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졸부 집 망나니-188화 (188/415)

# 188

188화 적의 방법으로 갑니다(2)

1998년 6월 1일, 태양 컴퍼니 회장실.

오전 회의를 끝냈고 박태웅 상임이사만 회장실에 남았다.

“혹시 삼정전자까지 확보하실 생각입니까?”

박태웅 상임이사는 중역들과 같이 공유할 계획이 있고 또 나와 둘이서만 알아야 할 계획이 있어야 한다는 눈빛으로 내게 물었다.

“삼정전자의 유통주식이 모두 제 손을 잡아줘도 48%니 불가능한 일이죠.”

나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항상 불가능한 일에 도전하시는 회장님이시잖습니까.”

“그러니까요.”

나는 박태웅 상임이사를 보며 웃었다.

“확보하실 생각이시군요.”

“박태웅 상임이사, 나는 저번에도 애플이 세계 최대 전자 회사가 될 거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예, 그렇습니다. 그래서 현재 블랙홀 그룹이 애플의 주식 10%를 보유하고 있지 않습니까?”

“투자는 성공일 겁니다. 하지만 투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세계 전자 업계를 주도하는 일입니다. 태양전자가 세계 전자 시장을 주도하게 할 생각입니다. 태양전자와 현성전자는 곧 합병됩니다.”

두 전자 회사의 합병은 발표만 남겨둔 상태다.

“그렇죠.”

“두 회사만 합병이 되어도 거대해집니다. 하지만 나는 대한민국 전자 업계에서 독보적인 1위가 되고 싶습니다. 그래야 세계에서도 1위가 될 테니까요.”

이런 목표 때문에 나는 전자 관련 원천특허를 가진 세계의 기업들을 포식자처럼 합병하고 있는 상태다.

‘현재는 노키아가 최고지만……!’

내가 알고 있는 미래는 애플이 세계 전자 업계에 독보적 1위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것을 태양전자로 바꿔놓고 싶다.

물론 그렇게 되면 애플은 미국에서 1조 달러 기업으로 거듭나지 못할 수도 있다.

‘투자 손해 좀 보지 뭐.’

미소가 머금어지는 순간이다.

“아…….”

“삼정전자까지 제 손아귀에 넣을 겁니다.”

“그래서 삼정 그룹의 다른 계열사들의 주식을 매집하라고 하신 거군요.”

“그렇죠. 삼정 그룹은 삼정전자를 빼앗기든지 아니면 다른 계열사를 내놓게 될 겁니다. 저는 이렇게 준비해서 그들에게 선택하게 할 겁니다.”

“아……!”

매번 나와 이야기를 할 때마다 탄성을 터트리는 박태웅 상임이사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물론이죠. 지금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9월이면 최대 200억 달러까지 자본이 확보됩니다.”

처음 블랙홀닷컴의 기업 공개와 함께 주식 매도를 통해서 82억 달러를 자본이 확보될 것으로 예측을 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블랙홀닷컴의 수익이 증가하고 미국 및 영어권 국가에서 인지도가 증가하면서 최대 200억 달러까지 자금이 확보될 가능성이 크다는 보고를 받은 상태다.

“200억 달러면 삼정 그룹 계열사 2~3개는 삼킬 수 있는 자본입니다.”

“그렇기는 합니다. 하지만 반격이 만만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삼정입니다.”

“돈 앞에는 장사 없습니다.”

“예, 항상 그렇게 자신만만하시죠.”

“원래 남자는 지갑이 무거워지면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법이죠. 하하하!”

“하지만 회장님.”

“왜요?”

“대한민국 정부가 태양 컴퍼니가 거대해지는 것을 경계할 수도 있습니다.”

“그럴 수도 있겠죠.”

“그렇게 되면 10개 공기업에 대한 민영화가 진행됐을 때 계획하셨던 한국전력과 KTT통신 그리고 인천국제공항을 소유하기 어려울 가능성도 있습니다.”

“셋을 다 가질 수는 없죠.”

“그렇습니다.”

“우린 10개 중에서 2개만 가집니다. 한국전력과 인천국제공항입니다.”

물론 대한민국 정부가 발표한 공기업 민영화에 포함된 공기업은 9개다. 그리고 나는 아직 인천국제공항에 대한 민영화 사업에 대한 포석도 깔아놓지 못한 상태다.

