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0
190화 적의 방법으로 갑니다(4)
1998년 6월 2일, 한정식집 특실.
“회장님께서 아시는 것처럼 이승만 초대 대통령께서 과거 일본 정부에 대마도 반환을 강력하게 3차례나 요청하셨습니다.”
“그것이 첫 번째 근거가 되겠군요.”
“그렇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사실 역사적으로 대마도 지역은 임진왜란 전까지는 조선의 실효적 지배를 받았다고 할 수 있죠, 임진왜란 당시 일본군의 침략 기지로 전락했고 선봉에 섰죠. 따지고 보면 대마도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겁니다.”
나는 조갑수 교수에게 대마도 관련 역사에 대해서 강의 아닌 강의를 들었고 충분히 물고 늘어질 수 있는 조건들이 몇 가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역사적으로는 고려 말부터 고려에 조공하고 쌀 등의 답례를 받아가는 조공무역을 했었습니다.”
역사학자라서 그런지 역사 이야기만 계속하고 있는 조갑수였다.
“대마도주라는 사람이 꼼수를 썼군요.”
“그렇죠. 고려 때에도 쌀은 귀했죠. 하여튼 그때부터 대마도는 고려나 조선의 도움이 없이는 통치 자체가 불가능했습니다. 그러니 일본 본토보다는 고려나 조선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죠.”
“고려나 조선이이 대마도에 잘해주면 엎드리고, 외면하면 왜구가 됐다죠?”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일본이 내세울 수 있는 역사적 근거는 무엇입니까?”
“으음……!”
역사학자라고 해서 바로 내 질문에 답이 나오지는 않았다.
“아, 6세기인 일본 아스카 시대 때는 쓰시마 도주가…….”
“잠깐만요. 대마도를 우리 땅이라고 마음을 먹었으니 쓰시마가 아니라 대마도여야 합니다. 우리라도 쓰시마라고 부르면 안 되죠.”
“아. 그렇습니다. 하하하, 하여튼 대마도주는 일본왕부의 임명장을 받기도 했습니다. 지리적 환경적 상황에 의해서 줄타기를 제대로 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마도는 평화 시에는 한반도와 일본 열도 간의 교역을 독점했고, 전쟁 시에는 두 나라 사이의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과정에서 대마도는 일본 왜구의 소굴이 될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고려 말에는 고려가 혼란스러운 것을 틈타서 남도 지방을 계속 공격해 왔었다.
“그렇군요.”
“예, 그렇습니다. 그리고 고려 창왕 때에는 박위가 대마도를 정벌했었죠.”
“박위 장군?”
“예,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토벌이라고 하지 말고 정벌이라고 합시다. 아니 점령이라고 해야겠군요.”
“학계 정설과는 달라서…….”
살짝 난색을 보이는 조갑수 역사학자다.
“역사 해석이란 건 충분히 주관적일 수 있지 않습니까?”
“아, 예……!”
역사라는 것은 기록하는 자의 몫이고 판단하는 자의 몫이면서 이용하는 자의 도구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이 역사이기에 어떤 힘을 가진 사람이 그 역사를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서 역사의 모습은 달라진다.
“다른 특이한 것은 없습니까?”
“대마도주의 집안은 대대로 백제계라는 것이 정설입니다.”
“그래요?”
“화족이라고도 불렸죠.”
“화족? 귀족 같은 겁니까?”
“제국주의 일본의 실질적인 지배층입니다. 일본은 그 시대에 귀족이 참 많았습니다. 그 시절 일본에 협력했던 조선인들이 대부분 귀족의 작위를 받았지만 화족이 된 사람은 없죠.”
“그렇군요. 그런데 일본 왕실도 제가 알고 있기로는 백제계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이 또 하나가 있군요. 대마도는 고려와 조선 시기에는 고려와 조선으로부터 관작을 받았습니다.”
“일본 쪽에도 받았겠죠?”
“물론입니다.”
“우리가 필요한 부분만 부각합시다.”
“그렇죠…….”
“결국은 우리가 제일 먼저 주장하고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는 근거는 이승만 씨가 대마도를 반환하라고 일본 정부에 강력하게 요청했다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께서는 그렇게 강단이 있었던 분이십니다.”
나도 모르게 인상이 찡그려졌다.
‘강단?’
조갑수 교수는 이승만 씨에 대해서 좋은 의미로 강단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가요?”
