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졸부 집 망나니-194화 (194/415)

# 194

194화 빅딜, 얼마면 됩니까?(4)

1998년 6월 10일, 정부청사 경매 입찰장.

삼정 그룹회장과 담판을 끝냈고 태양전자의 이름으로 대한민국 전자산업을 통일했다. 물론 아직 공식 발표를 남겨 둔 상태고 이 공식 발표는 대한민국 정부 주도에 의한 빅딜의 성과로 발표가 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지금 내가 추진하는 사업의 핵심인 신벽란도 프로젝트를 위해 우도와 마라도를 매입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

“예상했던 것처럼 론스타 펀드의 스미스만 입찰에 참여했습니다.”

내 옆에 앉은 박태웅 상임이사가 내게 속삭였다.

‘국동건설 이후……!’

론스타 펀드의 사업 진행은 엉망진창이 된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론스타 펀드가 대한민국에서 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단지 원래 내가 알고 있던 규모보다 그 규모가 줄어든 것뿐이다.

“회장님을 의식하고 있습니다.”

박태웅 상임이사가 내게 말했다.

“제가 눈엣가시 같을 겁니다.”

“그럴 것 같습니다. 그리고 확보된 정보에 의하면 론스타 펀드의 스미스가 삼정전자의 지분을 5.1퍼센트 확보한 상태입니다.”

5.1퍼센트는 절대 적은 지분이 아니다.

‘내가 가지게 될 총 지분이 59%니까.’

나는 삼정 그룹회장과 담판을 지을 때 오너 일가의 지분을 그대로 보유하는 조건으로 삼정전자를 넘겨받기로 했다. 삼정 그룹 오너 일가의 지분이 대략 16% 정도이니 그들의 지분을 내 우호지분으로 생각한다면 나는 삼정전자의 지분을 75% 확보한 것이다.

‘이것만 해도 대단한 성과다.’

외국계 자본이 아무리 미쳐 날뛰어도 삼정전자의 지분을 25% 밖에는 가질 수 없으니 배당을 해도 25%만 가지고 나가게 되는 것이다. 물론 외국 자본이 전체 유통 주식의 25%를 모두 확보할 수도 없으니 배당에 의한 국부의 유출은 더 줄어들 것이다.

“삼자 유상 증자를 통해서 지분을 녹여 버리면 그만입니다.”

물론 삼자 유상 증자를 위해서는 삼정 그룹 일가의 동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내 제안을 수락할 것이다.

“예, 빅딜 후에 추진하겠습니다.”

“그렇게 합시다.”

“그리고 회장님.”

나를 보는 박태웅 상임이사의 눈빛이 달라졌다.

“무슨 일 있군요.”

“제일서민은행의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요?”

“예, 본사로 돌아간 후에 보고드리겠습니다.”

외국 자본이 드디어 국내 은행에 마수를 뻗치는 순간이다.

‘지금은 6월이고……!’

9월이 되면 200억 달러가 추가로 유입이 된다.

‘은행을 가질 때군.’

태양 그룹의 핵심은 누가 뭐라고 해도 금융 회사이니까.

벌컥!

그때 문이 열렸고 매각 경매 입찰 결과에 대한 발표를 위해 공무원이 들어왔고 차분하게 앉아 있는 나와 론스타 펀드 책임자인 스미스를 봤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지금부터 우도 매각 경매에 관한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나는 300억 원을 써냈다.

‘우도의 민간 토지를 75%를 소유한 상태다.’

그리고 정부가 가진 25%의 토지를 매입하기 위해 이번 경매에 참여한 것이다.

‘우도가 1200억의 가치가 됐군.’

나는 우도 전체를 내가 소유한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는 상태다.

“우도의 국유지 매각 경매를 통해서 국유지인 25%의 토지를 소유하게 되실 분은 매입 금액 300억을 제시한 백범 씨입니다.”

나는 우도의 국유지를 내 명의로 샀다. 물론 나머지 사유지는 태양토지개발회사의 명의로 샀지만 태양토지개발회사 역시 내가 대표이사로 있고 지분 역시 내가 전부 가졌기에 우도는 이제 내 섬이다.

