자베스를 먹일 만한 것이 없어요.”

“그래요?”

“예, 표고만 해도 국산이 최고고요. 슈퍼마켓에 가도 이유식으로 먹일 것이 없어요.”

“그럼 어떻게 하죠?”

“아버님께 전화하셔야겠어요.”

강북에 살 때는 새벽마다 아버지께서 보내주시는 식재료로 요리를 하신 이모님이시다.

“아, 그래야겠네요.”

“예, 귀한 엘리자베스이니까 귀한 것만 먹여야 해요.”

우리 부부보다 엘리자베스를 더 귀하게 생각하는 이모님이고 은혜를 입으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아시는 이모님이시다.

“예, 알겠습니다.”

나는 이모님에게 그렇게 말하고 휴대전화를 꺼내서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창 이주 준비를 하고 계시겠지.’

이미 제2기 신도시 개발 사업 발표 때문에 이주 준비에 바쁘신 아버지시다.

따르릉, 따르릉!

“아차!”

여기가 아침이니 대한민국은 밤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

딸각!

-이 밤에 무슨 일이야? 무슨 일 있어?

아버지가 바로 전화를 받으시고 놀란 목소리로 내게 물으셨다.

“대한민국이 밤이라는 것을 깜빡했습니다.”

-아무 일 없는 거지?

“예, 아버지. 아무 일 없습니다. 이사 준비를 하시느라 바쁘시죠?”

-바쁘지, 아주 난리도 아니다.

“왜요?”

-우리 관순이가 앞으로 먹을 과일나무를 이주시킬 준비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아……. 그러시군요. 그런데 아버지, 관순이가 아니라 엘리자베스입니다.”

-그건 미국식 이름이고 한국식 이름은 관순이다. 백관순. 얼마나 거룩한 이름이냐.

“그렇기는 하지만 엘리자베스랍니다.”

-네 딸이 엘리자베스인지는 모르겠는데 내 손녀는 관순이다. 강요하지 마라. 엘리자베스라는 이름을 찾아보니 영국 여왕의 이름이던데 그래도 나는 관순이가 좋다.

“예, 아버지…….”

이런 것으로 아버지가 고집을 부리실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참 오늘 우리 관순이 백일이지.

“예, 아버지…….”

백일에 자기 손녀를 보시지 못한다는 것에 대해 침통을 내실 것 같다.

-네 어머니가 처음으로 너희 둘에게 서운해 하신다.

“아……. 그러시겠죠.”

-하늘이 두 쪽이 나도 돌잔치는 한국에서 해야 한다.

“백일잔치도 안 했습니다.”

-왜?

아버지의 목소리가 커지셨다.

“아버님이세요?”

그때 은혜가 엘리자베스를 안고 주방으로 오면 내게 물었다.

“예, 아버지세요.”

“많이 화가 나셨죠?”

“백일잔치를 하지 않았다고 화를 내시네.”

“저 바꿔주세요.”

은혜는 내게 엘리자베스를 넘기고 휴대전화를 받았다.

“아버님, 저 은혜입니다. 건강하시죠.”

은혜는 항상 저렇게 상냥한 목소리다.

-별일이야 없지. 우리 며느리님이 아무도 없는 미국에서 관순이를 혼자 낳고 키우느라 고생하는 생각을 하니 이 아버지가 마음이 아프네.

딸바보 소리가 있지만, 며느리 바보 소리는 아버지가 최초일 것 같다.

“저는 괜찮아요. 이모님도 신경을 많이 써주고 계시고요. 지낼 만해요.”

-알았어요. 그런데 왜 우리 귀한 관순이 백일잔치를 안 해?

“백일잔치 대신에 기부하기로 했어요.”

-기부?

“예, 백범 씨랑 저랑 고민해서 결정했어요. 미국에 있는 가여운 아이들을 위해 학교를 설립하기로 했어요.”

-하하하, 그건 잘했네.

미국은 부자 나라다.

하지만 거지도 참 많은 나라고 가난한 사람도 정말 많은 나라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미국 빈민가에 학교를 설립하고 또 설립된 학교를 지원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것을 우리 딸 엘리자베스의 백일잔치를 대신하기로 했다.

-참, 며느리님.

여전히 아버지는 은혜에게 ‘님’ 자를 붙인다.

“예, 아버님.”

