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1
181화 대한민국에 진출한 일본 대부업체를 말살하다 (2)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이 실장은 바로 전화를 끊고 이신을 봤다.
“백범 대표가 고택 앞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나한테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왔을까?”
“투자금에 대한 수익에 대해서 보고하기 위해서 왔을 것 같습니다.”
“돈 벌어주는 놈이 직접 와서 보고할까?”
“예?”
“이상하게 또 내일을 방해하러 왔을 것 같다.”
“그 말씀은……?”
“대부업에 진출하지 못하게 하려고 왔을 것 같다.”
“어떻게 그렇게 짐작하십니까?”
“이도야, 너도 알다시피 나는 내 돈을 빌려 간 사람에 대해서는 항상 챙겨 살핀다.”
“아……!”
“김포 국제공항 앞에서 대형 TV를 오래 봤다고 하더구나.”
백범에 대해서 살피고 있는 이신이었다.
“이 사실을 백범 대표가 안다면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개인사찰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내 돈을 빌려 간 사람인데 무슨 일이 생기면 안 되지. 그래서 보호 차원에서 주변에 사람을 붙인 것이다.”
“예, 알겠습니다.”
“아마 백범 그 녀석도 내가 자기 주변에 사람을 붙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이신의 말에 이 실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 * *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백범 대표가 제주도 남단에 있는 우도를 소유하고 싶어 한다고?”
“예, 그렇습니다. 이번 외평채 50억 달러를 발행했을 때 전액 구입하는 조건이고 가산금리를 제외해 주는 조건입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백범 대표가 내게 요구하기 시작했다는 건가?”
대통령은 백범의 얼굴을 떠올리며 인상을 찡그렸다.
“그렇게 보셔야 할 것입니다. 각하께서도 아시는 것처럼 백범 대표는 사업가입니다. 다른 사업가와 다른 부분이 있다면 상상력이 풍부하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렇기는 하지…….”
“대통령 각하…….”
문재한 청와대 경제수석이 목소리를 낮춰서 대통령을 불렀다.
“내가 할 말이 있소?”
“예, 그렇습니다. 이것은 저의 짧은 소견이지만 백범 대표가 우도 관련 상상력은 일본의 갑작스러운 한일어업협정의 독단적 파기와 연관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것은 또 무슨 말이오?”
“백범 대표가 제게 말했습니다. 한일어업협정은 물고기나 나눠 잡자고 만들어진 협정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곰곰이 생각을 해봤는데 백범 대표는 더 큰 것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게 뭡니까?”
“에너지 자주화입니다.”
문재한 경제수석의 말에 대통령은 놀란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정말일까요?”
“우도 아래는 한일 공동개발구역으로 선포가 되어 있는 7광구가 존재합니다. 현재 일본 정부에 의해서 개발이 중지된 상태지만 훗날 어떤 상황으로 돌변할지는 예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아마도 일본 정부는 한일 공동개발구역까지 생각해서 일방적으로 한일어업협정을 독단적으로 파기한다고 선언한 것 같습니다.”
놀라운 추리력을 가진 문재한 경제수석이었다.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백범 대표는 개인이오, 개인이 우도를 사유화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이 있소?”
“백범 대표가 가진 다른 기업들은 모두 미국 국적 기업입니다. 블랙홀 그룹에서 파생된 태양 컴퍼니는 현재 세계토지투자개발 펀드를 설립한 상태입니다.”
문재한 청와대 경제수석의 보고에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미국 국적 기업이 제주도와 우도에 진출해서 같은 미국 국적을 가진 에너지 개발 회사와 합작해 대한민국에 개발권을 신청한다면 미국은 일본에 압력을 가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물론 이것은 백범 대표의 생각이 아니라 제 추측에 불과합니다.”
“경제수석의 말처럼 된다면?”
“한일공동개발구역인 7광구 지역의 개발이 다시 시작되는 겁니다.”
“그럴 확률도 있겠군요.”
7광구는 대한민국에는 꿈같은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모두가 알고 있는 7광구는 박정희의 독재시설 시절에 약간의 석유가 채굴되면서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광구이기도 했다.
“7광구라……?”
대통령은 많은 생각을 하며 7광구를 중얼거렸다.
