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졸부 집 망나니-170화 (170/415)

# 170

170화 부시를 만나다

1998년 2월 13일, 텍사스로 향하는 전용기 안.

내일 부시를 만나기로 예정되어 있다. 나는 공화당에 5억 달러의 정치 후원금을 기부하고 그를 선택한 것이다. 물론 부시를 만난 일주일 후에는 클린턴을 만날 예정이다.

‘양다리를 걸치는 거지.’

클린턴의 임기가 2년 남았으니까.

“대표님.”

항상 나는 박태웅 상임이사와 동행한다.

“말씀하십시오.”

“국동건설 인수전에 대표님께서 예상하신 그대로 론스타 펀드 한국지부가 참여했습니다.”

나는 론스타 펀드의 행보를 주시하라고 박태웅 상임이사에게 지시했었다.

‘계속 싸우게 될 테니까.’

그리고 드디어 침략 약탈 자본이라고 할 수 있는 론스타 펀드가 국동건설 인수전에 참여했다는 보고를 받게 됐다.

“우리도 국동건설이 필요합니다.”

태양전자가 현성전자를 빅딜을 통해 합병하기 위해서는 태양종합금융이 국동건설을 인수해야 하고 그것을 통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빅딜을 성공시켜야 한다.

“사하라 사막 녹지화 사업에 너무 몰두하시는 것이 아닙니까?”

“곧 빅딜입니다. 태양전자가 현성전자를 인수·합병하기 위해서는 현성 그룹에 내어줘야 할 것이 꼭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동건설을 인수에 성공하고 중소 건설사를 빠르게 합병하면서 몸집을 키워야 합니다.”

“결국 태양전자군요.”

“그렇죠. 물론 사하라 사막 녹지화 사업에도 이제는 박차를 가할 생각입니다.”

돈이 생겼다. 물론 현물인 금괴로 보유하고 있고 1,000t이나 되는 금괴를 미국에서 다시 대한민국으로 보낸 상태다. 물론 그 방식은 한국은행이 태양 컴퍼니에게 금을 차입하는 형태로 진행이 됐기에 금에 붙은 사치세 50%를 면제받았다.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1,000t의 금괴를 장기 보유했다는 사실이 발표되면서 1998년 2월 3일에 S&P가 대한민국의 국가신용등급을 3단계나 상향조정 했고 그에 따라서 원 달러당 환율이 2,000원까지 하락하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론스타 펀드에게는 이 자체가 부담이지.’

얼마 전까지만 해도 2,900원이었으니 환율 하락 때문에 론스타 펀드의 자본금이 하락한 결과이니까.

“제가 예전에 말했죠, 봉이 김선달은 대동강 물을 팔아먹었지만 나는 사하라 사막을 팔아먹겠다고.”

“그때까지만 해도 대표님의 상상력이 너무 지나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원래 모든 성공 신화는 상상력에서 시작이 됩니다.”

나는 박태웅 상임이사를 보며 웃었다.

“예, 알겠습니다. 국동건설에 대해 계속 보고를 드리면 최대 2500억 원까지 생각하셔야 합니다. 아마 론스타 펀드는 2300억 정도를 생각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보유한 자산을 이용해 부채인 1200억을 갚고 국동건설을 정상화한 후에 매각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200억을 더 쓴다?”

“예, 그렇습니다. 그런 후에 호수건설, 서의건설을 인수하면서 대대적인 확장하겠습니다.”

“그렇게 합시다. 그건 그렇고 나우루 공화국에는 특별한 조짐이 없습니까?”

나는 나우루 공화국에 갔을 때 부자지간을 이간질했었다. 그러니 이제는 그 이간질에 관한 결과가 조금씩 나올 때다.

“아직은 특별한 조짐은 없습니다.”

나우루 공화국에 투자받은 자금은 100억 달러다. 그 자금은 언젠가는 갚아야 할 자금이지만 사람이라는 것이 그렇듯 빌릴 때는 좋지만 갚을 때는 갚고 싶지 않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사막을 팔아먹어야지.’

100억 달러를 갚지 않기 위해서라도 사하라 사막 녹지화 사업에 착수해야 한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대표님, 부시를 만나면 무엇을 요구하실 생각입니까?”

5억 달러를 기부했으니 무엇을 받아낼 생각이냐고 묻는 것이다.

