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졸부 집 망나니-163화 (163/415)

# 163

163화 금 모으기 운동이 미치는 세계 금 시세는? (1)

1998년 1월 2일, 태양종합금융투자회사 총괄 대표이사 집무실.

“거긴 늦은 밤이죠?”

나는 박태웅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 그렇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외환위기 상황인데 밤낮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미국은 늦은 밤일 것이다.

“태양 컴퍼니의 금 투자 펀드 설립은 어떻게 됐습니까?”

곧 내가 아이디어를 낸 금 모으기 운동에 돌입하게 될 것이다.

‘금 모으기 운동은 추악하다.’

대부분의 국민은 금 모으기 운동이 대한민국이 IMF를 극복하는 원동력이 됐고 희망의 씨앗을 심었다고 말하지만, 실질적으로 금 모으기 운동은 추악한 부분이 참 많다.

정확하게 말하면 대기업의 추악한 민낯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 바로 금 모으기 운동의 실체일 것이다.

‘대기업의 추악한 이익을 위해서……!’

일반 서민들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희생된 희대의 사건이라고 나는 정의하고 싶다.

-금 투자 펀드 설립이 완료됐습니다.

“사흘 후 대한민국에서는 금 모으기 운동이 시작될 겁니다.”

-금 모으기 운동이라고 하셨습니까?

내 말을 들은 박태웅은 놀란 목소리로 내게 되물었다.

“그렇습니다. 정부가 주도한 상태에서 KBC방송국이 금 모으기 운동 캠페인을 펼칠 것이고 국민들은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으음…….

내 말을 들은 박태웅은 바로 신음을 터뜨렸고 그 금 모으기 운동이 시작되면 어떤 추악한 일이 일어날지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모양이다.

-총괄 대표님……!

박태웅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예, 말씀하십시오.”

-대표님께서 금 모으기 운동에 참여하실 것은 아니시겠죠?

“참여할 생각입니다. 짐작건대 종합무역 상사를 가진 대기업들은 부가가치세 환급을 목적으로 추악한 짓을 저지를 겁니다.”

-총괄 대표님께서도 짐작하시는군요.

“물론입니다. 수출 물품에 대해서는 부가가치세를 환급받는다는 것을 대기업 종합상사들은 이용할 겁니다.”

-그렇게 되면 대한민국에서는 금 모으기 운동이 시작되면서 대기업 종합상사들은 역으로 금을 수입해서 다시 파는 짓을 일삼을 겁니다.

내가 금 모으기 운동이 추악하다고 말한 이유를 정확하게 파악한 박태웅이다.

“그럴 겁니다. 부가가치세 환급을 받으려고 할 테니까요. 그래서 종합상사들은 외국에서 은밀하게 금을 수입할 겁니다. 그리고 폭탄회사를 만들어서 세금처리를 끝내고 파산시킬 겁니다.”

-추악한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질 겁니다. 그러니 나서시면 안 됩니다.

“그러니 나서야죠. 대한민국이 세금이라도 제대로 확보할 수 있게 만들 생각입니다.”

-그게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어렵죠. 하지만 저라도 해야죠. 그리고 우리에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이 쏟아내는 저가의 금 때문에 폭락하게 될 세계 금 시세입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바로 금 선물 옵션 투자에 돌입하라는 말씀이시군요.

“그렇습니다. 일시적으로 세계 금값은 폭락할 겁니다. 그때 태양 컴퍼니는 선물 투자로 막대한 이익을 거둘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합니다. 아마 2월 20일이면 최소한 200t의 금이 대한민국에서 세계로 수출이 될 겁니다. 아시겠죠?”

-200t을 목표로 하시는군요.

“최대한 많이 수출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려면 금 모으기 운동과 함께 금 매입의 독점권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그 정도 준비 없이 이 일을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문제는 종합상사들이 추악한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 금을 역으로 수입하는 것을 막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겁니다.”

-그 부분은 간단합니다.

“뭡니까?”

사실 나는 이 부분에 대해서 해결책을 찾기 위해 박태웅에게 전화를 건 것이다.

-대통령 각하의 결심과 대통령 당선인의 결심만 있으면 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니까 그 방법이 무엇입니까?”

-고가 사치품에 대한 특별 관세를 부과하는 것입니다. 대통령령으로 발동을 시키면 됩니다.

