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졸부 집 망나니-158화 (158/415)

# 158

158화 나는 도둑이 아닙니다(1)

태양종합금융투자 회사 독립 법인 사장들이 총괄 대표이사실에서 나오자 사장들의 비서가 다가와 서류가방을 받았다. 태양전자 사장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비서실장에게 서류 가방을 넘겼다.

“무슨 일 있으셨습니까?”

사실 태양전자 사장이 이 회의에 참석했을 때 꽤 많은 걱정을 했기에 이렇게 묻는 비서실장이었다.

“총괄 대표님의 상상력을 내가 따라가지 못하겠어.”

“아, 그런 부분이셨군요.”

“혼자 공상 과학 소설을 쓰고 계시니 내가 정말 벅차군.”

“이번에는 또 어떤 것을…….”

“휴대전화 개발 사업에 착수를 하라고 하시는군.”

“휴대전화 사업이라고 하셨습니까? 이미 모토로라가 장악하고 있고 삼정도 뛰어든 사업 아닙니까?”

“그러니까, 우리가 잘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이면 좋을 건데…….”

태양전자 사장의 말에 비서실장도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백범은 회귀자라서 그 많은 구상을 할 수 있고 지시할 수 있지만, 그 지시를 실행에 옮기는 사람들은 백범의 상상력(?)이 벅찰 수밖에 없었다.

“그렇습니다. 냉장고와 TV는 태양전자가 제일 잘 만들지 않습니까.”

“그렇지. 아마도 태양전자의 핵심 산업은 휴대전화와 반도체 그리고 컴퓨터로 단계적으로 전환이 될 것 같군.”

태양전자 사장과 비서실장은 복도를 걸어가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반도체까지요?”

“그렇다네, 포부가 너무 크셔.”

“자금이 충분하시니 그런 것이 아닐까요?”

“그렇기도 하지.”

“정말 사장님이 힘드실 것 같습니다.”

“힘들지, 총괄 대표이사님은 천재라서 자꾸 공상 과학 소설만 쓰시고 나는 둔재라서 따라가기 너무 벅차, 하지만 어쩌겠나? 그룹 총수께서 그렇게 계획하셨으면 따를 수밖에.”

태양전자 사장의 말에 비서실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렇습니다.”

“비서실장.”

“예, 사장님.”

“긴급회의 소집해. 총괄 대표이사님의 상상력을 따라가려면 밤샘 회의를 해도 모자랄 판이야.”

“예, 알겠습니다.”

비서실장이 대답했고 태양전자 사장은 심란한 표정으로 태양종합금융투자 회사 사옥을 빠져나갔다.

‘가능하기만 하면 세계 최대 전자 회사가 될 수 있기는 한데…….’

아무리 생각을 해도 실현하기 너무 어려운 지시라는 생각이 드는 태양전자 사장이었다.

“해야지, 월급쟁이 사장이니 따라야지.”

“예?”

“하하하, 아무것도 아닐세.”

“예, 본사로 모시겠습니다.”

* * *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건설, 전자, 금융, 조선 그리고 자동차로 나눠서 추진되는 빅딜 계획안입니다.”

경제수석인 문재한이 대통령에게 정부추진 빅딜 계획서를 내밀었다.

“내가 보며 뭐하겠노? 내 임기가 이제 한 달도 안 남았다.”

“아직은 각하께서 대한민국의 통수권자이시며 통치자이십니다.”

“통치자?”

“예, 각하께서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십니다.”

“이게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자빠졌네.”

“예?”

“지금 이런 세상에서 통치자라는 말이 가당키나 하나? 누구를 통치하노?”

“아, 죄송합니다.”

“말실수하지 마라. 국민은 통치를 받는 존재가 아니라 이 나라의 주인이다.”

“예, 각하. 제가 경솔했습니다.”

“그건 그렇고 대통령 인수위원회는 어찌 되고 있나?”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이 됐습니다.”

“그래야제, 시국이 하도 어려우니까, 다음 정부가 잘 해야제. 내가 참 그 사람한테 미안타.”

“그런데 각하.”

“와 그렇게 못마땅한 표정이고?”

“흘러나오고 있는 소리로는 대북 지원 사업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대북 지원 사업?”

“예, 그런 것 같습니다.”

“그 사람은 통일 좋아하제. 하지만 통일이 쉽나…….”

“아마도 제 짐작으로는 북한을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서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낼 생각인 것 같습니다.”

