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9
169화 세탁소 앞에서 일어난 일?
케임브리지 하버드대학 주변 거리.
미국으로 이주한 이후에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사업에 몰두할 수밖에 없었고 주말이 되어서야 내 아내 은혜와 오붓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주말이 되면 동체라도 되는 듯 꼭 붙어 지낸다. 그리고 오늘은 산책 겸 세탁할 것을 들고 저택 밖으로 나왔다.
“저기예요.”
은혜가 손가락으로 세탁소 하나를 가리켰다.
사실 우리 부부는 이렇게 세탁물을 들고 여기까지 올 이유가 없다. 저택에서도 세탁해 줄 사람이 존재하니까. 하지만 산책 겸 홑몸이 아닌 은혜의 운동을 겸해서 이렇게 나온 것이다.
‘꽤 이용한 모양이네.’
저택에서 조금 떨어진 세탁소다.
“저 세탁소는 한인 부부가 운영하는 곳이에요.”
“그래요?”
“예, 세탁소 사장님 따님이 하버드에 입학하면서 이민을 오셨대요.”
“아, 그렇군요.”
역시 내 예상대로 은혜가 이 세탁소를 방문하는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가요.”
“예, 은혜 씨.”
우린 그렇게 얼마 안 되는 세탁물을 들고 세탁소를 향해 걸어갔다. 그런데 우리가 세탁소에 도착하기 직전에 고급 자동차 한 대가 세탁소 앞에 서더니 무슨 이유로 화가 난 중년의 백인 남자가 고급 자동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인상적인 것은 그 고급 자동차가 주차하자마자 세탁소 주인인 듯한 중년의 한국 남자가 밖으로 급히 나왔다.
“내 바지를 아직 못 찾은 거야?”
세탁소 주인 남자를 보고 백인 남자가 화를 내며 물었다.
“죄송합니다, 고객님. 찾고 있습니다.”
“아직도 찾고 있어?”
“예, 며칠 안에 찾아서 보내 드리겠습니다.”
“됐고, 통보는 받았지?”
“죄송합니다. 꼭 찾아드리겠습니다. 그와 함께 피해를 본 것에 대해 보상도 해드리겠습니다.”
분명한 것은 세탁소를 운영하는 중년의 남자가 영어를 꽤 잘한다는 것이다.
“어떤 보상?”
“고급 명품 정장을 구매해 드리겠습니다.”
“됐어, 나는 민사소송을 진행했어. 정신적 피해 보상으로 1000만 달러를 청구할 생각이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1000만 달러라고 하셨습니까?”
“동양인 주제에 영어를 제대로 알아듣는군. 변호사나 준비해.”
영어를 잘한다는 말도, 못 한다는 말도 명백한 인종차별이다.
‘저 양키 새끼가!’
나도 모르게 욱하는 순간이다.
“그런 말은 인종차별적 용어라는 것을 모르시나요?”
내가 나서려고 했는데 내 아내인 은혜가 먼저 나섰다. 그리고 내 아내 은혜가 나서는 모습을 보고 세탁소 주인아저씨가 놀란 눈빛으로 나와 은혜를 봤다.
“너는 뭐야?”
영어에는 존댓말이 없다. 하지만 분명 하대하는 의미의 단어들은 많다.
“세탁소 사장님께 사과하시라고요.”
“내가 왜? 영어를 잘 알아듣는다고 말한 것이 뭐가 문제지?”
“그건 예의의 문제라고요.”
짐작건대 세탁소 주인이 대한민국 교포이기에 은혜는 그가 받은 인종차별에 욱한 것 같다.
“됐어, 별소리를 다 하는군.”
여전히 동양인을 무시하는 눈빛으로 말하고 있는 백인 남자다.
“사과하시라고요.”
“사과할 이유가 없다니까. 그런데 예쁘게 생겼네.”
묘한 눈빛으로 변한 백인 남자는 세탁소 주인에게 인종차별을 일삼는 것도 모자라서 내 아내에게 성희롱하고 있었다.
“뭐, 뭐라고요?”
“예쁘게 생긴 동양 인형에게 예쁘다고 말한 것이 무슨 문제라도 되나?”
나도 있는데 내 앞에서 비릿하게 웃는 미치광이 백인 남자다. 그리고 더 지랄 같은 것은 오늘 저 백인 남자가 미쳤는지 자기 지갑에서 1달러를 꺼내 내 아내 은혜에게 던졌다.
‘이 미친 새끼가!’
미국에서 여자에게 1달러를 던지는 것은 최고의 모욕이다.
왜냐고?
스트립쇼에서 쇼걸에게 팁으로 1달러를 팁으로 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마도 백인 남자는 우리가 그걸 모른다고 생각하고 이런 미친 짓으로 우리를 조롱하는 것이다.
“어이, 양키.”
이제는 내가 나설 때다.
“뭐?”
“당신 미쳤어?”
“지금 나를 미쳤다고 했나?”
중년의 백인 남자가 나를 노려봤다.
‘마음 같아서는 한 대 쳤지만……!’
