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졸부 집 망나니-156화 (156/415)

# 156

156화 우리는 시티폰 같은 멍청한 짓은 하지 맙시다(1)

1997년 12월 29일, 태양종합금융투자 회사 대표이사실.

1998년 1월 7일이 되면 내 아내의 하버드 대학원 로스쿨 교환 학생 문제 때문에 미국으로 이동해야 하고 은혜는 이제 임신 4개월째이기에 1년간의 교환 학생 연수 기간 미국에서 출산해야 한다.

그러므로 원정 출신이 되니 아마도 나를 주시하는 자들에게는 나를 미국인으로 회유할 미끼가 될 것이다.

그리고 오늘 회의는 태양종합금융투자 회사의 계열사(?)라고 할 수 있는 모든 법인의 사장들이 모두 회의에 참석했다.

“안정적이던 원화 환율 사상 최고치 기록 3,000원 벽을 돌파했습니다.”

환율 담당 분석관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내게 보고했다.

‘이익이지……!’

태양 컴퍼니가 보유한 달러는 80억 달러니까. 거기다가 박태웅 블랙홀 그룹의 대표이사가 주식 투기로 수익을 3억 달러 증가해서 총 보유 달러는 83억 달러로 늘어난 상태다.

“이유는 무엇입니까?”

나는 짐작을 하면서도 환율 담당 분석관에게 물었다.

“모든 평가기관이 국가 신인도를 하락시켰습니다.”

“그렇지요. 먹기 좋은 떡으로 만들고 있는 과정이니까.”

국공채시장 등 채권시장이 외국인에게 전면 개방이 된 상태다. 또한, 외국인 주식 보유 제한폭도 16%에서 49%까지 상승한 상태다.

‘내가 알기로는 26%이었는데……!’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이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원·달러 환율만 해도 그렇다. 원래는 지금쯤이면 1,995원 정도로 최고치가 되어야 하는데 벌써 두 달 전에 1,889원을 찍고 1,772원까지 하락을 했다가 지속해서 최고가를 갱신하면서 최후의 마지노선인 3,000원 벽이 무너진 것이다.

‘심각하다……!’

외국 자본이 통째로 대한민국 경제를 집어삼키려고 작정을 했다는 생각밖에는 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먹기 좋은 떡이라고 하셨습니까?”

환율 담당 분석관이 내게 되물었다.

“그렇게 됐으니까요.”

“......예.”

물론 내게도 대한민국 경제는 먹기 좋은 떡이 됐다.

“모두 주목하십시오.”

“예, 대표님.”

“제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미국으로 잠시 이주해야 합니다.”

이 사실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고 아내가 하버드 로스쿨에 교환 학생 자격으로 출국하는데 사업하는 내가 따라갈 필요까지 있냐는 반응을 보였지만 나는 사업보다 가정이 더 중요하다고 말해서 사람들을 다시 한번 놀라게 했다.

“예,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는 국내 사업은 유선을 통해 보고를 받고 필요할 때는 미국으로 호출하도록 하겠습니다.”

인터넷이 더 발달했다면 회상 회의를 통해서 사업 방향을 지시할 수 있지만 아직은 인터넷이 완벽하게 발전하지 못한 상태다. 그러니 내가 사업 진행에 대해서 불편해도 감수할 수밖에 없다.

“그럼 이제 각 법인별로 사업을 보고 받고 추가적인 지시를 하겠습니다. 기본적으로 태양종합투자금융은 현재 그대로 사업을 진행하시면 됩니다.”

“예, 알겠습니다.”

내가 미국으로 이동을 해야 하기에 전문경영인을 스카우트를 해서 전무이사의 자리에 앉혔다.

‘태양종금은 크게 어려운 부분이 없지.’

내가 꼼꼼하게 챙길 것이고 또 미국으로 이주를 한 후에 나는 블랙홀 그룹의 대표이사 자리를 박태웅에게 인계받을 참이다.

“토지투자 회사의 실적은 어떻습니까?”

황 사장에게 물었다.

“강남지역에 나온 급매물의 70퍼센트를 확보했습니다. 그런데 대표님.”

“예, 말씀하십시오. 황 사장님.”

