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5
185화 대한민국에 진출한 일본 대부업체를 말살하다(6)
1998년 4월 25일, 배우 조수종의 자택 응접실.
대통령과의 담판이 끝난 후 바로 청와대는 발 빠르게 움직였고 여당 당대표자는 낙도 지역 개발 진흥법을 임시국회에 부쳤다. 여당의 추진 정책에 대해서 무조건 반대를 하는 야당은 반대를 추진했으나 대한민국의 국회의 특성인 날치기 통과로 법안이 통과됐다. 그리고 바로 대한민국 정부는 대한민국의 낙도 지역 개발에 대한 청사진을 바로 발표했고 그 대부분이 전라도 지역에 있는 섬들이기에 현 대통령의 선심성 행정이라는 비난이 쇄도했다. 그런 과정에서 은근슬쩍 우도의 국유지를 매각한다는 공고가 발표된 상태다.
하여튼 우도의 사유지화는 차곡차곡 진행이 되는 것이다.
“저보다 유명하신 백범 대표님께서 저를 직접 찾아와 주셔서 감사하지만 저는 대부업체 광고를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나는 조수종 배우를 직접 찾아갔고 박태웅 상임이사는 정말 내가 퇴근 후에 할 일이 없기에 이런 일까지 직접 한다는 눈빛을 보였었다.
“조수종 배우의 그 마음은 정말 이해가 됩니다.”
“백범 대표님, 배우는 이미지가 생명입니다. 그리고 이미지를 떠나서 대부업이라는 것이 말이 좋아서 대부업이지 사채잖습니까. 제가 사채를 쓰라고 국민에게 또 저의 팬들에게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까요.”
“예?”
“사채나 다름이 없는 대부업의 피해를 막자고 태양저축은행 광고에 참여해 달라는 겁니다. 제가 알고 있는 대한민국 배우 중에서 가장 깨끗한 이미지를 가지신 남자 배우는 조수종 배우이고 여자 배우는 김희라 배우입니다. 두 분께서 광고 모델로 참여해 주신다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대부업체 광고인데 어떻게 대부업체의 피해를 막는다는 겁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제가 알아본 것으로는 배우들도 사채를 많이 쓰는 것으로 압니다. 그래서 누구보다 사채의 피해에 대해서 잘 알고 있으실 겁니다. 현행 이자율은 연 66%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요즘 TV만 켜면 산왕머니 광고가 나오니까요.”
“그러니까요. 아이들도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따라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산왕머니가 일본계 대부업체라는 것은 아십니까?”
“일본계 대부업체를 막자고 대한민국 대부업체의 광고를 해야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그렇죠. 하지만 사채가 다 나쁜 것은 아닙니다. 법정 이자를 지켜가며 불법 추심 없이 그렇게 성실하게 영업을 한다면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에게 도움이 될 겁니다. 하지만 연 66%라는 이자는 너무 비싸지 않습니까.”
“그래서요?”
“태양저축은행은 서민들에게 대부업체에서 빌린 자금을 대환 대출해줄 생각입니다. 기준 이자율은 66%고 태양저축은행에서 대환 대출해줄 때의 금리는 33%입니다. 사채를 쓴 서민들의 이자 부담이 반으로 줄어드는 겁니다.”
“그래도 사채는 사채입니다.”
“그렇죠. 사채는 사채죠. 하지만 성실 납부를 한다면 1년 이후에는 이자율을 20%까지 낮춰주게 계약서에 명시가 됩니다.”
현재 은행에 저축했을 때의 은행 이자율이 10%가 넘는다. 그러니 신용 대출 이자가 20%인 것은 결코 이자율이 높은 것은 아니다.
“정말입니까?”
“그렇습니다. 태양저축은행의 목표는 빚에서 빛으로 입니다. 서민들이 빚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삶을 찾는 겁니다.”
“그러면 손해이지 않습니까?”
“무슨 손해 말입니까? 그래도 돈을 법니다. 좀 덜 벌면 어떻습니까? 대한민국 서민들의 경제가 안정되어야 그 서민들이 태양저축은행에 저축할 것 아니겠습니까. 조수종 배우, 저 좀 도와주십시오. 같이 좋은 일 좀 합시다.”
“좋은 일이 아닌데…….”
“믿어 보십시오. 태양저축은행 아니 태양 그룹은 조수종 배우와 평생 광고 모델 계약을 체결하고 싶습니다. 어떠십니까?”
“으음…….”