“그게 쉽나……. 괜히 퍼주기만 하겠지…….”

“그렇기는 합니다.”

“1994년에 김일성이 죽었을 때 그때 통일이 돼야 했는데. 그냥 둬도 무너진다고 하더니 저렇게 쌩쌩하다. 참 이상하다. 북한은 정말 이상하다. 쯧쯧!”

대통령의 말에 그저 고개만 끄덕이는 경제수석이었다.

“그건 그렇고 가지고 온 것이니 한번 보자.”

“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우선 건설, 전자, 금융, 조선 그리고 자동차로 나눴고 건설은 현성과 대후가 중심으로 사업 맞교환이 진행되어 부실기업을 넘겨받는 것으로 초안을 잡았습니다.”

“그렇구나. 그런데 태양전자도 있네.”

“예, 그렇습니다. 충분한 자금력을 가지고 있고 대후전자가 전신이기에 경쟁력도 상당한 것으로 판단이 됐습니다. 전자 쪽은 삼정과 태양전자로 양분하는 형식으로 구조조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조선은 대후와 현성이고?”

“예.”

“자동차는 삼정을 퇴출하고 현성으로?”

“예, 현성과 삼정이 자동차와 반도체 전자를 맞바꾸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것이 경제 분석가들의 생각입니다.”

“니는 아까 삼정하고 태양전자가 핵심이라고 안 했나?”

“예, 그렇습니다. 반도체 분야는 삼정이, 가전 전자와 휴대전화 사업은 태양전자가 중추적인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문재한 경제수석의 보고에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금융은?”

“IMF가 은행의 민영화를 적극적으로 요구해서 민영화 법안이 국회를 무난하게 통과할 것으로 판단이 됩니다.”

“쯧쯧, 정부가 못 막으면 생떼를 쓰기 좋아하는 국회라도 막아줘야지……!”

처음으로 대통령이 인상을 찡그렸다.

-대한민국의 모든 분야에는 검은 머리 외국인이 정말 많습니다.

백범이 자신에게 했던 말이 떠오르는 대통령이었다.

“그리고 각하.”

문재한 경제수석이 목소리를 낮췄다.

“와?”

“백범 대표가 은행 민영화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은행들이 외국계 은행이 될 거면 걔가 가지는 것도 나쁠 것이 없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참, 너는 유임이 될 기다.”

“예?”

“니는 경제수석으로 유임이 될 기라는 소리다.”

“각하……!”

감격한 눈빛을 보이는 문재한 경제수석이지만 이것은 이미 짐작하고 있는 부분이었다.

-아주 먼 길 같이 갑시다.

그리고 문재한 경제수석은 자신이 백범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잘해라.”

“예, 각하.”

* * *

론스타 펀드 국내 사무실.

보통의 경우 해외 투자 회사는 국내에 법인을 설립해서 활동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론스타 펀드는 벨기에 법인을 그대로 유지하며 대한민국에는 행정 사업부만 파견하는 형식으로 처음부터 먹튀를 준비하고 있었다.

“서민은행, 국민주택은행과 외환은행의 부채 비율이 하락했습니다.”

“다섯 개의 종금사를 영업 정지를 시켰는데도 부채 비율이 하락했다고?”

“예, 그렇습니다. 다섯 개의 종금사 모두 태양종합투자금융이 흡수 합병했고 임시주주총회를 통해서 각 채권 은행이 부채나 대출을 지분으로 전환했습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20년 만기 대체 상환으로 전환을 했기에 서류상으로는 부채 비율이 감소했습니다.”

“흔들기로는 부족하다는 소리군.”

“예, 그렇습니다.”

“부실 종금사가 4개 더 있지?”

“예, 그렇습니다.”

“거기도 영업 정지가 되면 어떻게 나오는지 봐야겠다.”

“예, 알겠습니다. 본부장님.”

스미스를 보고 보고자는 본부장이라고 말했다.

“그건 그렇고 국동건설은?”

“국동 그룹의 결정에 의해 매각 시장에 매물로 나왔습니다.”

보고자의 말에 사악한 미소를 머금는 스미스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숙어 중에 정말 마음에 드는 문구가 있는데 말이야.”

“예?”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느린 소가 천 리를 간다. 딱 좋은 말이야. 철저하게 준비를 해서 고객들의 이익을 극대화해야지. 하하하!”

* * *

태양종합금융투자 회사 총괄 대표이사의 집무실.

