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
196화 빅딜, 얼마면 됩니까?(6)
내 요구는 대통령으로서는 놀랄 수밖에 없는 요구일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인천국제공항은 아직 뚜껑도 열어보지 않은 상태다.
“인천국제공항을 제게 달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인천국제공항을 공기업 민영화 사업에 반영해주신다면 제가 제일 서민은행을 비롯해서 외국 약탈 자본으로부터 모든 은행을 지켜내겠습니다.”
“인천국제공항은 아직 건설 공사가 마무리도 되지 않았습니다.”
“인천국제공항을 민영화하면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전무후무하게 1년 만에 IMF를 극복하는 국가로 기록될 것입니다. 또한, 대통령 각하께서는 최단기간에 IMF를 극복한 위대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될 겁니다.”
정치인은 자신이 어떻게 미래에 기록이 될 것인지를 중요하게 생각을 한다.
“으음……. 그 대신에 태양 그룹에 무한한 특혜를 제공한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쓰겠지.”
“그럴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추가로 남북경제협력을 추진하시고 반석 위에 올려놓으신 대통령으로 기록될 수 있게 제가 노력하겠습니다.”
“남북경제협력이라고 했소?”
“예, 그렇습니다. 개성공단과 신의주경제특구를 제가 현실화시키겠습니다.”
개성공단과 신의주경제특구가 거론되기 전에는 절대 안 된다는 눈빛을 보이던 대통령이었지만 이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눈빛이 살짝 달라졌다.
“IMF는 반드시 조기에 극복되어야 합니다. 인천국제공항만 매각하시면 대한민국 정부는 IMF로부터 빌린 자금을 모두 상환할 수 있습니다. 그것부터 시작해서 경제 독립이 가능해집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대통령 각하.”
“쉬운 결정이 절대 아닙니다. 그리고 나 혼자서 결정할 수 있는 부분도 절대 아닙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오늘이 아닌 내일을 보십시오. 대한민국이 처해 있는 상황을 보십시오. 내일의 대한민국은 통일을 위해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약화해야 합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북한의 경제는 중국에 더욱 의지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남북 대화가 쉽지 않아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북한의 경제가 중국에 의지하지 못하게 경제를 통해서 북한에 영향력을 강화하셔야 합니다. 그에 따라 개성공단과 신의주경제특구를 중국과 함께 개설하셔야 합니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의존도를 약화해야 한다면서 중국과 함께라고 했소?”
“저번에도 저는 중국과 러시아가 함께해야 한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랬지요.”
“그런 과정에서 중국에 의존하는 북한 경제를 약화할 수 있습니다. 또한, 북한이 독단적으로 신의주경제특구를 폐쇄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보험이라고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아, 그렇군요.”
“대통령 각하. 오늘이 아닌 내일을 보십시오. 동북아시아 4개국이 경제 벨트를 만드는 일입니다. 그 일을 대통령 각하께서 주도하시게 됩니다. 그렇다면 동북아시아의 수장이 되실 수 있습니다.”
“내가 듣기 좋은 소리만 하는군요.”
“그게 현실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인천국제공항은 태양 컴퍼니가 가져야 합니다.”
“태양 그룹이 아닌 태양 컴퍼니라고 했소?”
“예, 그렇습니다. 태양 컴퍼니는 미국 국적 기업입니다. 동북아시아의 4개국이 만들어내는 경제공동체 벨트에서 실익을 추구하는 존재는 미국이 된다면 미국도 대통령 각하께서 추진하시는 모든 정치 활동과 과업을 지지하게 될 것입니다.”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렇습니다. 어렵습니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동북아시아 4개국 경제공동체 벨트만 만들어진다면 대한민국은 중국의 시장으로 확보할 수 있으며 러시아의 천연가스와 원유를 북한을 관통해서 가져다 쓸 수 있습니다. 또한, 인천국제공항이 민영화가 되어 태양 컴퍼니의 소유가 된다면 북한에 직항로를 추진할 수 있습니다.”
