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9
179화 외국인 주식투자 한도 폐지 (2)
하버드 재정 위원회 회의실.
“우리가 잘하는 짓인지 모르겠소.”
하버드 재정 위원회 의장이 이 자리에 모인 의원들을 보며 말했다. 그리고 자신들이 내린 결정에 대해 고민하는 눈빛을 보이고 있었다.
“이미 결정한 사항입니다. 그리고 모든 재정은 태양 컴퍼니가 부담하는 것으로 통보했습니다.”
“세계 교육에 이바지한다, 취지는 정말 좋습니다. 하지만 자꾸 백범이라는 사람에게 이용을 당하는 기분이 듭니다.”
“사회관계라는 것이 서로 이용하고 이용당하는 것이지 않습니까?”
“토마스 의원은 백범이라는 사업가의 대변인인 것 같소.”
“백범 회장은 하버드에 1억 달러를 기부한 기부자입니다. 그리고 그는 아동 교육자이기도 합니다. 아시아 지역과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여전히 아동들이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하버드라는 이름으로 평등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면 이 역시 세계 평등과 평화에 이바지하는 일이지 않습니까.”
“그렇기는 합니다.”
“이왕 결정했고 통보까지 끝낸 상태입니다. 추가로 예일대와 콜롬비아 대학에서도 백범 대표의 요청을 수락한 것으로 압니다.”
“예일과 콜롬비아에서도?”
“예, 그렇습니다. 그러니 그가 무엇인가를 숨기고 국제학교 설립의 모든 재원을 부담한다고 했어도 동참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세계 교육 평등에 예일과 콜롬비아만 이바지했다는 말을 들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토마스라는 의원은 정말 백범의 대변인이라도 되는 듯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에게 열변을 토하고 있었고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돈의 힘일 것이다.
-백범이라고 합니다.
사실 토마스를 백범이 은밀하게 만났다.
-누구라고요?
-블랙홀 그룹 대표이사인 백범입니다. 하버드 대학 이사회 위원이신 토마스 위원 아닙니까?
-1억 달러를 기부하신 백범이라고 하셨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그런데 왜 저를 찾아오신 겁니까?
-제가 하버드에게 세계 교육 평등에 이바지할 기회를 제공할 생각입니다.
-뭐라고요?
하여튼 그렇게 해서 백범은 우연을 가장해서 하버드 학교 재단 이사회의 토마스를 만났고 그에게 제주도 및 아시아 그리고 아프리카 지역에 국제학교 설립을 제안했었다.
-예일과 콜롬비아대학은 합의했습니다. 그리고 모든 재원은 태양 컴퍼니에서 제공할 것입니다. 학교 설립을 위한 부지확보부터 학교 건물 건축까지 태양 컴퍼니에게 투자해서 완성한 후에 하버드에게 기부하겠습니다.
-아······!
-하버드는 이름만 빌려주시면 되고 또 강사진들만 파견해 주시면 됩니다.
-나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토마스 위원께서는 그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는 있지 않습니까.
-으음······!
그리고 백범은 마지막으로 토마스 위원이 거부하지 못할 만큼의 뇌물을 제시했었다.
-아, 그렇게 숨겨진 목적이 있었군요.
-세계 최고의 대학이 하버드이지 않습니까. 어떠십니까?
-내가 노력해 보겠소이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 순간 토마스 위원은 백범을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은퇴 자금이라고 생각하자, 으흐흐!’
* * *
블랙홀 그룹의 회장실.
조만간 IMF의 요구에 의한 정부 주도 사업 맞교환과 한국전력공사를 비롯한 9개 공기업 조기 민영화가 확정될 것이다. 그러니 나는 다시 대한민국으로 입국해야 한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인천국제공항 민영화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9개 공기업에 대한 민영화가 아니라 10개 공기업에 대한 민영화가 진행되는 것이다.
“비서실장님.”
“예, 회장님.”
“3일 후에 대한민국으로 입국하겠습니다.”
내 지시를 비서실장이 바로 노트에 받아 적었다.