사실 1970년 1월 대한민국의 독재자인 박정희는 제7광구를 대한민국의 영토로 선언했었다. 하지만 일본의 반대와 외교상의 문제로 8년 후 한일 공동개발구역으로 변경됐다. 그로부터 8년 후인 1986년에 일본 정부가 독단적으로 개발이 중지하면서 대한민국도 7광구 개발에 발이 묶인 상태였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법을 고쳐서라도 백범 대표에게 우도를 소유할 수 있게 해주자?”
“도서벽지 개발이라는 명분이 있습니다. 제주도와 거제도를 시작으로 섬들을 민간자본을 통해서 개발한다고 발표를 한다면 국민의 반감은 없을 것 같습니다.”
“꼭 그래야 하나?”
“각하께서 백범 대표와 직접 만나신 후에 백범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 보시고 결정하십시오.”
“그래야겠지. 하여튼 백범 대표가 우리 정부에 요구하기 시작했어.”
가장 핵심적인 것을 찾아낸 대통령이었다.
“예, 그렇습니다.”
“그건 그렇고 외평채 50억 달러와 함께 환율이 하락하게 된다면 국민 경제가 좀 더 안정되겠군.”
“환율이 안정적으로 유지가 된 상태에서 빅딜을 통해서 구조조정을 완료한다면 큰 위기는 극복했다고 판단이 됩니다.”
“한국은행에 1,500t의 금괴가 있지?”
“예, 그렇습니다.”
“그 금괴라면 IMF에게서 빌린 자금을 조기에 상환할 수 있지 않을까?”
“금괴를 백범 대표에게 인수받으려면 더 많은 것을 내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건 그렇지요. 내게 또 대한민국 정부에 요구하기 시작한 백범 대표이니까…….”
대통령은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저는 한국전력공사와 KTT통신 그리고 인천국제공항을 가지고 싶습니다.
이 순간 문재한 경제수석은 자신에게 백범이 한 말이 떠올랐다.
‘백범 대표가 대한민국의 기간산업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문재한 경제수석 역시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경제수석.”
“예, 대통령 각하.”
“내가 백범 대표를 만나야겠소. 백범 대표는 언제 입국한다고 합니까?”
“이미 입국해 있습니다.”
“그래요?”
“예, 그렇습니다. 각하. 그리고 태양토지개발회사가 이미 제주도 개발 사업에 착수했고 대규모의 토지 매입에도 착수했습니다.”
“알겠습니다. 내 일정을 확인한 후에 백범 대표를 접견하겠소.”
“3일 후에 오후 일정에 여유가 있으십니다.”
“좋아요. 그때 봅시다.”
* * *
이신의 성북동 고택 별채.
“모든 대부업 투자에서 손을 떼라?”
나는 이신을 만나자마자 대부업에 대해서 말했고 그와 함께 이신이 추진하고 있는 대부업 투자에 대해서도 그만두라고 말했다.
“예, 그렇습니다. 어르신.”
“왜지?”
“저는 태양종합금융투자회사를 통해서 저축은행이라는 이름으로 대부업계에 진출할 생각입니다.”
“그래서 나보고는 나서지 말라?”
이신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나를 보며 물었다.
‘마치……!’
자신이 추진하는 일들을 어떻게 내가 이리도 잘 알고 있냐는 눈빛이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는 눈빛이기도 하다.
“그렇습니다. 일본 대부업계가 대한민국에 진출한 상태입니다. 산왕 머니를 시작으로 더 많은 일본계 대부업체가 진출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것은 일본 엔화가 대한민국에 침투하는 것이고 그를 통해서 어르신과 제가 가진 이익을 갉아먹는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대한민국에 진출한 일본계 대부업체를 말살시킬 생각입니다. 아예 말려 죽일 겁니다.”
“그게 가능하다고 보나?”
“결국, 사채 시장은 이자율 싸움이고 누가 더 많은 자본을 가졌냐는 것이 중요하다고 저는 판단합니다. 돈!”
나는 이신을 뚫어지게 봤다.
“돈……?”
“그 하찮은 것을 제가 가장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어르신께서 대부업에 투자하신다면 중복투자입니다. 그리고 태양저축은행은 현 법정이자율의 절반인 33%로 다른 사채회사에서 쓴 자금을 대환대출 해줄 생각입니다.”
“그런 방법으로 일본계 대부업체를 고사시키겠다?”
“그렇습니다.”
“사채 시장은 연체율이 엄청난가는 것을 알고 있나?”