“한국전력을 모르겠지만 인천국제공항은 불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해 봅시다.”

“예, 누가 회장님을 말리겠습니까.”

이제 박태웅 상임이사는 그저 덤덤하게 말할 뿐이다.

“그리고 참, 역사학자의 섭외는 끝났습니까?”

“왜 갑자기 역사학자를 찾으시는지…….”

“반크 사이트가 개설됐죠.”

박태웅 상임이사를 보며 묘한 미소를 보였다.

“예, 그렇습니다.”

“적을 흥분시키려면 적의 방법이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

“독도는 우리 땅인데 우리가 자꾸 우리 땅이라고 외치는 것보다 독도에 관한 관심을 희석할 좋은 방법이 떠올랐습니다.”

“으음…….”

“박태웅 상임이사.”

“예, 회장님.”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이 참 못된 짓을 많이 했습니다.”

“왜 갑자기 이승만 씨에 대해서 거론하시는 겁니까?”

“그 사람이 과거에 일본에…….”

똑똑!

그때 노크가 들렸고 나는 하던 말을 멈췄다. 그와 동시에 회장실 비서실장이 들어왔고 내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반응이 빠르군.’

비서실장이 무슨 일로 들어왔는지 짐작이 된다.

“혹시 삼정 그룹에서 연락이 왔습니까?”

내 말에 비서실장도 놀라고 박태웅 상임이사도 놀란 눈빛으로 나를 봤다.

“예, 그렇습니다. 삼정 그룹 회장이 회장님을 만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덫에서 걸려들었군요.”

미소가 머금어지는 순간이다.

“내 스케줄이 비는 날이 언제입니까?”

“3일 후 오후 시간대가 비어 있습니다.”

“그때가 좋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회장님.”

비서실장이 내게 다시 묵례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 * *

산왕머니 일본 본사 회장실.

“우도 매입에 본사 자본이 투입이 되어야 한다고?”

산왕머니 일본 본사 회장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송구합니다.”

“왜, 왜,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자기 성질을 못 참고 소리를 다시 질렀다.

“산왕머니 대한민국 법인은 현재 개점 휴업 상태입니다.”

“그러니까,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냐고?”

“태양저축은행이 기존 대출자의 이자율을 자체적으로 21퍼센트까지 낮췄습니다.”

“으음.......”

백범의 집토끼 지키는 작전은 성공했고 산왕머니와 리드오프로 대출을 갈아타는 대출자는 없었다.

“또한 신규 대출도 전무한 상태입니다.”

“21퍼센트 이하로 낮춰야 한다는 건가?”

“그래도 소용이 없을 것 같습니다. 태양저축은행에서 비공식적으로 통보해 왔습니다.”

“뭐, 뭐라고?”

“20퍼센트 이하로 낮추면 자기들은 더 낮출 거라고 합니다.”

“완전 미쳤군, 대부업이 무슨 자선사업인 줄 아는군.”

“그리고.......”

“그리고 뭐?”

“대한민국에서 철수하라고 비공식적으로 통보해 왔습니다.”

“조센징.......!”

일본 산왕머니 회장은 이빨을 바득바득 갈 수밖에 없었다.

“추가적으로 태양저축은행은 산왕머니와 리드오프의 지점 옆에 태양저축은행 지점을 설립하겠다고 통보해 왔습니다.”

“이건 불공정거래야.”

“회장님, 진정하십시오.”

“지금 내가 진정하게 됐어?”

“이 상태로는 희망 자체가 없습니다. 저의 짧은 소견으로는 정말 태양저축은행은 10퍼센트까지 대출금리를 낮출 것 같습니다.”

“은행의 저축 이자가 10퍼센트야.”

“대부업으로는 영업 수익을 올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태양저축은행은 주식 투자와 기업 대출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저의 생각으로는 태양저축은행 설립 자체가 외국 자본으로 진출하는 대부업체를 말살하려는 것 같습니다.”

“이런, 젠장!”

“철수하셔야 합니다.”

“지금까지 인프라 구성을 위해 투자된 자금이 얼마인 줄 알면서 철수를 내게 말해?”

“대부업 사업을 계속 진행하시면 적자만 더 쌓이게 됩니다.”