“제가 태양 컴퍼니의 CEO 입장으로 태양 컴퍼니의 한국 진출을 진행하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블랙홀 그룹의 모든 중역이 알았다고 대답했다.
“박태웅 상임 이사.”
“예, 회장님.”
“하버드와 예일대는 어떤 조건을 제시했습니까?”
나는 하버드와 예일대 그리고 미국과 영국의 유명 대학이 내 제안을 거절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제주도를 세계 최고의 간광 도시로 끌어내겠습니다. 여러분!
나는 다시 한번 전 대통령이 대선 유세 때 했던 말이 떠오른다.
-네가 해다오. 그 약속 못 지켜서 제주도민에게 미안했다.
또 내가 당부했던 것도 떠올랐다.
“하버드 대학에서는 초중고 국제학교 설립을 위해서는 학교 용지와 재단을 태양 컴퍼니가 하버드 재단에 기부하는 조건이라면 국제학교 법인을 인가한다는 조건을 달았습니다.”
하버드라는 이름만 빌려주고 전부를 요구하는 것이다.
“그래요?”
“예, 그렇습니다.”
정말 빠른 결정이고 이 결정에는 공화당 핵심인 부시의 입김이 컸을 것이다. 나는 사실 하버드가 제주도에 국제학교를 설립하는 것을 결심하기 위해 부시와 하버드 졸업생들에게 접촉했다. 그리고 그들에게 절대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했었다.
-제 말씀을 잘 들어 보십시오. 대한민국 제주도에 하버드가 국제학교를 설립하면서 동북아시아를 비롯한 많은 나라가 올바른 교육을 평등하게 받을 기회를 하버드가 제공하는 것입니다.
-백범 회장께서 그런 생각을 하시는 줄은 몰랐군요. 하지만 하버드가 과연 영리 목적으로 국제학교라는 것을 설립할까요?
-하버드에게 완벽한 명분을 주면 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대한제국 초기에 배재학당과 이화학당은 외국인 선교사들이 설립한 학교입니다. 따지고 보면 그 시대에 만들어진 대한민국 최초의 국제학교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 학교에서 졸업한 학생들이 대한민국의 초석이 되고 미래를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제주도를 시작으로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에서 올바른 교육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하버드가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그에 필요한 모든 재원은 제가 부담하겠습니다.
-정말입니까?
모든 재원을 부담한다는 말에 부시는 놀란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예, 제가 부담합니다. 이렇게 되면 하버드 대학은 인류 교육 발전에 이바지하는 세계 최고의 명분 자리를 수십 년간 유지할 것이고 하버드가 설립한 국제학교를 졸업한 천재들은 결국 하버드 대학에 입학해서 하버드라는 이름을 빛내게 될 것입니다.
-그렇기도 하군요.
-또한, 하버드 졸업생이라는 이름으로 자기 나라에 돌아가서 핵심 인원이 될 것이고 그에 따라 하버드의 명예를 높이는 일에 일조할 것입니다.
-그런데 정말 각국에 설립되는 모든 국제학교에 대한 재원을 당신이 부담하는 겁니까?
-제가 부담합니다. 어린이야말로 세계의 희망이지 않습니까.
-좋습니다. 내가 힘을 써보겠습니다. 하지만 나 혼자의 힘으로 그게 되겠습니까? 하버드 졸업생들이 지원사격을 해줘야 가능한 일입니다.
-그 부분도 제가 준비해 놓겠습니다.
그렇게 나는 부시를 제주도 국제학교 설립을 위한 의견 제시자의 선두에 세웠다. 그리고 보란 듯 성공했다.
“좋은 결과군요.”
내가 예상한 그대로 토마스 위원이 제주도 국제학교 설립에 대한 하버드의 결심을 이끌어낸 것이다.
“좋은 결과가 아닌 것 같습니다.”
내 말을 들고 있던 블랙홀 그룹의 톰슨이라는 중역이 불만스러운 눈빛을 보이며 자기 의견을 내게 말했다.