“빚에 허덕이는 서민들이 빚에서 벗어나서 빛이 되는 일입니다. 제가 약속합니다. 시장 경쟁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대부업의 이자율을 20% 이하로 낮춰 놓을 겁니다. 태양저축은행이 그 일을 성공시킬 겁니다.”
“그렇게 돈이 많습니까?”
내가 말한 것을 현실화시키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본이 필요할 거라는 생각을 하는 조수종 배우다.
“돈 말입니까? 예, 저는 돈 많습니다.”
“정말 저와 한 약속 그대로 지켜주실 거죠?”
“예, 물론입니다. 대부업 진출도 돈 벌자고 하는 일이지만 시쳇말로 서민들의 등에 빨대를 꽂아서 쪽쪽 빨 정도로 제가 가난하지 않습니다.”
내 말에 조수종 배우가 나를 한참이나 바라봤다.
“계약서는 여기 있습니다.”
“으음…….”
신음을 터트린 조수종 배우가 테이블 위에 놓아둔 만년필을 집어 들었고 바로 사인을 했다.
“자와 한 약속 꼭 지켜주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 * *
1998년 4월 26일, 론스타 펀드 서울 지부 스미스의 사무실.
“대한민국 국회에서 낙도 개발 진흥법이라는 법이 여당에 의해서 날치기로 통과가 됐다고 합니다.”
스미스의 부하 직원이 스미스에게 보고했다.
“날치기?”
“예, 강제로 통과시켰다는 의미입니다.”
“국회의원 의석수가 많으면 의결을 통해서 당연히 통과되는 것인데 왜 그렇게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은 룰을 정해놓고 국회에서 개처럼 싸우는지 모르겠군.”
“아직도 민주화가 되지 않고 미개하기 때문이지 않겠습니까?”
부하 직원의 말에 스미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하게 아세안에 민주주의는 버겁지. 하하하!”
“보스, 낙도 개발 진흥법이 통과됐습니다. 이건 다시 말해서 대한민국의 섬들을 개인이나 기업이 매입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렇지.”
미소를 보이는 스미스다.
“제가 알아본 것으로는 대한민국의 낙도라고 불리는 섬들의 부동산 가격은 매우 낮습니다. 구입해 두신다면 수익을 발생시킬 수 있을 것으로 판단이 됩니다.”
“그렇겠지, 그렇다면 투자 적격지도 찾아냈겠지?”
“예, 그렇습니다. 우도입니다.”
“우도?”
“제주도 남단에 있는 섬으로 제주도에는 제주국제공항이 있습니다. 그리고 일본인과 중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관광지이기도 합니다. 물론 한국인들도 선호하는 관광지로 신혼여행을 대부분 제주도로 옵니다.”
부하 직원의 보고에 고개를 끄덕이는 스미스였다.
“제주도에 호텔을 지으면 좋겠군. 그와 함께 우도 전체를 매입해서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건설한다면 괜찮겠어.”
“우도 국유지 매각 입찰에 참여하겠습니다.”
“국유지가 몇 퍼센트지?”
“60%가 조금 넘습니다.”
“좋아. 우도 국유지 매각 입찰에 착수한다. 으흐흐!”
또 한 번 론스타 펀드 한국지부 스미스와 백범이 충돌하는 순간이었다.
* * *
일본 산왕머니 본사.
“대한민국 정부가 낙도 개발 진흥법을 통과시켰습니다. 그와 함께 낙도 지역을 대대적으로 개발한다는 청사진도 발표했습니다.”
일본 산왕머니 본사 중역이 회장에게 말했다.
“그렇다면……!”
눈빛이 변하는 산왕머니 회장이었다.
“대한민국의 섬을 통째로 차지할 기회입니다. 법인을 설립한 후에 한국 산왕머니에서 나오는 수익을 낙도에 투자한다면 세금도 감면을 받을 수 있으니 좋을 것 같습니다.”
“어디가 좋을까?”
산왕머니 일본 회장은 야망이 꿈틀거리는 눈동자로 변했다.
“마침 우도라는 섬에 대한 국유지 매각 공고가 발표됐습니다. 제주도 남단이 있는 섬입니다.”
“좋아. 아주 좋아. 하하하, 바로 지시해서 매각 입찰에 참여하라고 해.”
“예, 알겠습니다. 오야…. 송구합니다.”
“쯧쯧!”
“송구합니다. 회장님.”
“벗자, 이제는 좀 벗어 버리자.”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도쿄 은행에 추가 대출을 받아서 대한민국 지부로 보내, 대부업은 돈 놓고 돈 먹기잖아. 하하하!”
