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2
162화 당선인이 내게 묻는다?(3)
‘김일성과 김정일의 목적은!’
체제 유지고 독재다.
“과거 1994년 3월에 북한은 서울 불바다라는 발언을 통해 대한민국을 압박했습니다. 그런 일이 아예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대통령 당선인이다.
“그랬지요.”
“그때 어땠습니까? 그 한 마디로 불안감이 조성됐고 외국의 투자가 위축되었습니다. 한마디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북한 괴뢰 정권으로서는 그리고 일반 북한 주민의 관점에서는 굶어 죽으나 전쟁에서 죽으나 죽는 것은 똑같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엄청난 전쟁 준비를 했습니다. 그렇게 준비해 놓은 것을 한 번은 써먹어야 하지 않냐고 생각하게 될 겁니다.”
“으음…….”
“다행스럽게 김정일은 멍청하지 않습니다.”
나는 김정일이 멍청하지 않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는 미치광이일지는 모르지만 뛰어난 전략가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누구보다 주제 파악을 잘 하는 존재다. 이것이 무슨 말이냐면 북한이 남한을 공격하면 절대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소리다.
“그런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현시점에서는 남북 경제 협력이 진행되어야 합니다.”
“옳은 생각인 것 같소.”
“최악의 상황이 그럴 것이고 그런 상황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해도 북한은 고난의 행군을 돌파하기 위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려고 할 겁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북한 지역의 광산 채굴권이나 기타 국부가 헐값에 중국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그것부터 막아야 합니다.”
내 생각은 개성 공단과 신의주 공단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다.
“그래서요?”
“개성 지역은 군사 안보를 위해서 남북 협력 경제특구를 만들고 신의주 지역은 진정한 남북 경제 협력을 위해서 대한민국, 북한, 중국과 러시아를 하나로 묶는 동북아시아 경제특구로 활성화를 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남북만이 아닌 중국과 러시아까지 신의주 경제특구에 포함해야 한다는 말이오?”
“남북만이 신의주 경제특구를 준비한다면 중국이 반발하고 방해할 것입니다. 중국은 여전히 북한의 절대적 우방입니다. 또한, 북한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합니다. 그러니 남북만의 신의주 경제특구는 어려우니 중국도 한발 걸치게 해줘야 합니다. 그와 함께 러시아도 포함해서 러시아의 천연가스가 북한 지역으로 유입되게 만들어야 합니다.”
러시아까지 신의주 경제특구에 포함을 시켜야 하는 이유는 북한이 중국에 의존하는 것을 희석하기 위함이다. 또한,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감소시키기 위함이다.
“아……!”
당선인은 놀라운 분석이라는 눈빛을 보이며 탄성을 터트렸다.
“어떤 측면에서는 신의주 경제특구야말로 통일을 준비하는 초석이 될 것 같습니다.”
“통일을 준비하는 초석이라?”
“예, 그렇습니다. 북한 괴뢰 정권이 자신들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경제적으로 중국에 의존하기보다 대한민국과 러시아에 의존하게 만드는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치밀한 생각인 것 같소.”
눈빛이 변하는 대통령 당선인이다.
“개성 공단과 신의주 공단이라……!”
대통령 당선인은 내 말을 듣고 눈동자가 반짝이고 있다.
개성 공단은 개성공업지구를 말하고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합작으로 추진하고 있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경제특구라고 할 수 있다.
“백범 대표.”
“예, 당선인 각하.”
“얼마면 되겠소?”
“예?”
“남북이 평화적으로 통일이 되는 그날까지 얼마의 시간이면 될 것 같소?”
벌써 우물에서 숭늉을 찾고 있는 대통령 당선인이다.
“당선인님.”
“말해요. 그저 나는 백범 대표의 개인적인 생각을 듣고 싶소.”
“꼭 통일해야 합니까?”
“뭐라고요?”
내 말에 의외라는 눈빛을 보이는 대통령 당선인이다.
“북한이 주장하는 1 국가 2 체제는 말도 안 됩니다.”