“왜 그렇게 생각을 합니까?”
“제주도라는 섬에 국제학교를 설립하는데 전액을 태양 컴퍼니에게 부담하는 것은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박태웅 상임 이사의 말을 빌린다면 호구 같은 짓입니다.”
미국인이 이제는 호구라는 말도 알게 된 것이다.
“호구라고 하셨습니까?”
“그렇지 않습니까? 학교 설립은 많은 자금이 투입되어야 하는 기부 사업입니다. 그런데 모든 공은 하버드가 가지면서 돈만 낸다는 것은 바보 같은 짓입니다.”
“톰슨.”
“예, 회장님.”
“태양 컴퍼니는 1인 투자 사모펀드입니다. 그리고 태양 컴퍼니는 내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회사입니다.”
모두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태양 컴퍼니의 자금은 나우루 공화국의 자금과 이신의 자금과 함께 내 자금이 더해져서 만들어진 투자 전문회사다.
‘나우루 공화국이 제일 많지만······.’
그들은 의결권도 발언권도 없다. 그러니 내 개인 투자 사모펀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그렇습니다. 회장님의 이익에 반하는 결정입니다.”
“제주도는 그 시작입니다. 아시아 전역에 학교를 지을 것입니다. 제주도를 시작해서 베트남에 또 인도에 설립할 것이고 중국에는 몇 개나 설립할 생각입니다. 왜 돈이 안 되겠습니까?”
“저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초중고 학생들이 우리가 설립하는 국제학교에서 공부하기 위해서는 부모들이 함께해야 합니다. 그들은 어디서 살겠습니까? 태양토지개발 회사를 지원하는 측면에서 실시되는 기초 준비라고 생각하시면 이해가 될 겁니다.”
내 말에 톰슨의 입이 쩍 벌어졌다.
“이제 겨우 열세 살도 안 되는 초등학생들이 혼자서 공부를 할 수 있겠습니까. 부모의 도움과 보호가 절실할 겁니다.”
나는 제주도를 우선 세계적인 교육 도시로 건설할 생각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부동산 사업도 일으켜서 대대적으로 아파트도 지을 생각이다. 물론 그 아파트는 태양 건설이 건축하게 될 것이고 부지확보는 태양토지개발이 하게 될 것이다.
그게 전부가 아니다.
베트남을 시작으로 아시아 전역에 부유층 자제들을 위한 국제학교를 설립하면서 그와 함께 태양 건설이 진출하게 될 것이다.
‘중국은 여전히 1자녀 정책을 쓰고 있다.’
또한, 중국의 부호들은 대한민국 총인구수만큼 많다. 그런 존재들은 자기 새끼들에게는 아낌없이 투자한다. 그러니 교육이야말로 돈 되는 사업인 것이다.
“로버트.”
“예, 회장님.”
“이제 당신이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생각이 들 겁니다.”
로버트는 세계토지개발 펀드의 책임자이고 사하라 사막 매입에 책임자이기도 하다.
“예,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습니다.”
세계 각지에 국제학교 설립 용지를 준비하고 그 주변에 교육 타운 부지를 매입하는 역할은 당연히 로버트가 해야 한다.
‘이게 숨겨진 아전인수지.’
이제 남은 것은 태양토지개발회사가 제주도 부지를 확보하는 것이다.
‘교육 타운 부지부터 공항 부지, 그리고 항만 건설 예정지까지 미래 확보한다.’
점점 더 나는 신벽란도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일은 아무런 차질이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예, 알겠습니다. 회장님.”
“박태웅 이사.”
“예, 회장님.”
“3일 후에 같이 갑시다. 그러고 보니 대한민국 경제시장에 태양 컴퍼니가 첫 진출을 시작하네요.”
“이 정도면 금의환향인 것 같습니다.”
“이제부터 진짜 시작입니다. 세계 경제 전체를 내 손아귀에 쥐고 흔들어야겠습니다.”
점점 더 내 야망이 커지고 있다. 그리고 그 야망의 끝에는 밝은 대한민국의 미래가 존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