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7
177화 태양 증권이 키움증권으로 상장되다. (2)
“그렇군요.”
내 말에 박태웅 상임이사가 피식 웃었다.
“신도시 개발에 판교가 포함됐기에 나눔 종자와 종자연구소들이 모두 사업장과 연구소를 이전해야 할 것으로 판단이 됩니다.”
현실적인 문제를 내게 말하는 보고자다.
“대표님께서 나눔 종자 사업장과 종자연구소의 이전 지역을 낙점해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어디가 좋을까요?”
나는 박태웅 상임이사를 보며 물었다.
“제게 말씀하신 그 일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제주도가 좋을 것 같습니다.”
“제주도라고요?”
“예, 그렇습니다.”
신벽란도 프로젝트의 중심지는 인천이지만 제주도 역시 핵심지역일 수밖에 없다.
‘아버지의 선택에 달렸군.’
누가 뭐라고 해도 나눔 종자의 핵심 연구원 중 한 명이신 분이 아버지시니까.
“예정지는 제가 고심한 후에 차후에 통보하겠습니다. 다음 보고 받겠습니다.”
* * *
판교 본가.
깊은 밤이다.
백범의 부친과 모친 그리고 은철과 선희는 깊은 밤이지만 잠을 이루지 못하고 가족회의 아닌 가족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런……. 또 개발됐네……!”
보통 사람들이라면 자기가 가진 땅이 신도시 개발에 포함됐다면 덩실덩실 춤을 출 일이지만 백범의 부친은 이미 재개발 그 때문에 두 번이나 이사했기에 재개발에 포함됐다는 사실이 달갑지 않았다.
“그러게요…….”
백범의 모친도 왜 이런 일이 자꾸 자신들에게 일어나냐는 눈빛을 보이며 말했다.
“아버지께서 보유하신 지역이 개발 핵심지역인 것 같습니다.”
백범의 막내처남인 은철은 백범의 부친을 아버지라고 불렀다.
“그러게…….”
“그런데 매형이…….”
은철이 백범 부친의 눈치를 보며 백범을 거론하다가 말꼬리를 흐렸다.
“범이가 왜?”
백범 부친의 눈빛이 변해서 은철을 봤다.
“뉴스에 보니까 매형이 국동 건설을 인수해서 태양건설로 사명을 변경시킨 후에 판교 개발이 발표됐습니다. 그리고 특혜 논란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은철은 본의 아니게 음모론을 제기했고 그의 말에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 백범의 부친이 인상을 찡그렸다.
“우리가 다시 이사할 수밖에 없는 것이 범이 때문이라는 거지?”
백범 부친의 목소리가 달라졌다.
“이 망할 놈의 녀석이!”
바로 화를 내는 백범의 부친이었고 은철은 괜한 말을 꺼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정하십시오.”
“이건 고정할 일이 아니다. 은철아.”
“예, 아버지…….”
“네 매형한테 전화 넣어라.”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백범의 부친은 은철에게 미국에 있는 백범에게 전화를 걸라고 했다. 그리고 보니 족보가 살짝 꼬인 집안이 바로 백범의 집안일 것이다. 사돈댁 총각은 사돈댁 어른을 아버지라고 부르고 있으니까.
“지금은 밤인데요…….”
“거긴 아침이야.”
“아, 예…….”
은철은 바로 백범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
따르릉, 따르릉!
* * *
1998년 4월 2일, 케임브리지에 있는 블랙홀 그룹 회장실.
따르릉, 따르릉!
추가적인 사항에 대해 보고를 받으려고 하는데 한국에서 전화가 걸려왔고 회의 분위기가 깨졌다.
“잠시 쉬었다가 합시다.”
“예, 대표님.”
블랙홀 그룹 중역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회장실을 나갔고 박태웅 상임이사도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내가 그냥 앉아 있으라는 눈빛을 보이자 그 자리에 앉았다.
딸깍!
“접니다.”
-매형, 전데요…….
“거기 밤이잖아, 안 잤어? 아니 무슨 일 있어?”
-아버지가 전화 바꾸라고 하시네요.
“무슨 일인데?”
-판교……. 전화기 달라니까.
은철의 목소리와 함께 아버지의 목소리도 들렸다.
-전화 바꿔 드릴게요.
“그래라.”
나는 은철에게 말하고 박태웅 상임이사를 봤다.
“판교 개발 발표 났죠?”
“예, 그렇습니다.”
“본가에서 난리가 난 모양입니다.”
박태웅도 우리 집안의 내력 아닌 내력을 알기에 짐작한다는 눈빛이다.
-범이냐?
아버지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휴대전화로 들렸다.
‘심기 제대로 불편하시고……!’
특혜 논란에 대해서 들으신 모양이다.