고려연방제를 말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평화적인 방법에 따른 1 국가 1 체제인 흡수통일을 추진하고 있지만, 북한은 고려연방제라는 말도 안 되는 것을 주장하고 있는 상태다. 그리고 주사파들이 그것에 대해 맹신하고 있다.
“저의 짧은 생각으로는 대한민국의 안보와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북한 괴뢰 집단을 어느 시점에서 정상국가로 탈바꿈시키는 것이 좋을 것으로 판단이 됩니다.”
“정상국가라……?”
“지금은 누가 봐도 비정상이지 않습니까? 2대 세습 체제입니다. 따지고 보면 왕국이지 않습니까?”
“북한이 왕국이라?”
“저는 그 이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평등하고 계급이 없는 사회를 주장하면서 만들어진 공산주의 국가가 이제는 특수한 형태의 왕국으로 변질하여 버렸습니다.”
“그런 시각으로도 볼 수 있겠군요.”
지금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지만 나는 북한 정권이 3대 세습까지 성공하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북한의 권력 집단이 그것을 원하고 있고 그에 따른 끝도 없는 혜택을 누리고 있으므로 가능해지고 있다는 생각이다.
‘인간은 이기적이다.’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면 그 어떤 상황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사악한 인간의 본성이다.
“한반도에 두 개의 국가가 존재하면 어떻습니까? 영구적인 평화가 유지될 방법이 모색이 된다면 그 상태로 수십 년이 지나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과정에서 북한을 변화시키는 겁니다.”
“흡수통일이 아니라 남북의 공존이란 말이오?”
“예, 그렇습니다.”
“과거 대한민국 국민의 소원은 통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그럴까요?”
“으음…….”
“지금은 안정적인 평화와 경제 발전을 통한 혜택을 국민이 원합니다. 또한, 그런 공존의 시간이 준비된다면 그때부터 통일을 위한 준비와 경제력을 쌓아나갈 수 있다고 봅니다. 독일 통일을 봐도 경제 대국이었던 서독이 동독을 통일하면서 경제적으로 많은 문제점이 발생했습니다. 평화적인 흡수통일은 독일이 먼저 이루어냈습니다. 타산지석의 교훈으로 삼을 것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통일 비용은 얼마나 들 것 같소?”
대통령 당선인은 내가 정답기라도 되는 듯 자꾸 질문하고 있다.
“제가 어떻게 알겠습니다.”
“대략 생각하고 있는 금액에 대해서 궁금해서 묻는 겁니다.”
“통일된 후의 통일 대한민국의 경제가 휘청거리지 않으려면 최소 지금부터 10조 달러를 목표로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10조 달러?”
10조 달러에 대해 감이 오지 않는 눈빛을 보이는 대통령 당선인이다.
“1경입니다.”
“으음……!”
내 말에 바로 표정이 어두워지는 대통령 당선인이다.
“엄청난 금액이군요.”
“예, 저는 최소 그 정도의 자금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경제적 위기가 닥친 대한민국에서 오늘부터 통일 비용을 준비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대통령 당선인은 오늘부터라는 말을 내게 했다.
“그렇습니다. 그래서 수십 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내 말에 알겠다는 눈빛을 보이는 대통령 당선인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나를 다시 보는 대통령 당선인이기도 했다.
‘잠시 멀어져야겠어.’
물론 나는 대한민국을 잠시 떠날 준비를 끝내 놓은 상태다.
* * *
여당 대표의 집무실.
“당선인이 백범 그자를 만나고 있다고?”
여당 대표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대선에 패배한 절대적 임무를 수행한 사람이 백범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습니다.”
“또 무슨 협잡을 꾸미려고, 쯧쯧!”
백범이 하는 일은 모두 협잡이라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는 여당 대표였다.
“그런데 대표님.”
“왜요?”
“저쪽에서 남북 경제 협력에 관한 이야기가 솔솔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경제 협력?”
“예, 그렇습니다. 차기 정권은 남북 경제 협력을 통한 대북 지원 사업을 강화할 거라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시점에서 대통령 당선인이 백범 대표를 불렀다는 것은 백범 대표에게 대북 지원 사업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시키려고 불렀다는 추측도 할 수 있습니다.”
측근의 말에 여당 대표는 고개를 끄덕였다.
