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0
150화 당신이 하시는 일이잖아요(1)
내 요구 때문에 법무부 장관이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청와대로 호출됐다.
“하버드와 협의를 진행하려면 아무리 빨라도 내년 3월입니다.”
“앞당기라.”
“대통령 각하…….”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 각하의 눈치를 살폈다.
“니도 이제 내가 두 달도 안 남았다고 안 된다고 말하고 싶은 기가? 내가 아직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다.”
“단 한 번도 없었던 일입니다.”
“그럼 처음 있는 일이네. 해라. 원래 처음은 다 그런 기다.”
“각하…….”
“해라. 다음에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인수위원회가 구성이 되고 나도 내가 이 부분은 꼭 말할 기고 책임을 질 기다.”
“예, 알겠습니다.”
이제야 법무부 장관은 알았다는 듯 대답했다. 그리고 나를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비밀을 아는 자가 4명이 됐군.’
저들 중에서 두 명은 완벽하게 믿어서는 안 될 사람이고 그에 따른 조처해야 할 사람이다.
“백범아. 니가 직접 할 말이 있으면 법무부 장관한테 해라.”
“제가요?”
“해라. 여기서 한 말은 무덤까지 가지고 가야 할 말이잖아.”
“예, 각하.”
나는 대통령 각하에게 말하고 법무부 장관을 봤다.
“당황스럽고 놀라셨을 겁니다.”
“이런 일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일은 앞으로도 없을 겁니다.”
청와대의 주인이 직접 나서서 인사 청탁을 강요하는 것이다.
“예, 그렇습니다.”
“이왕 각하께 따르겠다고 말씀을 드렸으니 말해 보세요.”
“제 아내만 하버드 로스쿨로 간다면 말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줄을 세워서 보내자?”
“예, 그렇습니다. 판사 후보자 몇 명, 검사 후보자 몇 명, 변호사가 될 사람 몇 명 이렇게 보내는 겁니다.”
“이런 일이 진행되면 사법연수원 연수 기간이 2년에서 3년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원칙에서 벗어나는 일입니다. 그리고 과연 사법연수생이 법무부의 지시를 따를지도 의문입니다.”
“하버드 로스쿨입니다. 기회라면 기회입니다.”
“그러니까요. 그런 기회를 청와대에서 민간인의 요청에 의해서 진행이 된다는 것은 사법부의…….”
“치욕입니다.”
내 말에 법무부 장관이 인상을 찡그렸다.
“압니다. 하지만 꼭 그렇게 되어야 합니다.”
“알겠소. 지시하셨으니 따라야죠. 나중에 많은 문제가 만들어질 겁니다.”
이건 대통령이 들으라고 하는 소리다.
“그건 내가 책임진다카이.”
“죄송합니다. 각하.”
“법무부 장관은 바로 준비를 해라.”
“예, 알겠습니다.”
“급히 불러서 미안타. 내가 지금 이런 말을 하면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이게 다 나라 살리자고 하는 일이다.”
“예, 그러시겠죠…….”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 각하에게 묵례하고 돌아섰다.
‘문제는……!’
이 순간 나는 가장 중요한 문제가 떠올랐다.
‘누가 다음 대통령이 될까?’
내 기억 그대로라면 김대준 총재다. 하지만 지금 내가 사는 대한민국은 내가 살았던 대한민국과는 사뭇 다르다. 그러니 내가 기억하는 미래와 달라질 수 있고 만약 여당 대표가 대통령이 된다면 그와 척을 졌으니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것 같다.
‘지지 선언을 원하겠지.’
두 곳 모두 내가 지지 선언을 해주기를 원하고 있을 것이다.
‘만사 불여튼튼이라고 했어.’
나도 모르게 지그시 입술이 깨물어지는 순간이다.
“됐제.”
대통령 각하께서는 법무부 장관이 밖으로 나간 후에 내게 말씀하셨다.
“예, 대통령 각하.”
“이번 일로 니는 아주 오래 살기다.”
“……예.”
무슨 의미로 말씀을 하시는지 잘 알겠다. 앞으로 국민에게 욕을 배터지게 먹을 테니까.
그러니 만수무강하도록 살 것 같다.
* * *
여당 대표실.
“2%입니다. 오차 범위 5%에서 2%밖에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여당 대표의 측근인 조 의원이 여당 대표에게 말했다.
