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9
189화 적의 방법으로 갑니다. (3)
1998년 6월 2일, 한정식집 특실.
내 앞에는 박태웅 상임이사가 소개해 준 역사학자가 앉아 있다.
-그 사람이 뭐라고 했습니까?
나는 어제 박태웅 상임이사와 나눴던 이야기를 떠올랐다.
-대마도는 역사적으로 조선의 영토이기에 대마도를 반환해 달라고 일본 정부에 강력하게 요청했었습니다.
-회장님.
-예.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지 않습니까?
내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박태웅 상임이사는 정확하게 파악했다.
-싸움터를 바꾸는 겁니다. 반크도 설립이 됐고 우리 땅을 우리 땅이라고 하는 것보다 우리 땅일 수 있는 곳을 우리 땅이라고 우겨서 일본 정부의 관심을 독도에서 대마도로 옮길 생각입니다.
-일본이 회장님의 생각대로 놀아날까요?
-왜 안 되겠습니까? 역사도 있고 사실 일본보다 대한민국이 대마도에서 가깝습니다. 우리도 일본처럼 우겨 봅시다. 보통 사람들은 우기는데 돈을 쓰지 않지만 저는 돈을 많이 쓸까 합니다. 하하하!
-으음……!
내 발상에 그저 신음을 터트리는 박태웅 상임이사였고 나는 어제를 떠올리면서 내 앞에서 차분히 앉아 있는 역사학자를 봤다.
“안녕하십니까? 태양 컴퍼니 대표이사 백범이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조갑수라고 합니다.”
“역사에 대해서 알고 싶은 것이 많아서 모셨습니다.”
“그러십니까?”
“예, 그렇습니다. 제가 시간이 별로 없기에 단도직입적으로 몇 가지만 알아보고자 합니다.”
“말씀해 보십시오.”
“교수님, 대마도는 일본 땅입니까? 대한민국 땅입니까?”
내 물음에 조갑수 역사학자는 무슨 개똥같은 소리를 하냐는 눈빛을 보였다.
‘대마도는!’
대한민국 국민들은 그 섬을 대마도라고 부르고 일본인들은 쓰시마섬이라고 부른다.
한반도와 규슈 사이의 대한해협 중간에 있다. 그리고 내가 알고 있는 대마도의 역사는 일본보다는 조선이 실효 지배를 했었고 어떤 측면에서는 대한해협을 잘 공략하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내 주도하에 해양 영토 분쟁 지역으로 만들 수 있는 곳이다.
‘거기다가 이승만 씨가……!’
그는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자마자 1948년 8월에 대마도는 대한민국의 고유 영토이니 일본은 반드시 반환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요구했다.
그런 과정에서 이승만 씨는 외무부에 대마도 속령에 관한 성명‘을 발표하게 했다. 그와 동시에 그다음 해인 1949년에도 똑같이 대마도가 대한민국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그러고 보니 1948년이니 딱 50년 되었군.’
딱 50년 만에 내가 다시 같은 주장을 할 생각이다.
‘그게 전부가 아니었지.’
그는 1949년 이후에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초안 작성 과정에서 미국 국무부에 보낸 문서를 통해서 대마도의 영유권을 돌려받아야 한다는 요구를 했었다.
‘양키들이 거절했고.’
그때부터 미국 양키들이 대한민국의 손을 들어줬다면 아마 대마도는 지금 대한민국의 태극기가 대마도 동사무소에 걸려 있었을 것이다. 물론 역사라는 것에 만일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지만 말이다.
“예?”
“질문 드린 그대로입니다. 대마도는 누구의 땅입니까?”
“대마도야 당연히 일본…….”
“그 대마도를 우리 땅이라고 우기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하고 어떤 결과물이 만들어지겠습니까?”
내 직설적인 표현에 조갑수 역사학자는 놀란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회장님…….”
이 자리는 나이가 많고 적고가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조갑수 역사학자는 내가 가진 인지도와 또 재력 때문에 이 자리에 나왔고 내게서 얻을 것이 많다고 생각했기에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다.
“예, 말씀하십시오.”
