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졸부 집 망나니-191화 (191/415)

# 191

191화 빅딜, 얼마면 됩니까?(1)

1998년 6월 4일 오전, 태양 컴퍼니 회장실.

어제부로 대마도에 관한 모든 준비를 끝냈다. 그와 함께 현성중공업에 가서 해양 플랜트 설비 계약도 끝냈다.

-회장님께서 진정 원하시는 것이 뭡니까?

이 순간 반크 설립자가 내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대. 마. 도!

내 말을 듣고 놀란 그의 표정이 다시 떠오른다.

‘놀랍군……!’

내가 이런 야망을 품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회의 진행합시다.”

대마도 관련 준비에 꽤 많은 자금이 투입됐다. 그러니 이제 그 투입된 자금을 통해서 수익을 올릴 때다.

“예, 회장님.”

태양 컴퍼니 전략기획실 실장이 대답했고 회의 진행자로 화면 앞에 섰다.

“작일 우도관광개발회사 사장인 김도출 사장이 현성중공업에게 해양 플랜트 시설 4기를 건조 요청했습니다.”

해양 플랜트는 해양 자원을 탐사하고 시추해서 발굴하는 해양 생산 설비다. 보통 해양 플랜트 시설이라고 하면 심해 원유나 가스를 시추하는 시추선과 부유식 생산저장 및 하역 설비인 FPSO로 구분한다.

하여튼 돈이 투입됐으니 이제는 이익을 회수할 때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현성중공업의 주식은?”

오늘 오전 중에 현성중공업은 주가 부양을 위해서 해양 플랜트 4기를 수주했다고 발표를 할 것이다.

‘주식은 소문에서 사고 뉴스에서 판다.’

태양 컴퍼니는 이미 꽤 많은 현성중공업 주식을 확보한 상태다.

“태양 컴퍼니 자체에서 현성중공업 주식 10%를 태양 그룹에서 5%를 확보한 상태입니다. 또한, 태양저축은행에서 4.5%를 보유하고 있고 우도관광개발회사에서 3.5%를 매집했습니다.”

“뉴스가 발표되면 주가가 상승하겠죠?”

“예, 그렇습니다. 현재 현성중공업의 주가는 75,000원대를 형성하고 있고 수주발표에 의한 공시를 통해서 85,000원대 이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측이 됩니다.”

보고자의 보고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렇다면 우도관광개발회사가 확보한 주식과 태양저축은행에서 확보한 주식 4.5%에서 3%의 주식을 주가가 상승했을 때 천천히 매도한다면 얻어질 수익으로 몇 기의 해양 플랜트 시설을 구입할 수 있습니까?”

“8기입니다.”

내가 보유하고 있는 현성중공업의 주식 일부를 매도해 나는 해양 플랜트 시설의 지급 대금을 확보하고 추가로 4기의 해양 플랜트를 추가 수주할 자금까지 확보한 것이다. 그리고 그 자금으로 다시 나는 현성중공업에 해양 플랜트 시설을 추가 의뢰할 예정이다.

‘7.5%의 주식을 매각하고 해양 플랜트 시설 8기를 얻었군.’

한마디로 공시에 의한 시세차익을 통해서 투자한 자금을 모두 회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내가 이럴 것을 현성 그룹도 간파했을 것이다.

원래 이렇게 부자는 조금은 치사한 방법으로 돈을 번다. 하지만 이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정보와 내가 만들어낸 정보를 통해서 돈을 버는 것이니 불법은 아닐 것이다.

‘대한민국 모든 대륙붕에 빨대를 꽂는다.’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경제성이 충분한 유전이나 천연가스를 개발해낼 계획이다.

“좋습니다. 주가 하락에 큰 지장이 없는 상태에서 7.5%의 지분을 매도하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회장님.”

“다음은 삼정전자의 주가는?”

나는 오늘 삼정 그룹 회장을 만나기로 되어 있다.

“59,000원입니다.”

며칠 전만 해도 53,000원이었다. 그런데 며칠 만에 또 6,000원이 상승한 것이다. 그리고 주가가 상승할수록 삼정 그룹 회장의 심정은 복잡 미묘해질 수밖에 없다.

“또 올랐군요.”

“예, 그렇습니다.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그리고 삼정전자에 대한 변동사항으로는 론스타 펀드에서 주식 매집을 시작했습니다.”