“고가 사치품에 대한 특별 관세라고 했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최대 50%의 특별 관세를 부과시킨다면 종합상사들도 함부로 금을 수입해서 부가가치세를 환급을 노리지 못할 겁니다. 그리고 바로 언론 보도를 낸다면 추악한 자들이 몸을 사리게 될 것입니다.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끊습니다. 이제는 움직여야 할 때니까요.”

-예, 알겠습니다. 저는 지시하신 그대로 움직이겠습니다.

“금 선물 투자에 대한 수익은 얼마나 예상합니까?”

나는 전화를 끊는다고 말해 놓고 금 선물 옵션 투자의 예상 수익을 박태웅에게 물었다.

-옵션 투자에 대한 특수성을 고려한다면 최소 20배 이상의 수익이 날 것으로 생각이 되지만 앞일은 모르는 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5억 달러를 투자할 생각입니다. 승인해 주시겠습니까?

“승인합니다. 최소 100억 달러의 수익이군요.”

-그렇습니다.

여기서 분명한 것은 나는 점점 더 거대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 * *

1998년 1월 2일, 대후그룹 김우준 회장실.

“위기는 곧 기회고 그룹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습니다.”

대후그룹 김우준 회장이 이 자리에 모인 그룹 중역들에게 말했다.

“예, 그렇습니다. 회장님.”

“IMF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외국에 팔아서 무역 수익을 극대화해야 합니다. 우리가 팔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요?”

“으음……!”

“그것이……!”

수출 물품에 대해서 김우준 대표가 묻자 그룹 중역들은 아무 말도 못 했다.

“창의적으로 생각을 해보란 말입니다. 내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위기는 곧 기회라고.”

“죄송합니다, 회장님…….”

“현재 대후 그룹에서 수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 물품은…….”

“됐습니다. 쯧쯧!”

김우준 회장은 바로 혀를 찼다.

“모두 잘 들으시오.”

“예, 회장님.”

“나는 IMF를 조기에 극복할 금광을 찾아냈소.”

김우준 회장의 말에 모든 중역이 놀란 눈빛으로 또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김우준 회장을 봤다.

“금, 금광이라고 하셨습니까?”

“그렇소.”

“정말이십니까?”

“그렇다니까, 내가 찾은 금광이 궁금하지 않소?”

김우준 회장은 너무나 자신 있게 말하고 있지만 대후그룹 중역들은 믿을 수 없다는 눈빛을 보였다.

“모두가 못 믿는 눈치군, 쯧쯧!”

다시 혀를 차는 김우준 회장이다.

“내가 찾은 금광은 서민들의 장롱입니다. 이렇게 창의적으로 생각을 못 하니 이 위기 상황을 어떻게 기회로 반전시킬 수 있겠소.”

“서민들의 장롱이라고 하셨습니까?”

“그렇소. 다들 집에 가면 금반지, 돌 반지, 금목걸이 이런 것들이 장롱에 있지 않소?”

“그렇기는 합니다.”

“그러니까, 제2의 국채보상 운동은 금 모으기 운동을 언론을 통해 일으키고 금을 외국에 수출해서 달러를 확보하는 겁니다. 그리고 그 금 모으기 운동에서 우리가 주도적인 임무를 수행하는 겁니다. 우리만큼 외국에 수출을 잘하는 종합무역 상사도 없지 않습니까? 하하하!”

“아……!”

“내 이미 대통령 당선인과의 접견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알고 금 수출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준비들 하시오.”

“예, 알겠습니다. 회장님.”

“내가 항상 말했소.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고. 하하하!”

“예, 그렇습니다. 회장님이야말로 위대한 사업가이십니다.”

“그건 다 아는 사실이고 하하하, 오늘 회의는 이것으로 끝을 냅시다. 재무이사만 남으시오.”

김우준 회장의 말에 재무이사만 자리에 남고 나머지 사장들과 그룹 중역들은 회장 집무실에서 나갔다.

“재무이사.”

“예, 회장님.”

“외국으로 수출하는 물품들에 대해서는 부가가치세가 환급되지?”

“예, 그렇습니다. 수출 장려 차원에서 부가가치세가 환급됩니다.”

재무이사의 말에 김우준 회장은 묘한 미소를 재무이사에게 보였다.

“그렇다면 재무이사가 우리 대후그룹을 위해 어떤 일을 추진해야겠소?”

“예?”

“창의적으로 잘 생각을 해보시오.”

“으음……!”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는 재무이사였는데 갑자기 놀란 눈빛을 보이며 김우준 회장을 봤다.

