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졸부 집 망나니-161화 (161/415)

# 161

161화 당선인이 내게 묻는다?(2)

“그렇습니다. 번거로우시고 어려운 일이겠지만 당선인께서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사면초가에 몰려 있는 북한이 대화의 장에 나설 것입니다. 그와 함께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신다면 한반도의 안보적인 측면과 경제 협력에 의한 북한 정권 와해를 이루어낼 수 있습니다.”

나는 남북 경제 협력과 대북 지원 사업을 경제적인 측면이 아닌 안보적인 측면으로 접근해 볼 생각이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것을 대통령 당선인에게 말해 줄 참이다.

“그렇다고 생각합니까?”

자신이 듣고 싶은 소리를 내 입을 통해서 들으니 입가에 미소가 머금어지는 대통령 당선인이다.

‘통일의 초석을 다진 대통령이 되고 싶은 거겠지.’

아니 대한민국의 모든 대통령의 마지막 야망은 그것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예, 저는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사실 나도 같은 생각이오.”

“하지만 한없이 퍼주는 관계가 아닌 서로 주고받는 관계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서로 주고받는 관계라고 했소?”

“예, 그렇습니다. 국민들은 언론을 통해 대북 지원 사업에 대해 조건 없이 퍼주기만 한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러니 그렇지 않은 결과를 만들어내 보여주어야 합니다.”

이건 궤변이다. 하지만 나는 북한을 속이기 위해서는 대한민국 국민부터 속여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고?

대북 지원 사업이 경제적 이익만이 아닌 군사 안보적인 측면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아군부터 속여야 하니까.

“예를 든다면?”

김대준 당선인의 눈동자가 반짝이고 있었다. 하여튼 지금 그는 내 입을 통해서 자신이 듣고 싶은 소리를 들으니 기쁜 표정이다.

‘예를 들면?’

무슨 예를 들어 말을 해야 할까?

햇볕정책은 성공도 실패도 아닌 정책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 대통령 당선인이 원하고 또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

‘햇볕정책……!’

어떤 측면에서는 와해 직전까지 몰린 북한 괴뢰 집단을 회생시켜 준 정책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거기다가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자금을 지원해 준 멍청한 정책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햇볕정책이 없었다고 해도 거대한 미국과 대항하기 위해서 북한은 핵무기나 탄도미사일의 개발에 박차를 가했을 것이다.

‘핵을 보유하면 절대 선제공격을 당하지 않으니까.’

다시 말해 북한 괴뢰 정권은 한미 동맹에 의한 북한 지역의 선제공격을 두려워하고 있기에 어떻게든 핵무기를 보유하려고 하는 것이다.

“예, 예를 든다면 백두산 관광보다는 금강산 관광을 추진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내가 생각할 때 백두산은 너무 멀다. 그에 반해 금강산은 가깝고 북한 지역 금강산 전방에 휴전선이 설치되어 있다. 그러니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당연히 금강산이어야 한다.

“그래요?”

“예, 그렇습니다. 관광이라는 것이 안전이 보장되어야 하지 않습니까?”

모든 지역의 관광은 안전이 보장되었을 때 활성화가 된다. 또한, 금강산 관광이 시행되었을 때 대한민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또 비공식적으로 북한에 관광에 대한 대금을 지급해야 한다.

‘돈을 주면 얻는 것이 있어야 한다.’

이건 경제인의 발상일 것이고 대한민국이 얻어내야 할 것은 안보적인 부분이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요. 편안한 마음에서 관광객들이 금강산의 풍치를 봐야 할 테니까.”

“그렇습니다. 금강산 관광 지역에 북한군이 무장한 상태에서 배치가 되어 있다면 누가 마음 편하게 관광을 즐길 수 있겠습니까?”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대통령 당선인이다.

“그렇게 해서 당선인께서 금강산 관광을 북한과 협의해서 추진할 수 있게 된다면 많은 자금이 북한으로 유입이 될 수밖에 없다. 북한은 현재 외화벌이에 몰두하고 있으니까요.”

금강산 관광 때문에 막대한 자금이 북한으로 유입이 된다면 여당 쪽에서는 많은 말들을 하게 될 것이다.

“그렇겠지요.”

현재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 그러니 금강산 관광은 핵무기 개발 자금과 북한 정권 안정을 위한 자금으로 쓰일 것이 분명하다. 그런 부분까지 감수해서라도 북한과의 경제 협력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래도 해야 한다!’

왜냐고?

이미 대통령 당선인이 마음을 먹었으니까.

내가 아는 결론적인 미래는 바뀌지 않는다. 이것은 다시 말해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는 것이다.

단지 조금 빠르거나 조금 다른 방법으로 변화가 되어서 일어난다는 것이다.

‘초코파이 효과가 있지……!’

북한은 고난의 행군 시기 때문에 배급체제가 완전히 무너져서 부분적인 시장경제 체제로 자연스럽게 진행된다.

‘공산당은 인민을 못 먹여도 장마당은 먹일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니까.’

폐쇄적인 사회에서 시장경제의 맛을 알게 되면 그때부터 북한 정권은 와해가 되기 시작하는 것이고 그런 세월이 지속이 되면 북한의 절대자도 다른 생각을 하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당선인님.”

“말해요. 나는 백범 대표의 창의적인 생각에 귀를 열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듣고 싶은 소리만 듣겠다는 표정이었는데 말은 저렇게 하고 있다.

‘정치인들이란……!’

이런 존재인 것이다.

“금강산 관광이 어떤 과정을 통해서 실행에 옮겨진다면 막대한 자금이 북한 정권으로 흘러 들어가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도 무엇인가를 얻어내야 합니다. 그래서 말입니다.”

