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졸부 집 망나니-164화 (164/415)

# 164

164화 금 모으기 운동이 미치는 세계 금 시세는? (2)

“특혜라고 했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어떤 이유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시는 겁니까?”

김대준 당선인은 김우준 회장을 보며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송구하오나 금을 수출하면 이익이 발생하고 또 수출 품목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환급받게 됩니다. 그에 따라서…….”

“부가가치세의 환급을 받으니 막대한 이익을 거두겠지요?”

“예, 그렇습니다.”

“그래서 대후종합상사가 금 모으기 운동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려고 하는 거고요.”

“송구하옵게도…….”

“금 수출에 대한 부가가치세 환급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예?”

다시 놀랄 수밖에 없는 김우준 회장이었다.

“곧 대통령 각하께서 행정명령을 발동해서 금 수출에 대한 부가가치세 환급 제도를 일시적으로 중단하게 될 것입니다.”

“정, 정말입니까?”

“그래도 대후그룹이 대한민국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나서 준다면 나와 대통령 각하께서 특혜 논란까지 휘말리면서 태양종합금융투자회사에 금 모으기 운동에서 확보되는 금을 독점적으로 태양종함금융투자회사에 떠맡길 필요는 없을 것 같소.”

“아…….”

김우준 회장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금 모으기 운동에서 그룹들이 돈을 벌 생각은 하지 마셔야 할 겁니다.”

대통령 당선인이 단호하게 말했다.

“예, 그렇습니다. 당연히 그래야 합니다.”

“내게 더 할 말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포기하시는군요.”

“포기라기보다는 금 수출의 단일화 창구를 마련하기 위해서 대후가 한발 뒤로 물러나겠습니다.”

부가가치세 환급이 없다면 금을 수출해도 큰 이익을 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드는 김우준 회장이었고 이렇게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하시오.”

이것이야말로 백범이 만들어낸 금 모으기 운동의 반전일 것이다. 그리고 누구도 이제는 서민들의 고통 분담을 이용해 폭리를 취하려는 사악한 발상을 하는 일이 일어날 수가 없도록 원천봉쇄를 한 셈이었다.

* * *

1998년 1월 5일, KBC 방송국 로비 앞.

KBC방송국이 주최하고 산업수출은행과 태양종합금융투자가 거의 독점적으로 매입하는 금 모으기 운동이 시작됐다.

“이건 우리 집 막둥이 돌 반지고요, 이건 우리 아내 결혼 패물입니다.”

백범이 알고 있는 것처럼 금 모으기 운동이 시작되자마자 국민은 모두 장롱 속에 넣어둔 금을 꺼내 KBC방송국으로 향했고 금 모으기 운동은 전국적으로 확대가 됐다.

“감사합니다. IMF 극복을 위해 소중히 쓰일 겁니다. 금 모으기 운동에 동참하신 금의 총가격은…….”

“이건 기부하겠습니다.”

“기부라고 하셨습니까?”

“나라가 어려우면 힘을 보태야죠.”

“기부는 안 됩니다.”

“왜요?”

“금 매입의 회사인 태양종합금융회사가 기부를 받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금 모으기 운동에 매입사로 선정이 됐습니다.”

“그래요?”

기부하겠다는 데 거부를 하자 서민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예, 그렇습니다. 국가가 어려워도 서민들보다 어렵지는 않습니다. 마음만 소중하게 받겠습니다.”

“아, 그렇군요…….”

가지고 온 금을 기부하겠다고 말한 서민은 어쩔 수 없이 기부하지 못하고 금을 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국민이 가지고 온 금은 당일 금 매입 시세와 같은 가격으로 매입했기에 어떤 측면에서는 대한민국 서민들이 손해를 볼 일은 없었다.

* * *

“기부까지 막으신 것은 좀 그렇지 않습니까?”

금 모으기 운동 본부 현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금 모으기 운동 진행 상태를 지켜보고 있던 산업수출은행의 은행장이 내게 말했다.

“국가가 아무리 어려워도 서민보다 어렵겠습니까?”

“그렇기는 합니다.”

“앞으로의 대한민국은 국가가 국민의 희생을 강요하지 않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백범 대표, 이렇게 되면 손해가 막대하지 않겠습니까?”

산업수출은행의 은행장이 내게 물었다.