“쯧쯧, 퍼주면 미사일이 되어 돌아온다는 생각을 왜 못하지?”
“그러게 말입니다.”
“백범을 불렀단 말이지…….”
둘이 만나는 것이 절대 달갑지 않은 여당 대표였다.
* * *
대통령 당선인의 자택 거실.
“앞으로 대한민국의 진짜 적은 북한일까요? 물론 현재의 주적은 북한입니다. 하지만 앞으로의 주적은 중국이 될 수 있고 러시아가 될 수 있으며 일본도 될 수 있습니다. 물론 미래의 전쟁은 무력전쟁보다는 경제전쟁으로 진행이 될 가능성이 클 거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군사력이 이 상태로 유지되고 더욱 향상되는 전제가 존재해야 합니다. 북한과의 대치는 군비 증강을 위한 좋은 빌미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대통령 당선인에게 강조하듯 말했다.
“나는 백범 대표가 이런 생각을 하는 줄은 꿈에도 몰랐소.”
“당선인 각하.”
“내게 더 해줄 말이 있소?”
“바다도 대한민국의 영토라는 생각이 듭니다.”
“바다도?”
“예, 그렇습니다.”
왜 갑자기 뜬금없는 소리를 하냐는 눈빛이다.
“향후 15년 이내에 바다에 대한 영유권 분쟁이 심각하게 발생할 것으로 판단이 됩니다. 그러니 그 부분에 대해서 선점하셔야 합니다. 일본은 현재에도 독도를 자신들이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요.”
“그러니까요. 개성 공단과 신의주 공단 경제특구를 이용해서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대한민국의 영향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해상 영토를 확고하게 하려고 중국과 러시아와 연계하라는 말씀이시오?”
“예, 그렇습니다. 모든 측면에서 개성 공단과 신의주 공단은 대한민국의 경제 및 군사적 안보 또한 해상 영토 주장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물론 급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옳은 말인 것 같소.”
“당선인님,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여기까지인 것 같습니다.”
“고맙소. 나는 오늘 백범 대표가 이렇게 모든 분야에서 안목이 뛰어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알게 됐소.”
나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보이는 대통령 당선인이다.
‘7광구가 자꾸 생각이 나는군……!’
대한민국 국민은 꿈의 7광구라고 한다. 그리고 과거 그곳에서 천연가스와 유전이 발견됐었다. 하지만 현재 7광구는 한일 공동개발구역이기 때문에 일본의 그 어떤 음모에 의해 개발이 중단된 상태다.
‘일본 놈들의 꼼수를 내가 알지.’
2028년 한일 공동개발구역에 대한 공동개발 기간이 끝나면 아마도 일본은 7광구 지역을 자신의 해상 영토라고 주장하게 될 것이다. 그것도 막아내야 한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미국으로는 언제 떠납니까?”
“다음 주입니다.”
“백범 대표, 미국으로 가지 말고 나를 도와서 청와대로 같이 들어가는 것은 어떻소?”
“그것도 방법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신의주 경제특구는 누가 준비할 수 있겠습니까?”
내 말에 대통령 당선인의 입이 쩍 벌어졌다.
“준비해 주시겠소?”
“예, 그렇습니다. 제가 준비해 보겠습니다.”
신의주 경제특구가 완성된다면 내가 얻을 이익은 막대할 것으로 판단이 된다.
결국, 또 아전인수식으로 움직인 것이다.
“알겠소. 나는 백범 대표만 믿겠소.”
내게 너무 많이 기대하는 대통령 당선인이다.
“백범 대표……!”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진 당선인이다.
“예, 당선인님.”
“차후에 내가 요청했을 때 당신이 특사로 북한을 방문해 줄 수 있겠소?”
나도 모르게 숨이 턱하고 막히는 순간이다.
“으음…….”
고민스러운 순간이다. 하지만 신의주경제특구를 건설하고 내가 이익을 취하기 위해서는 나쁠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우리만 압시다.”
“예, 알겠습니다.”
나는 사실 정치와 거리를 두고자 하는데 내가 자꾸 벗어나려고 할 때마다 더 가까워지는 것 같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내가 다음 주에 미국으로 이주한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