“으음…….”
“현재 미국만이 북한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북아시아 4개국 경제공동체 벨트가 만들어진다면 중국도 러시아도 북한을 압박할 수밖에 없습니다.”
“백범 대표, 정치적인 부분은 그렇다고 합시다. 하지만 경제적인 부분으로 아직 완성되지 않은 인천국제공항을 민영화에 착수한다는 것은 바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예, 그렇습니다. 인천국제공항이 개장되면 세계 1등 국제공항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정부는 앞으로 3년 이상 IMF의 간섭을 받게 될 것입니다. 또한, 훗날에도 인천국제공항을 민영화하려는 움직임은 계속될 겁니다.”
“그럴까요?”
“그렇습니다. 돈이 되는 공항이지 않습니까.”
“백범 대표는 솔직하시군요.”
“예, 저는 솔직합니다. 제가 아니라도 누군가는 앞으로 기회가 될 때마다 인천국제공항을 민영화에 착수하려고 음모를 꾸밀 겁니다.”
나도 모르게 이 순간 쥐상을 한 사람이 생각이 난다. 그리고 어떤 측면에서는 나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겠지요.”
“그때가 되면 저도 없고 대통령 각하도 없으실 겁니다.”
“없다는 의미가 무엇입니까?”
“저는 인천국제공항에 흥미를 잃을 것이고 대통령 각하께서는 정계에 물러나실 겁니다. 그때가 되면 청와대의 다른 주인이 민영화에 관심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들과 백범 대표는 무엇이 다릅니까?”
역시 쉽지 않다.
‘신벽란도 프로젝트를 위해서는 꼭 필요한데…….’
이 순간 나는 인천국제공항의 민영화가 불가능하다면 제주공항이라도 완전히 민영화를 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게 다를 것은 없습니다. 제가 100억 달러로 인천국제공항을 가진다는 사실만이 중요합니다.”
“불가합니다.”
역시 반발이 크다.
‘포기해야 할까?’
하지만 포기하고 싶지 않다. 아니 포기할 수가 없다. 인천국제공항이 민영화에 성공해야 도미노 현상처럼 제주공항도 민영화에 성공할 수 있고 김포공항도 민영화에 착수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태양 그룹은 대한민국 최초로 공항을 보유한 항공 서비스 그룹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고 그런 과정을 통해서 세계적인 항공 그룹으로 거듭날 수 있다.
“그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들 방법을 제게 말씀해 주십시오.”
내 말에 대통령이 나를 빤히 봤다.
“으음…….”
“없습니다.”
역시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일인 모양이다.
“그 대신에 제주공항과 김포공항을 민영화를 추진하겠소. 인천국제공항이 만들어지고 있으니 작은 공항들을 민영화하는 것에는 명분이 생깁니다.”
“제가 물러서라고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길게 보라는 겁니다. 백범 대표는 내게 내일을 말했소. 제주공항과 김포공항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서 인천국제공항의 운명도 달라지지 않겠습니까?”
“으음…….”
나 역시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다.
‘제주공항과 김포공항을!’
인천국제공항을 능가하는 공항으로 성장시킨다면 인천국제공항을 가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결정을 내리기 힘듭니까?”
“100억 달러로 매입해야겠죠?”
“그렇소이다. 나는 IMF를 조기에 극복하고 싶습니다. 또한, 개성공단과 신의주경제특구에 대한 백범 대표의 청사진도 아주 마음에 듭니다.”
한마디로 내가 자신에게 제시한 것은 다 하라는 소리다.
“좋습니다. 그 대신에 제주공항을 국제공항으로 승격해 주셨으면 합니다.”
내 말에 대통령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되도록 추진해 봅시다.”
제주도에는 이미 새로운 민영 항구가 건설 중이다.
‘항만과 항공……!’
그것만 내가 장악한다면 제주도 전체를 가질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여튼 절반의 성공이고 나는 결국 인천국제공항을 차지하지 못했다.
‘당장 다 가실 수는 없구나!’