“예, 그렇습니다. 대한민국의 초대 대통령이자 조국 독립에 이바지하셨고 대한민국 정부 수립에도 큰 공헌을 하셨으며 한국전쟁에서는 민주주의를 수호하셨던 분이십니다. 제대로 된 평가가 필요하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조갑수 교수의 말에 나는 그를 빤히 봤다.
“개소리는 그만하시고요.”
“예?”
내 말에 황당한 눈빛을 보이는 조갑수 교수다.
“이해를 못 하셨습니까? 개소리라고요.”
“회장님…….”
“제가 틀린 말을 했나요?”
“그건 아, 아니시지만…….”
점잖은 입에서 거친 말이 나오니 당황한 것이다.
‘조갑수는 친일파를 일본의 협력자라고 했지, 친일파라고 안 했다.’
그리고 친일파들은 자신들을 친일파라고 부르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건 중요하지 않다. 그리고 조갑수 교수가 이승만을 높게 평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말로 나왔을 때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이승만 씨에 대해서 평가를 다시 해야 한다고 하셨습니까?”
“저는 그럴 필요가 있다고 말씀을 드리기는 했습니다. 그리고 대마도를 위해서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업적을 부각시킬 필요성이 있다고 봅니다.”
“저는 생각이 다르고요. 필요한 것만 챙기면 됩니다. 이승만 씨가 일본에 대마도를 반환하라고 3차례나 요구했다는 것만 강조하면 됩니다.”
“아……!”
“그리고 제가 한 말씀을 더 드린다면 이승만 씨는 재평가가 필요 없는 사람입니다.”
“회장님은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다소 놀랍다는 눈빛을 보이는 조갑수다.
“그렇습니다. 이승만 씨는 독립운동했던 것은 사실이고요. 하지만 독재자였고 학살자였고 공이 있는 사람이고 과가 아주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으음…….”
“제 의견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까?”
“아, 아닙니다.”
“예, 아니어야 합니다.”
나는 나 빼고 누군가가 내 앞에서 개소리하는 것이 정말 싫다.
‘하여튼 나는 이승만 싫다.’
박정희도 싫다. 그냥 정치인들은 다 싫다.
‘그렇다면 김대준은?’
물론 싫다.
“예, 알겠습니다.”
“하여튼 우리가 필요한 것만 챙깁니다. 나중에 그 사람이 내 목적에 의해서 새롭게 재평가되는 것은 싫습니다.”
“예, 그렇게 알겠습니다.”
어떤 측면에서 이것이야말로 돈의 힘일 것이다.
하여튼 이렇게 조갑수 교수에게 대마도 역사 왜곡 작업을 시작하라고 지시를 내린 후 옥으로 된 주전자와 옥 잔을 들려 보냈다.
* * *
일본 총리실.
“대한민국 정부가 아직도 일한 어업 협정 회담에 참석할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했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일한 어업 협정에 대한 파기에 대해서는 특별한 항의가 없었죠?”
“예,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런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런데 왜 새로운 협정 회담 촉구에 대한 요구는 묵묵부답일까?”
일본 총리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보좌관을 보며 물었다.
“그것은 여러 각도로 생각을 해봐야 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뭐?”
“항상 그랬듯 과거나 현재의 대한민국 통치자들은 과거의 행적에 대해서 신경을 쓸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이승만이 그렇고 박정희가 그랬고 현 대통령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요?”
“예, 그렇습니다. 박정희도 일본식 이름으로 바꿨고 현 김대준 대통령 역시 과거에는 일본식 이름으로 바꿨었습니다. 그렇기에 새로 맺어질 일한 어업 협정이 일본 정부에 유리하게 체결이 되면 비난을 면하기 어렵기에 고민하는 것 같습니다.”
보좌관의 말에 일본 총리는 일리가 있다는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그런데 말입니다. 나카무라.”
“예, 총리 각하.”
일본 총리가 그때 아무 말도 없이 서 있는 중년의 남자를 불렀다.
“미래의 해양 영토의 판도는 대륙붕 연장설이 아니라 배타적경제수역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했죠?”
“예, 그렇습니다. 강대국들이 그렇게 전환을 하는 것이 유리하기에 그렇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2028년 일한 공동 개발 구역은 일본의 해상 영토가 될 것입니다.”
