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5
195화 빅딜, 얼마면 됩니까?(5)
태양 컴퍼니 회장실.
“제일서민은행을 민영화한다는 말씀입니까?”
태양 컴퍼니로 돌아오자마자 나는 문재한 경제수석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렇습니다. 대통령 각하께서는 외국계 자본이 제일서민은행을 차지하는 것에 걱정하고 계십니다.
“산업수출은행이 있지 않습니까?”
-제가 합병제의를 했지만 다른 금융관계자들이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우량은행인 산업수출은행도 부실화에 빠질 수 있다고 했군요.”
-그렇습니다. 제일서민은행의 민영화 발표는 막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제가 청와대로 들어가야 합니까?”
-그렇게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잘된 일이다.
나도 인천국제공항 민영화를 위해서 대통령을 만나 담판을 지을 생각이었다.
“알겠습니다. 언제면 좋겠습니까?”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사실 9개 공기업에 대한 민영화 발표도 결론을 지어야 하고 빅딜 부분도 마무리해야 하니 백범 대표의 조언이 필요합니다.
“예, 알겠습니다. 저도 드릴 말씀이 있었는데 잘 된 것 같습니다. 내일 제가 대통령 각하를 만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뚝!
문재한 경제수석이 전화를 끊었다.
“하하하, 하하하!”
나는 바로 호탕하게 웃었다.
“제일서민은행부터 시작하시는 겁니까?”
박태웅 상임이사가 내게 물었다.
“잠깐만요. 공치사부터 해야겠군요.”
나는 바로 책상 서랍에서 휴대전화 하나를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따르릉, 따르릉!
딸각!
-전화 받았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닙니다. 저는 백범 회장님께서 지시하신 그대로 움직였을 뿐입니다.
내 전화를 받은 사람은 제일서민 은행 은행장이다.
“이번 일에 대한 제일서민은행장님의 기여도를 내가 오래 기억하겠습니다.”
내 말에 박태웅 상임이사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외국계 자본들이 제일서민은행을 노리는 것은 사실입니다.
“압니다. 그래서 외국계 자본으로부터 지키기 위해서 이런 일을 시작한 겁니다.”
-예, 알고 있습니다.
“다음에 한번 식사 합시다.”
-예, 회장님.
뚝!
나는 바로 전화를 끊고 박태웅 상임이사를 봤다.
“왜 그런 눈으로 봅니까?”
“회장님…….”
“도이치뱅크가 제일서민은행을 노린다고 합디다. 도이치뱅크의 뒤에는 손마사요츠가 있고 또 저번에 제게 물을 먹은 산왕머니 일본 법인이 있습니다. 그러니 막아야죠.”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박태웅 상임이사다.
“그럼 드디어 은행을 가지시게 되는 겁니까?”
“그렇게 될 겁니다.”
“계획된 것보다 빠른 것 같습니다.”
“상황이 빠르게 흐르고 있으니까요.”
“예, 알겠습니다.”
“추가로 보고할 것이 있습니까?”
“예, 반크가 대대적으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또한, 큐브에서 전폭적인 광고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대마도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모르는 외국인들은 대마도를 일본이 강제 점령한 것으로 생각할 가능성이 아주 큽니다.”
“잘된 일입니다. 일본 정부의 머리가 터질 정도로 아프게 만들어야 합니다. 다시는 독도가 자기 땅이라고 주장하지 못하게 만들 겁니다.”
“하여튼 그런 과정에서 일본 외무성이 대한민국 외교부에 강력하게 항의를 해올 것으로 판단이 됩니다.”
“그러겠죠. 하지만 반크는 민간 사이트입니다.”
“그렇죠.”
하여튼 내 뜻대로 진행이 되는 것이다.
“회장님.’
“예.”
“내일 청와대에서 인천국제공항에 대해서 요구하실 생각입니까?”
“그럴 생각입니다. 신벽란도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첫 번째 도전입니다. 그런 후에 한성해운을 완벽하게 인수할 예정입니다.”
사실 현재 한성해운은 내 배로 해운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하라 사막 녹지화에 성공한 후에…….’
한성 해운의 대형 곡물선을 이용해 식량을 전 세계로 이동시킬 생각이다. 물론 사하라 사막 녹지화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말이다.
* * *
대한민국 외교부 장관실.
