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졸부 집 망나니-157화 (157/415)

# 157

157화 우리는 시티폰 같은 멍청한 짓은 하지 맙시다(2)

‘말하는 밥통 꾸꾸 때도 저랬지……!’

그때 전문경영인으로 스카우트를 한 태양전자 사장은 압력밥솥이 말을 할 필요가 있냐고 내게 말했었다.

그리고 나는 전기압력밥솥이 말까지 하면 좋지 않느냐고 되물었고 태양전자 사장은 알에서 깨어난 새처럼 발상의 전환을 시작했었다.

“디자인이라…….”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말꼬리를 흐리는 태양전자 사장이다.

“디자인은 편한 것이 딱 좋습니다.”

“획기적인 것이 좋지 않을까요?”

“이 책상처럼 또 식탁처럼 편한 느낌이 들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예를 들면 직사각형에 사각의 모서리가 둥글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말입니다.”

나는 바로 즉석에서 종이에 그림을 그려서 태양전자 사장에게 밀었고 전달, 전달되면서 태양전자 사장이 내가 그린 휴대전화 디자인을 봤다.

“으음…….”

“왜 그러시죠?”

“이런 형태는…….”

“폴더폰이 아니죠.”

“그렇습니다.”

“뒷주머니나 앞주머니에 담배처럼 쏙 넣고 다닐 수 있는 디자인입니다.”

“소형화에 돌입하기 위해서는……?”

휴대전화 생산 설비도 없는 우리가 벌써 휴대전화 소형화까지 회의하고 있는 것이고 이것은 생각의 확대인 것이다.

“반도체가 소형화에 착수해야 하고 반도체 공장을 인수해야겠죠.”

“그, 그 말씀은?”

“제게 말씀을 하셨잖습니까. 정부 주도하에서 빅딜이 진행이 될 것이라고.”

“그렇다면 현성전자를?”

태양전자 사장의 물음에 나는 미소를 머금어 보였다.

‘현성전자의 반도체 공장부터 차지한다.’

반도체를 장악해야 휴대전화 세계 1등 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으니까.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예, 감사합니다. 총괄 대표님.”

태양전자 사장은 이제야 한숨을 돌렸다는 표정이다. 그리고 나는 바짝 긴장하고 있는 두 기업 사장을 봤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사장이 꼼꼼히 노트에 내가 한 말을 적고 있다.

“퀸 화장품의 신제품 개발은 어느 정도 진행이 됐습니까?”

“지시하신 비비크림의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하하하, 정말입니까?”

“에, 그렇습니다. 거기에다가 안티에이징 마스크팩 개발도 성공했습니다.”

“그럼 이제 퀸 화장품은 알짜기업이 되겠군요.”

세계 최초로 비비크림을 개발한 것은 절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릴 튜브형 비비크림을 최초로 개발한 회사로 화장품 업계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대량생산 라인을 구축하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내가 퀸 화장품에 대해서 지시를 끝냈을 거라고 생각하고 안도하는 퀸 화장품 사장이 내 말에 다시 긴장한 눈빛을 보였다.

“퀸 화장품의 두 제품은 국내 시장 진출과 함께 중국 시장에 진출합니다.”

“바로 진출한다는 말씀입니까?”

“선점입니다.”

“예, 알겠습니다.”

사업을 지시할 때 나는 거침이 없기에 토를 달지 않는다.

‘이게 가장 큰 문제지…….’

누구도 내 말을 거역하는 사람이 없고 나는 저들의 절대자가 되어서 지시만 내린다. 하지만 나도 사람이기에 실수를 하는데 그 실수를 잡아줄 사람이 국내에는 없다.

‘박태웅이 그립군……!’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홈쇼핑 방송국 개국 사업은 어떻게 진행이 되고 있습니까.”

다섯 개의 종금사를 떠안으며 얻어낸 플러스알파는 홈쇼핑 방송국이다. 다시 말해 다섯 개의 종금사를 태양종합금융투자 회사에 흡수하면서 나는 2조의 공적 자금을 정부로부터 20년 상환 계획으로 지원을 받았고 여당 대표는 내게 앙심을 품고 있기에 그 발표가 나자마자 특혜라고 지랄했지만 큰 이슈를 만들지는 못했다.

-홈쇼핑 방송국?

대통령 각하가 짜증스러운 말투로 내게 말했던 때가 떠올랐다.

-예, 그렇습니다.