“아직은 무엇을 받아낼 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 줄 수 있냐는 것을 고민할 때인 것 같습니다.”

“더 주신다고요?”

“그래야죠. 내가 짐작하건대 부시는 다음 대통령이 될 사람입니다.”

“마치 점쟁이처럼 말씀하시는군요.”

박태웅이 나를 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부시가 대통령이 되어야 대한민국에도 또 저에게도 이롭다고 판단했습니다.”

내 말에 박태웅 상임이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여튼 론스타 펀드가 움직였으니 우리도 시작합시다.”

“예, 바로 태양종합금융 회사에 지시하겠습니다.”

“무조건 성공해야 합니다.”

* * *

현성 그룹 회장실.

“대통령 당선인이 그룹 구조조정의 의지를 보인단 말이지?”

현성 그룹 회장이 회의에 모인 그룹 핵심 중역들에게 되물었다.

“예, 그렇습니다.”

“그럼 빅딜이라는 것이 조만간 진행이 되겠군.”

“예, 그렇게 될 것입니다.”

“그럼 우리는 무엇을 지켜야지?”

현성 그룹 회장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룹 중역들에게 물었지만, 누구도 이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말이 없군, 그럼 우리는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정부에 요구해야 하지?”

“전자 사업 분야에서 철수하시고 자동차와 건설 분야에 집중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드디어 아무 말도 없던 중역 중 한 명이 현성 그룹 회장에게 말했다.

“전자를 포기해라?”

“예, 그렇습니다. 현재 현성전자는 전자 사업 분야에서 국내 서열 4위입니다. 그러니 빅딜이 진행이 되면 지켜내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이 됩니다.”

“이 사장의 생각이 그렇단 말이지?”

“예, 그렇습니다.”

이지박 현성건설 사장이 현성 그룹 회장에게 말했다.

“중공업도 지켜낼 수 있으면 좋을 것으로 판단합니다. 하지만 핵심은 자동차와 건설입니다.”

이지박 현성건설 사장의 말에 현성 그룹 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분명한 것은 새로운 정부는 대북 관련 사업에 집중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또한,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동원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회장님이 고대하시는 그대로 대북 사업에 뛰어들 때입니다.”

“알겠어. 고심해 보겠네.”

하여튼 현성 그룹은 5대 빅딜이 진행이 될 때 우선은 전자 사업을 포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었다.

* * *

텍사스에 있는 힐튼 호텔 특실.

내 앞에 텍사스 주지사인 젊은 부시가 앉아 있다는 것이 놀랍고 감회가 새롭다. 이만큼 나는 거대해졌다는 의미다.

“우리 당에 정치 후원금을 기부해 주신 것에 대해 감사합니다.”

대한민국과 미국이 다른 것은 정치 후원금을 이렇게 대놓고 기부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런 기부를 통해서 많은 기업이 로비를 진행한다. 그러므로 부시 주지사는 내가 공화당에 무엇을 요구할지 궁금해하는 눈빛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에도 똑같은 금액의 정치 후원금을 제공했습니다.”

내 입에서 이런 소리가 나오니 의외라는 눈빛을 보이는 부시 주지사다.

“허허허, 그런가요?”

“예, 그렇습니다.”

“정말 엄청난 것을 생각하고 계신 모양이군요.”

“엄청난 것까지는 아닙니다. 블랙홀 그룹의 계열사인 태양 컴퍼니에서 세계토지개발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그래요?”

“그에 따라 세계 빈민국 빈민 구제와 기아 해결에 이바지하고자 합니다.”

내 말에 또 의외라는 눈빛을 보이는 부시 주지사다.

“세계토지개발 회사라고 했습니까?”

토지개발이라는 단어는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그렇습니다. 저는 아프리카 지역에 있는 사하라 사막을 사서 녹지화 사업을 추진할 생각입니다.”

사하라 사막 녹지화 사업에 대해서 내가 말을 꺼내면 듣는 사람은 모두 놀란 눈빛으로 변한다.

“그게 가능합니까?”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일입니다. 자금 문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아프리카 국가들의 정치적인 문제도 연결되어 있기에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요.”

“그래서 미국 정부의 절대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어떤 측면에서?”

“치안에 대한 안정성이 보장된다면 제가 사하라 사막을 녹지화시켜서 아프리카의 기아를 어느 정도 해결해 보겠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왜 내게 하는 겁니까?”