“예, 알고 있습니다. 그런 사실을 일본계 대부회사들도 잘 알고 있지만, 대한민국 서민들의 고혈을 빨기 위해서 진출했습니다. 저는 감수할 부분은 감수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대부업계를 독과점 형태로 장악한 후에 후일의 막대한 이익을 어르신과 나눌 생각입니다.”
“으음…….”
이신이 고민스러운 눈빛을 보였다.
“중복투자입니다.”
“내가 대부업에 진출할 것이고 투자하리라는 것을 어떻게 짐작했지?”
이런 질문이 나올 줄 알았다.
“어르신은 돈이 되는 일은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닙니까?”
“그건 그렇지, 나는 사실 한아그룹과 함께 대부업 상장사를 계획했었다.”
“태양저축은행이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될 겁니다.”
“저축은행이라…….”
아직은 저축은행이라는 용어가 사용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종금사의 이름이 변경되어 저축은행이 된다.
“기존의 종금사입니다. 서민들에게 투자도 받고 대출도 해주는 겁니다. 3금융권과 4금융권에서 활동하게 될 것입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
“그러므로 어르신께서 제 요청을 수락해 주시기를 간곡하게 바랍니다.”
“대부업계의 독과점은 자신 있나?”
“물론입니다. 돈이야 많지 않습니까.”
“알겠네. 그렇게 하지.”
“감사합니다.”
“이러다가 정말 뒷방 늙은이가 되겠군.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밥만 축내면 오래 못 사는 법인데, 하하하!”
“만수무강하실 겁니다.”
사실 나는 이신이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지금처럼 이신을 보고 있는 것 자체가 나는 불편하다.
내가 나를 보는 거니까.
하여튼 나는 이신이 대부업계에 투자하는 것을 막았다.
‘그러니……!’
미래의 수익보다 지금 당장 수익을 제공해 줘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어르신.”
“왜 또?”
“제가 제주도에 대대적인 투자를 감행하고 있습니다.”
“그 사업에 대해서는 보고를 받았어.”
“실질적인 사업 내용은 모르시지 않습니까?”
“그렇기는 하지. 태양토지개발회사가 제주도의 토지를 매입하고 있다는 정도만 보고를 받았으니까.”
“제가 왜 토지를 매입할 것 같습니까?”
이신은 아직 우도를 사유화하는 것까지는 모르고 있다.
“왜지?”
“제주도를 아시아 최대의 교육 중심지인 섬으로 만들 생각입니다.”
“교육이 돈이 된다는 건가?”
“물론입니다. 하버드와 예일대 그리고 콜롬비아 대학에서 제주도에 국제학교를 설립하기로 제게 확답했습니다.”
“아……!”
좀처럼 놀라지 않는 이신인데 이번에는 제대로 놀란 눈빛을 보였다.
“그렇다면 태양 건설에서 학교 주변에 아파트를 짓고 편의 시설을 건축하겠군.”
역시 이신은 남다르다.
“예, 그렇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교육 사업의 수익을 극대화할 것입니다.”
“이런 말을 내게 하는 이유는 다른 지역을 나보고 선정하라는 거겠지?”
“예, 그렇습니다. 2차와 3차 교육도시 건설은 필리핀과 베트남에서 진행하고자 합니다.”
“그 다음은 중국이겠지?”
“예, 그렇습니다.”
“나보고 필리핀과 베트남 중에서 하나만 선택하고 먹고 떨어지라는 소리군.”
“하하하, 그런 의도는 아닙니다. 제주도에 땅을 사십시오. 그리고 필리핀 지역 중에서 한 곳을 결정하십시오.”
“하하하, 대부업을 포기하는 것에 대한 보상이군.”
“태양 컴퍼니의 투자자이시니 보고를 드리는 겁니다.”
“알겠어. 주는 것만 넙죽넙죽 받아먹고 있겠네.”
“어르신.”
“왜 줬으니 이제 부탁할 것이 생겼나?”
“예, 그렇습니다.”
“뭔가?”
“현재 대한민국의 법으로는 도서 지역을 개인이 전체를 소유할 수 없습니다.”
“사업할 생각은 하지 말고 법 개정에나 힘을 써라?”
“이익의 극대화를 위함입니다.”
내 말에 이신이 나를 빤히 봤다.
“왜……?”
“구체화하면 말씀 올리겠습니다.”
내 말에 이신이 나를 뚫어지게 봤다.
“늙으면 참을성만 남지. 기다리지.”
“예, 감사합니다.”
하여튼 이신과도 이야기가 잘 끝났다. 이제 남은 것은 청와대를 방문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