나눔 종자 사장만 남았고 사장 모두가 내 집무실에서 나가자 나눔 종자 연구 개발자들이 계획대로 들어왔다.

“프로젝트 A의 연구가 시작됐습니다.”

나눔 종자 사장이 내게 보고를 했다.

“보고 계신 보고서 3페이지를 확인하시겠습니다.”

나눔 종자 사장의 말에 나는 보고서 3페이지를 넘겼다.

“사막화 지역에서 생존력 강한 수목 개발 연구에 착수했고 일차적으로 툰드라 지역의 지피식물 연구에도 돌입했습니다.”

“환경이 다르지 않습니까?”

“다르죠. 하지만 공통점이 있습니다.”

“뭡니까?”

“식물이 살아가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 사하라 사막의 녹지화 사업에 착수할 수는 없다. 그리고 홍해나 대서양에서 수로를 건설해서 일정 지역에 인공호수를 만들기도 쉽지 않은 상태다.

“그렇군요.”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된다.

“하지만 사막에 나무를 심기 시작하면 사막의 토질이 개선됩니다.”

“한마디로 심고 말라 죽고 심고를 반복하자는 거군요.”

“예, 그런 과정에서 적응하는 수목들이 존재할 것으로 판단이 됩니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수로 건설을 해서 인공호수를 만드는 일입니다. 물론 막대한 수로 건설 비용이 투입되어야 합니다.”

수로 건설이 사하라 사막의 녹지화 사업의 핵심이라는 소리다.

‘현성 그룹과 빅딜이 가능하겠어…….’

나는 현성 그룹에게 현성전자를 요구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내어줄 것이 없다. 그러니 이 사하라 사막화 사업의 수로 건설을 통해서 빅딜을 추진해 볼 참이다.

“수로 건설 비용은 어느 정도라고 보고를 받았습니까?”

“최소 30억 달러입니다.”

30억 달러?

한마디로 입이 쩍 벌어지는 자금이다.

‘현재 환율로 따지면 12조가 넘는 대공사다.’

아마도 해외 건설 수주 분야에서 최대 건설 규모가 될 것으로 판단이 된다.

‘수로 건설만 있는 것이 아니니까…….’

인공호수라는 토목 사업도 추가해야 하니 최대 70~100억 달러까지 투입해야 하는 사업인 것이다. 거기다가 아프리카 국가에 사하라 사막도 사야 한다.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아프리카 국가들은 쿠데타가 끝도 없이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정말 어렵군……!’

그래서 내게 미국이라는 나라가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내가 미국인이 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로는 불가능 그 자체군요.”

“예, 그렇습니다.”

“장기 투자 사업이니 천천히 착실히 준비해 나가면 될 것 같습니다.”

내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 기분 전환 차원에서 나눔 종자가 이룬 성과를 듣기로 합시다.”

“그럼 바로 8페이지로 넘기겠습니다. 딸기 종자 자체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딸기는 일본에 종자 사용료를 줘야 하는 품종인데 종자의 자체 개발에 성공했다고 하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빨리요?”

“사실 장 연구원이 개인적으로 연구해 오던 분야입니다.”

“아 그래요? 장 연구원이 누구죠?”

“접니다. 총괄 대표님.”

“자체적으로 종자 개발을 하던 과정이라면 특허권 때문에 아쉬운 부분이 많으시겠습니다.”

내 말에 장 연구원이 나를 빤히 봤다.

“아닙니다.”

“장 연구원 솔직해지셔도 됩니다.”

나눔 종자에서 개발되는 모든 신품종 종자는 나눔 종자가 특허권을 가진다. 물론 그런 종자들이 개발되면 상상 이상의 성과상여금을 지급하지만, 특허라는 것이 결국 로열티이니 장 연구원은 막대한 수익을 어쩔 수 없이 포기한 경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 딸 입에 제가 개발한 국산 품종의 딸기를 넣어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이제는 부끄럽지 않습니다.”

“그건 당신 생각이고요.”

“예?”

장 연구원이 내게 되물었고 나는 바로 인터폰을 눌렀다.

-예, 총괄 대표이사님.

어느 순간 내 호칭이 총괄 대표이사로 변했다.

“그룹 법무팀 이사님 회의 참석하라고 하십시오.”

-예, 바로 부르겠습니다.

그룹의 규모가 커지고 있기에 따로 법무팀을 구성했고 당연히 법무팀 이사는 백영기 변호사다.

“나는 사업가지, 도둑이 아닙니다.”

장 연구원을 보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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