“차기 대통령이 되실 분이시지 않습니까.”

내 말에 부시 주지사가 나를 뚫어지게 봤다.

“허허허……!”

그래도 싫지 않은 눈빛이다.

“주지사께서는 미국을 초일류 국가로 거듭나게 하실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합니다. 그리고 석유 자원 안전을 위해서 많은 일을 하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석유 자원이라고요?”

“예, 그렇습니다.”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지역에서 석유를 개발할 생각입니까?”

석유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부시 주지사는 내가 유전 개발을 생각하고 사하라 사막 녹지화 사업을 하겠다고 생각하는 눈빛이다.

“그건 아닙니다.”

“그럼 뭡니까?”

“미국에도 석유는 많지 않습니까.”

내 말에 부시 주지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저는 아프리카, 그것도 사하라 사막까지 가서 유전을 개발할 생각은 추호에도 없습니다. 저는 말씀을 드린 것처럼 사하라 사막을 녹지화해서 세계 최대의 곡창지대로 만들 생각입니다.”

“그래요?”

“예, 그렇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치안 확보가 절실합니다.”

“마치 미군이라도 주둔시켜 달라는 로비를 내게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왜 안 됩니까?”

내 말에 놀란 눈빛으로 변하는 부시 주지사다.

“농담입니까? 진담입니까?”

“진담입니다. 미군이 제가 구입할 사하라 사막에 주둔해주신다면 모든 주둔비를 블랙홀 그룹에서 부담하도록 하겠습니다.”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2년 후에 대통령이 되실 분께서 결정하실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면 미국에서 그 누구도 결정할 수 없는 일이지 않습니까?”

“내가 정말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예, 저는 확신합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민주당도 공화당도 아닌 주지사님께 정치 후원금을 기부할 생각입니다. 대선에 출마하실 때 10억 달러를 조건 없이 기부하겠습니다.”

나는 조건 없이 기부하겠다고 말했지만, 조건은 이미 말한 상태였다.

“그렇다고 해도 쉽게 진행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닙니다.”

“북아프리카에는 리비아가 있고 리비아에는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미치광이 카다피가 권력을 쥐고 있습니다. 리비아가 핵을 개발하고 인정을 받는다면 세계평화에 위협이 될 것입니다. 그거라면 미군이 북아프리카의 사하라 사막 중에 사유지로 변할 곳에 주둔할 명분은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리비아는 현재 카다피라는 독재자가 정권을 잡고 핵을 개발하고 있는 상태다. 물론 북한도 핵을 개발하고 있기에 미국은 골치가 아픈 상태다. 거기다가 모든 테러 자금은 이라크와 리비아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으음……!”

고심하는 눈빛으로 변하는 부시 주지사다.

“지금 제가 드린 말씀은 2년 후에 대통령이 되신 후에 결정하셔도 됩니다.”

“그때가 된다고 해도 쉽게 결정할 수 없을 것 같소.”

“제가 분명하게 말씀을 드릴 수 있는 것은 테러 세력을 지금부터라도 뿌리 뽑지 않으면 미국은 통한의 눈물을 흘리게 될 것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테러 세력의 뿌리를 뽑아내기 위해서는 아프리카 지역에 미군이 주둔해서 리비아를 압박하고 혹시 모를 중동사태에도 대비하셔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부시 주지사다.

‘이제는 더 말할 필요가 없겠지……!’

속전속결도 중요하지만 거대한 사업을 진행할 때는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마음으로 사업을 진행해야 하니까.

“중동사태라……?”

“여전히 중동은 세계의 화약고이지 않습니까.”

“그렇기는 합니다. 내게 하신 말씀은 깊이 생각해 보겠소. 그리고 나를 지지하겠다는 말씀도 고맙게 생각하겠습니다.”

부시 주지사는 한 발 뒤로 물러나는 투로 내게 말했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은!’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은 따로 있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하여튼 오늘 부시와 인연을 만들었고 이 인연을 통해 부시가 미국 대통령이 되는 그 순간에 사하라 사막을 녹지화 사업의 핵심인 거대 수로 건설을 시작할 참이다.

‘911테러를 당한 후면 생각이 달라지겠지.’

나를 빤히 보고 있는 부시 주지사를 보며 미소를 머금어 보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