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6
166화 금 모으기 운동이 미치는 세계 금 시세는?(4)
1998년 3월 1일, 블랙홀 그룹의 CEO 집무실.
분명한 것은 내가 금 모으기 운동의 주도적인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이고 내가 사전에 깔아놓은 포석 그대로 대한민국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재밌네……!’
내가 움직이고 있는 대한민국의 상황이 재미가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공식적인 브리핑을 통해 금괴 밀수에 대한 내사를 발표해 금괴 밀수 조직에게 엄포를 놓았다. 국세청도 금 관련으로 부당이득을 취할 만한 기업에 대한 비밀 세무조사에 돌입했다.
‘세무조사라는 것이!’
결국, 부실한 기업을 휘청거리게 만든다.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나의 태양 컴퍼니는 적대적 인수합병을 감행할 생각이다.
하여튼 IMF를 극복하기 위해 시작된 금 모으기 운동은 아무런 잡음도 없이 추악한 짓도 없이 정말 제대로 된 전설이 되고 있었다.
“대한민국 상황에 대한 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미국으로 이주를 했지만 나는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점검해야 한다.
“시작합시다.”
“일차적으로 금 모으기 운동에 대한 사업 실적에 대해서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회장님께 사전에 보고가 된 것처럼 1월에는 200t의 금이 미국으로 수출이 됐고 그 금을 모두 태양 컴퍼니에서 샀습니다.”
2월 말에 나는 120억 달러의 선물 투자 수익을 올렸다. 그리고 그 수익금을 이용해 200t의 금을 확보해서 씨티은행에 예치해 놓은 상태다.
“2월에 모금된 금은 170t이고 그중 120t을 태양종합금융투자 회사가 매입했고 오늘 미국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물론 전체 매입은 태양 컴퍼니가 하는 거겠죠?”
“예, 그렇습니다. 총 400t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고 목표량이 달성된다면 씨티은행에서 찾아 한국은행과 협의 과정을 통해서 대한민국으로 이전시킬 생각입니다.”
금이라는 것은 절대 자산 중 하나다. 그러니 금을 많이 보유한 나라는 국가 신용 평가가 상승할 수밖에 없다.
‘상업적인 물량이 아니니까.’
50%나 되는 특별 사치세를 감면받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별 사치세를 면제받을 방법은 무엇입니까?”
“한국은행이 태양 컴퍼니 금을 차입하는 방법이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한국은행에 금을 빌려주자?”
“예, 그렇습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이 답인 것이다.
금 모으기 운동을 통해서 확보한 금을 미국 시장에 수출하고 그것을 내가 설립한 태양 컴퍼니에서 구입하면 대한민국은 달러를 확보하게 된다. 그리고 나를 통해서 확보된 금은 다시 한국은행과 태양 컴퍼니의 사업적 요청을 통해서 한국은행에 빌려주면 대한민국의 금괴 보유량을 줄어들지 않는다.
한마디로 금만 돌리고 돌리는 것이다. 거기다가 그 금괴를 이동시키는 해운 회사가 한성해운이고, 한성해운은 거의 내 회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 미약하지만 또 수익을 올리게 되는 것이다.
“금값 하락을 통한 추가 이익은 어느 정도 진행이 된 상태입니까?”
“120억 달러의 자금을 이용해서 폭락한 금괴를 매집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2차 전과 확대인 것이다. 하여튼 나는 금 모으기 운동으로 막대한 이익을 거두고 있다.
“최대 목표랑은 1,000t입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으로는 대한민국에서 실시되고 있는 금 모으기 운동을 통해서 250t의 금을 확보하게 된다. 금액으로 환산을 하면 25억 달러의 가치다.
‘그런데 벌써 370t이군……!’
대한민국에 있는 모든 금이 해외로 수출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걸 다시 말하면 대한민국 내부의 금값은 가파르게 상승하게 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금 선물 투자로 확보한 자금 120억 달러로 금괴를 사고 있는 것이고 1,000t이면 100억 달러다.
‘결국, 나만 득을 본 것이군.’
막대한 금이 대한민국에서 세계 금시장에 쏟아졌으니까. 그리고 폭락한 가격으로 내가 금을 매집하고 있으니까.
“다음 사항에 대해서 보고 받겠습니다.”
“예, 회장님. 김대준 대통령 당선자가 재계 7대 그룹 총수와 만나 재벌 개혁 5개 항에 대해 합의를 이끌어냈습니다.”
