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졸부 집 망나니-198화 (198/415)

# 198

198화 백범의 노림수? (2)

1998년 9월 3일, 야당 총재 집무실.

대권 도전에 실패한 야당 총재는 잠깐 명예총재였다가 다시 야당 총재로 선출이 됐고 이는 지방선거에서 야당이 참패했기 때문이었다.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특혜입니다.”

야당 총재의 최측근인 조의원이 뉴스 발표를 보고 야당 총재에게 말했다.

“특혜라고요?”

“그렇습니다. 태양 그룹이 제일서민은행을 인수해서 태양 은행으로 사명을 변경한 지 3개월도 지나지 않았는데 우량 은행인 산업수출은행을 합병하다니요. 이건 말이 안 됩니다.”

조의원의 말에 야당 총재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일은 문제를 제기하셔야 합니다. 이러다가는 정말 대한민국이 멕시코 꼴이 날 겁니다.”

“멕시코라?”

“예, 그렇지 않습니까? 멕시코가 공기업을 민영화하면서 일부 개인이 그 공기업들을 다 차지해서 거대 그룹으로 거듭났습니다. 이렇게 되면 그 꼴이 납니다.”

“그렇게 보일 수도 있을 것 같군요. 하지만…….”

“예?”

“제일서민은행을 두 배의 가치로 인수한 곳이 태양 그룹입니다. 그 자금은 곧 IMF 자금 상환으로 이어질 것이고요. 그러니 특혜라고 해도 우리가 할 말이 없어지는 겁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현재 태양 컴퍼니는 한국 전력의 주식 25%를 확보했습니다. 그것뿐이 아니라 KTT의 주식도 25%를 확보했습니다.”

백범은 블랙홀 닷컴의 기업 공개를 하면서 지분 일부를 매각했고 그에 따라 200억 달러의 자금을 확보했다. 그와 함께 대한민국 공기업 민영화에 투자해 민영화가 되는 9개의 공기업의 지분을 20% 이상 확보하는 엄청난 일을 이룬 것이다.

“나도 그건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대한민국 경제는 태양 그룹과 태양 컴퍼니가 쥐고 흔들게 됩니다. 그리고 제주공항과 김포공항이 완전 민영화가 되었고 그 역시 태양 컴퍼니가 차지했습니다. 이건 재벌 공화국입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총재님…….”

“현 정부가 백범에게 준 특혜를 문제 삼게 되면 백범이 대한민국 정부에 내놓은 자금이 공개됩니다. 그렇게 되면 다음 총선에도 우리는 승리할 수 없습니다.”

“으음…….”

“제가 알아본 정보에 의하면 청와대는 올해 말에 IMF구재 금융을 모두 상환할 예정이라고 했소. 그 자금이 어디에서 나왔겠습니까.”

“아……!”

“특혜라면 특혜지만 건드려서는 안 될 특혜입니다.”

“예, 알겠습니다.”

“우리는 다음 총선을 위해 움직일 때입니다. 아시겠습니까.”

“예, 알겠습니다. 그래서 말입니다.”

“다음 총선에 추천할 인물이 있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현성건설의 신화로 불리는 이지박 사장을 영입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이지박 사장?”

“예, 그렇습니다.”

조의원의 말에 야당 총재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자리 한 번 마련하겠습니다.”

“그렇게 합시다. 경제를 잘 아는 정치인도 나쁘지 않죠.”

이렇게 되면 백범이 아는 그대로 이지박이 정치에 입문할 가능성이 아주 커질 수밖에 없었다.

“하여튼 백범은 당분간 건드려서는 안 됩니다.”

“예, 알겠습니다. 총재님.”

* * *

1998년 9월 3일, 태양 컴퍼니 회장실.

오늘 정부 발표를 통해서 태양 은행이 산업수출은행을 합병하게 됐고, 나는 합병된 은행의 지분 55%를 보유하게 됐다. 또한, 9개의 공기업이 민영화가 진행됨에 따라, 많게는 25%의 지분을 확보하는 엄청난 결과를 이끌어냈다.

‘쓴 자금이 100억 달러지.’

