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4
174화 소 떼 한 번 몰고 가시죠? (4)
1998년 2월 28일, 국동 그룹 본사 국동 건설 매각 공모장.
드디어 국동 건설 우선 협상자 선정을 결정짓는 당일이 됐고 첩보전을 펼친 결과 론스타 펀드와 대후 건설이 국동 건설에 우선 협상자 선정 공모에 참여했다는 것을 확인했다.
‘변수군……!’
대후 그룹이 참여했다. 문어발식 확장으로 그렇게 위기에 몰렸었는데 또 인수전에 참여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하지만 국동 건설이 어떤 측면에서는 부채보다 자산이 더 많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증거일 것이다.
“저 사람이 스미스입니다.”
바로 내 옆에 서 있는 박태웅이 내게 말해줬다.
“그렇군요.”
“예상 제출액은 2700억쯤으로 분석이 됐습니다. 국동 건설의 부채 대비 숨겨진 자산이 플러스 700억이라고 판단되고 있기에 최대 2700억까지 적어낼 것 같습니다.”
우리가 파악한 것은 저들도 파악했을 것이다.
그때 대후그룹 김우준 회장이 나를 발견하고 내 쪽으로 걸어왔다.
“백범 대표.”
별로 친한 사이도 반가운 사이도 아닌데 내게 걸어온 김우준 회장은 나를 보며 환한 미소를 보였다.
“예, 안녕하십니까? 회장님.”
“대한민국 최대 규모인 종합금융사가 건설 분야에 진출한다니 놀랍군요.”
“그러십니까? 저는 대후 그룹이 건설 사업을 확장하실 줄은 생각도 못 했습니다.”
“본의 아니게 백범 대표 때문에 이런저런 문제가 많았어요. 그래서 대후 그룹은 조선과 건설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아파트 브랜드도 새롭게 만들었습니다. 하하하!”
이 순간 나는 푸르지오가 떠올랐다.
“그러십니까?”
본의 아니게 피해를 보았다고 대놓고 말하는 대후 그룹 회장이다.
‘대후종합상사에서 금 투기를 못 하게 됐으니까.’
내가 기억하는 미래의 기억에는 금 모으기의 추악한 부분에 일조한 그룹이 대후그룹이고 대후종합상사다.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엄청난 폭리를 취했던 것이 대후종합상사다.
“그건 그렇고 백범 대표.”
“예, 회장님.”
“좋으시겠습니다.”
“예?”
김우준 회장이 내게 뜬금없이 좋겠다고 말했고 나는 그 이유가 궁금해서 되물어야 했다.
“알아보니 아니지요, 허허허, 알아볼 것도 없었지만 땅이 정말 많으시더군요. 백범 대표도 그렇고 부친도 그렇고……!”
판교 개발에 대해 무엇인가 감지한 눈빛을 보이는 김우준 회장이다.
“제가 땅이 많은 것은 대한민국 경제인들이라면 다들 아는 사실 아닙니까? 종금사 열다섯 곳을 합병했고 그 덕분에 전국적으로 보유한 땅들이 늘어났습니다.”
태양종합투자금융이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종금사가 거듭날 수 있었던 이유는 부실 종금사 열다섯 곳을 합병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대한민국 은행들의 은행들이 부실화가 가중되는 것을 막은 것은 물론이다. 또한 내가 생각하는 해외 약탈 자본들은 대한민국 은행을 차지하기 위해서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하게 된 상태다.
“허허허, 그렇지요.”
“회장님께서는 국동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백범 대표도 그렇지 않습니까.”
“예, 저도 인수할까 합니다.”
“좋은 일 있기 바랍니다.”
대후 그룹 김우준 회장이 내게 말하고 돌아섰다.
* * *
“저자가 백범입니다.”
론스타 펀드의 한국지부 보스인 스미스에게 그의 보좌관이 백범을 눈으로 가리키며 스미스에게 말했다.
“우리의 계획을 사사건건 방해하는 친구가 저 친구란 말이지.”
“예, 그렇습니다. 옆에 있는 사람은 김우준 대후그룹 회장입니다.”
“삼파전이 되겠군.”
“예, 그렇습니다. 분명한 것은 백범 대표의 자금력은 상상을 초월한다는 사실입니다.”
보좌관의 말에 스미스도 고개를 끄덕였다.