-야, 인마야, 니가 내 아들이가?

-예?

-이 정도면 특혜다. 내가 임기 끝나고 구속되겠다.

-받으신 것이 있으면 주시는 것도 있어야죠.

-니는 욕심이 너무 많다.

-홈쇼핑 방송국은 선우 재단의 수익을 극대화해 줄 겁니다. 그렇게 되면 선우 재단을 통해서 국가유공자들의 삶에 보탬이 될 것입니다.

-말은 잘한다. 쯧쯧.

-부탁드리겠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제대로 된 정경유착일 것이다.

-알았다.

“SN 홈쇼핑이라는 사명으로 스튜디오를 여의도에 설립했습니다.”

“그렇다면 첫 홈쇼핑 판매 제품이 퀸 화장품의 비비크림과 안티에이징 마스크팩이 되겠군요.”

“예, 바로 조치하겠습니다.”

“SN 홈쇼핑으로 시작해서 종합 케이블 TV로 거듭날 예정입니다.”

내 말에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입이 모두 쩍 벌어졌다.

“대표님…….”

“왜 그렇게 놀라십니까?”

“아닙니다.”

“방송을 장악해야 합니다. 방송국을 가져야 하고 또 상상을 초월하는 콘텐츠를 확보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제작사도 설립했지 않습니까?”

이 회의장 구석에 영화사 사장이 앉아 있다. 그리고 이제 자기 차례라는 생각이 들었는지 나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안 그렇습니까? SN 영화 제작사 사장님.”

“예, 그렇습니다. 한국영화의 부흥을 이끌어내겠습니다.”

영화사 사장의 포부는 정말 거창하다.

“그러셔야 합니다.”

* * *

대통령인수위원회 사무실.

“당선자 각하의 임기 시작은 IMF 극복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권 의원이 김대준 당선자에게 말했다.

“알아요.”

“현재 대한민국 경제는 총체적 난국입니다.”

“나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뭡니까?”

“현 청와대 경제수석을 유임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권 의원의 입에서 나온 말은 파격 그 자체일 것이다.

“경제수석을 유임하자고요?”

“예, 그렇습니다.”

“왜요?”

“그가 IMF에 대해서 가장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고 현 정부의 IMF 극복 대책을 구성한 실무자입니다. 그를 유임해야 진행 사업의 맥이 끊어지지 않습니다.”

권 의원은 그렇게 말하고 백범의 얼굴이 떠올랐다.

-문재한 경제수석을 유임해야 합니다.

백범이 자신에게 했던 말이 떠오르는 권 의원이었다.

“또한, 국민 대통합 차원에서도 모양새가 좋을 것 같습니다.”

“권 의원이 그렇다면 그렇게 합시다. 그리고…….”

“예, 대통령 각하.”

중년의 남자가 김대준 당선자를 대통령 각하라고 불렀다.

“아직 아니지요.”

“송구합니다.”

“우리는 분단국가입니다. 대북사업 지원책을 마련하십시오. 통일부 장관 내정자께서 중추적인 임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예, 알겠습니다.”

통일부 장관 내정자인 이재문이 대답했다.

“어떤 것이 좋을까요?”

“우선적으로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나올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당연한 소리고요.”

“예, 그렇습니다. 그래서 말입니다. 저는 아이들이 보는 동화를 떠올렸습니다.”

“동화?”

“태양과 바람이 지나가는 나그네를 두고 내기를 합니다.”

“그렇지요.”

“바람을 강하게 불어 지나가는 나그네의 외투를 날려버릴 생각을 했지만 강한 바람이 부니 지나가는 나그네는 더욱 움츠리고 외투를 꼭 잡고 웅크립니다.”

“하하하, 햇볕?”

“예, 그렇습니다. 대북 지원 사업과 모든 대북 관련 협상은 햇볕정책이라는 대명제를 통해서 진행되어야 합니다.”

“좋은 생각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어떤 것이 좋겠소?”

“저의 짧은 생각으로는 첫 사업은 금강산 관광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현성 그룹이 대북 사업에 적극적이니 맡겨 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소.”

“그런 후에…….”

“그런 후에?”

“개성지역에 경제특구를 건설해서 공단을 건설하는 겁니다.”

“개성지역 공단 사업 추진은 너무 멀리 나간 것 같습니다.”

권 의원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

“충실히 계획하고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낸 후에 다음 정부에서 추진하면 됩니다.”