“지분 비율은?”

“현재 5.1%입니다.”

이건 다시 말해 59,000원이던 삼정그룹 주가를 더욱 상승시킨 원인이 론스타 펀드의 매집 과정에 의한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론스타 펀드라면 신경을 많이 써야 할 사모 펀드이니 집중적으로 주시하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회장님.”

“모두 저를 주목해 주십시오. 이제 우도삼다수 개발 준비는 거의 끝나갑니다. 하지만 아직 핵심인 우도를 우리가 가지지 못했습니다. 우도가 내 손에 없고 마라도를 가질 수 없다면 지금 준비한 모든 것은 쓸데없는 짓입니다. 그러니 마라도와 우도 매입에 집중하셔야 합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6월 10일에 1차 우도와 마라도를 비롯한 낙도를 매각 경매하겠다고 발표를 했다.

‘꼭 가져야 한다.’

그래야 태양 그룹이 에너지 그룹으로 발전할 포석이 마련되는 것이고 거국적으로는 대한민국이 산유국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예, 알겠습니다. 회장님.”

“회장님.”

그때 아무 말도 없던 박태웅 상임이사가 나를 봤다.

“예, 말씀하십시오.”

“우도 및 마라도 경매는 2파전이 될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박태웅 상임이사의 말에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산왕머니가 폐업 신청을 했다고요?”

“예, 그렇습니다. 법인 정리 절차에 돌입한 것 같습니다. 그에 따라 산왕머니 대한민국 법인이 비공식적으로 태양저축은행에 인수 의향을 타진해 왔습니다.”

한마디로 푼돈이라도 건지고 떠나겠다는 것이다.

“거절합니다.”

“헐값에 매입할 수 있는 상태입니다.”

“내가 그리고 우리가 헐값에 산왕머니의 기존 대출자와 지점들을 매입할 기회지만 그렇게 한다면 일본으로 자금이 유출됩니다. 저는 그게 싫습니다.”

“으음…….”

박태웅 상임이사는 내가 이럴 줄 알았다는 눈빛을 보였다.

“그냥 망한 거, 쫄딱 망하라고 하세요.”

“그렇게 말씀하실 줄 알았습니다.”

하여튼 산왕머니는 쫄딱 망하기 직전이고 그냥 이대로 둔다면 조만간 막대한 손해를 보고 철수하게 될 것이다.

* * *

론스타 펀드 서울 지부 스미스의 사무실.

“삼정전자 주식을 5.1%를 보유했습니다.”

론스타 펀드 서울 지부의 직원이 스미스에게 보고했다.

“삼정전자 주가 상승에 지대한 공헌을 했군.”

피식 웃는 스미스였다.

“예, 그렇습니다. 최초 25,000원 정도로 주가가 형성되어 있었는데 태양 컴퍼니와 태양 그룹 계열사들이 매집하는 과정에서 50,000원대로 주가가 상승했고 현재 펀드도 매집에 착수했기에 주가가 더욱 상승한 상태입니다.”

“또 태양 컴퍼니와 태양 그룹이군.”

“예, 그렇습니다.”

어떤 투자 관련 사업에서도 각각의 목적이 동일하기에 태양 컴퍼니의 백범과 론스타 펀드 책임자인 스미스는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동양 속담에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주인이 챙긴다는 말이 있지.”

“예?”

“이제는 태양 컴퍼니가 우리의 곰이 되어 줘야겠어.”

“그 말씀은?”

“우리가 가진 펀드 자금을 이용해서 태양 컴퍼니가 보유하고 있는 회사들의 주식을 매집한다.”

“예, 알겠습니다.”

“돈 많은 것들은 더 많은 돈을 가지고 싶어 하지. 으흐흐!”

“예, 그렇습니다.”

“우도 및 마라도 정부 매각 경매 일자가 언제지?”

“6월 10일입니다.”

“태양 컴퍼니가 무슨 계획으로 우도와 마라도를 가지려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이 욕심을 낸다면 우리도 따라간다.”

“예, 알겠습니다.”

“250억까지 투입한다.”

“예, 보스.”

이렇게 백범과 스미스는 우도와 마라도를 두고 또 한 번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 * *

현성 그룹 회장실.

현성 그룹 역시 태양 그룹 계열사인 우도관광개발회사에서 고가의 해양 플랜트 시설인 FPSO의 건조를 의뢰했기에 그에 따른 회의가 진행이 되고 있었다.