블랙홀 닷컴의 지분을 일부 매각하면서 확보된 자금은 200억 달러고 100억 달러를 대한민국 공기업이 민영화가 되는 과정에서 지분을 확보하는 데 사용했다. 그리고 나머지 100억 달러는 미국 씨티은행에 예치해 놨다.

‘이제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겠지.’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박태웅 상임이사를 봤다.

“현재 태양전자의 주가는 얼마입니까?”

“주가는 10만 원입니다. 그리고 태양전자의 주가 총액 20조를 돌파했습니다.”

아직 태양전자에서 스마트폰을 출시 전이지만 거대 전자회사로 거듭났기에 주가는 매일 상승하고 있는 상태다.

“잘됐습니다.”

“예, 그렇습니다. 회장님, 이 상태로 인터넷 검색이 가능한 스마트폰을 출시하게 되면 주가 총액은 상상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이 됩니다.”

“그럴 겁니다.”

이미 태양전자는 인터넷 검색이 가능한 스마트폰을 개발을 끝낸 상태다.

‘시대를 앞서가고 있다.’

하지만 나는 더 많은 것을 원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에서 확보할 것은 거의 대부분 확보한 거죠?”

“예, 그렇습니다. 회장님.”

물론 인천국제공항을 민영화에 성공하지는 못했다. 그 대신에 제주공항과 김포공항을 민영화에 성공했고 이를 태양 컴퍼니가 인수했다.

“그럼 이제 계획대로 중국에 진출하고 일본을 자극해 봅시다.”

나는 대통령에게 신의주경제특구 개발을 약속했다. 그리고 신의주 경제특구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중국과 친해져야 한다.

“예,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그에 따라 우도 관광개발회사를 우도 해양개발회사로 전환하는 것을 앞당겨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합시다. 그럼 이제 마라도 남단에서 생수를 뽑아 봅시다.”

나는 박태웅 상임이사를 보고 미소를 머금었다.

“아마 일본 정부는 노발대발할 겁니다.”

일본 정부의 태도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우도해양개발회사로 변경하는 회사가 생수를 뽑아낼 곳은 한일 공동구역 바로 위다.

“그래서 지금부터가 정말 중요한 겁니다.”

결국, 나는 부시를 만나야 한다. 그리고 부시가문에 우도해양개발회사에 투자하게 만들어야 한다.

“예, 그렇습니다.”

“김도출 사장에게 시작하라고 하세요.”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부시에게 면담 요청하십시오.”

이제는 미국으로 가야 할 때다. 그리고 부시를 내 앞잡이로 만들어야 할 때다.

‘일본은 미국에게 벌벌 떤다.’

그것을 최대한 이용해 볼 참이다.

“예, 알겠습니다. 회장님.”

* * *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내일부터 우도관광개발회사가 우도해양개발회사로 사명을 변경하고 해양심층수 개발에 착수한다고 합니다.”

문재한 경제수석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한일공동개발구역 바로 위라고 했죠?”

“예, 그렇습니다. 마라도 남단 끝에서 시작한다고 했습니다.”

“결국에 백범 대표가 생각하는 것은.......”

“한일공동개발구역의 개발입니다.”

“일본이 가만히 있지 않겠군요.”

대통령이 인상을 찡그렸다.

“그럴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민간 기업이 추진하는 생수 사업입니다. 그래서 항의는 항의로 끝날 수밖에 없습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우리는 그냥 지켜봅시다.”

“예, 대통령 각하.”

* * *

1998년 9월 10일, 일본 총리 집무실.

“우도해양개발이라는 회사가 끝내 한일공동개발구역 위에서 생수를 뽑아내기 위해 작업을 시작했단 말입니까?”

일본 총리는 화가 난 표정으로 보고자에게 되물었다.

“예, 그렇습니다. 우도해양개발회사는 태양 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회사입니다. 그리고 태양 컴퍼니에게 인수된 회사이기도 합니다.”

“태양 컴퍼니면…….”

“실질적으로는 대한민국의 기업이지만 무늬는 미국 국적의 투신사입니다.”

