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0
160화 당선인이 내게 묻는다?(1)
론스타 펀드 서울 사무소 스미스의 집무실.
“투자자들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당장 진행이 되는 사업에 따른 막대한 수익률과 함께 향후에 추진될 수익을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는 겁니다.”
론스타 펀드의 대한민국에 관한 사업은 모두 스미스의 사무실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향후의 돌파구라고 하시면?”
“영리병원을 대한민국에 설립하는 겁니다. 우리 펀드의 투자자 중에는 캘리포니아 병원과 뉴욕 종합병원도 포함되어 있소.”
론스타 펀드의 스미스가 영리병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론스타 펀드의 투자자 중 일부가 미국 병원 법인이기 때문이었고 지금 이 순간에 아이러니한 것은 백범도 자체적으로 영리병원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물밑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알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병원입니다. 미국 본토는 이미 진행되고 있고 아시아 시장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이 교두보가 되어야 합니다. 물론 중국 본토의 북경과 상해를 비롯한 대도시에 영리병원을 설립하는 것이 최종 목적입니다.”
스미스의 말에 이 회의장에 앉아 있는 투자 매니저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영리병원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병원으로, 투자자로부터 자본을 투자받아 운영해 발생하는 수익은 투자자에게 다시 돌려준다.
그를 위해 영리병원은 수입 창출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치료 부분에서 후순위로 밀리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저항이 무척이나 큰 것이다.
“우리의 목표는 분명합니다. 향후 3년 이내에 외국인 투자 비율이 출자 총액의 50% 이상이거나 미화 1000만 달러 이상의 자본금을 가진 외국계 의료기관을 의료 특구에 설립하는 것입니다.”
스미스는 향후 3년 이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백범이 알고 있는 대한민국의 미래 기억을 통해서는 2010년에나 영리병원설립법이 통과된다. 물론 영리병원설립법이 통과되어도 수많은 장벽에 의해 실질적으로 영리병원이 설립되는 경우는 그때까지도 없었다.
“의료 행위가 서비스라는 것을 대한민국 국민에게 각인시켜야 합니다.”
“가장 큰 장애는 건강보험공단에서 지급하는 의료 수가입니다.”
“그러니 영리병원인 겁니다.”
“예, 알겠습니다.”
“저번에도 말했지만 백세 시대입니다. 아시아인들은 오래 살지, 그에 따라 늙어서 계속 병원에 다녀야 하고 병원비의 지출이 막대해지니 수익으로 이어질 겁니다.”
“그렇습니다.”
“내 짐작건대 대한민국은 곧 노령화 국가로 변하게 될 것입니다.”
스미스는 대한민국에 대해서 예측까지 하고 있었다.
“그럴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IMF 이후 서민 경제가 무너지기 때문에 그와 함께 출산율이 하락할 거라고 분석팀에서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요.”
분명 영리 목적으로 대한민국에 영리병원 시스템을 강요하는 이들은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 병원을 운영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병원의 고급화와 비보험 대상의 고가 진료를 유도해 진료비는 상승되고 의료의 공공성이 무너지게 될 것이다.
“참, 확인해 보라는 것은?”
“예, 보고드리겠습니다. 대한민국은 성형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또한, 미용 분야의 규모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좋은 징조지, 하하하!”
“그리고 대한민국 내부에서도 영리병원법을 은밀하게 추진하는 존재들이 파악됐습니다.”
“그래?”
표정이 밝아지는 스미스였다.
“예, 그렇습니다. 태양종합금융투자 회사라는 종합금융사에서 은밀히 국회의원들을 접촉하면서 영리병원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답니다.”
“태양종금?”
스미스는 론스타 펀드 본사에서 거론이 됐던 태양종합금융투자 회사를 떠올렸다.
“백범?”
“예, 그렇습니다. 그 종금사의 대표이사가 백범입니다.”
“여러 분야에서 우리의 추진 사업과 우연스럽게 겹치는군.”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심층적으로 조사를 해 봅시다.”
“예, 알겠습니다. 책임 매니저님.”
