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졸부 집 망나니-180화 (180/415)

# 180

180화 대한민국에 진출한 일본 대부업체를 말살하다 (1)

1998년 4월 21일, 김포 국제공항 로비.

나는 태양전자와 현성전자의 현금 사업 맞교환을 마무리하고 9개 공기업 민영화 추진 정책에 아직 완공되지 않은 인천국제공항을 공기업 민영화 추진에 포함하려 대한민국으로 다시 입국했다.

[산왕~ 산왕~ 산왕 머니~ 믿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대한민국에 입국하자마자 김포 국제공항에서 들리는 노래가 산왕 머니 광고를 위한 노래였기에 나는 바로 인상을 찡그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런 내 표정을 비서실장과 박태웅 상임이사가 바라보고 있다.

“일본 사채기업이 드디어 대한민국의 IMF 위기를 틈타서 상륙했군요.”

태양종합투자금융은 제1금융권은 아니지만, 종금사이기에 금융회사다. 그러니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금 내가 공항 로비 대형 TV에서 나오는 대부업체 광고를 보고 있는데 누군가가 나를 살피는 것 같다.

‘누구지?’

내가 오늘 대한민국에 입국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몇 없다.

그러니 정말 누군가가 나를 감시한다고 한다면 청와대가 아니면 이신일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나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을 힐끗 봤는데 어느 순간 그의 모습이 사라지고 없다.

‘기분 탓인가······?’

분명 나는 감시를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지금은 없다.

* * *

일본 산왕파이낸스주식회사 본사 회장실.

“대한민국에서는 광고를 통해서 산왕머니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보다 좋을 수는 없지 않나? 공중파 광고를 통해서 사채를 광고하다니, 하하하!”

산왕파이낸스주식회사 회장은 크게 웃었다.

“예, 그렇습니다. 회장님.”

“하하하, 곧 수많은 일본계 대부업체들이 대한민국에 진출할 것이야, 우리가 먼저 진출한 것이 정말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규제가 심한 본토보다는 반도가 수월하지.”

“예, 그렇습니다. 막대한 수익이 예상됩니다.”

“좋아, 아주 좋아. 법정 이자도 66%고 이렇게 광고까지 가능하니 아주 좋아.”

산왕머니 회장은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흡족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 * *

1998년 4월 21일, 김포 국제공항 로비

사실 그러므로 수많은 종금사에 대한민국 서민들이 몰릴 수밖에 없고 그런 쏠림 현상 때문에 대부분 종금사는 방만한 경영을 하면서 부실화가 가중됐다.

따지고 보면 돈 놓고 돈 먹기인 것인데 그 돈 놓고 돈 먹기도 못해서 부실화가 됐고 대한민국 은행의 부실화를 가중시킨 것이다.

“저런 대부업체 광고가 보란 듯 공중파를 타고 있다는 사실은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박태웅 상임이사가 내게 말했다.

“이제는 산왕머니가 전부는 아닐 겁니다.”

“예, 그렇습니다. 더 많은 일본 사채회사가 한국에 진출할 것으로 판단되고 있습니다.”

“박태웅 상임이사. 산왕 머니는 어떤 회사입니까?”

현 시민의 정부가 출범하면서 대한민국의 외환위기를 틈타서 그리고 IMF와 함께 일본 사채기업들이 대한민국에 진출하고 있는 상태다.

“산왕 머니는 일본의 대부 회사인 산왕파이낸스주식회사입니다. 그리고 산왕 머니는 그 회사의 한국 법인입니다.”

“그렇군요. 일본의 법정사채이율이 얼마죠?”

일본 사채기업이 대한민국에 진출하는 이유는 딱 하나다. 일본보다 대한민국의 이자율이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외국기업의 진출이 이제는 자유로워졌기에 내가 예상했던 그대로 기존 인프라가 필요가 없는 대부업부터 진출한 것이다.

‘콩고물을 노리고 들어왔군.’

일본 대부 회사가 괘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본은 법정사채이율이 연 15%입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법정사채이자율은 66%입니다.”