“당일 매입가대로 매입하면 큰 손해는 없습니다. 그리고 모인 금을 한국은행이 보증하는 골드바로 제작해서 단번에 외국에 수출할 생각입니다.”

“단번이라고 하셨습니까?”

“그렇습니다.”

“으음…….”

“태양종합금융투자회사의 손해는 미국의 태양 컴퍼니에서 벌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 말씀은?”

산업수출은행장이 내가 무슨 의도로 말하고 있는지 짐작이 된다는 눈빛으로 내게 되물었다.

“짐작하시는 그대로입니다.”

“위험하지 않을까요?”

“위험이 클수록 수익은 큰 법입니다. 그리고 은행장님.”

“예, 백범 대표.”

“외환은행의 부실화가 가중되고 있다면서요?”

“그렇습니다. 우리야 백범 대표와 함께하고 있기에 은행이 건실해졌지만, 꽤 많은 은행이 부실화에 직면해 있습니다.”

“은행이 부실하다면 외국 투자 자본의 좋은 먹잇감이 되지 않겠습니까?”

“그렇지요. 은행의 민영화 법안이 통과됐으니 외국 투자 자본들이 호시탐탐 노리게 될 것입니다.”

“외환은행이 외국계 펀드에 넘어갈 확률이 존재한다면 산업수출은행과 태양 컴퍼니에서 인수하는 어떻겠습니까?”

“태양 컴퍼니에서요?”

“예, 그렇습니다. 비록 태양 컴퍼니가 미국계 투자 전문 회사처럼 보이지만 따지고 보면 민족 자본입니다.”

나는 내가 가진 자금을 이 순간에 민족 자본이라고 말했고 산업수출은행 은행장은 놀란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민족 자본이라…….”

“그렇지 않습니까.”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향후 문제가 발생한다면 적극적으로 동참하겠습니다.”

“예, 감사합니다. 최소한 외환은행을 합심해서 인수한다면 이익을 극대화한 후에 도망치는 일은 없을 겁니다.”

“무슨 말인지 잘 알겠습니다. 하여튼 백범 대표는 대단하십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입니다.”

그때 내 비서가 조심히 내게로 걸어와 내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총괄 대표님.”

“예, 말씀하세요.”

“이제 이동하셔야 합니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비서가 내게 대답하고 다시 내게 고개를 숙여 인사한 후에 멀리 떨어져서 대기했다.

“은행장님, 저는 이제 다른 일정이 있어서 이동해야 합니다.”

“백범 대표께서는 정말 바쁘신 것 같습니다.”

“예, 그런 것 같습니다. 모두가 바쁜 시기이지 않습니까.”

나는 산업수출은행장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 * *

성북동 이신의 고택.

“허허허, 백범 그 녀석 때문에 내가 생각했던 일을 실행에 옮길 수가 없다고?”

이신이 이 실장인 이도에게 물었다.

“예, 그렇습니다. 오비이락이겠지만 금 모으기 운동이 시작되는 동시에 수출 품목 중에 금 관련 상품들이 일제히 부가가치세 환급 대상에서 일시적으로 제외됐습니다.”

“그렇다면 그 녀석도 손해가 상당할 건데?”

“그럴 것으로 판단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냥 손해를 볼 놈은 아니란 말이지…….”

이신은 말꼬리를 흐리며 묘한 미소를 보였다.

“예?”

“백범 그 녀석은 하나를 결심하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그대로 움직이는 천둥벌거숭이처럼 보이지만 손해를 보는 짓은 하지 않아.”

“그 말씀은…….”

“태양 컴퍼니가 금 관련 투자 펀드를 설립했다지?”

“아……!”

“금 선물 옵션 투자를 했겠지. 대한민국에서 일제히 금을 외국으로 쏟아낸다면 일시적이지만 금 시세는 폭락하게 될 것이고 그에 따라서 금 선물 옵션 투자가 성공하겠지. 하하하!”

“그럴 것 같습니다.”

“국민적 명성도 얻고 수익도 챙기고 나이만 차면 대통령이 되겠어. 하하하!”

“대통령이라고 하셨습니까?”

“백범이 대통령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나?”

“그렇습니다.”

“하하하, 내가 그 녀석 때문에 또 손해를 보는군.”

“백범 대표는 국가와 국민들을 위해 한 일입니다.”

