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7
167화 개소리하고 자빠졌네.
FBI 지부 조사실
금 선물 거래 투자 조작으로 FBI가 나를 조사한다는 것부터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만약 내가 금 선물 거래 옵션 투자를 조작했다고 해도 FBI가 나설 일은 절대 아니다. 그렇다면 어떤 세력이 압력을 가했다는 의미고 나는 그 세력을 미국을 지배하는 거대한 경제 세력이라고 생각한다.
“두 달 전 태양 컴퍼니는 금 선물 투자 펀드를 설립하고 대대적인 옵션 투자를 감행했습니다. 그 이후 대한민국에서 유입된 막대한 금괴가 미국 시장에 풀렸고 당연히 금 시세는 하락했습니다. 이것은 사전에 금 시세를 조작하여 옵션 투자의 성공을 이끌어내는 시장 교란 행위이지 않습니까?”
“시장 교란이라고 했습니까?”
“그렇지 않습니까? 태양 컴퍼니는 단 두 달간의 선물 투자를 통해 5억 달러로 125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이익을 거뒀습니다.”
“미국 금 선물 옵션 투자 시장에 전설로 남겠군요.”
“선물 투자 시장의 조작이고 교란이지 않습니까?”
“당연한 겁니다. 모든 것은 계획과 합리적 실행에서 시작이 되니까요. 나는 사실 막대한 투자 수익을 올린 후에 놀랐습니다.”
“뭐라고요?”
FBI 조사관이 인상을 찡그리며 나를 째려봤다.
“모든 선물 투자는 예측입니다. 그렇게 되리라 예측하고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 투자를 하는 것입니다. 내가 예측한 것을 미국을 비롯한 세계 금 선물 투자자들은 몰랐을까요? 아니 예측하지 못했을까요?”
“백범 대표, 말을 돌리지 맙시다. 증권 및 옵션 투자 조작을 통한 불법적인 행위는 높은 형량을 받을 수 있습니다.”
“협박? 웃기고 있군.”
“뭐라고 했습니까?”
“대한민국에서 금 모으기 운동을 시행한다는 것은 뉴욕 타임스지부터 시작해서 꽤 많은 언론사가 방송했습니다. 그런데도 예측하지 못한 멍청이들이 돈을 날린 것을 왜 내게 책임을 묻는 겁니까?”
“멍청이라고 했습니까?”
“그렇습니다.”
FBI 조사관이 내 말에 다시 인상을 찡그렸고 나는 그를 보며 박태웅이 내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2월 14일에 부시를 만나기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딱 5일 후다. 그리고 5억 달러의 정치 후원금이 부시를 내 앞에 앉혀 놓게 만든 것이다. 내가 공화당의 핵심 인원이라고 할 수 있는 부시를 만나게 된다면 현 미국 정부의 대통령인 클린턴도 나를 만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치와 경제는 하나다.’
그래서 정치 경제라고 하는 것이다.
“그럼 이제 세계 금 선물 투자자들이 간과했던 것에 대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그 설명이 끝난다면 내가 어떠한 조작은 물론, 시장을 교란하지도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내 당당함에 FBI 조사관이 나를 뚫어지게 봤다.
“좋습니다. 진술을 들어 봅시다.”
“진술이 아니라 내가 당신 아니 FBI에게 설명해 주는 겁니다.”
“으음……!”
“우선 2달 만에 세계 금 시세가 폭락하리라는 것을 나는 예측했습니다. 왜냐고요? 대한민국 국민의 저력을 믿기 때문입니다.”
“저력?”
“그렇습니다. 대한민국은 현재 외환 위기 때문에 IMF에 구제 금융을 받은 상태입니다.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외국에 돈을 빌리고 위기에 몰린 적이 처음일 것 같습니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겁니까?”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조선이라는 나라 다음으로 만들어진 민주공화국입니다. 국민의 저력을 말할 때 나는 조선에서 일어난 국채 보상 운동을 당신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국채 보상 운동……?”
국채 보상 운동은 일본 제국이 대한제국을 경제적으로 예속시키고자 제공한 차관 1300만 원을 국민이 갚고 일본 제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 한 운동이다.