-내일이나 모레쯤에 우리 귀한 관순이 먹을 것이 도착할 거야, 그렇게 알고 챙겨 먹여요.

“예, 아버님, 정말 감사해요.”

우리 딸 엘리자베스가 먹을 것을 대한민국에서 공수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는데 이미 아버지께서는 벌써 준비해 국제배송으로 보내신 후였다.

-그리고 돌잔치는 꼭 한국에서 해야 해.

“예, 알겠습니다. 호호호.”

-끊어요.

“예, 아버님.”

뚝!

은혜의 대답을 듣고 아버지께서 전화를 끊으셨다.

“백범 씨, 아버님께서 엘리자베스가 먹을 것을 보내주신다네요.”

세상 그 어느 것보다 믿을 수 있는 100% 천연 무공해 식재료가 대한민국에서 공수되어 오고 있다.

“예, 역시 제 아버지시네요.”

내 말에 내 아내 은혜가 나를 보며 웃었고 자기 엄마가 웃는 모습을 보고 내 딸 엘리자베스도 따라 웃었다.

* * *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대통령 앞에는 외교부 장관이 보고 중이었고, 그의 옆에는 문재한 경제수석이 마치 비서실장이라도 되는 듯 서 있었다.

“일본 정부가 또 한 번 강력하게 항의해 왔습니다.”

“우도해양개발 때문인가요?”

“예, 그렇습니다. 한일 공동개발구역에서 해양심층수를 채취하는 것은 협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각하, 외교적 문제로 비화할 수 있기에 조처해야 할 것 같습니다.”

“외교적 문제라고 했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민간 사이트 반크 때문에 날이 서 있는 일본 정부입니다.”

“장관, 반크라는 곳은 민간이 만든 사이트이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런 민간 사이트가 한 일을 왜 대한민국 정부가 신경을 써야 합니까?”

“대통령 각하…….”

“왜요?”

“반크는 역사를 왜곡하고 있습니다. 대마도는 국제법상으로 일본의 고유영토입니다. 그에 따라 반크라는 민간 사이트는 유언비어를 유포하고 있습니다.”

외교부 장관의 말에 문재한 경제수석이 찰나의 순간 인상을 찡그렸다.

“유언비어 유포라고 했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일본 정부가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소송이라고요?”

“예, 그렇습니다.”

“소송이야 하고 싶은 곳에서 하는 거고 우리 정부는 민간 사이트가 하는 일에 관여할 생각이 없소. 문 수석.”

“예, 대통령님.”

외교부 장관은 각하라고 불렀지만, 문재한 경제수석은 대통령님이라고 대통령을 불렀다.

“우리가 우도해양개발 문제나 반크 문제에 나서야 합니까?”

“중립을 지키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곧 총선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합니다. 청와대나 정부가 나서서 우도해양개발에 대해 제재를 하거나 반크를 조사하게 된다면 친일처럼 보일 가능성이 큽니다.”

“외교부 장관, 정치적으로 이롭지 않다고 합니다.”

“……예.”

“그리고 외교부 장관께서는 대한민국 외교부 장관이 아니라 일본 외무성 장관처럼 내게 보고하고 있습니다.”

“대, 대통령 각하…….”

“조심하세요.”

“죄송합니다.”

표정이 굳어질 수밖에 없는 외교부 장관이었다.

“다른 것에 대해 보고할 것이 있습니까?”

“일본 정부가 한일어업협정에 대한 빠른 타결을 촉구했습니다.”

“자기들이 일방적으로 파기해 놓고서 지금 다시 협정을 맺자는 겁니까?”

“예, 그렇습니다.”

“이런 것을 보고 뭐라고 합니까?”

대통령이 문재한 경제수석을 봤다.

“후안무치라고 합니다.”

“맞아요. 후안무치라고 하죠. 우린 아직 한일어업협정을 재개할 준비가 안 됐습니다. 그렇게 통보하세요.”

“예, 알겠습니다.”

“나가보세요.”

“예, 알겠습니다.”

외교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머리를 숙이고 집무실을 나갔다.

“경제수석.”

“예, 대통령님.”

“본인이 대통령이 되는데 힘을 써준 사람도 아직 많으니 개각을 해야겠어요.”