“최소 4배 이상이 남는군요.”

거기다가 일본의 환율 때문에 일본 대부 회사들은 대한민국 진출을 위한 자본금 마련이 쉽다.

‘일본 은행권의 이자율이······!’

대출 이자율이 아주 낮기에 이렇게 진출할 수 있는 것이다.

“어떤 측면에서는 엔고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럴 수도 있겠군요. 한마디로 1년 이자가 66%면 이건 일본 대부업 회사들로서는 대박이군요.”

“예,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에 따라서 대한민국 서민들이 고통을 겪게 될 겁니다.”

원래 박태웅 상임이사는 서민은행 출범을 내게 주장했던 사람이다.

“거기다가 일본 정부에 의해서 사채 관련법이 강압적으로 개정되었고 일본은 거의 제로금리 정책을 실행하고 있기에 일본 대부업체들은 대한민국으로 진출할 수밖에 없는 상태입니다. 사실 현재 대한민국의 대부업법은 규제가 일본보다 더 높습니다. 그리고 말씀을 드린 것처럼 사채이자율도 4배에 육박합니다.”

박태웅 상임이사는 나를 보며 열변을 토해냈다.

‘각하께서 일본 대부업 때문에 훗날에도 욕을 먹으시지.’

서민의 정부가 출범하면서 일본 대부업체들이 대한민국에 진출했으니까. 물론 이것은 외국기업이 자유롭게 국내로 진출할 수 있도록 대한민국 정부에 압박을 가했기 때문이다.

‘상장기업도 생기지.’

물론 일본 대부업체는 아니다. 국내 그룹의 계열사가 대부업을 시작하고 끝내 상장까지 하게 된다.

‘리드**이고······!’

그 리드**는 놀랍게도 한아그룹 회장의 아들이 회장으로 재임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미래의 기억을 통해서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미래의 나인 이신은 리드**의 대주주 중 한 명이 된다.

‘그러고 보니 이때쯤이군.’

이신이었던 내가 제안했던 일이었다. 그러니 이제는 백범이 된 내가 막아야 할 일이기도 하다.

“회장님.”

박태웅 상임이사가 나를 빤히 봤다.

“제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겁니까?”

“일본 대부업체가 대한민국에 진출한 것은 친일반민족행위자의 현대판이라고 말해도 어색하지 않을 겁니다.”

“박태웅 이사, 현 정부를 비판하시는 겁니까?”

“비판받아야 할 일이 있으면 비판을 받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건 맞는 말이군요.”

“이대로 간다면 일본계 대부업체가 서민경제를 장악하고 대한민국 서민들의 고혈을 빨게 될 겁니다.”

“그래서요?”

“회장님 돈 많지 않습니까?”

“그래서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전에도 말씀을 드린 서민은행을 설립하시죠.”

“나는 서민은행이라고 부르고 싶지 않습니다. 저축은행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저축은행이라고요?”

“그렇습니다. 태양저축은행이라고 합시다.”

이미 나는 대한민국 최대규모의 종금사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태양종합금융투자회사가 대부업에 진출한다면 그룹 이미지가 나빠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저축은행이라는 이름으로 대부업에 진출할 생각이다.

“대한민국의 법정 이자율은 66%라고 했죠?”

“예, 그렇습니다.”

“일본 대부업체들이 군침을 흘릴 만하군요.”

내 말의 뉘앙스에 박태웅 상임이사는 인상을 찡그렸다.

“설마 회장님······.”

“설립합시다. 태양저축은행을 설립해서 일본 침략 자본으로부터 대한민국 서민들을 지킵시다.”

“으음······.”

“우선 치킨 게임부터 시작해야겠군요.”

“그 말씀은?”

“태양저축은행의 서민 대출은 대부업 상환용 대출을 시작으로 대부업 사업을 시작합니다.”

“그렇게 되면 일본 대부업체에서 태양저축은행으로 업체만 바뀌는 겁니다. 대한민국 서민들은 여전히 힘들 뿐입니다.”

박태웅 상임이사가 모처럼 나를 노려봤다.