“회장님의 질문에 대한 답을 말씀드리기 전에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사업적인 측면이라고 말씀을 드려야겠군요. 제가 우도삼다수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광고는 보셔서 아시죠.”
“아, 그 해양 심층수 개발 말씀이시군요.”
대대적으로 나는 우도삼다수 광고를 하고 있다. 그리고 깨끗한 해양 심층수에 대한 광고를 막대한 광고비를 사용하면서 실시하고 있는 상태다.
“그렇습니다. 해양 심층수가 따지고 보면 육지에서 멀면 멀수록 깨끗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것과 대마도와는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조갑수 역사학자가 나를 뚫어지게 봤다.
“사업적으로 상관이 있습니다. 우도 인근에서만 해양 심층수를 채취할 생각이 아니거든요.”
“설마 대마도까지 진출하시려는 겁니까?”
“거기까지는 아니고요. 1차로 우도삼다수, 2차로 마라도삼다수, 최종적으로는 독도 인근에서 해양 암반수를 추출할 생각입니다.”
내 포부에 놀랍다는 표정을 보이는 조갑수 역사학자다.
“정말입니까?”
“물론이죠, 그런데 일본 정부가 자꾸 독도를 입에 담기도 싫게 다케시마라고 부르짖고 있네요. 그래서 똑같이 당해 보라고 대마도를 건드릴 생각입니다.”
해양 암반수를 뽑아낸다는 목적으로 나는 유전과 천연가스를 개발할 생각이다.
‘육상에서 지하수를 뽑아내듯!’
대륙붕 표면에 관을 박고 해양 심층수를 뽑아낼 거라 발표할 생각이다.
‘그렇게 되면……!’
해양 암반수가 나올 수도 있고 아니면 유전이 터질 수도 있고 천연가스가 뿜어져 나올 수도 있다. 물론 99.99%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겠지만 말이다.
“정말 회장님의 발상 그 자체는…….”
“황당무계하죠.”
“예, 그렇습니다.”
“일본 정부가 그렇게 황당무계한 주장을 하는 겁니다. 역지사지로 당해 보라는 겁니다. 그런 과정에서 일본 정부의 관심을 독도 침략이 아닌 대마도 방어로 돌리고자 합니다. 도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제 명예와 직결이 되는 일입니다.”
“조갑수 교수님의 명예의 무게를 제가 가진 하찮은 금으로 채워드리겠습니다. 하지만 훗날 대한민국 후손들은 조갑수 교수님을 민족주의 역사학자라고 기록하게 될 겁니다. 아니 제가 가진 돈이 교수님을 그렇게 역사에 기록되게 만들겠습니다.”
내 말에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이는 조갑수 역사학자다.
“백범 회장님께서는 다른 재벌과는 좀 다르시군요.”
“어떤 면에서 다른 것 같습니까?”
“이런 말씀을 드리기는 좀 그렇지만 망나니 같은 느낌도 들고 무법자 같은 느낌도 듭니다.”
“잘 보셨습니다. 저는 그런 사람입니다. 저와 한번 먼 길 같이 손잡고 가시겠습니까?”
“으음…….”
조갑수 교수로서는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제재판소까지 끌고 갈 생각이다.’
내가 대마도는 일본 땅이 아닌 대한민국의 영토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기 시작하면 한국 국민들도 동참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일본은 광분하게 될 것이고 대한민국 정부에 강력하게 항의할 것이다.
‘문제는!’
대한민국 정부가 너무 물러 터졌다는 것이다.
“고민스러우시다면 제 술 한 잔 받으십시오.”
나는 조심히 옥으로 만든 주전자를 들어 조갑수 교수에게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는 술잔을 내게 내밀었다가 옥으로 만든 주전자와 술잔을 보고 이제야 놀란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이, 이 주전자와 술잔은?”
“하하하, 왜 그렇게 놀라십니까?”
“이 두 문화재는……!”
“대만에서는 국보로 취급이 된다고 합니다.”
“아……!”
중국인들만큼 옥에 심취하는 사람들은 세계에 둘도 없을 것이다.
“돌아가실 때 챙겨 가시면 됩니다.”