스미스가 백범에게 관심을 보이는 순간이고 더 놀라운 것은 백범은 영리병원을 통해서 누군가가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기를 기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마디로 백범은 적이라고 할 수 있는 그 누군가에게 덫을 놓고 있는 상태고 미국 이주 역시 그런 과정에서 시작된 포석이라는 사실이었다.
* * *
대통령 인수위원회 당선인 집무실.
김대준 대통령 당선인은 보란 듯 나를 대통령 인수위원회 사무실로 불렀다.
‘보고 있겠지……!’
세계 아니 미국이나 기타 강대국들은 김대준 당선인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IMF 상황으로 몰고 가는데 일조한 세력들도 김대준 당선인을 관찰하고 있을 가능성이 아주 크다.
그러니 이런 호출은 내가 원하는 상황인 것이다.
‘배신을 위해서는 적의 품에 안겨야겠지.’
하여튼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일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백범 대표.”
“예, 대통령 당선인님.”
내가 대통령 당선인이라는 말을 하자 김대준의 입가에는 미소가 머금어졌다.
“나는 정치는 잘 알아도 경제는 몰라요, 그래서 몇 가지 조언을 구하기 위해서 불렀소.”
“예, 말씀하십시오.”
나는 최대한 저자세로 나가고 있다.
‘통치라고 내게 말했다.’
그 말을 통해서 정치인은 똑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한 마디로 그게 그거라는 소리다.
“백범 대표도 알다시피 우리는 분단국가입니다.”
내게 남북문제에 관해서 물으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도 모르게 남북 경제 협력이 떠오르고 기타 등등의 많은 것들이 떠올랐다.
“예, 그렇습니다. 세계에서 예멘과 대한민국만이 분단국가입니다.”
“그러니까요. 나는 서독이 동독을 통일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 경제 협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럴 때는 고개를 끄덕여줘야 할 것이다.
‘차차 거리를 둬야겠지…….’
국민에 대한 통치를 말하는 정치인과는 가깝게 지내고 싶지 않으니까.
“그래서 말입니다. 남북 경제 협력을 가속할 방법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김대준의 질문에 나는 내가 알고 있는 수많은 일이 떠올랐다.
“대북 지원 사업이지 않겠습니까?”
내게 원하는 답은 이런 것일 것이다.
“대북 지원 사업이라고 했소?”
“예, 그렇습니다. 북한 정권을 남북 협상 테이블에 앉게 만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맞는 말이오, 그러니 그렇게 하기 위해서 무슨 방법이 있겠소?”
“거기까지는 아직 생각해 보지 못했습니다.”
이 순간 가장 중요한 것은 말을 할 때 무척이나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햇볕 정책의 창안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지만 햇볕 정책은 긍정적인 부분도 많다. 또한, 바라보는 시선과 관점에 따라서 부정적인 부분도 존재한다. 그러니 나는 중립적인 자세를 취해야 할 것이다.
“내 주변에서는 우리 대한민국이 햇볕이 되어서 따스하게 북한을 품어야 한다는데 백범 대표의 생각은 어떻소?”
이미 햇볕 정책은 진행되고 있는 거였다.
“옳은 말씀인 것 같습니다.”
“그래요?”
내 말에 미소를 보이는 김대준 당선인이다.
‘듣고 싶은 소리만 듣고 싶어 하는구나……!’
그렇다면 나는 이제 김대준 당선인이 듣고 싶은 소리만 해주면 될 것 같다.
‘결국, 5년 그리고 또 5년일 테니까.’
이 정권은 그렇게 10년 동안 권력을 잡게 된다는 것을 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까.
* * *
대한민국 CIA 비밀 사무실.
“김대준 당선인을 백범이라는 사업가가 만나고 있습니다.”
“백범?”
CIA 한국지부 실장이 요원에게 되물었다.
“그렇습니다. 태양종합금융투자의 대표이사입니다. 그리고 협력 관계에 있는 곳에서 확인을 요청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협력 관계에 있는 곳이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IMF 감시단과 론스타 한국 지부 사업부일 가능성이 아주 컸다.
