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졸부 집 망나니-151화 (151/415)

# 151

151화 당신이 하시는 일이잖아요(2)

백범의 강북 아파트 건물 밖.

주차장에 한 대의 자동차가 섰고 그 뒤로 많은 취재진 차량이 섰다. 그리고 고급 자동차 안에서는 여당 대표가 차에서 내렸다.

“백범 대표는 자택에 있는 것으로 확인이 됐습니다.”

“기자들까지는 왜 불렀습니까?”

여당 대표가 나직이 말했다.

“이제는 헛걸음해도 소득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기는 하지만 정말 헛걸음을 했을 때 손해가 클 수 있소.”

“백범 대표가 우리 쪽에 서지 않는다면 저쪽으로도 서지 않게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가능하겠소?”

“여론몰이를 통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그래 봅시다.”

“그리고 대표님.”

“왜요?”

“저쪽에서 JP를 만나는 중이라고 합니다.”

“저쪽에서?”

“예, 그렇습니다.”

“우리는 백범 대표를 택했고 저쪽은 JP를 택했단 말이지요?”

“예, 그렇습니다. 양쪽에서 결단을 내린 겁니다.”

“저쪽은 백범 대표는 자기 쪽이라고 확신하는 거겠죠?”

“그럴 것 같습니다.”

그때 기자들이 차에서 내린 여당 대표 쪽으로 뛰어와서 에워쌌다.

“대표님, 백범 대표의 지지를 촉구하기 위해서 방문하신 겁니까?”

기자 하나가 여당 대표에게 물었다.

“젊은 사람들이 열망하는 청년 지도자와 이야기를 나눠 보고 싶어서 왔습니다.”

“백범 대표는 대통령 출마 조건이 없는 상태에서도 국민 지지율이 7%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 지지율을 의식하신 겁니까?”

“젊은 유권자들이 백범 대표에게 열광하고 있는 것은 분명 대한민국이 새로운 리더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들이 원하는 방향을 같이 모색하고자 합니다.”

“과연 백범 대표가 대표님을 지지하는 지지 선언을 하겠습니까?”

“그것까지는 모르겠습니다. 저는 모든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서 왔습니다. 하하하, 백범 대표를 만나보고 명확해지는 부분이 있다면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이동하겠습니다. 대표님.”

조 의원이 말했고 그와 함께 기자들이 비켜줬고 여당 대표는 당당히 백범의 아파트로 걸어 올라갔다.

* * *

JP의 자택.

자택 건물 밖에 있던 권 의원은 누군가의 전화를 받고 있었다.

-여당 대표가 백범 대표의 자택을 방문했습니다.

“정말입니까?”

-예, 그렇습니다. 예상하시는 것처럼 백범 대표에게 자신을 지지해주기를 원할 것 같습니다.

상대의 말에 권 의원은 피식 웃었다.

‘우리 사람이야, 하하하!’

권 의원은 과거 백범이 대선에 성공하면 청와대 경제부수석이 되겠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알겠습니다. 여당 대표께서 헛수고하겠군요.”

권 의원은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고 JP의 자택으로 들어갔다.

* * *

백범의 아파트 거실.

나는 은혜와 오붓한 저녁을 먹고 직접 과일까지 깎아서 거실로 왔다.

“공부하기 힘들죠?”

홑몸도 아닌데 어려운 공부까지 해야 해서 걱정이다.

“아직은 괜찮아요.”

“몸이 예전 같지 않죠?”

“그렇기는 해요, 많이 졸리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하고 그래요.”

나를 보고 웃으며 말하는 은혜다.

딩동, 딩동.

그때 초인종이 울렸고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렸다가 혹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굴까요?”

저녁에 우리 집에 방문할 사람은 아예 없다고 봐야 한다. 내가 아무리 바빠도 집에까지 와서 사업 관련 일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손님이 오신 모양이네요.”

내가 생각하는 혹시는 여당 대표다.

“내가 나가 볼게요.”

나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문 쪽으로 걸어갔고 밖을 확인하니 여당 대표가 담담한 눈빛으로 문 앞에 서 있었다.

