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5
165화 금 모으기 운동이 미치는 세계 금 시세는? (3)
1998년 2월 25일, 미국 케임브리지 외곽에 있는 저택.
나는 끝내 내 아내와 함께 계획대로 미국으로 이주했고 내 아내 은혜는 미국 로스쿨 편입 준비에 돌입했다. 그리고 미국 케임브리지에 블랙홀 그룹 지사가 설립됐고 블랙홀 그룹 회장인 박태웅도 이곳으로 이동해 왔다.
“이렇게 되면 태어날 아이가 미국 시민권자가 되겠군요.”
미국은 미국 내에서 출생하는 아기에게 시민권을 부여한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고위층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원정출산을 감행하고 나 역시 내 적이 될 존재를 속이기 위해 이런 모양새를 취했다.
“그렇죠. 나도 미국 시민권자가 될 생각이니까요.”
나를 보며 말한 박태웅을 보며 내가 말했다.
“정말 철두철미하십니다.”
박태웅이 나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모두를 속여야 적을 속일 수 있는 법입니다. 그럼 이제 사업 이야기를 합시다.”
“예, 총괄 회장님.”
“총괄 회장이라…….”
“이미 제게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미국으로 이주를 하신 후에는 회장 직함을 회수하신다고요.”
“그렇게 회장 자리가 싫습니까?”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기분입니다.”
나를 보며 웃는 박태웅이다.
“예, 알겠습니다. 그럽시다. 내일 공식적으로 블랙홀 그룹에 취임하는 것을 발표하십시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내게 말한 박태웅은 이제야 홀가분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금 선물 옵션 투자는 어떻게 진행이 되고 있습니까?”
“분석된 것으로는 내일 미국에 금괴 200t이 도착해서 금 시장에 풀리면 금의 시세는 폭락하게 될 것이고 만기가 돌아오는 옵션 투자는 제가 말씀을 드린 것처럼 25배의 이익을 거두게 될 것입니다.”
1월 초에 박태웅은 금 선물 투자에서 최소 20배의 수익이 발생할 수 있다고 내게 말했었다.
“25배라고요?”
“예, 그렇습니다. 자그마치 125억 달러입니다.”
“이렇게 되면……!”
수익을 올렸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세계의 모든 투자자에게 나, 그리고 블랙홀 그룹이 관심을 받게 될 것이다.
“어쩌면 앞으로는 미국의 정보기관들에 감시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박태웅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내 생각으로는 감시는 이미 받고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럴 수도 있겠군요.”
“그럼 이런 시점에서는 방패가 필요합니다.”
내 말에 박태웅은 동의를 한다는 눈빛을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민주당과 공화당에 동시에 정치 후원금을 기부해야겠습니다. 우선 민주당에 5억 달러를 기부합시다.”
이것이야말로 통 큰 정치 후원금 기부일 것이다.
“클린턴을 만나시겠다는 말씀입니까?”
“그렇습니다. 확보해 놓은 인맥을 모두 동원해서 준비해 봅시다.”
“예, 알겠습니다. 회장님.”
* * *
1998년 2월 28일, 시카고 선물 옵션 거래소.
1998년 2월 15일이 되면서 대한민국이 1월 5일부터 시작한 금 모으기 운동을 통해서 확보된 200t의 금괴가 미국 전역에 풀렸고 그와 함께 금의 가치가 폭락했다. 그러니 당연히 금이 폭락할 것에 투자한 블랙홀 그룹은 25배라는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
“블랙홀 그룹이 금 시세를 조작하고 있다.”
“이건 조사 대상이어야 해.”
“이렇게 갑자기 금을 풀면 어떻게 하라는 거야.”
시카고 선물 거래소에서는 2월 28일이 되면서 금 선물 투자에 실패한 투자자들의 원망이 블랙홀 그룹에 쏠리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 저들의 절망을 보며 미소를 머금고 있다.
‘총 자본금이 250억 달러가 됐군.’
이 정도의 자본금이면 아마도 미국 부자 서열 10위에 등극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양키 새끼들, 제대로 엿을 먹여주마.’