“국가신용도를 3단계라 끌어올렸지?”
“예, 그렇습니다. 한국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1,000t의 금괴는 백범의 소유입니다. 20년 장기 대여 상태이지만 언제든지 위약금을 제공하면 인출이 가능합니다.”
“하하하, 뒷문을 잘 찾는 친구군.”
스미스는 백범을 친구라고 말했다. 그리고 스미스가 뒷문을 잘 찾는다고 말한 이유는 백범이 1,000t의 금괴를 그냥 수입해 왔다면 50%의 세금을 내야 했지만, 한국은행의 요청 형식으로 예치하는 조건이기에 세금을 감면받았다는 것을 말하는 거였다.
“하여튼 나는 적을 보고 배팅을 할 때가 제일 흥분이 된다. 으흐흐!”
* * *
나는 국동 건설 인수자금을 기록하지 않고 이곳에 왔다.
‘김우준과 스미스……!’
저들보다 단 1원이라도 더 써내야 한다.
“대표님, 이제는 제출하셔야 합니다.”
박태웅 상임이사가 내게 말했다.
“그래야죠.”
“얼마를……?”
“아직도 고민 중입니다.”
처음에는 2300억을 생각했었다. 그런데 박태웅과 태양종합금융투자회사의 분석관들이 분석한 자료를 통해서 론스타 펀드 측은 최소 2700억을 써낼 것으로 예측됐다.
‘김우준은……?’
누가 뭐라고 해도 대후그룹은 인수합병을 통해서 그룹의 덩치를 키운 그룹이다. 그러므로 누구보다 기업 인수사업에 뛰어난 능력을 보인다.
‘꼭 가진다.’
국동 건설을 가져야 내가 생각하는 그 모든 것들을 계획할 수 있다.
“국동 건설 인수에 참여하신 기업 대표께서는 인수의향서를 제출해 주십시오.”
국동 그룹 관계자가 말했고, 제일 먼저 대후그룹 김우준 회장 측이 노란 봉투에 담긴 인수의향서를 국동 그룹 관계자에게 제출했다.
“대표님…….”
박태웅 이사가 나를 재촉했다.
“결정했습니다.”
“얼마……?”
“결과가 나오면 아실 겁니다.”
나는 박태웅 상임이사에게 그렇게 말하고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 구석진 자리로 가서 인수금액을 인수의향서에 적었다. 그리고 내 모습을 스미스가 뚫어지게 보고 있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 * *
“금액을 변경했군.”
스미스는 백범이 구석진 자리에 놓인 테이블에서 인수금액을 수정하는 것을 확인하고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보스께서 적은 금액 이상을 적을 기업은 없습니다.”
“분석한 것으로는 엉뚱한 면이 많다고 했지?”
“예, 그렇기는 합니다.”
“으음…….”
백범의 행동 때문에 고민하기 시작하는 론스타 펀드 스미스였다.
“내가 국동 건설을 꼭 가져야겠어.”
스미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국동 그룹 관계자를 봤다.
“10분만 시간을 더 주시오.”
“이미 다른 기업에서는 인수의향서를 제출했습니다.”
“하하하, 꽉 막힌 사람이군.”
스미스는 그렇게 말하고 구석에 있는 테이블 쪽으로 걸어가서 백범처럼 인수금액을 수정했다.
[299,000,000,000원.]
스미스는 2700억에서 290억을 더 플러스해서 국동 건설 인수자금을 수정했다.
‘인수에 성공만 해도 500억이 남지. 거기다가 부채를 탕감받으면 1500억 이상이 남고. 으흐흐!’
론스타 펀드 한국지부 보스인 스미스는 국동 건설을 인수에 성공하기도 전에 먹튀부터 생각하고 있었다.
* * *
“여기 있습니다.”
나는 수정된 인수의향서를 국동 그룹 관계자에게 제출했고 그와 동시에 스미스도 국동 건설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이것으로 우선협상자 선정을 위한 공모를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인수조건을 확인하고 바로 2시간 후에 우선협상자를 발표하겠습니다.”
국동 그룹 관계자가 말하고 사무실을 나갔다.
‘이제 두 시간만 기다리면 되겠군.’
* * *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이경식 전 한국은행 총재, 강전 재정경제부 총리, 김민호 전전경제수석에 대한 검찰 조사가 착수되었습니다.”