“아시겠소?”

“예,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습니다.”

“하하하, 나는 재무이사가 참 든든합니다.”

김우준 회장은 사악한 미소를 보였다.

* * *

대통령 당선인의 집무실.

“당선인 각하, 대한민국에서 대후 종합상사만큼 수출을 잘하는 그룹도 없습니다.”

김우준 회장은 바로 대통령 당선인인 김대준을 만나고 있었다.

“그렇기도 하지요. 아시는 것처럼 대후그룹은 재계서열 4위입니다. 종합상사 부분은 2위입니다.”

“그런가요?”

“예, 그렇습니다. 제가 IMF를 조기에 극복할 방법을 찾았습니다.”

“그게 무엇입니까?”

김대준 당선인은 김우준 회장에게 되물었다.

“전 국민이 동참하는 금 모으기 운동입니다.”

김우준 회장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김대준 당선인에게 말했다.

“예, 그렇습니다. 서민들의 장롱 속에 잠들어 있는 금을 꺼내 외국에 수출해서 달러를 확보하는 겁니다. 금을 외국에 수출한다면 IMF 극복에 대한 희망의 불씨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렇군요.”

김대준 당선인은 덤덤하게 말했기에 김우준 회장은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김우준 회장.”

“예, 당선인 각하.”

“금 모으기 운동은 내일부터 시작이 될 겁니다.”

“예?”

김대준 당선인의 말에 놀란 눈빛으로 변하는 김우준 회장이었다.

“내일부터 KBC방송국을 통해서 대대적으로 금 모으기 운동 캠페인이 펼쳐질 것이고 산업수출은행과 태양종합금융이 주도적인 임무를 수행하여 매입에 착수할 겁니다.”

“당, 당선인님…….”

기겁한 듯 놀랄 수밖에 없는 김우준 회장이었다.

-김우준 회장이나 종합무역상사를 가진 그룹 회장이 당선인님을 찾아올 겁니다.

이 순간 김대준 당선인은 백범이 자신에게 해줬던 말이 떠올랐다.

-그럴까요?

-예, 그럴 것입니다. 그들은 앞으로는 IMF를 극복하는 묘책이라고 말하면서 뒤로는 수출에 대한 부가가치세 환급을 생각할 겁니다. 그렇게 되면 달러를 이용해 역으로 금을 수입해서 부가가치세 환급을 받아 폭리를 취하고자 할 겁니다. 그 일만큼은 막아야 합니다.

-막아야 한다?

-예, 그렇습니다. 달러를 확보하기 위해 서민들의 금을 모아서 외국에 파는 금 모으기 운동입니다. 그런데 수출을 담당하는 종합상사들이 역으로 금을 수입해서 부가가치세 환급을 노린다면 그것은 서민들의 금으로 대기업 종합상사들의 추악한 폭리를 도와주는 꼴이 될 것입니다.

-으음……. 그렇다면 그렇게 못 하게 할 방법이 있소?

-예, 있습니다.

-그게 뭡니까?

-특정 사치품에 대한 수입 관세를 50% 올리는 방법과 특정 품목에 대한 부가가치세 환급을 일시적으로 금지하는 대통령 행정명령을 발동시키시는 겁니다.

-극단적인 방법이군요.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누가 국내에서 모인 금을 외국에 수출하려고 하겠소?

-제가 합니다. 금 모으기 운동은 돈 벌자고 하는 일이 되어서는 절대 안 됩니다.

-백범 대표가 하겠다는 말이오?

-예, 그렇습니다. 대통령 각하와 당선인께서 대통령 행정명령을 발동시켜서 종합상사법을 개정해 주신다면 제가 일부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금을 매집해서 수출하겠습니다.

-알겠소. 각하와 바로 논의하겠소.

-감사합니다, 당선인님.

“왜 그렇게 놀랍니까?”

김대준 당선인은 김우준 회장을 보며 물었다.

“아, 아닙니다.”

“태양종합금융회사가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니 대후종합상사는 나서지 마세요.”

“독점적인 매입이라는 말씀입니까?”

“그렇습니다. 이미 대통령 각하와 내가 결심했소. 태양종합금융투자회사의 자회사인 태양종합무역 상사가 독점적으로 금을 매입할 겁니다.”

“그렇게 되면 차후에 특혜 논란이 발생합니다. 훗날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포기할 수 없는 김우준 회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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