“예, 접니다.”
-내가 저번에도 정치하는 사람들이랑 가까이 지내지 말라고 했지.
“예, 그 말씀은 하셨습니다.”
-판교 개발은 없던 일인데 왜 갑자기 판교가 신도시 개발에 포함된 것이냐?
“이사를 하실 일 때문에 전화하신 겁니까?”
-내가 묻잖아.
제대로 화가 나신 것 같다.
“제가 대통령 각하에게 요청했습니다. 판교를 제2기 신도시 개발에 포함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게 어려운 말로 특혜라는 것을 너도 알고는 있지. 그리고 정경유착이라는 말하는 것도 알지?
“제가 판교 개발에서 얻을 이익이 없는데 어떻게 특혜가 되고 정경유착이 됩니까?”
-개똥 같은 소리는 하지 말고, 네 말대로 내가 판교에 땅을 자그마치 600억 치나 샀다. 거기다가 알아보니까 너도 1000억의 땅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건 어떻게 아셨습니까?”
판교 일대의 땅을 의도적으로 구입해 놓은 것은 절대 아니다. 15개의 부실 종금사를 합병하면서 본의 아니게 구입하게 된 땅이고 태양종합금융투자회사의 피해를 막기 위해 내가 샀었다.
-인근 부동산에 땅 부자 소리를 너무 들어서 귀에 못이 박일 정도다.
“땅 부자요?”
-판교 땅을 다 가진 아버지와 아들이라고 땅 부자란다. 하여튼 내 경험으로는 신도시 개발에 포함되면 최소 10배 아니 50배까지 오르던데 이게 네놈의 이익이 아니면 누구의 이익이냐?
아버지는 지금 자신이 이사하시는 것보다 내가 정경유착을 통해서 특혜를 받았다는 것에 화를 내시고 있었다.
“아버지 그럼 제가 설명하겠습니다.”
-오냐, 내 아들이 갑자기 졸부로 변해서 돈만 밝히는 놈이라면 나는 정말 실망이다.
“예, 저는 돈만 밝히지 않습니다. 제 말씀을 잘 들어보십시오. 아시겠지만 태양건설을 설립했습니다. 당연히 저도 아파트를 지을 겁니다. 판교가 제2기 신도시에 포함됐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파트를 지어서 폭리를 취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래?
“저는 판교 신도시에서 민간공공임대 아파트를 건설할까 합니다. 태양건설이 짓는 아파트인 태양 아파트는 5대5의 비율로 민간공공임대 주택이 건설될 겁니다.”
-민간공공임대 아파트?
“예, 집 없는 서민들이 집을 구입하지 않고 저렴한 월세를 내며 살아갈 수 있는 민간공공임대 주택 사업을 시작할 겁니다. 돈이 없어서 2년마다 서울 중심지역에서 서울 외곽 지역으로 또 서울 외곽 지역에서 인천이나 주변 지역으로 밀려나지 않게 만들 생각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파트 건축 비용을 절감해야 합니다. 판교에 제 땅이 있고 아버지의 땅이 있지 않습니까?”
-아……!
이제야 이해를 하신다는 목소리다.
“아파트 용지 비용이라도 아낄 수 있다면 아파트 건축 비용이 절감될 것이고 그와 함께 아파트 건축 비용을 공개할 수 있습니다.
나는 아파트 건축 비용까지 공개할 생각이다. 그리고 이것은 대한민국 건설업계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
-그래?
“예, 그렇습니다. 그리고 아파트를 모두 건축한 후에 분양할 생각입니다. 이래야 대한민국 건설업계가 올바르게 나갈 수 있습니다. 제가 이런 계획하고 있기에 판교가 개발되어도 큰돈을 못 벌 겁니다. 그리고 저는 아버지 아들입니다. 제가 판교 개발에서 얻어지는 그 작은 수익 때문에 양심을 버릴 것 같으십니까. 오늘 저는 아버지께 서운합니다.”
-그, 그게 아니라, 뉴스에서 하도 특혜라는 소리가 커서…….
“그 특혜 논란도 모레쯤이면 사라질 겁니다.”
-왜?
“공공임대주택 사업에 대해서 발표할 생각이거든요. 가난한 서민이 마음 편하게 발을 뻗고 살 수 있는 보금자리를 만들어 줄 생각입니다. 물론 그런 사업을 진행하면서 수익이 아예 발생하지는 않을 겁니다. 좋은 일을 하면서 발생하는 수익까지는 포기할 수가 없습니다. 그 정도는 아버지께서도 이해를 해주셔야 합니다.”
-무슨 말인지 잘 알겠다.
“그리고 그 수익들은 모두 선우 재단에 귀속될 겁니다.”