“알고 있다. 그래서 괘씸하지. 뭐 괘씸하다고 해서 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구나. 결국, 금 선물 옵션 투자가 성공하면 투자자인 내가 이익을 얻게 되니까.”

이것이 바로 백범과 이신의 관계였다.

“예, 그렇습니다.”

“백범 그 녀석이 이제는 나보고 아예 뒷방 늙은이처럼 가만히 주는 돈이나 받아먹고 있으라고 이러는구나.”

“꼭 그렇게 생각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친구 사이라고 두둔할 것 없다. 좋지, 가만히 있어도 감이 떨어지는데 내가 힘들게 일을 꾸밀 필요가 없지.”

이신이 그렇게 말하자 이도는 그제야 안심하는 눈빛을 보였다.

“도야, 달리 보고할 것은 없느냐?”

“백범 대표가 서울 중앙지검 검사장과 국세청 고위직 간부를 만날 수 있게 해달라고 했습니다.”

“검사장?”

“예, 그렇습니다.”

이 실장의 대답에 이신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변했다가 묘한 미소를 머금었다.

“아예, 똥파리들이 날개도 펴지 못하게 만들 생각이군.”

“예?”

“금이나 똥이나 누렇지, 결국 똥파리들이 모여드는 것도 똑같고. 하하하!”

이신의 말에 이 실장인 이도는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눈빛을 보였다가 백범의 의도를 이해했다는 눈빛을 보였다.

“허허허, 내 마지막 투자는 백범 그 녀석이 나이가 차면 대통령으로 만드는 일이 될 것 같다.”

“정말 대통령을 만드실 생각입니까?”

“내 살면서 나쁜 짓을 참 많이 했으니 속죄하는 마음으로 백범 그 녀석을 대통령으로 한번 만들어 보자.”

“백범 대표는 미국 시민권자가 되겠다고 말했습니다.”

“국적이야 다시 회복하면 된다.”

이신의 말에 이 실장인 이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도야.”

“예, 대부님.”

“이제는 작은 것은 모두 버릴 것이다.”

“그 말씀은?”

“문제가 될 수 있는 모든 사업에 철수한다.”

놀라운 결단을 내리는 이신이었다.

“대부님…….”

“이제는 작은 것을 탐할 때가 아니다. 돈이야 많으니까. 하하하!”

“예, 알겠습니다.”

분명한 것은 어둠에서 벗어나겠다고 결심하는 이신이었다.

‘다음은 너다, 백범 다음은 너여야지. 하하하!’

이신은 이도를 보며 또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 * *

서울 외곽 한적한 한정식집 특실.

이 자리에는 서울중앙지검 검사장과 국세청 고위 공직자가 내 앞에 앉아 있고, 나는 저들에게 내가 생각한 것에 대해 이미 말해준 상태다.

“가짜 조사에 착수하란 말씀이시오?”

서울중앙지검 검사장이 내게 되물었다.

“예, 그렇습니다. 금 모으기 운동을 통해서 외국에서 금을 밀수하려는 자들이 발생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금 밀수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다는 발표를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금 모으기 운동에서 그 어떤 존재들도 추악한 생각을 하지 못하게 원천봉쇄할 참이다.

‘금 모으기 운동을 진짜 신화로 만든다.’

추악한 모든 부분을 발생하지 못하게 만들 참이다. 물론 이미 부가가치세 환급 금지를 통해서 90% 이상 추악한 부분들을 해결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지도 못한 부분이 존재할 것이다.

사람들은 나쁜 일에는 더 머리가 팍팍 돌아가는 법이니까.

“금 모으기 운동에서는 그 어떤 추악한 일도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소.”

검사장의 확답을 받아낸 순간이다.

‘가짜 뉴스도 아니고 가짜 조사에 착수하게 했군.’

이렇게 되면 누구도 쉽게 금 모으기 운동에 달라붙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국세청은……?”

“폭탄 기업이 발생할지도 모르니 세무조사 준비를 하라는 거군요.”

“예, 그렇습니다. 현재는 제가 산업수출은행과 함께 독점적으로 금 모으기 운동에서 금을 매입하고 있지만, 금 모으기 운동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많은 회사가 금을 매입하게 될 것입니다. 못된 자들은 폭탄 기업을 만들어서 세금을 포탈하려고 할 겁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국세청도 철저하게 대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자리를 만든 것에 대한 목적을 달성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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