“현장에서 확인해 본 결과로 강남지역의 매물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는 말이 진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가요?”

“그렇습니다. 강북과 강서 지역 및 서울 외곽 지역의 매물들을 흡수하는 과정에서는 총괄 대표님께서 지시하신 그대로 사업을 진행해야겠지만 여전히 떵떵거리고 사는 부자에게까지 베푸시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황 사장의 말에 일리가 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지.......’

나는 사실 강남지역에서 어떤 사정에 의해서 급매물을 쏟아낸 사람들이 측은하다는 생각보다 그들에게 딸린 종업원들을 생각해서 가혹하게 후려치지 말라고 한 것이다.

“옳은 판단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앞으로는 꼼꼼히 판단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급매물을 내놓은 사람들이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 밑에도 딸린 종업원들이 있습니다. 아마 월급을 주려고 또 대금을 치르려고 급매로 내놓았을 겁니다. 그런 매도자에게는 가혹하면 안 됩니다.”

“아. 그런 의도셨군요.”

“낙수효과라는 것이 있습니다.”

“낙수효과요?”

“경기가 좋을 때는 그 낙수효과라는 것이 미미하게 나타나지만........”

나는 잠시 말을 끊었다.

그 어느 날의 정부는 낙수효과를 강조하며 재벌 지원을 강화했다. 재벌이 성공해야 낙수효과처럼 재벌 그룹이 거둔 수익이 노동자들에게 돌아가고 또 그렇게 해서 시장경기가 살아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그 효과는 미미했다.

그룹이 막대한 수익을 거둘 때면 그 수익을 노동자들에게 돌리지 않고 그룹 내 유보금으로 비축해버린다. 그러니 노동자에게 돌아갈 낙수 효과는 없는 것이다.

“기업주가 힘들면 제일 먼저 노동자를 정리해고합니다.”

내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대한민국은 희망퇴직과 정리해고 때문에 서민들이 일터를 잃고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 IMF 사태를 만든 경제인들은 아무런 희생이 없이 잘 먹고 잘산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지랄 같은 낙수효과다.

“그렇군요.”

“기업주가 망하면 3년은 먹고살지만 그 기업에 고용된 노동자들은 당장 일자리를 잃게 됩니다. 그러니 너무 후려치지 마시고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로 매입에 집중합시다. 5년 후면 최소 3배 이상 상승할 테니까요.”

그 어떤 종금사보다 알짜 부동산을 보유한 금융종합 그룹으로 거듭날 생각이다.

“예, 알겠습니다.”

“태양전자 사장님.”

“예, 총괄 대표님.”

대후전자를 인수하고 모든 경영진을 물갈이했다. 그리고 새로운 전문경영인을 그 자리에 앉혔다.

“저는 태양전자가 가전제품 세계 1위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예, 그렇습니다. 그에 따라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로 말하는 압력밥솥 출시가 곧 진행이 됩니다.”

“제품 명칭이 꾸꾸라죠?”

“예, 그렇습니다. 꾸꾸입니다.”

“좋습니다. 자동청소기 개발은 어느 정도 시간을 투자하면 가능하겠습니까?”

“자동청소기라면?”

“만화영화 같은 것을 보면 자동으로 청소해주는 로봇 청소기가 나오잖습니까?”

내 말에 태양전자 사장은 그런 만화는 본 적이 없다는 눈빛을 내게 보였다.

“못 보셨군요.”

“죄송합니다.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자동 로봇 청소기를 개발합시다.”

“예, 바로 연구개발진을 구성하겠습니다.”

막둥이처럼 대답을 잘하는 태양전자 사장이다.

“그리고.......!”

내가 지시를 내리고 있는 이 순간 태양전자 사장은 노트에 적기 바쁘다.

“예, 총괄 대표님.”

“태양전자가 휴대전화 사업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휴, 휴대전화 사업이라고 하셨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지금 삼정이 하고 있죠?”

“예, 그렇습니다. 총괄 대표님.”

“삼정전자가 하는 것을 내가 안 할 이유는 없죠.”

“총괄 대표님.......”

“할 말 있습니까?”

“확보한 정보에 의하면 정부 차원의 빅딜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요.”