대통령에게 문재한 경제수석이 보고했다.
“이런 모양새면 정치보복처럼 보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랬으면 좋겠어.”
백범이 알고 있는 대한민국 미래와 다른 것이 있다면 전 경제수석이 현 정부의 경제수석으로 유임됐다는 사실이고 이것은 백범이 전 대통령과 현 대통령에게 요청한 부분이기도 했다.
“그리고 대통령 각하. IMF 측이 주식가격 제한폭 8%에서 16%로 상향할 것을 요구해 오고 있습니다.”
“두 배나?”
“예, 그렇습니다.”
문재한 경제수석의 말에 대통령은 백범이 자신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들의 목적은 대한민국에 자본을 침투시켜 장악하는 것입니다. 주식시장을 흔들 수 있게 만들고 은행을 차지할 겁니다.
-주식시장을 흔들려면 어떤 것을 우리에게 요구할 것 같은가?
-우선 주식가격 제한폭을 두 배에서 세 배로 증가시키려고 할 겁니다. 그와 함께 공매도를 가능하게 만들고자 할 겁니다.
-그렇다면 둘 중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될 것은 뭐지?
-공매도는 반드시 금지해야 합니다. 외국인 투자자나 외국계 기관이나 국내 기관이 공매도할 수 있게 된다면 주식시장은 그들의 분탕질이 시작될 겁니다.
-알겠네.
“다른 요구사항은 없나?”
“추가로 주식 공매도가 가능할 수 있게 주식 거래 제도 개선을 요구했습니다.”
“으음……. 자네는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어떤 것을 포기할 건가?”
“주식 공매도는 절대 허용해서는 안 됩니다.”
“자네 생각이 그렇단 말이지.”
“예, 그렇습니다. 대통령 각하.”
“주는 것이 있다면 받는 것도 있겠지.”
“예, 그렇습니다. 단기외채인 2백 20억 달러의 만기를 연장해 주는 조건입니다.”
“구제금융이라는 탈을 쓰고 장사꾼 짓을 하는군.”
대통령은 인상을 찡그렸다.
“주식가격 제한을 16%로 상향하는 것까지는 동의하지. 자네 의견처럼 공매도는 절대 허락할 수 없네.”
“예, 알겠습니다. 대통령 각하.”
“그마저도 거부한다면.......”
눈빛이 변하는 대통령이었다.
-현재 한국은행에 1,000t의 금괴가 예치되어 있습니다.
백범이 자신에게 해준 말이 떠오르는 대통령이었다.
“예, 대통령 각하.”
“IMF와의 협상을 백지화하겠다고 비공식적으로 통보하게.”
제대로 강단을 보이는 대통령이었다. 그리고 그가 이렇게 강단을 보일 수 있는 것은 한국은행에 예치된 1,000t의 금괴의 힘일 것이다.
“예, 알겠습니다.”
“작년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지?”
“예, 그렇습니다. 각하.”
문재한 경제수석이 대답했고 그런 그를 대통령이 빤히 바라봤다.
* * *
두 시간 후.
국동 건설 인수의향서를 받아갔던 국동 그룹 관계자가 다시 사무실로 들어왔고 나도 모르게 긴장이 됐다.
“국동 건설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자를 발표하겠습니다.”
모두가 국동 그룹 관계자에게 집중했다.
“국동 건설에 대한 우선협상자는 매각 금액 3000억을 제시하고 모든 직원에 대한 고용을 승계하는 조건을 제시한…….”
그의 발표와 함께 론스타 펀드의 스미스가 굳어진 표정으로 나를 봤다. 그리고 김 우준 대후그룹 회장도 나를 봤기에 나는 그들에게 승리자의 미소를 보여줬다.
“태양종합금융투자회사로 선정되었습니다.”
승리다.
한마디로 돈질의 승리다.
“대, 대표님…….”
3000억을 적어서 제출했다는 발표에 박태웅 상임이사가 놀란 눈빛으로 나를 봤다.
“우린 돈은 많잖아요.”
“아……!”
“경쟁에서 이기니까 기분은 좋네요.”
론스타 펀드의 한국지부 보스인 스미스가 똥을 씹은 표정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니 즐겁다.
‘네놈들은 하나도 못 가지고 간다.’
하여튼 국동 건설을 인수하는데 성공했다. 이제 남은 것은 현성 그룹 회장을 만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