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9
159화 나는 도둑이 아닙니다(2)
내 호출에 태양종합금융투자 회사 법무 이사인 백영기 변호사가 들어와서 내게 묵례를 했다.
“자리에 앉으시죠.”
“예, 총괄 대표이사님.”
백영기 변호사가 태평양법무법인에서 자리를 옮겨 태양종합금융투자 회사의 법무 이사가 됐지만, 여전히 나는 태평양법무법인과 동반자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태평양법무법인은 내가 싫어하는 부분을 보완해주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정치 분야와 각종 로비 부분에서 나를 대신해서 움직여 주고 있고 요즘은 특히 여당 이희창 대표와의 껄끄러운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상태다.
‘처음은 협조 관계였지만…….’
내가 그리고 태양종합투자금융 회사가 거대해지면서 종속 관계로 변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물론 그런 관계를 유지하면서 태평양법무법인의 수익은 급증하고 있고 법무법인의 대표는 만족하고 있는 상태다.
-백범 대표님, 김대준 당선자와 저희를 연결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순간 나는 태평양법무법인 대표의 부탁이 떠올랐다.
-집권할 정부와 밀착할 필요는 없겠지만 백범 총괄 대표이사님의 사업 행보를 위해서는 궂은일을 저희가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입각시킬 분이 계시군요.
그때 내 물음에 미소를 보이는 태평양법무법인 대표였다.
-그렇습니다. 백범 총괄 대표이사님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이 됩니다.
-법무부 장관이겠죠?
-그래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건 그렇고 영리병원 입법화는 어느 정도 진행이 되고 있습니까?
-백영기 법무 이사와 긴밀하게 협조 중입니다. 사실 그 부분은 쉬운 일이 아니기에 점차 진행해 나가야 할 일이라는 것을 고려하셔야 합니다.
-물론 알고 있습니다.
하여튼 태평양법무법인과 나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내가 점점 더……!’
나도 모르게 이신처럼 변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나를 바라보고 있는 백영기 법무 이사를 봤다.
“나눔 종자의 특허 보유에 대한 계약 관계는 어떻게 됩니까?”
“나눔 종자에 속해 있는 종자 및 식물학 연구원들이 종자의 신품종을 개발하게 된다면 그 특허권은 나눔 종자 법인에 귀속이 됩니다.”
여기까지는 나도 알고 이 자리에 앉아 있는 모든 연구원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나눔 종자에서 입사 전에 연구했던 품종을 입사 후에 연구 개발에 성공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내 말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함인지 잠시 생각에 잠겼던 백영기 법무이사가 연구원들을 보다가 나를 봤다.
“그런 상황이라면 100% 특허 종속은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내가 무슨 의도로 자신을 불렀는지 알겠다는 눈빛이다.
“법적 해석으로는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말씀이군요.”
“예, 그렇습니다. 저의 짧은 소견으로는 개발된 신품종의 특허는 나눔 종자에 종속하되 향후 받을 로열티를 개발자와 나누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비율로 한다면?”
“7대3이 합당할 것 같습니다. 물론 신품종 개발이 어느 시점에서 완성 단계에 도달했는지에 따라서 그 비율이 변경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내가 원하는 소리만 말하고 있는 백영기 법무이사다.
“그렇군요. 장 연구원님.”
“예, 총괄 대표이사님.”
“법무이사의 특허 관련 해석은 7대3이라고 합니다. 물론 영구적으로 신품종 종자는 나눔 종자에서 종속하겠지만 향후 발생하는 로열티 수익은 7대3으로 나눌 수 있게 법적 절차를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내 말에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종자 연구원들의 입이 쩍 벌어졌다.
“정, 정말입니까?”
“물론입니다. 말씀을 드린 것처럼 저는 도둑이 아닙니다.”
나는 장 연구원을 보며 웃었다.
“감, 감사합니다. 총괄 대표이사님.”
이렇게 진행이 된다면 앞으로 종자 연구 개발자들은 연구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다.
“그리고 법무이사님.”
“예, 총괄 대표이사님.”
“나눔 종자에서 상당한 연봉을 제공하고 있지만 그래도 신품종이 개발된다면 그 로열티는 상당할 것으로 판단이 됩니다. 그러니 다 차지하는 것은 나쁠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9대1의 비율로 연구 개발자에게 향후 발생하는 수익을 지급하기로 합시다.”