하지만 다음에는 다 가지게 될 것이다.
“백범 대표.”
그때 눈빛이 달라진 대통령께서 나를 부르셨다.
“예, 대통령 각하.”
“내 외교부의 보고도 받았고 또 경제수석의 보고도 받았는데 우도 삼다수로 정말 무엇을 할 생각입니까?”
대통령의 물음에 나는 경제수석을 봤다. 그리고 경제수석은 자기 생각을 모두 대통령에게 말해줬다는 눈빛을 보였다.
“외교부에서 받으신 보고는 저와는 상관이 없는 일입니다.”
“내가 백범 대표에게 무엇을 물었는지 알고 대답하시는 겁니까?”
“반크 사이트 때문이지 않습니까?”
“그렇소. 일본이 난리를 치고 있습니다.”
“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민간 사이트입니다.”
“정말 그렇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하지만 저를 참 많이 도와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요?”
“예, 저도 도와주고 있고 대통령 각하도 도와주고 있는 사이트라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반크가 대마도를 대한민국의 영토라고 주장할 동안은 일본은 독도 망언을 함부로 하지 못할 테니까요.”
“그렇게 되는 겁니까?”
“예, 그렇습니다. 그리고 우도와 마라도 삼다수는 회사가 발표한 그대로 심해심층수를 채취해서 생수 사업을 추진할 겁니다.”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대통령이다.
“대한민국 해양 영토에서 가장 먼 곳에서 채취되는 가장 깨끗한 생수를 대한민국에 공급할 생각이고 그와 함께 아시아 전체에 공급할 계획입니다. 또한, 대륙붕 지면에 관을 박아서 해양심층수보다 더 깨끗한 생수를 생산할 생각입니다.”
내 말에 대통령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러다가…….”
내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감이 오는 모양이다.
“예?”
“그러다가…….”
“대통령 각하.”
그때 문재한 경제수석이 대통령을 불렀다.
“왜요?”
“각하께서 생각하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아, 그렇죠.”
“대통령 각하, 생수 채굴 중에 혹시라도 불순물이 나온다면 그때부터 제가 미국과 연계해서 불순물이 어떤 것인지 확인해 보겠습니다.”
“미국이라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내 말에 대통령은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였다.
“그런데 말입니다. 백범 대표, 마라도 남단 끝에서 시작한다면 그 바로 아래에 한일 공동개발구역이 있다는 것은 아십니까?”
“압니다. 그래서 미국이 필요합니다.”
“미국을 이용한다는 말이군요.”
“예, 그렇습니다. 그래야만 그곳까지 개발할 가능성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다가 불순물이 발견되면 일본도 좋은 일이겠군요.”
대통령께서는 불순물(?)의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 잘못된 협정체결에 의한 결과입니다. 감수할 것은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28년 이후 한일공동개발구역인 7광구 지역은 대한민국의 해상영토가 아닌 일본의 해상영토가 될 확률이 아주 높다. 내가 아는 미래에서는 해양국제법이 바뀔 가능성이 아주 크다고 모두가 생각하고 있으니까.
그러니 새로운 협정을 체결하거나 그에 상응하는 조처해야 한다.
“그 정도의 자본력이 있다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제게 맡겨 주시면 됩니다.”
“으음…….”
다시 한번 신음을 터트리는 대통령이다.
“대통령 각하, 제 딸이 미국에서 태어났습니다. 태어나자마자 미국 국적을 가지게 됐습니다. 전에 말씀을 드린 것을 곧 실행에 옮길 수 있습니다.”
내 말에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소. 원래 계획했던 것이니 그렇게 되겠지요. 좋습니다. 내가 그리 알고 있겠습니다.”
“저는 이만 물러가 보겠습니다.”
나는 대통령에게 묵례하고 돌아서서 집무실을 나왔고 나를 따라 경제수석이 나왔다.
‘결국 꿩 대신 닭을 가졌군.’
물론 그 닭이라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100억 달러를 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