“축하드립니다.”

박태웅 상임이사가 내게 말했다.

“당연한 결과에 축하를 받으니 멋쩍어집니다. 하하하!”

나는 드디어 도주가 된 것이다.

‘지주, 산주, 도주라고 했다.’

땅을 가지면 지주!

산을 가지면 산주!

그리고 대한민국 누구도 섬 전체를 가진 사람이 없었기에 나는 최초의 도주가 된 것이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스미스를 봤는데 스미스는 똥을 씹은 표정을 짓고 있다. 마치 너 때문에 되는 일이 없다는 표정이다.

“다음으로는 마라도 국유지 매각에 관한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공무원의 시선은 또 나를 향해 있다.

“마라도 국유지를 매각 경매에 입찰받으신 분은 백범 씨입니다. 100억을 제출하셨습니다.”

공무원의 입에서 100억이라는 말이 나오자 스미스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봤다.

‘미친 짓처럼 보이겠지.’

낙도 중의 낙도인 마라도를 100억에 샀다는 자체가 돈 지랄인 것이다.

“계획대로 되신 것 같습니다.”

“이제는 다음 계획대로 진행해야죠.”

“예, 김도출 사장에게 지시하겠습니다.”

“참, 중고 해양플랜트 설비 구입은 어떻게 됐습니까?”

나는 나직이 속삭였다.

“3기를 구매 완료했습니다.”

중고 구입을 통해서 시간을 앞당길 참이다.

“그럼 시작하면 되겠군요.”

미소가 머금어지는 순간이다.

* * *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제일서민은행 매각 문제 때문에 청와대에는 금융 관련 정부 인사들이 모두 모였고 한국은행장과 금융감독원 원장 그리고 제일서민은행 은행장이 이 회의에 참석했다.

“제일서민은행을 민영화해야 한단 말입니까?”

대통령이 재일서민은행 은행장에게 물었다.

“예, 그렇습니다. 현재 은행의 부실화가 가속되고 있는 상태에서 민영화만이 제일서민은행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제일서민은행은 한국은행이 50.99%의 지분을 그리고 예금보험공사가 45.92% 그리고 재정경제부가 3.09%를 보유한 국영은행이었다. 하지만 외환 위기와 종금사 사태를 통해서 부실화가 가중됐고 그에 관한 결과로 민영화에 착수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요?”

“예, 각하께 이런 말씀을 드려서 송구합니다.”

“정부가 제일서민은행에 대한 매각을 발표한다면 관심을 가질 곳이 있을까요?”

“예, 있습니다.”

제일서민은행 은행장이 바로 대답했고 대통령은 인상을 찡그렸다.

‘너는 누구의 부역자더냐?’

대통령으로서는 국영은행의 민영화를 추진하는 제일서민은행의 은행장이 괘씸할 수밖에는 없었다.

“어딥니까?”

제일서민은행은 일제강점기 때인 1929년 7월 1일 조선저축은행으로 출발한 은행으로 어떤 측면에서는 민족자본 은행 중 한 곳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은행이었다. 그런 은행이 이제는 부실화 때문에 민영화를 추진해야 하는 상황까지 놓인 것에 대한 대통령은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다.

“뉴브리지캐피털이라는 곳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어디 국적 금융기업입니까?”

“미국 국적의 금융기업입니다.”

“그렇군요.”

“대통령 각하.”

그때 문재한 경제수석이 대통령을 바라봤다.

“왜 그러시오?”

“제가 확인해 본 것으로는 영국계 금융기업과 일본 도이치뱅크도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경쟁자가 있다는 것은 헐값에 매각할 필요가 없다는 거죠? 그렇지 않습니까? 은행장.”

“예, 그렇습니다.”

“그나저나 국내 기업은 없습니까?”

대통령이 아무 말도 없는 한국은행 은행장을 보며 물었다.

“현재 공식 발표가 난 것도 아니고 관심을 가지고 민영화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자금력을 가진 곳은 산업수출은행과 태양 그룹밖에는 없을 것으로 판단이 됩니다.”