나를 빤히 보는 대통령 당선인이다.

그 어떤 과정이라는 것은 내가 알고 있는 것처럼 남북정상회담일 것이다. 그리고 그 남북정상회담을 통해서 대통령 당선인은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게 될 것이다.

“금강산 관광 사업을 시작하면서 강원도 지역에 전진 배치가 되어 있는, 특히 양구 지역 전방에 주둔하고 있는 북한군 군단을 후방으로 물러나게 해야 합니다.”

“돈을 주고 병력을 뒤로 빼게 만든다?”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리는 대통령 당선인이다.

“예, 그렇습니다. 안전한 관광을 보장받는다는 목적으로 대한민국의 안전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그거라도 얻어내어야 할 것이다. 결국, 금강산 관광과 개성 공단은 북한에 핵무기를 개발할 연구비를 제공하는 꼴이 될 것이니까.

“으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표정을 지어 보이는 대통령 당선인이다.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닐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내가 아는 것으로 강원도 양구 지역이나 인제 지역에는 북한군 군단을 대비해 2사단, 21사단이 배치되어 있고 그와 함께 북한군 군단이 배치되어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강원도 양구 지역 위쪽에 가칠봉이 있고 원통 지역인지 인제 지역인지 분명하게 떠오르지 않지만, 향로봉이 있다는 것이다.

‘금강산의 끝자락이지……!’

하나를 줬으면 하나를 얻어내야 하는 법이다.

“백범 대표, 과연 그럴까요?”

“예, 그렇습니다. 금강산 관광이 활성화가 된다면 더 나가서 개성과 신의주에 남북 합작 공단을 추진하는 겁니다.”

이제부터는 아전인수적 발상이 들어가게 된다.

‘나를 위해서!’

또 대한민국 국민을 위해서 말이다.

“개성과 신의주에 남북 합작 경제특구를 추진해야 한다는 겁니까?”

정말 오늘은 대통령 당선인이 듣기 좋은 말만 하는 나다.

“예, 그렇습니다. 분명한 것은 개성은 서울의 코앞입니다.”

사실 한국전쟁 전까지 개성은 대한민국의 영토였었다. 하지만 한국전쟁 때 북한에 빼앗겼다.

“그건 그렇소. 정말 코앞이지요.”

“개성 지역 역시 북한군이 전방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내 말에 대통령 당선인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나를 봤다.

“북한 정권이 오판해서 과거처럼 밀고 내려온다면 1시간 이내에 북한군 전차군단이 서울로 진입할 수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대한민국과 북한의 군사력 대부분은 휴전선 인근에 집결되어 있고 특히 북한의 장사정포와 야포들은 휴전선 5㎞ 이내에 집중적으로 배치된 상태에서 서울을 겨냥하고 있다.

“그런가……?”

대통령 당선인은 나보다 안보 분야에 무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성 지역에 남북 경제 협력 공단이 건설된다면 그곳에 주둔하는 북한군은 어쩔 수 없이 후방으로 재배치가 되어야 합니다.”

경제특구 건설은 군사시설이 배제되어야 한다.

“아……!”

또 한 번 탄성을 터트리는 대통령 당선인이다.

“제가 전쟁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현대전은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들었습니다. 1시간, 아니 단 10분이라도 적의 전진을 저지할 수 있다면 그 자체가 최악의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한민국의 안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이 됩니다.”

“아……!”

내 말에 입이 쩍 벌어지는 대통령 당선인이다.

하여튼 나는 이렇게 대북 지원 사업과 경제 협력 사업을 경제적인 이익을 넘어서 군사 안보적인 이익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눈에 보이지 않는 햇볕정책의 이익이다.

“그런 생각을 할 수 있군요.”

“물론 대한민국 국민은 그 사실을 절대 몰라야 합니다. 대한민국이 북한 괴뢰 집단에 한없이 퍼주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 쪽을 속이지 못하는데 어떻게 북한 괴뢰 집단을 속일 수 있겠습니까?”

나는 현재 대통령 당선인 앞에서 북한 정권과 북한 괴뢰 정권이라는 용어를 번갈아 쓰고 있다.

“괴뢰라고 하셨소?”

“예, 아직은 그렇게 생각합니다.”

“북한 괴뢰 정권이라……?”

“분명한 것은 북한 정권은 아직 국가라기보다는 집단이고 정식국가의 형태도 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 곳을 평범한 국가로 만들어야 그때부터 제대로 된 남북 협력이 진행될 것으로 판단이 됩니다.”

“옳은 말이요. 나는 사실 개성이나 신의주 경제협력 특구를 생각하면서 경제적으로 또 남북 협력에만 집중해서 생각했는데 안보 문제도 직결되어 있다는 말을 들으니 신선한 충격이었소.”

나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보이는 대통령 당선인이다.

“거대한 둑도 결국 개미구멍에서 시작됩니다. 현재 북한은 고난의 행군과 다름없는 그런 시기입니다.”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대통령 당선인이다.

“당선인님, 북한을 이대로 둔다면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북한 정권이 스스로 무너질 거라고 분석하는 전문가들이 많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는 대통령 당선인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그래요?”

“예, 제 생각으로는 북한의 대한민국에 대한 증오심만 더 강해질 것입니다. 그리고 내부 결속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들은 스스로 고난의 행군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 고난의 행군을 끝내기 위해 내부 결속이 이루어질 것이고 어떤 측면에서는 치명적인 오판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치명적인 오판이라?”

북한의 치명적인 오판은 전쟁이다. 물론 그럴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지만, 북한의 현 체제에 대한 불만을 가진 군부세력이 쿠데타를 일으켜서 김정일을 숙청한다면 내부의 불만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 전쟁이라는 카드를 꺼낼 수도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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