‘이제 어떻게 하지……?’

모든 일에는 만약의 경우라는 것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만약 여당 대표가 대선에 성공한다면 나는 정말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고 만다. 그리고 내가 추진하는 모든 일에서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방해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은 제왕적 대통령제이니까…….’

그리고 지금 내가 생각하는 것은 김대준 총재와 여당 대표의 지지율 차이가 2%밖에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김대준 총재가 완벽하게 당선이 될 거라는 보장이 없다는 소리다.

‘감정의 골이 봉합될까……?’

이래서 적을 만들면 찜찜해지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조심히 문을 열었고 내가 문을 열자마자 현관문 양옆에 있던 기자들이 일제히 자신을 찍기 시작했다.

‘이럴 줄은 몰랐군…….’

여론몰이를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내가 문전박대를 한다면 그것을 이용해 또 대선에 이용하고자 할 것이다.

“백범 대표, 내가 다시 왔습니다.”

“오셨습니까? 대표님.”

“예, 다시 왔어요.”

여당 대표의 말에 기자들은 여당 대표가 내 집에 처음 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전에도 좋은 말을 많이 했지요. 맞아요. 백범 대표가 한 말이 정말 옳은 말입니다. 태어날 아이가 대한민국의 미래죠. 그 미래를 위해서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여당 대표가 이렇게 말하니 문전박대는 어렵다.

‘그리고 사실…….’

감정의 골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을 했는데 잘된 일이기도 하다.

“오늘은 들어가도 됩니까?”

“예, 들어오십시오.”

내 말에 여당 대표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하하하, 그냥 오기 뭐해서 떡볶이 좀 사 왔습니다.”

여당 대표가 손에 든 검은 봉지를 내게 보였고 그 순간 기자들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훗날 떡볶이 회동이라고 하겠군…….’

여당 대표는 나를 이용하기 위해서 철저하게 준비를 한 것이다. 그리고 이 방문을 통해서 자신이 얼마나 서민적이고 소탈한지도 기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감사합니다. 안으로 들어오시죠.”

“고맙소.”

여당 대표가 집 안으로 들어왔고 여당 대표가 집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내 아내 은혜가 살짝 놀란 표정이었다가 미소를 머금으며 여당 대표를 반겼다.

“손님이 오셨네요.”

“예, 귀한 손님이 오셨습니다.”

내가 은혜에게 말했다. 그리고 은혜는 바로 거실로 가서 차를 준비하기 시작했고 조 의원은 다른 기자들을 집 밖에 대기시켜 놓고 내 집으로 들어왔다.

‘저들이 원하는 것이 뭘까?’

이게 중요할 것이다.

* * *

JP의 자택 거실 안.

“에……. 단도직입적으로 진정한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해 자민회 총재께서 저를 지지해주십시오. 야당 대통합이 이루어져야 여당과 겨룰 수 있습니다.”

김대준 총재는 담담한 표정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JP에게 말했다.

“야당 대통합이라고 하셨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제가 당선되면 우리 당은 자민회와 함께 연정을 구성해서 좀 더 발전하는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때 밖에 있던 권 의원이 조심스럽게 집 안으로 들어왔다.

“그렇군요, 연정이라…….”

“예, 그렇습니다.”

“총재님, 내가 거두절미하고 말하겠습니다. 총리직이 어떠십니까?”

김대준이 자신을 지지해주면 총리직을 내어주겠다고 JP에게 말했다.

“총리요?”

“예, 그렇습니다. 이름뿐인 총리 말고 실질적인 힘을 가진 총리로 국정을 운영해 보시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총리직이라……. 총리만 벌써 3번째인데, 허허허!”

“국방과 외교는 제가 담당하고 내정과 경제는 총리께서 담당해주시면 좀 더 안정적인 국정을 운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기도 하겠군요.”

“총재님…….”

그때 아무 말도 없던 권 의원이 조심스럽게 김대준 총재를 불렀고 거실 한쪽에서 전화를 받고 있던 JP의 측근이 통화를 끝내고 JP에게 빠르게 다가와 그의 귀에 속삭였다.