“그 부분에는 다소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무슨 문제입니까?”
“나눔 종자의 연구 개발진은 팀 단위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각 종자 개발의 책임 연구원이 존재하지만 그 아래에 다른 연구원들이 많습니다. 그러니 개인에게 배분하는 것은 향후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그런 문제라면 간단하게 팀 단위로 수익을 지급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물론 세부적으로 지급에 대한 기준이 정해져야겠지만 말입니다.”
“법적으로 검토를 하고 회계 부서에 통보해서 지급 기준을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합시다.”
연구 개발자들이 다시 놀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종신 계약이 되는 거지…….’
모든 행동에는 목적이 존재하는 법이다.
“그럼 다음 안건으로 넘어가겠습니다. 나는 세계 식량 구호 사업에도 참여할 생각입니다.”
물론 말만 그렇다.
세계 식량 구호 사업의 진짜 목적은 슈퍼 옥수수 개발이고 그 슈퍼 옥수수 신품종은 가난한 아프리카 국가에 제공이 될 것이고 그런 상태에서 우호를 다지며 사하라 사막을 사들일 생각이다.
세계 3대 식량 작물은 쌀, 밀, 옥수수다.
아시아 지역의 주식은 쌀, 유럽과 미주 지역의 주식은 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아프리카나 빈민국의 주식은 옥수수라 할 수 있다.
“이미 사전에 지시하신 그대로 슈퍼 옥수수와 슈퍼 감자의 신품종 개발에 착수한 상태입니다.”
나눔 종자 연구소 소장이 내게 말했다.
“언제쯤이면 성과를 낼 수 있을까요?”
“신생에너지 사업인 바이오에탄올이 세계적으로 진행이 되고 있기에 옥수수 품종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향후 3년 이내에는 슈퍼 옥수수 개발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3년 이내라고요?”
“예, 그렇습니다.”
“잘 됐군요.”
현재 세계는 옥수수를 이용한 에탄올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태고 특히 미국은 옥수수를 이용한 바이오에탄올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그것이 환경오염을 줄이는 대체 에너지라고 광고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1ℓ의 바이오에탄올을 만들기 위해서는 1ℓ의 석유가 사용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일반인은 없다. 다시 말해 바이오에탄올의 깨끗한 에너지라는 광고는 실은 허상이다.
“하여튼 옥수수와 밀, 그리고 쌀의 신품종 개발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내 생각으로는 앞으로 식량을 장악하는 국가가, 특히 신품종 종자를 장악하는 그 누군가가 세계 경제를 장악하게 될 것 같다.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나눔 종자에 대한 인지도가 너무 낮은 것 같습니다.”
홍보와 광고 효과를 통해서 나눔 종자의 가치를 높일 참이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희가 잘 알지 못하는 분야라서…….”
연구소 소장이 내게 말했다. 그리고 이 순간에는 나눔 종자 사장은 아무 말도 없이 내 말만 경청하고 있다.
“광고나 홍보는 그룹 홍보팀에서 할 겁니다. 하지만 홍보를 하기 위해서는 재료라는 것이 필요하죠.”
“그렇습니다.”
“그래서 말입니다.”
“예, 총괄 대표이사님.”
“이건 제 생각인데 어떤 측면에서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인 것 같지만 또 안 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씀을 드립니다.”
“예, 말씀해 보십시오.”
“한 뿌리에서 나온 나무의 가지에서 각각 다른 30가지의 과일들이 달리는 나무가 있다면 그리고 그 나무를 나눔 종자에서 만들어내면 좋은 광고 재료가 될 것 같습니다.”
“아, 부분적으로라면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연구소 소장이 내게 말했다.
“간단하다고요?”
“예, 그렇습니다. 접붙이기를 이용해서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그렇게 한 나무에서 30가지 이상의 과일이 열리는 품종을 개발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물론 유전자조작을 하면 가능하지 않냐고 말씀하실 수도 있지만 30개 이상의 과실이 각각 열리게 하는 것은 단언컨대 불가능합니다.”
“아하, 접붙이기가 있었군요. 된다면 추진하십시오. 그리고 나눔 종자 사장님.”
“예, 총괄 대표이사님.”
“서울 인근에 대형 식물원을 개장하시고 판교에도 식물원을 개장하십시오.”