“박태웅 상임이사. 저도 대한민국 서민들이 가엽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사채를 쓰는 사람들이 이자를 갚고 원금을 갚지 않을 확률이 아주 높습니다. 그런데도 제가 대한민국의 서민들이라고 해서 일본 대부업체보다 낮은 이자율로 돈을 빌려줘야겠습니까?”

“으음······.”

“물론 대환대출이니 일본 대부업체보다는 이자율이 낮아야겠죠.”

“얼마나······?”

“현재 이자율이 66%라고 하니 태양저축은행은 33%는 받아야겠습니다. 그리고 시장경쟁을 통해서 일본에서 진출한 일본계 대부업체들을 철수시켜야겠습니다.”

그런 후라면 독식이다.

‘20% 이하까지 이자율을 떨어뜨린다.’

이렇게 되면 일본계 대부업체들이 한국에 남아 있을 이유가 절대 없는 것이다.

“그 정도라도 서민들은 숨통이 트일 겁니다.”

“박태웅 이사, 옛날 말에 가난 구제는 나라님도 못 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익을 남기는 투자자입니다. 그 사실을 잊으면 절대 안 됩니다.”

“예, 알겠습니다. 회장님.”

하여튼 꼴도 보기 싫은 산왕 머니부터 고사를 시킨 후에 일본에서 대한민국에 진출한 일본계 대부업체들을 철수를 시켜야겠다.

‘시장경쟁을 통해서 법정 이자율을 20%까지 내린다.’

내가 그렇게 만들고 청와대를 이용해서 법제화에 돌입할 생각이다.

‘그런 후에······!’

태양 컴퍼니의 막대한 자금을 통해서 대한민국 전체 사채 시장을 장악할 참이다. 물론 태양저축은행을 통해서 대부업 자금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이 된다.

‘돈 놓고 돈 먹기지.’

이 순간 나는 갑자기 다다익선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딱 그거다.

다다익선.

하여튼 대부업체 광고 하나 때문에 대부업에 진출하는 순간이고 이것을 두고 즉흥적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사업하는 목적이 결국 대한민국의 국부가 해외로 유출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니 가고자 하는 그 길을 그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하여튼 청와대에 접견을 요청해야겠어.’

문재한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말한 우도 문제부터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청와대에 방문해야 하니까.

* * *

성북동 이신의 고택 별채.

“산왕머니의 뒤에는 손 마사요츠가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이 됐습니다.”

“손 마사요츠?”

이 실장의 보고에 이신은 인상을 찡그렸다.

“그렇습니다.”

“결국, 외국 자본의 진출 자율화가 이런 결과를 만들어내는군.”

“대부님께서도 예상하신 일이십니다.”

“그렇지. 그건 그렇고 한아그룹에서는 어떤 반응이지?”

“긍정적으로 검토한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일본 대부업체가 진출한 이 마당에서 국내에도 거대 대부업체가 만들어져야지. 이대로 두면 쪽발이만 좋은 일 시키는 거니까.”

“예,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 상태라면 백범 대표가 분명 움직일 것입니다.”

이 실장의 말에 이신이 인상을 찡그렸다.

“그 녀석이야 돈 냄새 하나는 잘 맡지.”

“예, 그렇습니다.”

“또 그 녀석이 엉뚱한 짓을 하겠군.”

따르릉, 따르릉!

그때 이 실장의 휴대전화가 요란하게 울렸고 이 실장이 바로 휴대전화 번호를 확인했다.

“누구냐?”

이신은 이 실장에게 물었지만, 백범이 전화했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백범 대표입니다.”

“그 녀석도 양반이 되기는 글렀군. 하하하!”

“전화 받겠습니다.”

딸깍!

“이 실장입니다.”

-고택 앞입니다. 문 좀 열어 주십시오.

“대한민국입니까?”

-오늘 도착했습니다. 이신 어르신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백범은 이신이 아는 사람 중에서 유일하게 아무 때나 이신을 찾아올 수 있는 사람으로 변해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이신에게서 12억 달러를 투자받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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