김광제, 서상돈의 제안을 시작으로, 대구에서 서상돈, 김광제, 윤필오 등에 의해 처음 시작되고 전국으로 번져 나간 바로 그 운동이다.
‘하지만……!’
조선 통감부가 베델이라는 사람이 2만 원을 사적으로 투자했다가 원금을 받지 못했다는 괴소문을 퍼뜨리는 등 방해를 일삼으면서 운동은 소멸됐다. 한마디로 일본 제국의 방해 공작 때문에 수포가 된 운동이다.
“국채보상 운동은…….”
나는 FBI 조사관에게 국채 보상 운동에 관해서 설명해 줬고 조사관은 그저 놀랍다는 눈빛을 보였다.
“92년 전에도 대한제국의 국민은 그렇게 나를 위해 자신들의 재산을 아무 대가 없이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IMF가 터졌고 대한민국의 국민은 국채 보상 운동의 자손들이기에 자신이 가진 금을 당연히 내놓을 거라고 나는 확신했습니다. 하지만 세계 금 선물 투자자들은 그런 생각을 못 했습니다.”
“으음……!”
“금은 절대 자산이고 국가의 경제가 위태로워질 때 보유하고 있다면 더 큰 효과를 내기에 미국을 비롯한 서방 투자자들은 절대 대한민국 국민이 금 모으기 운동에 동참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습니다. 그게 그들의 금 선물 투자의 실패 요인입니다.”
“그런가요…….”
“만약 그들의 예상처럼 됐다면 나는 5억 달러 이상의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됐을 겁니다. 나는 엄청난 위험에 투자했고 그 투자가 내 계획대로 성공한 것입니다. 이게 무슨 문제가 될 수 있습니까?”
“대한민국 최고 권력층과 사전에 공모하고 준비한 것이 아닙니까? 그리고 우리는 태양 컴퍼니의 자금이 대한민국 권력층의 비자금일 수도 있다는 의심을 하고 있습니다.”
“개소리하고 자빠졌네.”
나는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렸다.
“What?”
“헛소리는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지금 말 다 했습니까?”
“그래 다 했다.”
내 말에 FBI 조사관이 나를 노려봤다.
“태양 컴퍼니의 운영 자금은 블랙홀 그룹에서 나왔고 블랙홀 그룹의 자본금은 나우루 공화국 국부 펀드를 중심으로 대한민국 국적의 태양종합투자금융 회사에서 유입된 자금입니다. 그 자금이 합법적인 방법으로 미국에 투자가 됐는데 대한민국 권력층의 비자금이라고? 그러니 개소리지.”
나는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가며 말하고 있기에 조사관은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개소리라는 말은 대한민국에서 욕이지 않습니까?”
조사관이 갑자기 한국어로 내게 물었다.
“한국어를 할 줄 아네.”
나는 조사관을 보며 피식 웃었다.
“그렇습니다. 할 줄 압니다.”
“그럼 다시 말해 줄게. 개소리하지 말고 현실을 정확하게 판단해. 나를 조사해서 무엇인가를 찾아내고 싶다면 증거를 확보해서 내게 가지고 와. 몰랐겠지, 단 한 달 만에 동북아시아에 있는 작은 나라가 200t의 금을 모금하고 그것을 빠르게 금괴로 만들어서 수출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거야. 그게 나를 제외한 금 선물 투자자들이 손해를 본 이유야.”
내가 말한 그대로 세계 금 선물 투자자들이 옵션 투자에 실패한 원인은 대한민국 국민의 애국심을 무시하고 저력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으음…….”
“170t의 금이 다시 미국 시장으로 수출이 되고 그럼 미국 시장의 금 시세는 더욱 하락할 거야. 수요와 공급으로 이루어지는 시장 경제잖아?.”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내가 말한 것처럼 내가 금 선물 시장 옵션 투자에 성공할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을 비롯한 세계 금 선물 투자자들이 대한민국 국민들의 저력을 간과할 거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자기들은 절대 그런 상황에서 절대 안전 자산인 금을 내놓지 않을 테니까.’