“일본 외무성이 대마도 관련 문제 때문에 강력하게 항의해 왔습니다.”
“대마도가 왜?”
아직 대한민국 외교부 장관은 미국을 비롯한 북미 그리고 유럽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반크라는 민간인 사이트가 대마도를 대한민국의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뭐라고?”
대한민국 외교부 장관이 어처구니가 없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반크라는 민간인 사이트가 이승만 대통령이 일본 정부로부터 대마도를 반환해 달라는 요구를 한 것을 근거로 또 역사적 사실들을 조합해서 대마도가 일본 영토가 아닌 대한민국의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본 외무성이 화가 났다?”
“그렇습니다. 강도 높은 항의를 해왔습니다. 청와대에 보고하셔야 할 사항입니다.”
“보고는 드려야지. 그런데 민간 사이트라고 했지?”
“예, 그렇습니다.”
“민간이 운영하는 민간 사이트에서 주장하는 것을 대한민국 정부가 개입할 필요가 있을까?”
“예?”
“민간 사이트라면서.민간 사이트에서 하는 일을 정부 기관이 나설 필요가 없잖아. 잘됐네. 일본 정부도 머리가 좀 아파야 해. 독도를 자기 땅이라고 우기더니 꼴이 좋네.”
“장관님…….”
“정부 인사가 주장하는 것도 아니고 민간 사이트에서 주장하는 것을 우리가 대응할 필요는 없지.”
“하지만 파급 효과가 상당합니다.”
“어떤 파급 효과인데?”
“큐브는 미국 인터넷 세상을 장악한 검색엔진입니다. 큐브에서 대대적으로 반크라는 민간 사이트를 광고해 주고 있습니다.”
“광고비 받은 모양이지.”
“그, 그렇겠죠.”
“나보고 어쩌라고? 우리가 미국 국적 기업인 큐브에게 대마도는 대한민국의 영토가 아니라 일본 영토라고 항의라도 해?”
“반크는 대한민국…….”
“국민이 만든 사이트겠지.”
“그렇습니다.”
“딱 거기까지잖아. 정부와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어.”
“예, 알겠습니다. 우리 정부에게 말도 안 되게 항의한 것에 대해서 강력하게 항의를 해.”
“진정이십니까?”
“진정이다.”
“장관님 이렇게 되면 외교 문제로 비화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책임을 질 것이 없다니까. 그리고 이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우리 조상 중에 한 분이 안용복 선생이시지. 독도는 누구 땅이다?”
“당연히 대한민국의 고유 영토입니다.”
“그래, 그 사실을 몇백 년 전에 우리 조상님께서 주장하셨다고. 하하하, 오늘은 속이 다 시원하네.”
“아……!”
“됐어. 일본이 알아서 하겠지.”
* * *
일본 총리 집무실.
일본 총리에 의해 일본 외무성 장관이 호출됐다.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일본 총리의 표정이 어두웠다.
“반크라는…….”
“그걸 내가 몰라서 장관을 불렀습니까?”
“죄송합니다.”
“어떻게 대처를 할 겁니까?”
“현재 대한민국 정부에 강력하게 항의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만든 사이트입니까?”
“아…….”
“큐브라고 했습니까?”
“그렇습니다.”
“미국 정부에 항의해야 할 일이지만…….”
일본 정부는 대한민국에는 강경한 자세로 나가지만 미국 정부에게는 꼬리를 내리는 경우가 많았다.
“큐브라는 곳에 강력하게 항의를 하고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으라고 하세요.”
“예, 알겠습니다. 바로 조치하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대마도는 일본 땅입니다. 어디 감히 역사 왜곡을 합니까.”
“예, 그렇습니다.”
“총리 각하.”
그때 아무 말도 없던 일본 총리의 젊은 보좌관이 총리를 불렀다.
“왜?”
“외람된 말씀이지만 빙산의 일각을 보지 마시고 빙산 아래에 있는 거대한 빙하를 보셔야 합니다.”
“뭐라고 했습니까?”
젊은 청년이 일본 총리의 특별 보좌관이 될 수 있는 이유는 단언컨대 집안도 좋지만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반크는 민간 사이트입니다.”
“보고를 받아서 알고 있어.”
“그리고 큐브를 소유한 회사는 블랙홀 그룹입니다. 그리고 블랙홀 그룹은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는 백범이 소유하는 개인 회사입니다.”
