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3
173화 소 떼 한 번 몰고 가시죠? (3)
“대표님이 상상하시는 그 엄청난 것이 무엇입니까? 왜 갑자기 건설 분야를 포기하지 못하시겠다고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현성 그룹 회장님을 내가 쥐고 흔들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예?”
무슨 뜬금없는 소리를 하나는 눈빛이다.
“분명한 것은 국동 건설은 제가 인수한다는 겁니다. 달라진 것은 정부 주도 빅딜에서 현성 그룹과의 담판을 위해서 국동 건설을 내놓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현성 그룹에게 현성 전자를 받아내실 생각입니까?”
“거대한 웅지.”
“구체적으로 말씀을 하십시오. 사람 답답하게 만들지 말고.”
이제는 짜증까지 부리고 있는 박태웅 상임이사다.
“일대일로라는 거대 프로젝트를 제가 생각해 냈습니다.”
“일대일로라고요?”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현재 나만 알고 있는 일이다.
“그렇습니다. 신실크로드 구축 사업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나만 알고 있지만, 일대일로는 중국이 추진하는 거대 프로젝트다.
내 기억 속에 있는 일대일로란 중국 정부가 주도하는 신실크로드 전략이고 내륙과 해상을 연결하는 경제공동체를 건설하는 것이다.
‘2013년에 발표를 했지……!’
나는 그들보다 15년 앞서서 일대일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박태웅 이사에게 말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코리아라고 불리는 것은 고려 때문이고 고려에는 벽란도가 존재했습니다. 벽란도는 동북아시아 해상 무역의 중심이었습니다.”
“으음……!”
내 말에 박태웅의 머릿속은 복잡해지고 있을 것이다.
“내가 구상하는 프로젝트를 신벽란도 프로젝트라고 합시다.”
“그래서요?”
“우리는 이제 자본금이 충실합니다.”
“그렇기는 합니다.”
“향후 5년 이내에 더 많은 자본금이 확충될 겁니다.”
당장 4월 1일이 되면 태양 증권이 태양종합금융투자회사와 합병하고 재상장이 된다. 그렇게 되면 대한민국 최대의 인터넷 증권사인 키움 증권이 만들어지고 또 태양종합금융은 대한민국 최대의 금융지주회사로 거듭날 수 있다.
“태양종금이 주도해서 해상 및 육상 실크로드를 건설하는 겁니다. 그런 과정에서 신벽란도 프로젝트의 중심지를 대한민국 인천으로 만드는 겁니다. 그 실크로드의 시작도 대한민국이고 끝도 대한민국이 되는 겁니다.”
“그건 실현 불가능한 일입니다.”
바로 내 상상력을 반대하는 박태웅 이사다.
“왜 실현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까?”
“너무 거대하지 않습니까?”
“쉽게 생각을 합시다. 우리가 우리와 계약하는 국가에 민간 차관을 제공하고 우리의 차관을 받은 국가는 도로와 항구를 건설합니다. 그리고 그 건설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건설사와 건설물자로만 건설한다는 조건을 단다면 현성그룹 회장을 내 손아귀에 넣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으음……!”
물론 이것은 내가 알고 있는 중국의 일대일로 방식이다. 중국 정부는 일대일로에 포함된 다른 국가들에게 장기 차관을 제공하고 도로 및 항만 건설 사업을 시작하게 만든다. 물론 그 장기 차관은 최소 20년이나 50년까지 제공하는 조건이라서 자본력이 부족한 동남아시아나 개발도상국들은 솔깃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건설사가 모든 건설에 참여하는 겁니다. 또한, 모든 물자가 대한민국의 것을 사용하게 되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경제 자체가 부흥됩니다.”
“대표님께서는 그만큼의 자본금이 없습니다.”
내가 200억 달러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신벽란도 프로젝트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아마도 100배의 자금이 필요할 것이다.
‘민간 기업이 국가를 상대하는 일이니까.’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박태웅 상임이사를 봤다.