물론 이건 마음속으로만 생각해야 한다. 나는 그저 이익을 위해 투자하는 사모펀드 대표의 모습을 취해야 하니까.
* * *
FBI 국장실.
“블랙홀 그룹이 금 시세를 조작했다는 징후가 포착되었습니다.”
이제 블랙홀 그룹은 미국의 FBI 국장까지 관심을 끌게 된 거대 기업으로 거듭난 상태다.
“그래?”
“예, 그렇습니다. 블랙홀 그룹의 CEO를 긴급체포해서 선물 거래 시세 조작에 대해 조사에 착수해야 합니다.”
“으음…….”
“국장님, 블랙홀 그룹은 단 며칠 만에 25배나 되는 막대한 수익을 올렸습니다. 이건 분명 시세 조작입니다. 대한민국에서 갑자기 금이 200t이나 미국 본토로 유입이 됐습니다. 조작입니다.”
“좋소, 체포합시다. 블랙홀 그룹의 CEO는 누굽니까?”
“박태웅이라는 동양인이 물러나고 백범이라는 자가 블랙홀 그룹의 CEO로 등극했습니다.”
“체포하시오.”
FBI 국장이 단호한 결정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 * *
블랙홀 그룹 케임브리지 지사 블랙홀 그룹 회장실.
나는 회장 자리에 앉았고 블랙홀 그룹의 핵심 중역들이 모두 나를 바라보고 있다.
“블랙홀 닷컴부터 기업 공개에 돌입하겠습니다.”
내 말에 모두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사실 블랙홀 그룹은 블랙홀 닷컴의 지주회사지만 블랙홀 닷컴은 독립적인 법인이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박태웅 상임이사.”
“예, 회장님.”
“기업 공개를 감행했을 때 주당 예상 금액은 얼마로 분석됐습니까?”
“55달러입니다.”
“그렇다면 어마어마한 주가 총액이겠군요.”
“예, 그렇습니다.”
블랙홀 그룹의 총자본금은 나우루공화국에서 확보한 100억 달러와 함께 이신에게서 투자받은 20억 달러와 함께 이번에 수익을 올린 120억 달러까지 포함하고 그동안 주식 투기로 확보한 자금까지 더해서 250억 달러 규모다.
그리고 현금으로 가지고 있는 달러는 당연히 200억 달러 규모다.
‘이 정도면!’
따지고 보면 IMF를 한 방에 극복할 수 있는 자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럼 주가 총액이 얼마가 되는 겁니까?”
지금까지 블랙홀 닷컴에 투자된 자금은 30억 달러 규모다. 그리고 내가 지분의 90%를 보유하고 있다.
내가 박태웅 상임이사에게 물었고 모두가 박태웅 상임이사에게 주목했다.
“분석된 그대로 주가가 반영된다면 200억 달러입니다. 그 대신에 회장님이 보유하신 주식 중 경영권 방어를 위한 51%의 주식을 제외하고 모두 매각하셔야 합니다.”
박태웅 상임이사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야죠.”
현재는 1998년 3월 3일이다. 내가 창립한 온라인 전자상거래 회사인 블랙홀 닷컴이 아마존닷컴을 흡수하고 200억 달러의 가치를 가지는 회사로 거듭난 것이고 그와 함께 나는 30억 달러를 투자해서 200억 달러의 가치의 회사를 만들어낸 것이다.
‘2018년이 되면!’
내 블랙홀 닷컴은 아마존닷컴처럼 1조 달러 클럽에 가입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51%니……!’
블랙홀 닷컴이 200억 달러의 회사가 된다면 나는 180억 달러가 내 재산이 되는 것이다. 39%나 되는 주식을 판매해야 하니 현금으로 78억 달러를 보유할 수 있게 됐다.
“오늘 회의는 이것으로 끝을 냅시다.”
“예, 알겠습니다. 회장님.”
모두가 내 집무실에서 나갔고 박태웅만 자리에 남았다.
* * *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
“블랙홀 그룹이 민주당에 정치 후원금 5억 달러를 기부했단 말이오?”