여긴 미국이다. 소송의 나라 미국이고 로마에 왔으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는 말처럼 미국식으로 해결해 줄 참이다.
“미치지 않고서는 이런 짓을 할 수가 없잖아.”
나는 백인 남자를 노려보며 말했다.
“뭐가 문제지?”
“몰라서 물어? 너는 지금 내 아내를 모욕했고 성희롱을 했으며 인종차별을 했어. 인생 종 치고 싶지?”
“무슨 근거로?”
“1달러를 내 아내에게 던졌잖아.”
“떨어트린 거야.”
“개소리하고 자빠졌네. 들어보니 민사소송을 좋아하는 것 같은데 좋아하는 것으로 인생 망치게 만들어 줄게.”
“뭐, 뭐라고?”
“정확한지는 모르겠는데 세탁소에 맡긴 바지 한 벌을 분실했다는 이유로 1000만 달러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했다면서?”
“그래서 뭐?”
“바지 한 벌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이 1000만 달러라면 나는 나와 내 아내에 대한 모욕감에 대한 정신적 피해 보상 금액을 1억 달러로 책정할 생각이다.”
내 말에 백인 남자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눈빛을 보였다.
“미쳤군.”
“바지 한 벌 값으로 1000만 달러의 민사소송을 제기한 너는 안 미쳤나? 거기다가 내 아내를 모욕해? 너는 이제 인생 끝난 줄 알아.”
내 위협에 백인 남자가 나를 보며 어처구니가 없다는 눈빛으로 나를 노려봤다.
“이 미친 동양인 새끼가!”
백인 남자가 바로 내 멱살을 잡았다. 사실 이런 상태라면 나는 바로 내 멱살을 잡은 놈의 손을 뿌리치고 바로 주먹을 날렸을 것이다.
‘찍고 있겠지.’
어디선가 누군가가 나를 찍고 있다. 그리고 그 존재들은 내 경호원이고 은혜의 경호원이다.
“내가 누군지 알고 이래?”
백인 남자가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세탁소 주인이 놀란 눈빛으로 말리겠다고 나서서 백인 남자의 손을 잡았다.
“더러운 손 치워.”
백인 남자가 세탁소 주인에게 소리를 질렀다.
“참으십시오. 똥이 무서워서 피합니까? 더러워서 피하지.”
세탁소 주인이 내게 한국어로 말했고 이것은 세탁소 주인아저씨가 내 아내 은혜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똥도 똥 나름이죠. 이런 똥은 더러워도 치워야 합니다.”
“판사입니다.”
세탁소 주인아저씨가 내게 말했다.
“판사요?”
“예, 정말 골치가 아파서 미칠 지경입니다.”
세탁소 주인아저씨가 인상을 찡그렸다.
“야, 너희 둘 이상한 말로 나를 욕했지.”
나와 세탁소 주인아저씨가 한국말로 이야기를 하자 내 멱살을 잡은 중년의 백인 남자가 소리를 질렀다.
“당신 판사야?”
“그래, 판사다. 이제 네놈이 누구를 건드렸는지 알겠지.”
나를 보며 비릿하게 웃는 중년의 백인 남자다.
“판사나 되어서 이딴 짓을 하고 창피하지 않나? 멱살부터 놔. 이게 다 증거가 된다는 생각은 못 하나?”
“누가 증인을 서지?”
“증거가 없어서 이런 짓을 한단 말이지?”
나는 중년의 백인 양키 새끼한테 말하고 손을 들었고 그와 동시에 저 멀리에 떨어져 있던 경호원이 빠르게 달려와서 내 앞에 섰다.
그리고 경호원의 덩치를 보고 놀란 백인 양키 새끼는 슬그머니 내 멱살을 잡고 있던 손을 놨다.
“증거?”
“뭐, 뭐야…….”
“여기 있습니다. 회장님.”
경호원이 내게 회장님이라고 말하자 백인 양키 새끼는 살짝 놀란 눈빛을 보였다. 그리고 경호원이 내게 내민 몇 장의 즉석 사진을 보고 기겁한 눈빛을 보였다.
“폭행 증거는 여기에 있군.”
“당, 당신 누굽니……?”
“당신 이 지역 판사라고 했지?”
“…….”
“판사가 이렇게 살면 안 되지.”
“당신은 누구야?”
아까와는 다른 눈빛으로 내게 묻는 백인 양키 새끼다.
“나중에 그건 알려줄 거고 이 사진도 잘 찍혔군.”
나는 백인 양키 새끼가 내 아내에게 1달러를 던지는 모습을 찍은 사진을 미치광이에게 보여줬다.
“증거는 충분하네. 그럼 이제 법 좋아하는 당신을 위해서 민사소송으로 갑시다. 명예가 존재하지도 않는 바지 하나에 1000만 달러짜리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니 내 아내와 내 명예 그리고 내가 당한 폭력적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얼마여야 할까? 조금 전에는 1억 달러라고 했는데 이제는 폭행까지 당했으니 1억 달러로는 안 될 것 같아.”
“말, 말도 안 되는…….”