“산업수출은행은 국영은행이지 않습니까.”

그러니 제일서민은행의 민영화가 현실이 된다면 참여하기 곤란한 처지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태양 그룹밖에는 없군요.”

대통령의 말에 한국은행 은행장과 문재한 경제수석이 고개를 끄덕였고 찰나의 순간 제일서민은행 은행장은 인상을 찡그렸다.

“그렇기는 합니다.”

“경제수석.”

“예, 대통령 각하.”

“태양 그룹에 제일서민은행 민영화에 참여할지에 대한 의사를 타진해 보시오.”

“예, 알겠습니다.”

문재한 경제수석이 대답한 후에 대통령을 바라봤다.

“내게 더 할 말이 있습니까?”

“대통령 각하.”

“말하세요.”

“산업수출은행이 제일서민은행을 합병하는 방안은 어떻습니까?”

“공기업이 공기업을 합병한다?”

“그렇습니다. 산업수출은행은 자금력이 충실한 은행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건실한 산업수출은행이 부실화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아무 말도 없던 한국은행 은행장이 의견을 제시했다.

“그렇기도 하겠군요.”

“또한, 민영화를 통해서 은행을 매각을 한다면 상환자금이 마련됩니다.”

한국은행 은행장의 말에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소. 제일서민은행의 민영화를 추진해야 한다면 해야죠. 하지만 나는 결코 헐값에 은행을 매각할 생각은 없소.”

대통령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 * *

일본 외무성 장관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겁니까?”

반크는 대마도에 대한 역사적 사실들을 자체 사이트 개재하면서 그런 역사적 근거와 함께 이승만 씨가 초대 대통령일 때 일본 정부에 대마도 반환을 요구했다는 사실을 중심으로 해서 대마도는 일본의 영토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런 주장을 하는 반크 사이트를 미국 국적의 인터넷 검색 엔진인 큐브가 적극적으로 광고하고 있었다.

“반크라는 민간 인터넷 사이트가 대마도를 대한민국의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왜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냐는 겁니까? 그리고 그 사실이 왜 퍼지고 있는 겁니까?”

“반크가 큐브에 사이트 광고를 대대적으로 실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누가 그것을 몰라서 이러는 겁니까?”

“죄송합니다.”

보고자는 그저 죄송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되면 대마도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외국인들은 대마도를 본국이 강제로 점령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것이 바로 백범이 노리는 것의 핵심이었다.

“예, 그런 의견이 퍼지고 있습니다.”

“그것을 지금 일본 외무성 관리가 할 소리입니까.”

“죄송합니다. 장관님.”

“대한민국 정부에 강력하게 항의하세요.”

“예?”

“뭐가 예입니까?”

“장관님, 반크는 민간인이 설립한 민간 사이트입니다. 대한민국 정부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그래서요? 저렇게 반크라는 미친 것이 역사를 왜곡하고 거짓 주장을 유포하는 것을 그냥 두고 보자는 겁니까?”

“그건 아니지만…….”

“대한민국 정부에 강력하게 항의를 해, 그리고 큐브에도 강력하게 항의를 해.”

“예, 알겠습니다.”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어. 이건 말이 되어야 상대를 하지. 조센징들은 생각 자체가 없어. 쯧쯧!”

한마디로 현재 상황은 백범이 일본이 써왔던 방식 그대로 되돌려 주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렇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거지?’

일본 외무성 장관은 이 순간 자신도 모르게 독도 문제가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따르릉, 따르릉!

그때 일본 외무성 장관의 책상 위에 놓인 전화가 요란하게 울렸고 일본 총리가 전화를 걸어왔다는 생각이 든 외무성 장관은 인상을 찡그렸다.

딸깍!

“전화 받았습니다.”

-나 총리입니다.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일본 총리의 목소리는 냉랭할 수밖에 없었다.

“그, 그게…….”

-바로 총리실로 오세요.

“예, 알겠습니다.”

뚝!

일본 총리가 전화를 끊었고 일본 외무성 장관은 인상을 찡그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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