재계 7대 그룹이라고 했다.
“그렇습니까?”
“예, 그리고 빅딜이 진행될 것으로 판단이 됩니다. 그에 따라 태양종합금융 그룹의 독립 계열사인 태양전자가 전자 분야 빅딜 대상에 선정이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다른 전자 회사를 먹는 회사가 되느냐 아니면 먹히는 회사가 되느냐가 중요하다.
“핵심은?”
“삼정, 현성, 태양전자를 놓고 빅딜을 통해 대한민국 최대의 전자 회사를 설립할 것으로 판단이 됩니다.”
전자 분야, 자동차 분야, 조선 분야와 건설 분야를 중심으로 빅딜이 진행될 것이다.
‘현성은 사하라를 이용해서 담판을 지으면 되겠지.’
문제는 삼정전자를 어떻게 집어삼키냐는 것이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어떻게든 현성전자라도 차지해서 반도체 공장을 내 손아귀에 넣어야 할 것이다.
‘반도체가 세계의 중심이 될 테니까.’
다행스러운 것은 내가 이제는 자금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태양전자는 현성전자를 인수합병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현성반도체 공장을 차지하는 겁니다. 전에도 말한 것처럼 반도체가 세상을 지배하는 날이 올 겁니다. 준비하라고 한 것은 어떻게 진행이 되고 있습니까?”
“판교와 동탄 지역에 반도체 연구소 설립에 착수했고 대대적으로 우수한 엔지니어들을 스카우트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빅딜의 승리를 위해서 정부에게 보여주는 것이 있어야 한다.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는 우수한 엔지니어들을 더 스카우트하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분쟁지역이라서 이직을 꺼리는 연구원들이 많습니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는 순간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생명 수당을 지급하십시오. 돈이 하는 일입니다. 위험부담만큼 고연봉을 지급하시면 됩니다.”
나는 보고자에게 돈이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건 이신이 주로 쓰는 말인데…….’
어는 순간부터 백범은 눈처럼 녹아 사라지고 있고 이신의 영혼만이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까지 드는 순간이다.
“예, 알겠습니다.”
“다음.”
“예, 재경원에서 1차 폐쇄 대상 종금사 10개사의 명단 발표했고 한화, 쌍용, 경남, 고려, 삼삼, 항도, 청솔, 신세계, 경일, 신한종금이 해당합니다. 그와 함께 감사원이 외환 위기 특별 감사에 착수했습니다.”
영업 정지를 당한 다섯 개의 종금사를 내가 백제증권을 인수하면서 합병해서 은행의 부실화를 일부 막았다. 그런데 다시 10개의 종금사가 폐쇄 조치를 당한다고 한다.
‘망할 놈의 양키들!’
정말 놈들의 목표는 대한민국의 은행과 주식 시장을 시작으로 자본 침략이 목적인 것이다.
“그중에서 우리가 인수해도 손실금이 적은 종금사는 어디입니까?”
내 말에 보고자가 인상을 찡그렸다.
“단 한 곳도 없습니다. 부실 덩어리 그 자체입니다. 제가 보고자의 입장으로서 이런 말을 회장님께 드리는 것이 송구하오나 애국하는 마음만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보고자의 말에 아무 말도 없이 듣고 있는 박태웅이 보고자를 보며 피식 웃었다.
“애국하는 마음만으로 사업하는 건 아니라고 했소?”
“예, 그렇습니다.”
내가 물었고 보고자가 나를 뚫어지게 봤다.
‘맞는 말 했다.’
그래도 내가 완전한 흑막인 이신처럼 되지 않기 위해서는 애국하는 마음으로 사업을 해야 하다.
“나는 애국하는 마음으로 사업하는 사람입니다.”
“으음…….”
내 말에 보고자가 바로 인상을 찡그렸다.
“그런 마음으로도 충분히 이익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안 그렇습니까? 박태웅 상임이사.”
“회장님의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정말 보고된 10개의 종금사는 회생 불가입니다.”
“저것들이 폐쇄되면 그 피해는 은행과 대한민국 국민이 감당해야 하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회장님, 사업은 자선사업이 아닙니다.”
박태웅이 내게 담담한 어투로 말했다.
“우린 돈이 있지 않습니까?”
“그렇기는 하지요.”
“기업 공개 전에 내 개인 사업체일 때 마지막 애국을 합시다.”