“2%라…….”
“예, 그렇습니다. 딱 2%만 뒤지고 있습니다. 이제 10일 정도 남았습니다. 이 상황에서 백범 대표가 대표님을 지지해 준다면 역전이 가능합니다.”
“그 인간은 동교동과 친하잖아.”
“그래서 이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나보고 어쩌라는 겁니까?”
여당 대표는 바로 인상을 찡그렸다.
“최소한 백범 대표가 동교동 김대준 총재를 지지하는 지지 선언이라도 막으셔야 합니다.”
“저번에 갔다가 그 망신을 당했어요. 내가 신당동 떡볶이보다 못한 인간이 됐습니다.”
백범의 얼굴을 떠올리며 이를 박박 가는 여당 대표였다. 사실 그로서는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일 것이다.
“대표님, 대통령이 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으음…….”
“오차 범위 5% 안에서 딱 2%를 뒤지고 있습니다. 삼고초려를 하셔서라도 백범 대표가 지지 선언을 하지 못하게 막으셔야 합니다.”
“다시 찾아가라는 소리입니까?”
“예, 그렇습니다.”
조 의원의 말에 여당 대표가 조 의원을 뚫어지게 봤다.
“대표님…….”
“그럽시다. 다시 찾아갑시다.”
여당 대표는 지지율이 2%밖에 차이가 나지 않기에 이번 대선에 승산이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는 상태였다. 게다가 총풍 사건과 각종 사건이 보도된 상태에서도 지지율이 2%밖에 하락하지 않았다는 것에 잔뜩 기대를 걸고 있었다.
‘젠장, 총풍만 못 하게 했어도……!’
여당 대표는 후회막급이었다.
“오늘 다시 찾아가고 또 문전박대를 당하면 내일 다시 찾아가겠소.”
“예, 잘 생각하셨습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대통령 출마 자격이 없는 30살의 백범 대표가 여전히 지지율 7%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법은 만 40세 이상이 대통령에 출마할 수 있게 법으로 정해놨다. 그런데도 백범은 선우 재단과 관순 재단 때문에 7%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었고 이것은 JP보다 높은 지지율이었다.
* * *
JP의 자민회의 사무실.
자민회?
자유민주연합회를 줄인 말로 JP는 자민회 총재가 되어 대선에 출마한 상태다.
“총재님, 현재 두 개의 키가 대선을 결정지을 겁니다.”
“내가 유일한 키가 아니라는 거지?”
“송구합니다. 백범 대표가…….”
JP의 보좌관의 말에 JP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친구, 20년 이내에 청와대 주인이 되겠어.”
“그럴 가능성이 클 겁니다. 정치에는 관심이 없다는 투로 여론몰이를 하고 있지만, 행보는 차차차기 대선을 노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 그건 그렇고 내가 누구를 지지해야 할까?”
“사퇴하실 생각입니까?”
“제대로 키를 쥐고 자물쇠를 돌려야 자민회가 더 많은 것을 얻지.”
“야당 쪽이 어떠십니까?”
보좌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JP다.
“생각해 보자.”
미소를 보이는 JP였다.
* * *
청와대 본청 건물 밖.
“항상 천둥벌거숭이처럼 행보의 파악이 안 되는군요.”
경제수석과 함께 본청 건물 밖으로 나왔고 그가 내게 말했다.
“그래서 저도 요즘 머리가 너무 아픕니다.”
“진심으로 검은 머리 외국인이 되시려는 것은 아닙니까?”
“그러고 싶습니다.”
내 말에 경제수석이 나를 빤히 봤다.
“진심처럼 들립니다.”
“진심입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수석님, 수석님의 진심은 무엇입니까?”
내 물음에 경제수석이 대답 대신에 청와대 본청 건물을 본 후에 나를 보며 웃었다.
‘청와대?’
모든 정치인의 마지막 야망은 청와대의 주인일 것이다.
“도와주시겠습니까?”
“제가 얻을 것은 뭡니까?”
“명예 회복, 그리고 차기 대권 정도?”
나를 보며 담담하게 말하는 청와대 경제수석이다.
“백범 대표, 우리 먼 길 같이 갑시다.”
청와대 경제수석은 야망가였다.
“문재한 수석님.”
“예, 백범 대표.”
“제가 문재한 수석님을 영웅으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방법 있습니까?”