클린턴 대통령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예, 그렇습니다.”
“왜?”
“지난 2월 금 선물 투자에 대한 보호막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백범이 생각한 것을 백악관 대통령 보좌관도 짐작하고 있었다.
“금 선물 투자가 조작됐다는 겁니까?”
“그런 정황은 있으나 증거는 없습니다.”
“정황이 있는데 왜 증거가 없다는 겁니까?”
클린턴 대통령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대한민국에서 달러 확보를 위해 금 모으기 운동이라는 캠페인을 펼쳤습니다. 그 금 모으기 운동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곳이 태양종합금융회사라는 곳인데 금 선물 투자자들이 조금만 관심을 가졌다면 확인할 수 있었던 부분으로 사료가 됩니다.”
“그렇다면 그렇게 간파될 수 있는 일인데 다른 투자자들은 무시했고 그것을 무시할 것으로 예상한 블랙홀 그룹이 과감하게 옵션 투자에 감행했다는 거군요.”
“예, 그렇습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코미디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금 선물 투자자들이 대한민국 국민의 저력을 너무 과소평가한 것 같습니다.”
보좌관의 말에 클린턴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겁니까?”
그때 노크가 들렸고 클린턴 대통령과 경제보좌관이 문을 바라보자, 조심히 문이 열리면서 여비서가 들어왔다.
“FBI 국장이 도착했습니다.”
클린턴 대통령에게 보고한 여자는 모니카 르윈스키였고 이 부분이 백범이 알고 있는 미래와 또 다른 부분이었다. 백범만이 알고 있는 미래에서는 흔히 모니카 의혹사건이라는 이름으로 빌 클린턴이 르윈스키와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1997년에 빌 클린턴 탄핵의 발단을 제공했지만 아직 그 엄청난 추문이 공개되지 않고 있는 상태였다.
“들어오라고 해.”
빌 클린턴은 모니카 르윈스키를 보며 묘한 미소를 머금었고 찰나의 순간 빌 클린턴의 경제보좌관이 빌 클린턴의 표정을 보고 인상을 찡그렸다.
‘에이 설마……!’
빌 클린턴의 경제보좌관은 엉뚱한 생각을 했지만, 미국 대통령이 자신이 생각하는 그런 추잡한 짓을 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피식 웃어넘겼다.
* * *
“금 선물 옵션 투자에 대한 조작 정황이 포착되어 해당 그룹인 블랙홀 그룹의 CEO를 긴급체포하라고 지시를 내렸습니다.”
이건 정말 놀라운 일이 분명했다.
백범의 블랙홀 그룹이 이제는 미국 대통령에게 보고가 될 정도로 거대 그룹으로 발전했다는 증거일 테니까.
“옵션 투자 조작이라고 했소?”
빌 클린턴이 인상을 찡그렸다.
“그렇습니다.”
“어떤 증거로?”
“조사해서 증거를 확보하겠습니다.”
“정황만으로 조사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시장에 미치는 여파가 상당하다고 판단이 됐습니다.”
“그러다가 소송이 걸립니다. 증거도 없는 상태에서 이러면 곤란하지 않습니까.”
미국이야말로 소송의 나라다. 그리고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미국 대통령이었다.
“으음…….”
“그래도 긴급 체포 명령을 발동하셨으니 체포해서 조사는 해보시오. 물론 아주 정중하게 조사해야 할 겁니다.”
클린턴 대통령이 말했고 그제야 어둡던 표정이 밝아지는 FBI 국장이었다.
“예, 알겠습니다.”
“정중하게 조사를 하셔야 합니다. 내 이런 말까지 할 필요는 없겠지만 민주당에 정치 후원금을 5억 달러를 후원했소. 그건 공화당에도 그에 상응하는 만큼 정치 후원금을 기부했을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공화당이 이번 일을 통해서 우리를 압박할 수 있습니다.”
“예,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FBI 국장은 미국 대통령의 말을 듣고 괜한 짓을 시작했다는 생각이 자신도 모르게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