“예, 알겠습니다.”
“최소 자본금 규모가 2000억 이상이 되어야 해. 그리고 그중에 50% 이상이 대출된 상태로 유지가 되어야 한다.”
이건 다시 말해서 산왕머니 일본 회장은 대한민국에서 1년에 660억 이상의 이자 수익을 올리겠다는 심산인 것이다.
하지만 이미 백범이 대부업계에 진출한 상태라 산왕머니는 곧 쪽박만 찰 일만 남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 * *
1998년 5월 3일, 태양저축은행 은행장실.
태양저축은행 은행장은 이헌제다. 그리고 나는 지금 그와 함께 태양저축은행 TV 광고를 지켜 보고 있다.
[빚에서 빛으로! 태양저축은행이 여러분의 손을 잡아 드리겠습니다.]
조수종 배우와 김희라 배우가 서로의 손을 잡고 환하게 웃어 보였다.
꾹!
광고가 끝나자마자 나는 TV를 꼈다.
“이제 진짜 시작입니다.”
“예, 회장님.”
“서민들에게 대환 대출 위주로 대출해 주십시오.”
“예, 계획대로 진행하겠습니다. 하지만 연체 리스크가 아주 클 겁니다.”
이헌제 태양저축은행 은행장은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우리가 돈 벌자고 하는 사업 아니지 않습니까. 물론 돈도 벌 겁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큰 수익을 기대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티끌 모아서 태산입니다.”
“회장님께서는 참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그러게요. 제가 왜 이렇게 푼돈 욕심이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그거야…….”
이헌제 태양저축은행 은행장이 묘한 눈빛을 보였다.
“큰돈 욕심이 많아서 푼돈에는 관심이 없는 거죠. 하하하!”
“예, 그런 것 같습니다.”
“그건 그렇고 현재 얼마 정도 대환 대출이 진행이 됐습니까?”
“대환 대출 판매 개시부터 오늘까지 1500억이 대출되었습니다.”
“어디서 대출을 받는 고객들입니까?”
“분석 결과…….”
이헌제 태양저축은행 은행장이 보고서를 확인하면서 말꼬리를 흐렸다.
“아, 산왕머니에서 대출을 받았다가 대환 대출로 태양저축은행으로 전환한 고객들의 대출금이 890억입니다. 그리고 리드오프에서 대출받았다가 저금리 대출로 전환한 고객이 450억입니다. 그리고 나머지들은 악덕 사채업자에서 대출을 받았다고 구제된 고객들입니다.”
이 상태로 진행이 된다면 산왕머니와 한아그룹에서 만든 리드오프는 곧 개점 휴업 상태가 될 것이다.
“대환 대출 규모를 더 늘리십시오. 신규 대출이 아닌 대환 대출을 소개해 주는 고객에게는 금리를 5% 인하해 주십시오.”
“신규 대출이 아니라 대환 대출을 지인에게 소개해 주는 고객에게 금리를 낮춰주라는 말씀입니까?”
이헌제 태양저축은행 은행장이 꼭 그럴 필요가 있냐는 눈빛으로 나를 봤다.
“제 목표는 산왕머니를 비롯해서 일본계 대부업체가 단 한 푼도 대한민국에서 이자 수익을 더는 올리지 못하게 하는 겁니다.”
나는 다시 한번 확고한 의지를 천명했다.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특히 불법 사채를 빌렸다가 고통을 겪는 서민들을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하십시오.”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대환 대출 사업을 진행할 방법은 없습니다.”
“찾아가는 서비스가 있지 않습니까.”
내 말에 입이 쩍 벌어지는 이헌제 태양저축은행 은행장이다.
“찾아가는 서비스라…….”
“불법 사채는 이자율을 지키지 않습니다. 그리고 5000만 원 이상의 대출은 법정 금리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그런 것부터 해결해야 서민경제가 살아납니다.”
“이 정도면 기부 사업입니다.”
“하하하, 돈 버는 기부 사업입니다.”
“참 대단하실 뿐입니다.”
하여튼 이렇게 태양저축은행은 공격적인 대환 대출 마케팅을 통해서 빠르게 대부업계의 선두 주자로 등극했다. 그리고 대환 대출의 규모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당연히 산왕머니를 비롯한 일본계 대부업계는 파리만 날릴 수밖에 없다.
‘적자에 허덕이게 해주마…….’
그리고 끝내 일본계 대부업체를 철수시킬 참이다.
‘어디 감히!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