“요즘 애국을 너무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
“기업 공개에 돌입하면 내 마음대로 하기 힘들지 않겠습니까.”
나는 우선 블랙홀닷컴을 기업 공개를 하기로 했고 총주식의 51%만 보유하고 나머지는 유통주식으로 매각하겠다고 발표를 했다. 그리고 그 발표와 함께 미국 증시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상태다.
“정말 저는 이런 식으로 사업을 하시는 회장님이 망하지 않는 것이 신기할 정도입니다.”
“그래서요?”
“3개 정도는 구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는 10개를 다 원합니다.”
내 말에 박태웅이 입이 쩍 벌어졌다.
“10개는 무리입니다.”
“이미지라는 것이 있습니다. 태양 컴퍼니는 곧 대한민국 자본 시장에 진출합니다. 결국, 최종 목표는 외환은행이지만 그전에 종금사들을 품에 안으면 국민들의 이미지가 상승할 것이고 대한민국 정부도 태양 컴퍼니에 호의적일 겁니다.”
“이미지 개선을 위해 10억 달러를 쓰시겠다는 말입니까?”
박태웅 상임이사의 말에 나는 그를 보며 씩 웃었다.
“10억 달러면 되는 겁니까?”
“됩니다.”
이제야 자신이 말려들었다는 것을 감지한 박태웅이다.
“태양 컴퍼니 소속 종금사 인수합병 매니저를 대한민국에 급파하십시오. 10억 달러로 인수를 하고 그 10억 달러 안에 종금사가 가진 채무까지 모두 갚는 조건입니다.”
한마디로 빚잔치를 한 후에 10개의 종금사를 정상화를 시키겠다는 소리다.
“아……!”
박태웅 상임이사가 어쩔 수 없다는 눈빛으로 탄성을 터뜨렸다.
“갑시다. 우리라도 가야 할 길이지 않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정말 먼 길입니다. 지금처럼 손잡고 왔던 것처럼 우리 가봅시다.”
“예, 회장님.”
“참, 태양증권에 대한 재상장 심사는 어떻게 진행이 되고 있습니까?”
태양증권은 백제증권을 인수해 회사명을 바꾼 증권사다.
“4월 1일 재상장 예정입니다.”
다섯 개의 종금사를 떠맡고 얻어낸 우회상장인 것이다.
“그럼 이제 태양종합금융투자 회사는 상장 그룹이 되는 것이군요. 하하하, 이래서 애국하는 겁니다. 실보다 덕이 더 많지 않습니까.”
“항상 꿈보다 해몽이 좋은 것 같습니다.”
박태웅이 나를 보며 이죽거렸고 나는 박태웅의 이죽거림을 무시하고 보고자를 봤다.
“참, 오늘이 소환조사 당일이지 않습니까?”
나는 이미 FBI로부터 소환 조사 통보를 받은 상태다.
“예, 그렇습니다.”
“정말 아까운 순간이군요.”
“예?”
보고자가 내 말에 영문을 몰라 내게 되물었다.
“블랙홀닷컴을 더 빨리 상장했다면 주가가 폭락할 수도 있는 상황이지 않습니까.”
“아……!”
내 사악한 발상에 보고자와 박태웅이 입이 쩍 벌어지는 순간이다.
“유통시킨 주식을 저가에 매집할 절호의 기회였는데 안타깝군요.”
“정말 회장님은 발상 자체가 다르십니다.”
“금 모으기 운동은 이제 내가 신경을 안 써도 되겠군요.”
둘을 보며 미소를 지어 보이는 순간이다.
* * *
론스타 펀드 스미스의 사무실.
“1차 폐쇄 대상 종금사 10개사로 한화, 쌍용, 경남, 고려, 삼삼, 항도, 청솔, 신세계, 경일, 신한종금이 선정됐고 그에 따라 외환, 서민, 경상, 전남은행의 부실화가 가중될 것으로 판단이 됩니다.”
역시 백범이 예상한 것으로 외국 침략 자본은 대한민국의 은행을 차지하는 것을 목표로 움직이고 있었다.
“좋아, 좋은 상황이야. 이렇게 되면 대한민국 증시가 다시 한번 휘청거리겠지?”
“예,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투자 적기겠지.”
“예, 주식 투자 부서에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국동건설에 대한 인수 가능 금액은?”
“2300억입니다.”
“인수에 착수해.”
“예, 알겠습니다.”
드디어 스미스의 자본 침략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