“내 적이 될 존재는 나보다 더 많은 자금이 있지 않겠습니까.”
“대, 대표님……!”
“적들과 손을 잡아볼까 합니다. 그리고 미국과도 손을 잡을 생각입니다.”
“으음…….”
“됩니다. 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사하라 녹지화 사업의 마지막 완성이 신벽란도 프로젝트로 화룡점정을 찍는 겁니다. 녹지화에 성공한 거대한 사하라 농장에서 생산되는 농산물들을 세계 전역에 팔아야 합니다. 거기다가 사하라 지역에서 개발되는 지하자원들까지 신벽란도 프로젝트로 만들어지는 해상 및 육상 이동로를 통해서 이동되게 만들어야 합니다.”
“대표님, 사하라 사막 녹지화 사업을 구상하셨을 때부터 생각하신 거죠?”
박태웅이 나를 노려봤다.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왜 지금까지 제게는 일언반구도 없었습니까?”
“아군을 속여야 적을 속일 것이 아닙니까.”
“으음……!”
사실 사하라 사막 녹지화 사업을 구상했을 때부터 신벽란도 프로젝트 역시 내 상상력에 포함되어 있던 부분이다. 하지만 그것을 발표하고 상상을 계획으로 바꾸고 실행에 옮기려면 막대한 자본금이 필요했기에 꾹 참고 있었다.
“됩니다. 되게 만들 겁니다.”
“예, 알겠습니다. 이제야 숨겨진 의도를 모두 알겠습니다. 한성 해운의 대형 선박들을 구입하신 것도 이런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군요.”
박태웅의 말에 나는 미소를 머금었다.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 신벽란도 프로젝트를 추진합시다.”
“미국을 끌어들이고 미국을 움직이는 자본가들을 우리 편으로 만들고?”
“예, 이이제이입니다.”
“예, 알겠습니다. 비밀리에 계획을 수립하겠습니다.”
“그러세요.”
돈이 있기에 내가 생각하는 것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것이다.
‘하늘길부터 차지한다.’
나는 이 순간 박태웅에게 말하지 못한 또 하나를 상상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의 민영화 사업!’
판교 개발 수익과 키움 증권 상장을 통해 얻어지는 수익을 인천국제공항 민영화 사업에 투자해 볼 참이다.
* * *
1998년 2월 25일 대통령 취임식장.
대통령 취임식 연설을 위해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식 연설 단상으로 걸어오고 있고 취임식장 귀빈석 제일 앞에는 독립유공자들과 그 후손들이 자리에 앉아 있다.
그리고 취임식 연설을 위해 단상으로 걸어오는 당선인께서는 걸음을 잠시 멈추고 독립유공자 대표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했고 그 순간 모든 언론은 그 모습을 영상과 사진으로 기록했다.
‘내 뜻대로 되고 있다.’
사실 이것은 어떤 측면에서는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무엇이든 첫 시작이 존재해야 하는 법이고 오늘 이후 대한민국을 변화시킬 생각이다.
그렇게 대통령 당선인은 독립유공자 원로 대표에게 경의를 표한 후에 나를 잠시 본 후에 단상으로 올라섰다.
‘마이클 잭슨도 왔군.’
내가 가진 미래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마이클 잭슨은 부시가 자기 취임식에 참석해 달라고 요청했을 때도 거부했던 인물이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 대통령 이취임식에 참석해 있다니 놀라울 뿐이다.
“다음은 대통령께서 취임사를 하시겠습니다.”
대통령 취임식 사회자가 단상에 서 있는 김대준 대통령을 본 후에 대통령 취임식을 진행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대준 대통령 취임사 첫 마디 후에 박수갈채가 쏟아졌고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오늘 저는 대한민국 제15대 대통령에 취임하게 되었습니다. 정부수립 50년 만에 처음 이루어진 여야 간 정권교체를 여러분과 함께 기뻐하면서…….”
그러고 보니 대통령이 말한 그대로 50년 만에 여야 간 정권이 교체되는 순간이었다.