“으음…….”

미국 국적이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일본 총리의 표정은 어두워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또…….”

보고자가 일본 총리의 눈치를 살폈다.

“내가 더 놀랄 일이 남아 있습니까?”

“우도해양개발이라는 곳에서 실행하는 해양심층수 채굴 방법이 이상합니다.”

“뭐가요?”

“해양심층수는 말 그대로 200m 이하에 관을 설치해서 해양심층수를 뽑아내면 되는데 우도해양개발은 해양심층수보다 더 깨끗한 채수를 위해 대륙붕에 관을 박고 채굴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무엇이 나올지 아무도 모르는 것 아닙니까?”

일본 총리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예, 그렇습니다. 아무것도 채굴되지 않을 확률이 가장 높지만, 혹시라도 유전이 나오게 되면…….”

“상황이 돌변하게 되지.”

“예,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막아야 합니다.”

일본 총리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우도해양개발의 생수 채굴을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보고를 드린 것처럼 한일공동개발구역 바로 위에서 채굴을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대한민국 정부에 강력하게 해보세요. 외무성 장관은 이런 일이 일어날 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습니까?”

일본 총리가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는 외무성 장관을 질책하듯 말했다.

“대한민국 정부에 항의했지만, 민간 기업이 사업권을 획득해서 실시하는 민간사업이기에 어쩔 수 없다고 합니다.”

“한일공동개발구역 바로 위에서 대륙붕 개발을 하고 있는데 그딴 말을 한답니까?”

“예, 한일공동개발구역에 속하지 않기에 개발을 막을 방법도, 막을 이유도 없다고 합니다. 그와 함께…….”

일본 외무성 장관이 일본 총리의 눈치를 살폈다.

“왜요? 대한민국 정부가 뭐라고 합니까?”

“중지된 한일공동개발구역의 개발사업을 재개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요청해 왔습니다.”

이것이 바로 백범의 또 하나의 노림수였다.

“뭐라고요?”

“이번에도 우리 측에서 회피한다면 단독으로도 개발에 착수할 수도 있다고 통보해 왔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만 한일어업협정을 파기한 이 시점에서 한일공동개발수역에 대한 협정을 대한민국 정부에서 파기할 수도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리고 현재 해양국제법에 따르면 한일공동개발구역은 대한민국의 영토입니다.”

“으음…….”

“한일공동개발구역의 개발을 막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우도해양개발의 생수 개발 사업부터 막아야 합니다.”

“그걸 누가 모릅니까?”

“죄송합니다. 총리 각하.”

“방법을 강구하세요. 방법을!”

“총리 각하.”

“왜요?”

“태양 컴퍼니에게 우도해양개발 회사를 인수하는 방법은 어떻겠습니까?”

“우도해양개발을 인수해?”

“예, 그렇습니다. 국가가 아닌 민간 차원에서 인수해서 생수 개발을 빌미로 대륙붕을 개발하는 것을 막는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그래서 얼마를 주고 우도해양개발을 넘겨받자는 겁니까?”

“비공식적으로 접촉해 봐야 알 것 같습니다.”

“으음…….”

일본 총리는 신음을 토해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순간 백범은 미국으로 이동한 상태고 부시를 만나고 있었다.

“태양 컴퍼니 대표를 접촉해 보겠습니다.”

“정부가 아닌 민간 차원에서 접촉해야 합니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누구에게 요청할 겁니까?”

일본 총리가 외무성 장관에게 물었다. 한마디로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우도해양개발회사가 생수를 채취하는 과정에서 대륙붕에서 유전이나 천연가스가 채굴된다면 한일공동개발구역의 개발을 거부할 명분이 없기에 일본 정부의 입장에서는 이럴 수밖에 없었다.

“마사요츠에게 요청할 계획입니다.”

외무성 장관의 말에 일본 총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시오.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 발생했군요.”

“예, 그렇습니다. 하지만 한일공동개발구역을 일본의 영해로 만들기 위해서는 무조건 개발을 막아야 합니다.”

“그러니까.”

다시 한번 인상을 찡그리는 일본 총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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