“아, 미치겠군.”

“태양저축은행에게 모든 것을 넘기고 철수하시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인 것 같습니다. 또한 우도 인수도 포기하시는 것이 좋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다 버리고 본국으로 도망쳐 오라는 건가?”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우도 인수에서 로비도 통하지 않고 있는 상태입니다. 입찰금을 가장 높게 적어 내는 쪽이 승리하고 본사는 태양 컴퍼니를 이길 자본이 부족합니다.”

“철수가 유일한 방법이라고.......”

“추가로 이제는 TV 광고도 불가능해졌습니다.”

“그건 저번에도 보고를 받았어.”

“그러니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대한민국의 대부업계는 현재 태양저축은행으로 통일이 되고 있는 상태입니다. 불법대부업체들도 손을 들고 있을 정도입니다. 이건 회장님이 말씀하신 그대로 대부업이 아니라 기부사업입니다.”

“미친놈을 이길 방법은 없지.”

“예, 그렇습니다.”

“당장에 철수를 발표한다면 기존에 구축해 놓은 모든 것들이 썩은 우럭 값이 되겠지?”

“예, 그렇습니다.”

“내가 백범을 만나보고 싶다.”

“담판을 지으실 생각이십니까?”

“그래야지. 진출도 중요하지만 철수는 더 중요한 법이니까.”

“예, 진행해 보겠습니다.”

이렇게 산왕머니는 대한민국의 서민 자본을 약탈하기 위해 진출했지만 단 3개월도 지나지 않아서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

* * *

한와 그룹 회장실.

“사업 철수해.”

한와 그룹 회장은 둘째 아들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아버지, 좀 더 지원해 주시면 버틸 수 있습니다.”

“겨우 연명해서 버티는 걸로 무슨 이익이 있겠어?”

“치킨 게임은 곧 끝납니다.”

“이미 끝났다. 내 하나만 묻자, 고객 확보율이 몇 퍼센트지?”

“그, 그게.......”

“몇 퍼센트냐고?”

“3퍼센트입니다.”

“태양저축은행은?”

“89퍼센트입니다.”

“이게 싸움이 될까? 욕도 배가 터지게 먹었는데 돈도 못 벌면 철수가 답이지. 폐업을 진행해.”

“.......예......”

“그리고 너는 캐나다 지사로 가 있어.”

“아버지.......”

“나한테 자신 있다면서! 나는 이번 일로 너의 능력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죄송합니다.”

이것으로 리드오프도 백기를 들었다. 그리고 한아 그룹 회장에게 대부업 진출을 말한 둘째 아들은 캐나다 지사로 쫓겨났다.

‘백범 그 망할 놈이 돈으로 나를 뭉개버렸군.’

스스로 패배를 인정한 한와 그룹 회장이었지만 백범의 돈지랄이 괘씸할 수밖에 없었다.

똑똑!

그때 다급한 노크가 들렸고 한아 그룹 회장실 비서실장이 다급하게 회장실로 들어왔다.

“회장님......!”

“무슨 일이야?”

“태양 컴퍼니에서 한아에너지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을 선언했습니다.”

“뭐, 뭐라고?”

한아 그룹 회장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것은 한아 그룹에 대한 백범의 징벌적 조치에 가까웠다.

“아, 아버지......”

“이런 망할, 태양 컴퍼니가 한아에너지의 지분을 얼만 확보하고 있지?”

“12퍼센트입니다.”

“미치겠군.”

공시를 통해서 선언했기에 한아에너지의 주식은 상승하고 있었다.

“이게 다... 혹시......!”

한아 그룹 회장은 백범이 특이한 존재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에 대기업이 대부업에 진출한 것에 대한 징벌적 보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서실장.”

“예, 회장님.”

“그룹 전체 계열사 사장들에게 통보해서 유보금으로 한아에너지의 주식을 매수하라고 지시를 해.”

“예, 알겠습니다.”

“그와 함께 태양 컴퍼니에게 연락해서 내가 백범 대표를 만나고 싶다는 말을 전해.”

“예, 알겠습니다.”

비서실장이 한아 그룹 회장을 보고 묵례를 하고 급히 밖으로 나갔다.

‘이게 무슨 꼴이야......!’

한아 그룹 회장은 화가 치밀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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