“백범?”
“예, 그렇습니다. 그의 집안에 대한 내력을 살펴야 합니다.”
“그건 무슨 소리인가?”
“사업가 백범의 조부가 조선 독립 운동가였다는 사실부터 총리께서는 인지하셔야 합니다.”
“그, 그 말은…….”
“민간인 사이트 반크의 뒤에는 백범이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큐브가 대대적으로 왜곡된 역사를 개재하는 민간 사이트를 광고해 줄 이유가 없습니다. 물론 큐브의 입장에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광고 수익을 위해서 광고를 해줬다고 할 것입니다.”
“으음…….”
“백범이 누군지 아십니까?”
“알지…….”
“백범은 우도관광개발회사의 실소유자입니다. 그리고 마라도 남단에서 해양 암반수를 채굴해서 생수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사업가입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건가?”
“백범이라는 자가 더 엄청난 것을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총리께 말씀을 드리고 있는 겁니다.”
“더 엄청난 거라고 했나?”
“예, 그렇습니다.”
“그래서 그게 뭔데?”
“지금은 구체적으로 무엇이라고 단언해서 말씀을 드릴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백범을 요시찰 하셔야 합니다.”
특별 보좌관의 말에 일본 총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야겠군.”
“총리 각하, 분명한 것은 이제는 일본 정부와 지방 단체가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함부로 주장할 수 없게 됐다는 겁니다.”
“상황이 그렇게 되는 건가?”
“예, 그렇습니다. 현 상황에서 독도를 일본 본국의 영토라고 주장하게 된다면 대한민국 국민은 반대로 대마도는 대한민국의 영토라고 주장하게 될 것이고 일본 정부가 계획하는 것처럼 최악의 상황에서는 독도와 대마도가 국제재판소에 회부될 수도 있습니다.”
“반격이라는 건가?”
“예, 저는 그렇게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정도로 백범이라는 조센징이 과감하다는 건가?”
일본 총리는 인상을 찡그렸다.
“겐조.”
“예, 총리 각하.”
“겐조, 당신이 집중적으로 백범이라는 자를 요시찰 해.”
“예, 알겠습니다.”
“또한, 반크 사이트 문제도 총리실에서 대처하도록.”
반크 사이트 문제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예, 알겠습니다.”
* * *
1998년 6월 11일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제일서민은행을 부분 민영화를 해라?”
내가 청와대에 도착하자마자 대통령은 제일서민은행에 대해서 내게 조언을 구했고 나는 부분 민영화에 착수하라고 의견을 냈다.
“그렇습니다.”
“그 말의 뜻은?”
“태양 그룹이 제일서민은행 민영화에 참여하겠습니다.”
“태양 그룹은 태양전자를 보유하고 있기에 금산분리 원칙에 위배가 되지 않소?”
“태양전자는 이미 계열 분리를 통해서 독립된 회사입니다. 물론 대표이사도 제가 아닙니다.”
“다른 외국계 기업을 누를 자신이 있소?”
“모든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제일서민은행을 약탈 자본으로부터 지켜내겠습니다.”
“모든 희생을 감수한다고 내게 말한 것은 요구할 것이 있기 때문입니까?”
핵심을 간파해낸 대통령이다.
“예, 그렇습니다.”
내 솔직한 대답에 대통령은 인상을 찡그렸다.
“대한민국 정부에 또 요구할 것이 무엇입니까?”
“대통령 각하. 9개 공기업 민영화 계획이 곧 발표됩니다. 그 9개 공기업 민영화 발표에서 공기업 하나를 추가해 주십시오.”
“뭐라고 했소.”
대통령의 표정이 굳어졌다.
“추가되는 공기업을 제가 100억 달러에 인수하도록 하겠습니다.”
“100억 달러라고 했소?”
대통령은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한국은행이 보유한 달러와 100억 달러 그리고 9개 공기업의 민영화를 통해서 확보된 자금이라면 IMF에 빌린 외환을 조기에 상환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IMF에 250억 달러를 빌렸다. 지금 내 제안은 그런 측면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거절하기 쉽지 않은 제안일 수밖에 없다.
“으음…….”
대통령이 신음을 터트렸다.
“원하는 공기업이 어디입니까?”
대통령이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물었다.
“인천국제공항입니다.”
“지, 지금, 지금 뭐라고 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