“여당 대표가 백범 대표와 회동을 하고 있답니다.”

“허허허, 그래요?”

“예, 그렇습니다.”

JP의 측근이 그렇게 말하고 뒤로 물러났고 권 의원이 김대준 총재에게 똑같은 말을 해줬다.

“백범 대표가 여당 대표를 만나고 있다고 했소?”

김대준 총재는 JP가 들으라는 듯 되물었다.

“예, 그렇습니다. 여당 대표가 떡볶이를 사 들고 백범 대표를 찾아갔다고 합니다.”

“떡볶이?”

“그렇습니다. 기자들이 모여 있고 기자들은 떡볶이 회동이라고 말하고 있답니다.”

“하하하, 여당 대표가 그렇게 소탈한 면이 있었는지 몰랐군요.”

김대준 총재가 그렇게 말하고 JP를 봤다.

“자민회 총재님, 이제 대선이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으음……!”

“실리를 추구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렇지요. 실리가 중요하겠지요.”

“저를 지지해주세요.”

“고심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JP는 고심해 보겠다고 말했는데 김대준 총재는 고맙다고 말했고 JP는 그런 김대준 총재를 보며 미소를 머금었다.

‘여당 대표가 내게 오지 않고 백범에게 갔다고……!’

어떤 측면에서 JP에게는 여당 대표가 괘씸할 수밖에 없었다.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총리라고 했지요?”

“예, 그렇습니다.”

김대준 총재가 JP를 뚫어지게 봤다.

“내가 김대준 총재를 지지합니다. 야당 대통합을 이뤄서 이제야말로 제대로 된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해 봅시다.”

“예, 감사합니다. 하하하!”

그렇게 둘은 서로를 보며 웃으며 두 손을 맞잡았다.

* * *

백범의 아파트 거실.

차분한 모습으로 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는 내 아내 은혜가 나를 담담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 내 눈에 보였다. 그리고 잠시 후 과일을 깎아서 조심히 들고 와 테이블 위에 내려놨다.

“과일 좀 드세요.”

“하하하, 고맙습니다.”

여당 대표는 내 아내 은혜에게 말한 후에 나를 봤다.

“이야기 나누세요.”

은혜는 내게 그렇게 말한 후에 주방 쪽으로 다시 걸어가서 섰다.

“매번 무례했던 것 죄송합니다.”

내가 먼저 과거의 앙금을 지우기 위해 여당 대표에게 사과를 했다.

“하하하, 아닙니다. 나라가 그렇게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 젊은 혈기로 그럴 수 있습니다.”

화해해도 화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먼저 머리를 숙였다.

‘만약이라는 것이 있으니까…….’

아마도 김대준 총재께서는 JP를 만나고 있을 것이다. 그는 내가 자신의 사람이라고 확신하기에 JP를 만나고 있는 것이고 여당 대표는 나부터 공략하기 위해서 나를 다시 찾아온 것이다.

‘JP가 김대준 총재를 선택한다면?’

대선은 결정이 났다고 봐야 할 것이다.

결론은 간단하다.

누구에게도 적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 대선에도 출마한다!’

이게 중요하고 그는 대선에 실패해도 확실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총재께서 내 마음을 이해해 주실까?”

이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일 것 같다.

“백범 대표.”

“예, 대표님.”

그러고 보니 우리 둘은 모두 대표다. 그리고 그가 나를 찾아올 수밖에 없는 것은 내가 어느 순간부터 대한민국에서 꽤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는 증거이기도 할 것이다.

‘내가 여기서도 거부한다면?’

여당 대표는 아마도 나를 흠집 내기에 돌입할 것이고 나는 망나니의 삶을 살았으니 털면 제대로 털릴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이 순간에는 김대준 총재의 너그러움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결정했다.’

나도 모르게 지그시 입술이 깨물어지는 순간이다.

‘정치는 배신이구나……!’

나는 이 순간 여당 대표를 선택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 김대준 총재를 배신할 결심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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