“진, 진품입니까?”
“진품이죠. 저 백범입니다.”
이제야 눈빛이 변하는 조갑수 교수다.
‘50억이 넘지.’
지금 나는 조갑수 교수에게 50억을 배팅한 것이다. 그리고 조갑수 교수의 양심과 명예의 값을 50억으로 책정한 것이기도 하다.
“조갑수 교수님, 저의 잔을 받으시겠습니까?”
“받겠습니다. 받아야죠.”
졸졸, 졸졸!
결정을 내린 술잔에 술이 채워졌고 옥이 술에 젖어 더욱 매끄러운 빛을 발산했다.
“제가 대마도에 대해서 알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승만 씨가 왜 무모하게 대마도를 반환해 달라고 요구했는지도 알고 싶습니다.”
* * *
현성중공업 사장실.
현성중공업 사장실에는 우도관광개발회사 사장인 김도출이 앉아 있었고 현재 상황은 해양 플랜트 시설 수주계약이 체결되기 직전이었다.
“우도관광개발회사가 정말 해양 암반수를 개발하실 모양이군요.”
“예, 그렇습니다.”
“그런데 왜 모든 개발 설비가…….”
현성중공업 사장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김도출 사장을 봤고 그는 말을 줄였다.
“생각하시는 것 때문입니다.”
“아!”
“하지만 비밀입니다. 해양 플랜트 공사에 가장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회사는 대후조선이지만 백범 회장님께서는 현성중공업을 선택하셨습니다.”
“그러시군요.”
“현성 그룹 회장님과의 약속도 있고 또 태양 컴퍼니가 현성중공업에 보유한 지분 관계도 있고 대규모 수주이기에 현성중공업을 선택하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선택의 핵심적 이유는 비밀유지입니다.”
“예, 알겠습니다. 철저하게 비밀이 유지되게 하겠습니다.”
“그렇게 해주셔야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저희는 해양 암반수를 채취할 생각입니다.”
쉽게 말해 해양 심층수개발은 200m 이하의 심해에서 바닷물을 뽑아 올리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백범이 생각하는 해양 암반수는 대륙붕 지면에 대형 관을 꽂고 육상 지하수를 채취하는 식으로 물을 끌어올릴 수 있다. 게다가 그런 과정에서 물이 나올지 아니면 기름이 나올지는 누구도 모른다는 엄청난 상상력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알고 있고 광고를 하고 있으시죠.”
“짐작하시는 것처럼 우리 우도관광개발회사는 해양 암반수보다 더 깨끗한 생수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육상에서 지하수를 개발하는 것처럼 대륙붕 표면에서 관을 박고 해양 암반수를 뽑아낸다는 계획입니다. 세상 그 어느 곳보다 깨끗한 생수가 될 겁니다.”
“성공하면 그렇겠죠.”
“실패해도 상관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런 실패 과정에서 다른 것이 뽑혀 나와도 괜찮고요. 이미 파악하셨겠지만 저는 유전개발 엔지니어입니다.”
“그 부분도 비밀을 유지하겠습니다.”
“예, 그렇게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태양 컴퍼니와 태양저축은행, 그리고 태양 그룹이 보유한 현성중공업의 지분이 총 27%라고 말씀하시더군요. 그 정도의 지분이면 충분하게 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으음…….”
김도출 사장의 발언은 현성중공업 사장에게는 협박처럼 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시다면 백범 대표께서는 곧 사내이사가 되시겠군요.”
현성중공업 사장이 떠보듯 물었다.
“하하하, 저희 회장님께서는 감투에는 별 관심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회장님께서 생각하시는 상상적 미래에 방해되는 일이 발생한다면 마음이 또 달라지시겠죠.”
“그렇죠. 각별하게 조심하겠습니다.”
“그래 주시면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희 우도관광개발회사는 해양 플랜트 시설 4개를 요청할 생각입니다.”
“4개라고 하셨습니까?”
“그렇습니다. 비밀유지의 대가라고 하셨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회장님께 보고 드리겠습니다.”
이렇게 백범이 생각하는 미래의 상상은 현실이 되기 위해 차곡차곡 진행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