“진정한 국민의 정부를 탄생시킨 국민 여러분께 찬양과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대통령 취임사가 시작됐고 거의 30분간의 취임사가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대통령께서는 IMF 극복 의지를 천명하셨고 중산층 회복을 강조하셨으며 대북관계 개선을 말씀하셨다.
“제가 여러분의 선두에 서겠습니다. 우리 모두 손잡고 힘차게 나갑시다. 그리하여 이 위기를 극복해 나갑시다. 그리고 세계 무대의 선진국으로서 재도약을 이룩합시다. 그리해서 5,000년 역사에 빛나는 이 대한민국의 빛나는 영광을 다시 한번 세계만방에 드높일 것을 여러분에게 호소합니다. 여러분 경청해 주셔 감사합니다.”
이 순간 대통령께서는 고개를 돌려 단상 끝에 앉아 있는 나를 보셨다.
‘그리하겠습니다.’
이것은 눈빛으로의 약속이다.
하여튼 이렇게 해서 대통령 취임식은 모두 끝이 났다. 그리고 나는 이 자리에 참석한 귀빈들을 만나고 있고 내가 제일 먼저 만난 사람은 독립유공자 원로 대표다.
“백범 대표.”
앙상한 그의 손이 내 손을 꼭 잡으며 나를 부르셨다.
“예, 어르신.”
“지하에 계신 백선우 선생께서 이제야 기쁜 마음에 눈을 감으실 것이오. 비록 아직 선생의 시신을 찾지 못해 고국으로 돌아오시지 못하고 계시지만 넋이라도 기뻐 춤을 추실 것이오.”
독립유공자 대표께서는 내 조부를 거론하셨다.
‘시신이 아직……!’
이건 나도 모르고 있던 사실이었다.
“어르신…….”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50년 동안 나는 사실 이 나라를 또 이 나라의 백성을 많이 원망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자랑스럽습니다. 그리고 나라를 원망한 내가 부끄러워요.”
“어르신 제 조부의 시신이…….”
아버지께서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말씀해 주시지 않으셨다.
“모르고 있나?”
“부끄럽게도 그렇습니다.”
“으음, 그럴 수도 있지. 나중에 시간이 나면 나를 찾아오시게.”
이 자리에서 할 말이 아니라는 투로 말씀하시는 독립유공자 대표시다.
“예, 알겠습니다.”
“대한미국이 다시 자랑스럽게 만들어준 것에 대해서 항상 고맙게 생각합니다.”
툭툭!
독립유공자 대표께서는 내 어깨를 두드려 주신 후에 취임식장을 떠나셨다.
‘몰랐다……!’
내가 내 조부에 대해서 참 많은 것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 * *
성북동 이신의 고택.
“백범이 취임식장에서 은지상을 만났다고?”
“예, 그렇습니다.”
이 순간 이신의 옆에서 항상 그를 보좌하던 이 실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다른 남자가 이신에게 보고하고 있었다.
“무슨 이야기가 오갔을까?”
“제가 확인한 것으로는 백선우 선생의 죽음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압니다. 시신이 고국에 돌아오지 못했다는 것을 은지상이 말했고 백범 대표가 처음 듣는 듯 놀란 눈빛이었습니다.”
이것은 백범 주변에 이신의 눈과 귀가 존재한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리고 이 순간 백선우 선생의 죽음이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이신은 인상을 찡그렸다.
“그랬단 말이지?”
“예, 그렇습니다.”
“백범 때문에 살 만한 세상이 됐는데 오래 즐기지 못하겠구나.”
이신이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였고 그의 앞에 앉아 있는 남자가 이신의 의도를 알아차렸다는 듯 눈빛이 변했다.
“저는 물러가겠습니다.”
“그렇게 해라.”
“예, 대부님.”
이신의 앞에 있던 남자가 정중히 허리를 숙여 이신에게 경의를 표하고 별채에서 나갔다.
‘나는 그때도 나라를 위해서 일했다.’
이신은 그런 생각을 하며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