이것이 동양과 서양의 차이다. 아니 자본주의와 개인주의에 찌든 외국과 대한민국 국민들의 차이다. 그리고 나는 그 차이를 정확하게 알고 있기에 금 선물 옵션 투자에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말입니다. 백범 대표.”
“왜요? 내가 더 설명할 것이 있습니까?”
“백범 대표의 태양 컴퍼니는 선물 투자로 올린 수익 대부분을 다시 금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이유가 뭡니까?”
조사관의 물음에 나는 피식 웃어 버렸다.
“경제 개념이 아예 꽝이군요.”
“꽝?”
“막대한 공급 때문에 금 시세가 폭락했지만, 금은 안전 자산입니다. 그 안전 자산은 언젠가는 원래 가치로 되돌려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나는 2차 수익을 달성할 수 있게 됩니다. 이건 투자의 기본 중의 기본 아닙니까.”
“하하하, 하하하!”
자신이 멍청한 질문을 했다는 생각이 들어 웃어 버리는 조사관이다.
“이제 알겠습니까.”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조사관이다.
“좋습니다. 그럼 마지막 질문을 하겠습니다.”
“무엇입니까?”
“왜 블랙홀 그룹은 지속해서 주가가 폭락하는 것에 대해 옵션 투자를 감행하는 겁니까?”
내 지시에 의해 블랙홀 닷컴은 주식 옵션 투자에서 종합 주가 지수가 하락하는 것에 투자하고 있다.
‘911테러가 일어날 테니까.’
그때까지 주야장천 종합 주가 지수 하락에 투자할 참이다. 물론 개별적인 주식 투자에서는 주식이 상승할 종목들을 투자해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말이다.
“High-risk, high-returns.”
“그게 이유 전부입니까?”
“현재 미국과 일본,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닷컴 열풍이 버블이라고 확신하는 것이 또 하나의 이유라면 이유입니다.”
“닷컴 열풍이 버블이라고 했습니까?”
“그렇습니다. 닷컴이라는 이름만 달고 상장이 되면 상상을 초월하는 주가가 만들어지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블랙홀닷컴이 버블이라는 것입니까?”
“블랙홀닷컴은 신화죠.”
“자기 회사는 신화고 나머지는 거품이라는 소리야말로 개소리 아닙니까?”
“그럴 수도 있고.”
나는 조사관을 보며 웃었다.
“중요한 것은 닷컴 열기가 너무 뜨겁다는 겁니다. 그리고 버블은 터지기 전까지는 신화처럼 보이고 언제 터질지 아무도 모른다는 겁니다.”
“으음…….”
사실 1998년부터 미국과 일본 그리고 대한민국에서는 IT 닷컴 열풍이 불기 시작했고 그 열풍이 자국의 경제를 대대적으로 성장시킬 거라고 확신하게 된다. 물론 향후 몇 년간은 닷컴 열풍이 말 그대로 열풍처럼 보이겠지만 나는 그 열풍이 닷컴 버블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언제 터질지도 모르는 버블에 나는 투자하고 있는 겁니다. 뭐 사실 투기라고 해도 옳은 말인 것 같고.”
사실 나는 종합 주가 지수 하락 옵션에 투자하고 있다.
‘매달 100만 달러 이상 손해를 보고 있지…….’
이것이 내가 준비하고 있는 911테러의 포석인 것이다.
“그렇군요…….”
하여튼 이렇게 싱겁게 조사는 끝이 났다.
‘그냥 나를 파악해 보려는 것이군.’
내가 생각하는 FBI는 그 어떤 사건과 상황에 대해서 주먹구구로 조사를 하는 멍청한 집단이 절대 아니다. 이건 다시 말해 내가 민주당과 공화당에 5억 달러를 기부했기에 나에 대해 파악하고자 조사를 핑계로 만난 거라고 생각한다.
“백범 대표께서는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그럽시다.”
조사관은 아무런 소득이 없지만 나는 엄청난 소득을 얻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911테러가 발생했을 때!’
내가 제일 먼저 조사를 받게 될 것이고 그러니 나는 더욱 철저하게 포석을 깔아놔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