“하하하, 좋아요, 아주 좋아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일한 어엽 협정을 새롭게 진행하시면서 일한 어업 공동 구역을 선포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이렇게 일본 정부는 아주 오래전부터 체계적으로 7광구 지역을 비롯한 대한민국의 해상 영토를 자신의 영토로 만들기 위해 차곡차곡 준비를 해오고 있었다.
“그래야지. 다른 특이한 사항이 있나?”
일본 총리가 보좌관에게 물었다.
“특별한 사항은 없습니다. 단지 약간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 발생했습니다.”
“뭐지?”
일본 총리가 인상을 찡그렸다.
“우도삼다수라는 회사가 우도 인근과 마라도 인근에서 해양 심층수를 채취하여 생수 사업을 한다는 뉴스가 보도되었습니다.”
“마라도?”
“예, 그렇습니다.”
“마라도라면 7광구 위쪽이지?”
“예, 그렇습니다.”
“그건 일한 공동 개발 구역이잖아.”
바로 인상을 찡그리는 일본 총리였다.
“바로 위쪽일 가능성이 큽니다.”
“으음…….”
어떤 측면에서는 별것이 아닌데 신음까지 터트리는 일본 총리였다.
“지속적인 주시를 해.”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정부가 독도에 신경을 쓰게 만들어. 다른 해역은 신경도 쓰지 못하게 독도에 대해서 강조를 하란 말이야.”
“예, 알겠습니다. 총리 각하. 그리고 독도가 아니라 다케시마입니다.”
“아. 다케시마, 입에 잘 붙지 않는군.”
일본 총리는 묘한 미소를 보였다.
“예, 그렇습니다.”
“그래야 다른 곳에는 신경을 안 써. 물론 다케시마도 본국의 영토지만 말이야.”
하여튼 일본 정부는 아주 오래전부터 대한민국의 남쪽 바다를 빼앗기 위해 철저하게 준비해서 움직이고 있었다.
* * *
한정식집 특실.
조갑수 교수가 돌아간 후에 나는 반크 사이트 설립자를 만나고 있다.
‘속전속결이다.’
그러고 보면 이번 일 말고도 내가 신경을 써야 할 일이 아주 많다. 그러니 내가 처리해야 할 일은 빠르게 처리하는 것이 내일의 행보를 위해서 이롭다.
“우선 어느 이름 없는 독지가가 50억을 반크 사이트에 기부할 겁니다.”
내 말에 반크 사이트 설립자는 이해가 안 된다는 눈빛을 보였다.
“회장님께서 지원하시는 것이 아니었습니까?”
“물론 그 이름 없는 독지가가 저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외부에 유출되어서는 절대 안 될 일입니다. 반크 사이트는 독립된 민간 외교 사이트여야 합니다.”
특정 그룹이 지원하게 된다면 공정성을 잃게 된다.
“예, 알겠습니다.”
“우선 50억을 이용해서 반크의 조직도를 확대하고 미국 인터넷 검색 엔진인 큐브에 광고를 의뢰하십시오.”
“큐브라고 하셨습니까?”
다시 놀라는 반크 사이트 설립자다. 물론 반크 사이트 설립자 역시 내가 섭외했고 반크 사이트를 만들라고 지시를 내렸었다.
“그렇습니다.”
“아……!”
“독도는 누구의 땅입니까?”
“독도야 당연히 대한민국의 땅이죠. 노래에도 있지 않습니까? 울릉도 동남쪽 뱃길 따라 200리~”
나를 보며 당연한 것을 묻는다는 눈빛을 보이는 반크 설립자다.
“그렇다면 대마도는 누구의 땅입니까?”
내 질문에 표정이 굳어지는 반크 설립자다.
“회, 회장님…….”
“우리도 일본이라는 적처럼 움직입니다. 독도는 우리 땅이고 대마도도 우리 땅입니다.”
“회장님…….”
“역사적 근거는 제가 만들어내죠. 물론 이름 없는 기부자가 대대적으로 또 지속해서 기부할 겁니다. 그러니 반크 내부에서도 근거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겁니다.”
모든 일은 대부분 돈이 하는 일이다.
그리고 나는 반크에게 돈 걱정 없이 자신들이 주장하는 것을 주장하고 홍보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그런 역사 왜곡을 통해서 무엇을 얻으시려는 겁니까?”
의외의 질문을 내게 하는 반크 설립자다.
“말했잖습니까?”
“예?”
“대. 마. 도!”
내 말에 기겁하는 반크 설립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