이건 무슨 말이냐면 태양건설에 투자하는 곳이 선우재단 펀드라는 소리다. 선우 재단은 이미 1조 원을 보유한 거대 재단이고 재단을 유지하기 위해 투자펀드를 만든 상태다.
‘민간공공임대주택 사업은 장기 투자 사업이니까…….’
선우 재단의 운영 자금이 그곳에서 장기적으로 발생하게 만들 참이다.
-알았다. 아버지는 너를 믿으마.
“아버지는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 그리고 참, 이사도 가셔야죠? 어디로 가시고 싶으십니까?”
-이사?
“태양 아파트 단지의 중심지가 아버지 자택으로 정했습니다.”
-그렇다면 이사는 가기는 해야 할 것 같다. 나는 한라봉을 자꾸 키워 보고 싶구나.
예전부터 제주도로 이주를 하셔서 사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내게 말씀하셨던 아버지셨다.
“제주도요?”
-거긴 따뜻하기도 하고 좋을 것 같구나.
“예,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나눔 종자연구소도 모두 제주도로 이전하라고 지시를 하겠습니다.”
-알겠다. 나는 그렇게 알고 있으마.
“예, 아버지, 밤이 깊었으니 주무십시오.”
-하여튼 무슨 일을 하든지 부끄럽지 않게 살아라.
“예, 아버지.”
뚝!
아버지가 바로 전화를 끊으셨다.
“박태웅 이사.”
“예, 대표님, 나눔 종자 본사에 종자 개발 연구소를 제주도로 이전하라고 지시를 내려놓겠습니다. 그런데 나눔 종자 연구원들이 반발할 것 같습니다.”
나는 박태웅 상임이사가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짐작이 된다.
“연구원 자녀들의 교육 문제가 있겠군요.”
“그렇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해결 방법은 아주 간단할 것 같습니다.”
“생각해 둔 것이 있으십니까?”
“우리 옆에 하버드가 있지 않습니까?”
내 말에 박태웅 상임이사는 멍해졌다.
“설마 제가 생각하는 것을 대표님께서 생각하시는 것은 아니시겠죠?”
“그겁니다. 제주도에 국제학교를 설립할 생각입니다. 그렇게 되면 나눔 종자 연구원들의 자녀들은 우수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퇴사하라고 등을 떠밀어도 절대 나눔 종자를 그만두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가능할까요? 하버드입니다. 하버드가 대한민국에 국제학교 법인을 설립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안 될 것은 무엇이 있습니까.”
“으음…….”
“기부금을 통해서 대한민국 제주도에 하버드가 설립하는 국제사립 학교를 만들어 내면 됩니다. 초중고 교육을 모두 미국식으로 진행하는 겁니다.”
“대표님은 정말 꿈은 야무지십니다. 하지만…….”
“내가 상상했고 발표를 했으니 이제는 박태웅 이사가 실현하면 됩니다.”
“꼭 이런 식이시죠.”
나를 보며 퉁퉁거리기 시작한 박태웅 상임이사다.
“제주도에 국제학교만 설립이 되면 이익이 정말 클 겁니다.”
내 말에 박태웅 상임이사는 무슨 뜻인지 알겠다는 눈빛을 보였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겠군요.”
“그렇죠. 앞으로 대한민국 본토에서는 제주도 이민이라는 소리가 나오게 될 겁니다. 그리고 제가 전에 말씀을 드린 신벽란도 프로젝트의 허브 공항과 항구가 제주도에 건설될 겁니다.”
“그런 계획이시라면 태양토지개발회사에 제주도의 부동산을 확보하라고 지시해야겠군요.”
내게 말하는 박태웅 상임이사를 보고 나는 씩 웃었다.
“이미 지시했습니다.”
“아……!”
박태웅 상임이사는 내가 정말 치밀하다는 눈빛을 보였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는 하버드가 과연 대한민국의 제주도에 국제사립학교를 설립하느냐는 것이다.
‘하버드, 예일, 런던 대학까지 설립하게 만든다.’
다시 말해 제주도를 아시아에서 가장 교육하기 좋은 섬으로 만들 것이고 그것을 통해 제주도의 가치를 극대화할 참이다.
-백범 대표, 내가 공약한 것 중에 제주도를 세계 최고의 강간 도시로 만드는 것을 이루지 못했어요.
전 대통령께서 내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제가 성공시켜 놓겠습니다. 세계 최대의 관광도시와 함께 교육도시로 거듭나게 만들겠습니다.
이건 내가 전 대통령에게 약속했던 부분이다.
‘나는 약속은 꼭 지킨다.’
제주도를 시작으로 하이난섬과 대만부터 연결할 계획이다. 그리고 신벽란도 프로젝트에서 철저하게 일본은 제외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