“바지 하나 잃어버렸다고 1000만 달러 민사소송을 감행하는 너는 말이 된다고 생각해? 거기다가 이 지역 판사라는 사람이 그러면 안 되지 않나?”
“내 인생에 중요한 바지야.”
할 말이 없으니 헛소리를 시작하는 백인 양키 새끼다.
“그럴 것 같군, 당신 인생을 망친 바지로 기억하게 될 거야. 이 사진들 그리고 이 상황들 본 그대로 녹음된 그대로 모두 언론사에 넘기세요.”
내 말에 판사인 백인 양키가 기겁한 눈빛으로 변했다.
“언론사에 넘긴다고?”
“동양인에게 인종차별을 감행하고 임신한 여자에게 성희롱과 모욕을 주는 남자가 미국의 판사 자리에 앉아 있으면 안 되잖아.”
미국 판사도 재임용 절차가 존재한다. 그러니 저 백인 양키의 판사 직위부터 박탈해야 할 것이다.
“아……!”
이제야 백인 양키 판사는 뭐 됐다는 표정으로 변했다.
“후회스럽지?”
“그, 그런데 누구십니까?”
“나?”
“예, 누굽니까?”
바로 태세전환을 해서 내게 꼬리를 내리고 공손해지는 백인 양키 판사다.
“내 소개가 늦었습니다. 아실지는 모르겠지만 블랙홀 그룹의 대표이사인 백범이라고 합니다.”
“블, 블랙홀 그룹……!”
알고 있다는 눈빛이다.
“그렇습니다. 앞으로 당신은 블랙홀 그룹의 법무팀이 상대할 겁니다. 그렇게 아시고 꺼지세요.”
“백범 대표…….”
내가 분명 꺼지라고 했는데 뭐 됐다는 눈빛으로 나를 부르는 백인 양키 판사다.
“왜요? 사라지라고요.”
“내, 내가 잘못했습니다.”
“뭐라고요? 안 들리는데.”
“제가 정말 잘못했습니다. 블랙홀 그룹의 대표이사이신지도 모르고 제가 실수를 했습니다.”
“내가 돈 많은 동양인이 아니었다면 당신이 한 행동은 실수가 아니라는 거네. 또라이 새끼!”
나는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서 그에게 말했다.
왜냐고?
양키 판사의 대가리가 터질 정도로 민사소송을 시작할 생각이니까.
‘가진 자의 민사소송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마.’
보통의 민사소송은 이기기 위해 또 손해에 대해서 보상을 받기 위해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백인 판사 저 또라이 새끼는 자기 바지를 잃어버린 세탁소 주인을 제대로 엿먹이기 위해서 1000만 달러짜리 손해배상 소송을 했을 것이다. 그러니 나도 똑같이 아니 더 심하게 해줄 생각이다.
“그게 아니라…….”
“됐어, 당신이 했던 그대로 똑같이 해주겠어.”
“아……!’
돈을 가진 존재의 민사소송은 이기기 위한 민사소송이 아니라 소송을 당한 상태를 고통에 몰아넣고 굴복시키기 위한 민사소송인 경우가 많다.
“하나 더, 당신 같은 사람이 판사의 자리에 앉아서 권력을 남용하는 것에 대해서 미국 정부에게도 민사소송을 제기할 생각이야. 내가 약속하지 별로 남지 않는 머리카락 다 빠지게 해주겠어.”
“아, 젠장……!”
이제 거의 울상이 된 백인 양키 판사다.
“제발, 용서해 주십시오. 제발 용서만 해주신다면 시키는 일은 뭐든 다 하겠습니다.”
“그래요?”
강한 자에게는 한없이 약한 모습을 보이는 비겁자다.
“예, 그렇습니다. 제가 정말 잠시 미쳤던 것 같습니다. 실수입니다.”
“그렇다면 세탁소 아저씨에게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부터 취하하고 이야기합시다.”
“정말입니까?”
“그런 성의를 보이면 내가 조금 흥분을 가라앉힐 수 있을 것 같아서…….”
“예, 알겠습니다.”
“그러니 어서 꺼지세요.”
“예, 알겠습니다.”
백인 양키 판사가 바로 사라졌다. 그리고 다음 날 월요일이 되자마자 백인 양키 판사는 세탁소 아저씨에게 건 민사소송을 철회했고 나를 찾아왔다.
“말씀하신 그대로 민사소송을 철회했습니다.”
“아, 그래요? 그럼 법정에서 봅시다.”
“뭐, 뭐라고요?”
백인 양키 판사가 흥분한 눈빛으로 나를 노려봤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저택 정문 철문을 사이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상태다.
“내가 어제 흥분을 가라앉힐 수도 있다고 했지 민사소송을 걸지 않겠다고 말한 적이 없거든.”
“너, 너 정말!”
나를 노려보는 백인 양키 판사다.
“너는 판사 하면 안 될 새끼야. 미국과 미국 국민을 위해서 내가 너의 판사 옷 벗긴다.”
내 말에 양키 판사는 뭐 됐다는 눈빛을 보이며 울상으로 변해 고개를 푹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