물론 이 회의는 현성중공업 자체에서 진행할 수도 있었지만, 태양 컴퍼니와 태양 그룹이 현성 그룹 계열사의 주식을 다량으로 보유하고 있기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어서 그룹 본사에서 향후 진행 상황에 대한 회의를 할 수밖에 없었다.

“FPSO를 4기나 의뢰했다고?”

“예, 그렇습니다. 회장님.”

현성중공업 사장이 현성 그룹 회장에게 말했다.

“그럼 주가 상승을 위해서 공시를 해야겠지?”

“예, 호재이지 않습니까.”

“태양이 확보한 현성중공업의 지분은?”

“총 23%입니다.”

“하하하……!”

현성중공업 사장의 보고에 현성 그룹 회장은 씁쓸한 표정으로 웃었고 그의 웃음에 회의에 참석한 중역들과 사장단들은 그룹 회장의 눈치만 볼 수밖에 없었다.

“왜, 왜 그러십니까? 회장님.”

“재무이사.”

“예, 회장님.”

“그룹 유보금이 얼마나 있지?”

“현재 빅딜을 대비해서 준비해 놓은 3억 달러입니다. 추가적으로 빅딜 이후 태양 그룹에서 지급될 10억 달러도 유보금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으음……. 그렇군.”

이 자리에 모인 현성 그룹 사장단들은 현성 그룹 회장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다는 눈빛을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현성건설 사장인 이지박은 찰나의 순간 묘한 미소를 머금었다가 담담하게 변했다.

“3억 달러의 유보금을 이용해서 현성중공업 주식을 매입해.”

“예?”

“태양 컴퍼니가 우리 현성중공업 주식을 이용해서 FPSO 건조 대금을 지불할 생각인 모양이군. 그렇다면 주가가 상승하는 것에 따라 추가 건조를 의뢰하겠지.”

“아……!”

현성 그룹 회장의 예측에 모두가 입이 쩍 벌어졌다.

“그와 함께 심해 원유 가스 시추선인 드릴십(Drillship) 건조 라인을 증설해.”

“회장님……!”

“태양은 돈이 있고 나는 대형선박 건조 기술력과 노하우가 있으니 당분간 좋은 파트너가 되겠어. 하하하!”

역시 회장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닌 것이다.

“됐어, 이렇게 되면 중공업 분야의 빅딜도 우리가 우위에 설 수가 있으니 안심이군.”

현성 그룹 회장은 태양 컴퍼니의 백범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알겠다는 눈빛을 보였다.

‘야망이 너무 크군, 아주 커!’

현성 그룹 회장은 백범의 얼굴을 떠올리며 복잡 미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 * *

현성건설 사장실.

이지박 현성건설 사장은 그룹 회의가 끝나자마자 현성건설로 복귀하면서 자신의 처조카를 급히 호출했고 처조카는 주인도 없는 사장실에서 이지박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또 무슨 일을 시키려고 이렇게 부르는 거지?”

이지박의 처조카는 짜증 반, 기대 반인 표정으로 중얼거리며 소파에 앉았고 그의 시선은 테이블 위에 올려 있는 재떨이와 담배 케이스로 향했다.

“아직도 담배를 피우시는군.”

피식 웃는 그였고 그는 담배 케이스를 열어서 담배 한 개비를 꺼냈다.

“아, 처삼촌께서는 디스를 너무 좋아하신다니까.”

철컥!

그때 사장실 문이 열렸고 이지박의 처조카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지?”

이지박은 자기 앞에 있는 놀란 눈빛으로 서 있는 처조카를 보며 되물었다.

“예, 알겠습니다.”

“너랑 나랑은 연결 고리가 없어야 해.”

“물론입니다. 그런데…….”

“왜?”

“현재 현성중공업의 주가가 9%나 폭등한 상태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매집해도 될까요?”

처조카의 물음에 이지박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야.”

“예……!”

“나 현성 그룹 사장이야.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압니다.”

“무조건 차명계좌를 통해서 현성중공업 주식을 매집해.”

“예, 알겠습니다.”

“최대 100,000원까지 상승할 테니까.”

이지박의 말에 처조카는 놀란 눈빛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 그 정도나요?”

“그 이상일 수도 있어. 하하하!”

호탕하게 웃는 이지박 현성건설 사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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