내가 무슨 의도로 이러는지 알겠다는 눈빛을 보이는 나눔 종자 사장이다.
“예, 알겠습니다.”
“하하하, 나눔 종자를 제가 인수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신품종을 개발해 냈다니 그저 기쁩니다. 이것을 시작으로 식량 자립 및 독립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다는 생각에 정말 뿌듯합니다.”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일하면서 이렇게 보람을 느낀 적은 없습니다.”
보람도 느끼고 연봉도 많이 받으니 좋다는 소리다. 거기다가 앞으로는 신품종 종자를 개발할 때마다. 1할의 로열티를 받게 됐으니 그 어떤 것보다 좋을 수밖에 없다. 물론 나는 그런 베풂을 통해서 저 연구원들을 영원히 나눔 종자에 종속하려는 것이다.
“모두 회의 참석하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따르릉, 따르릉!
그때 내 휴대전화가 울렸고 이 전화번호를 아는 사람은 현직 대통령과 대통령 당선인이기에 바로 전화를 받을 수밖에 없다.
“예, 태양종합금융 회사 총괄 대표이사 백범입니다.”
-에……. 납니다.
대통령 당선인이다.
“예, 말씀하십시오.”
내 표정이 변하자 회의에 참석했던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났고 나는 백영기 법무이사는 그대로 앉아 있으라는 손짓을 했다. 하여튼 그렇게 내 집무실에는 백영기 법무이사만 남았다.
-내가 상의할 것이 있는데 좀 오겠소?
“바로 찾아뵙겠습니다.”
-그럽시다.
뚝!
대통령 당선인은 바로 자기 할 말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좀 변했어……!’
원래 사람은 권력을 가지면 변하기 마련이라는 생각을 하며 백영기 법무이사를 봤다.
“민간영리병원법 진행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태평양법무법인 대표님께 들으신 뒤로 크게 진척이 된 부분은 없습니다. 국회의원들의 저항이 상당합니다.”
물론 그럴 것이다.
“그렇겠지요. 종합병원 인수는 어떻게 진행이 되고 있습니까?”
“말씀하신 대학병원은 비영리병원이라서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특히 연서대 대학병원의 인수 부분은 대학이사회의 반발이 큽니다.”
“형님, 안 되는 일을 되게 만드는 것이 우리가 하는 일입니다.”
나는 백영기 법무이사를 형님이라고 불렀다.
“물론 그렇습니다. 합법적인 방법으로 연서대 대학병원을 인수하시려면 막대한 인수자금이 필요하실 겁니다.”
“막대한 인수자금이라고 하셨죠? 그럼 쉽네요. 아시는 것처럼 제가 돈은 많지 않습니까.”
“의지가 확고하시다면 빠르게 추진하겠습니다. 그런데 왜 연서대 대학병원입니까? 영리병원도 많습니다. 물론 규모가 작겠지만 말입니다.”
“병원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명성이지 않겠습니까? 물론 규모도 중요하고요.”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그리고 형님.”
“예, 총괄 대표이사님.”
“보험 회사야말로 현금이 계속 유입이 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지 않습니까?”
나는 나도 모르게 점점 더 이신처럼 변하는 것 같다.
“그렇습니다.”
“태양생명보험 회사를 설립하고자 합니다.”
내 말에 백영기 법무이사는 내가 왜 비영리종합병원을 가지겠다고 의지를 보이는지 알겠다는 눈빛을 보였다.
“법적 검토에 돌입하겠습니다.”
“그러세요. 인수한 다섯 개의 종금사가 보험을 판매하니 그 보험을 승계해야 합니다.”
보험 사업에 관한 기본적인 인프라를 가지고 있다는 소리다.
“그러시군요. 신설 사업부에 통보하도록 하겠습니다.”
“병원 인수도 그렇고 보험 회사 설립도 그렇고 우리 같이 잘해 나갑시다.”
“총괄 대표님.”
백영기 법무이사가 복잡 미묘한 눈빛으로 나를 불렀다.
“진짜 목적이 궁금하십니까?”
“예, 그렇습니다. 그냥 사업가라면 돈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백범 대표님은 다르시지 않습니까?”
“병원과 보험을 연계해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보험사 고객들이 병에 걸리지 않게 예방하는 것이 제 목적입니다.”
“그게 가능할까요?”
“해보면 알겠죠.”
나는 백영기 법무이사를 보며 미소를 머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