나도 모르게 미소가 머금어졌다.

“그, 그 말씀은.......”

“태양전자만큼 연구개발에 많은 자금을 투입하는 전자 회사는 없죠. 우리가 내세울 수 있는 것은 태양전자의 전신인 대후전자의 규모고 연구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 현재입니다. 빅딜 좋죠. 우리를 위한 빅딜이 될 테니까요.”

“아......!”

이 자리에 모인 모두가 입이 쩍 벌어졌다.

“앞으로 태양전자는 가전전자 분야에서도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고 특히 휴대전화 개발 사업에 사활을 걸어야 합니다.”

아직까지도 스마트폰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못한 시기다. 그러니 내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서 스마트폰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면 국내 선두 전자 회사로 거듭날 수 있다.

‘SL통산과 협력해야겠지.’

SL통신은 국내 최대의 통신사로 거듭날 것이다. 그러니 나는 SL통신과 손을 잡을 참이다.

“예, 알겠습니다.”

“필요한 연구원과 관련 엔지니어는 얼마든 상관이 없으니 스카우트를 해서 휴대전화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합시다.”

“예, 알겠습니다.”

“특히 우리는 시티폰 같은 멍청한 짓은 하지 맙시다.”

내 말에 태양전자 사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물론입니다.”

정말 웃긴 발상이다. 공중전화 앞에서 휴대전화로 전화를 건다?

이건 발상부터 미스다.

시티폰은 올해 등장한 발신 전용 이동전화 사업이고 한국에서만 시작된 사업이 아니라 유럽에서 개발되어 CT-2라는 명칭으로 서비스가 됐었다.

‘거리만 넓힌다고 그게 휴대전화인가, 쯧쯧!’

발상 자체부터 간단한 생각으로 접근한 사업이다.

가정에서 쓰는 무선 전화기의 사용 거리를 넓혀서 밖에서도 쓰자는 개념으로 공중전화 기지국과 연계해서 전화를 건다는 것이다.

하여튼 시티폰은 희대의 망작이고 삼정전자가 제대로 눈물을 흘리게 만든 휴대전화 사업이다.

“분명하게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우리는 아날로그 형태의 휴대전화를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반도체 중심의 스마트한 휴대전화를 개발해야 합니다. 그거 좋군요. 우리가 만들 휴대전화의 이름을 스마트폰으로 합시다.”

사실 스마트폰은 고유명사에 가깝다. 하지만 그런 고유명사를 나는 태양전자 휴대전화 총괄 명칭으로 정해버리는 순간이다.

“스마트폰이라고 하셨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smart의 뜻이 맵시 좋은, 말쑥한, 깔끔한, 맵시 있는, 똑똑한, 영리한 이라는 뜻이지 않습니까. 어디에서든지 전화를 걸 수 있고 전화를 받을 수 있으면서 전화 이상의 기능을 장착하는 겁니다.”

“총괄, 총괄 대표님......”

태양전자 사장은 내 말에 겁을 먹은 눈빛이다.

“태양전자 사장, 당황하셨어요?”

“아, 아닙니다.”

“휴대전화기를 이용해서 카메라처럼 쓸 수 있고 휴대전화로 찍은 사진을 서로에게 전송하고 그렇게 하면 좋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하려면 화면이 컬러 액정이어야 합니다.”

“그렇군요. 그 부분에 대한 연구개발 시작하세요. 특허가 있다면 특허를 구입하십시오.”

“아.......”

“또한 휴대전화기를 컴퓨터나 노트북처럼 쓸 수 있게 만드는 것이 태양전자의 최종 목표입니다.”

“총괄 대표님, 송구한 말씀이나 그건 불가능합니다.”

“해봤어요? 불가능한지 아닌지 해 보셨습니까?”

“죄, 죄송합니다.”

“해보세요. 제 돈입니다. 그리고 태양종합금융투자가 투자하는 연구개발 비용입니다. 하세요. 해내야 합니다.”

“예,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디자인은어떤 것이 좋을까요?”

계속적으로 휴대전화에 대해서 내가 이야기를 하니 태양전자 사장은 넋이 나간 사람처럼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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