이재문이 말했고 김대준 당선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럽시다. 차곡차곡 준비합시다.”

하여튼 이렇게 햇볕정책이 대통령 인수위원에서부터 계획되고 있었다.

* * *

태양종합금융 총괄 대표이사실.

“그래서 SN 영화 제작사에서 계획하고 있는 첫 번째 영화 사업은 뭡니까?”

“외화 수입입니다.”

SN 영화사 사장이 내게 말했다.

‘가장 안정적인 방법부터 택했군.’

나쁘지 않다.

“그래서요?”

“타이타닉이라는 영화를 수입하고자 합니다.”

내가 아는 타이타닉은 전국 500만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외화다.

‘영화만 팔아?’

아니다.

팝콘도 팔아야겠다.

‘다 먹는다.’

다 먹는다고 약속을 했으니까.

“자체적으로 준비하는 영화 제작은 없습니까?”

“몇 가지 시나리오를 검토하고는 있습니다.”

“시나리오의 내용이 뭡니까?”

어떤 작품이 내가 설립한 영화 제작사를 통해서 만들어질지 나도 모르게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영화배우와 야구선수의 이야기인데 휴먼 멜로로 진행을 하면 국민의 애잔한 감성을 자극할 것 같습니다.”

어떤 영화인지 대충 감이 온다.

“달이 서쪽에서 뜬다면 이라는 가제로 시나리오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총괄 대표님.”

“야구라?”

“예, 야구는 국민 스포츠입니다.”

지금까지 스포츠 관련 영화가 흥행한 것은 외인구단이 전부라도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으음…….”

“마음에 들지 않으십니까?”

“제가 무엇을 알겠습니까? 영화 분야에는 SN 영화제작사 사장님께서 저보다 더 많이 아시겠죠. 그런데 저는 관객의 입장으로 생각을 해봤습니다.”

“말씀해 주십시오.”

이곳에 모인 사장단들은 모두 내게 집중할 수밖에 없고 내 의견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

왜냐고?

내가 최대 주주고 보스고 책임자이니까.

“한국 사람들은 멜로 좋아하죠.”

“그렇습니다.”

“좋게 말해서 멜로지만 따지고 보면 신파죠. 이왕 신파를 할 거면 거친 사나이와 여의사의 스토리가 좋지 않을까요?”

“거친 사나이면 조폭인데…….”

SN 영화 제작사 사장이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

“그러네요. 조폭이네요. 그냥 조폭도 아니고 조폭 두목의 사랑 이야기가 어떨까요? 여의사도 좋고 여자 변호사도 좋고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가 좋지 않겠습니까? 어떻게 보면 공전의 히트했던 맨발의 청춘의 현대판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아……!”

무엇인가를 깨달았는지 탄성을 터트리는 SN 영화제작사 사장이다.

“그런 이야기라면 제목을 잘 지어야겠죠?”

“예, 그렇습니다.”

“진실한 사랑은 잘 이루어지지 않지 않습니까? 그리고 약속도 지켜지기보다는 깨지기 쉽지요.”

“그렇습니다. 그런 이야기로 영화제작을 한다면 영화 제목은 조폭의 약속이 어떻겠습니까?”

“조폭의 약속?”

“예, 그렇습니다.”

“다섯 자는 너무 긴 것 같습니다. 그냥 약속 어떻습니까?”

“약속…….”

내 말에 SN 영화제작사 사장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하하하, 제 생각은 그렇다는 겁니다. 제가 영화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잖아요.”

“약속……. 좋은 것 같습니다.”

이렇게 되면 표절이고 도둑질이다.

‘약속이라는 영화가 이렇게 만들어질까?’

물론 내가 이런 식으로 흥행작들을 끄집어낸다고 해도 결국 이런 생각들이 그 영화를 만들어낸다는 보장은 없다.

‘IMF 시절은 영화계의 암흑기이니까……!’

이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하여튼 잘 추진해 보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대표님.”

이제 남은 것은 나눔 종자 사장에게 보고 받고 지시할 일만 남았다.

“자 그럼 이제 나머지 사장단들은 바쁘시니 각 회사로 복귀하셔서 협의가 끝난 회의 내용들 구체화하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총괄 대표님.”

“나눔 종자 사장님만 남으시면 됩니다.”

주인공은 제일 마지막에 등장하는 법이다.

‘사하라……!’

사하라 사막 녹지화 사업에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할 회사는 당연히 나눔 종자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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