원래 정치라는 것은 이런 것이다. 자신이 대통령이 될 때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한 자리씩 내어주는 것이 정치고 보답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대통령이 직접 임명할 수 있는 자리가 놀랍게도 7,700개나 됐다.

“예, 그러실 때가 됐습니다.”

“외교부 장관은 바뀌어야 하고 경제수석도 자리를 옮겨야겠어요.”

“저도 말씀이십니까?”

“한일어업협정도 남았고 백범 대표와 긴밀하게 움직일 사람은 수석밖에는 없을 것 같아요.”

“아……”

“그리 알고 있으면 됩니다.”

“예, 알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야당에서 벌써부터 총선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죠?”

“예, 그렇습니다. 새로운 얼굴들을 대거 영입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현성건설 사장인 이지박 사장의 영입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건설 신화의 장본인이죠?”

“예, 그렇습니다.”

“회사일 하는 사람은 정치하면 안 되는데…….”

대통령이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 * *

일본 총리 집무실.

“큐브에 항의한 것은 어떻게 됐습니까?”

“한쪽의 주장으로 광고를 중지할 수는 없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계약된 광고를 무단으로 삭제하면 민사소송이 일어날 수 있기에 계약기간을 준수할 거라고 합니다.”

보고자는 죽을죄라도 지은 듯한 표정으로 일본 총리에게 말했다.

“일반적인 주장이라고 했습니까? 일방적인 주장을 하는 곳은 우리가 아니라 반크라는 곳이잖아요.”

지금까지 일본은 일방적으로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주장을 했고 그에 대한 대가를 톡톡하게 치르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큐브에서는 요지부동입니다.”

“이런 망할, 계약기간이라는 것이 얼마나 남았습니까?”

“송구하옵게도 5년 남았습니다.”

“뭐, 뭐라고요?”

일본 총리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변했다.

“송구합니다.”

“그럼 우리 정부도 큐브에 반박 광고를 내십시오.”

“그게…….”

“그게 뭐요?”

“광고 배너가 5년 동안 꽉 차 있다고 합니다.”

백범은 이렇게 일본에 제대로 엿을 먹이고 있었다. 하지만 일본에게 엿을 먹이는 것은 이제 시작일 것이다. 백범이 준비해 놓은 것이 정말 많으니까.

“아이고 머리야……!”

일본 총리는 인상을 찡그리며 아무 말도 없이 서 있는 특별보좌관 겐조를 봤다.

* * *

1998년 9월 29일, 태양 컴퍼니 회장실.

태양 컴퍼니는 막대한 수익을 내는 투신사로 거듭난 상태고 자본금 역시 200억 달러 수준으로 증가한 상태다. 물론 이것은 나와 박태웅 상임이사의 투기성 주식 투자가 성공했기 때문이다.

‘500억 달러 중에…….’

내 자금이 100억 달러다.

“핵심 계열사 중 한 곳이 아직 비상장 기업입니다.”

나는 이번에 큐브까지 기업공개를 통해서 상장할 생각이다. 그리고 내 말에 모두가 예견한 일이라는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다.

“큐브를 드디어 기업 공개하실 생각이십니까?”

박태웅 상임이사가 내게 물었다.

“예, 그렇습니다. 자본을 더욱 확충해서 태양 컴퍼니에 힘을 실어주고자 합니다.”

물론 차후에는 투신사인 태양 컴퍼니까지 미국 증시에 상장할 생각이다.

“본격적으로 시작하시는 거군요.”

“이미 시작됐습니다. 부시 주지사와는 언제로 약속이 잡혔습니까?”

“모레입니다.”

“잘됐네요. 모레가 태양 컴퍼니의 또 한 번의 변곡점이 되겠군요.”

“예, 그럴 것 같습니다.”

“그럼 다음 사안으로 넘어 갑시다. 옵션 투자 매니저.”

“예, 회장님.”

“옵션 손실액이 상당하다면서요?”

“예, 그렇습니다. 미국 종합지수 하락에 투자한 옵션 투자가 또 막대한 손실을 끼쳤습니다.”

“얼마의 손실입니까?”

“3700만 달러의 손실입니다.”

나는 911테러에 대비해 미국 종합지수 하락 옵션에 계속 투자를 하고 있다. 그리고 번번이 손실을 입고 있다.

‘9월 11일이 되면!’

지금까지의 손실을 한 방에 만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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