“인물 정보는 수집하고 있겠지?”
“예,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확보한 인물 정보로는 스펙터클한 인물입니다. 특히 바람둥이에다 호색한이었는데 결혼과 함께 사람이 싹 달라졌습니다.”
“스파이들을 이용해 여러모로 정보 수집을 하시오. 현재 당선인이 부를 정도라면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을 테니까.”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추가로 보고를 드릴 것이 있습니다.”
“뭔데?”
“백범의 와이프가 임신 상태에서 대한민국 법무부가 추진하는 하버드 로스쿨 교환 학생으로 선정이 되어 미국으로 이주를 한다고 합니다.”
“원정 출산이 되겠군.”
“예, 결론적으로는 그렇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보고자인 요원의 눈빛이 변했다.
“뭔가?”
“법무부에 사법연수원생이 하버드 로스쿨의 교환 학생이 될 수 있게 압력을 가한 것이 백범이라고 합니다.”
“사업가가 어떻게 대한민국 법무부에 압력을 행사할 수 있지?”
이건 다시 말해 법무부 내부에도 검은 머리 외국인이 존재하고 미국의 스파이 노릇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그게 전부가 아니라 언론, 교육을 비롯한 거의 모든 부분에서 검은 머리 외국인 스파이는 존재했다. 물론 그 검은 머리 외국인 스파이들은 미국에만 국한이 된 것이 아니라 일본을 위해서 일하는 스파이도 존재하고 중국을 위해서 움직이는 스파이도 존재하고 있었다.
“확인된 것으로는 현재 대통령의 호출에 의해서 청와대에 방문했다는 사실입니다.”
“으음…….”
CIA 대한민국 지부 실장은 백범을 집중적으로 관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원정 출산을 위해서?’
백범이 의도하는 생각을 어느 순간 CIA 대한민국 지부 실장이 하기 시작했다.
‘상당한 영향력을 가졌다면 꼭 그럴 필요가 있나?’
백범에 대해서 자꾸 생각하고 있는 CIA 대한민국 지부 실장이었다.
“분명한 것은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심층 조사를 하게.”
“예, 알겠습니다.”
이렇게 백범은 론스타 펀드의 스미스에게도 관심을 받기 시작했고 또 CIA 대한민국 지부에도 주요 관찰 대상이 되는 것에 성공하고 있었다.
* * *
대통령 인수위원회 당선인 집무실.
“백범 대표, 나는 내가 집권한 후에 경색된 남북 분위기를 개선하기 위해 금강산이나 백두산 관광 사업을 특정 사업체에 일임시켜 진행해 볼 참이오.”
현성 그룹이 담당하게 될 것이다. 현성 그룹 창업주가 이북사람이기에 현성 그룹은 대북 사업에 관심이 많다.
“금강산이나 백두산이라고 하셨습니까?”
“백범 대표는 어떻게 생각을 합니까?”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요?”
“예, 그렇습니다.”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지고 있는 김대준 당선인이다.
‘뜨뜻미지근한 대답이 달갑지 않은 거군.’
그렇다면 좀 더 적극적이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저의 짧은 생각으로는 대통령 당선인께서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정상회담이라고 했소?”
지금까지 북한을 괴뢰 집단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정상회담 자체가 존재할 수 없다는 분위기였다. 물론 은밀하게 박정희가 이후락을 이용해서 김일성과 정상회담을 하려고 시도하기는 했지만, 수포로 끝이 났었다.
“예, 그렇습니다. 대통령이 되신 후에 평양에 직접 방문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와 함께 평화 분위기를 조성한다면 남북의 경제 협력 분위기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실질적으로는 어떤 일이 일어날 것 같소?”
“제 짐작으로는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실 것 같습니다.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긴장감을 완화하는 역할을 수행하셨으니 그렇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하하하, 노벨 평화상이라고 했소.”
대통령 당선인이 보기 좋게 웃었다.
‘내가 잘하고 있는 짓인지 모르겠다.’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내가 말한 것들은 현실이 된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