“다음 정부에서도 경제수석으로 연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IMF에서 국민을 구하는 경제 영웅?”
“위기 극복 컨트롤 타워가 되실 되시는 겁니다. 경제 대통령 이미지 어떻습니까?”
거래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위기 극복 컨트롤 타워에 경제 대통령 이미지라, 좋군요. 생각해 둔 방법이 있습니까?”
“금 모으기 운동을 시작하시는 겁니다. 국외 교포들을 이용해서 국내 달러 보내기 운동도 추진하시는 겁니다. 대한민국 국민 아니 이름 없는 의병이라고 할 수 있는 서민들의 저력을 보여주는 겁니다.”
“이름 없는 의병이라, 하하하! 좋군요.”
문재한 경제수석이 내게 손을 내밀었다.
“백범 대표, 우리 오늘부터 손잡고 먼 길 같이 갑시다.”
“예, 수석님.”
최소한 문재한 경제수석이 자신의 야망을 위해 달릴 동안은 나를 배신하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정치인은 똑같다…….’
그리고 여기서 대통령 집무실에서 생각했던 것처럼 이제는 누가 대통령이 되는지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요소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배신?’
여당 대표를 지지한다면 내가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 * *
광주지역 있는 대선 캠프 사무실.
김대준 총재는 전라도 민심을 하나로 끌어모으기 위해 광주를 방문했고 모든 유세 활동을 끝내고 잠시 대선 캠프 사무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제 10일 남았습니다.”
쉰다고 해서 쉴 수 있는 대선이 아닌 것이다.
“에…… 그렇소…….”
“대선 투표 5일 전에 백범 대표에게 지지 선언을 요청하신다면 박빙의 승부에서 승리로 마무리하실 수 있습니다.”
권 의원의 말에 김대준 총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말이오, 권 의원.”
“예, 대통령, 아니 총재님.”
권 의원은 자신도 모르게 호칭 실수를 해버렸고 김대준 총재는 그게 싫지 않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허허허, 이 사람이…….”
“죄송합니다. 말씀하십시오.”
“백범 대표가 나를 지지해 줄까요?”
“예? 아, 지지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미 여당 대표와 척을 진 상태입니다. 그럴 일은 절대 없지만, 총재님이 낙선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는 사람은 백범 대표입니다.”
“그래도 정치는 변수가 많고 특히 대선은 변수가 많습니다. JP를 만나야겠소.”
이번 대선에 두 개의 키는 백범과 JP였다. 그들이 누구를 지지하느냐에 따라서 이번 대선은 결정되는 것이다.
“예,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JP를 만나고 나서 백범 대표를 만나십시오.”
“그래야겠지요. 이제 서울로 올라갑시다.”
“예, 총재님.”
* * *
태양종합금융투자 회사로 이동하는 자동차 안.
“무역 회사를 하나 설립해야겠어.”
내 말에 곽우천 과장이 나를 빤히 봤다.
“종합상사설립법에 따라서 현재 불가능합니다.”
“불가능한 것에 대한 허점을 찾아내는 것이 당신 일입니다.”
“죄송합니다.”
금 모으기 운동이 진행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재벌들은 종합상사를 통해서 막대한 이익을 취할 수 있다.
“블랙홀 그룹에 연락해서 태양 컴퍼니에 금 실물 투자 펀드를 만들라고 하세요.”
내 말에 곽우천 과장은 이유를 모르겠다는 눈빛이다.
“이유를 모르겠습니까?”
내 되물음에 곽우천 과장은 잠시 고민하더니 놀란 눈빛을 보였다.
“달러보다 더 안전한 자산이……!”
“금이죠.”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습니다. 과거에 국채보상운동이 있었던 거로 압니다. 일본에 빌린 돈을 갚는 것이 애국이라고 했었죠. 그때와 지금은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입니다. 금을 모아서 외국에 팔면 달러를 확보하죠. 그 확보한 달러로 IMF에 진 빚을 갚는 겁니다.”
“그 와중에…….’
“누군가는 챙길 이득입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습니다.”
내가 아는 미래에서 대후종합상사는 금 모으기 운동을 통해서 확보된 금을 외국에 헐값으로 수출하는 과정에서 150억 달러 금자탑을 수상했다.
‘폭리를 취했고……!’
폭탄 기업을 만들어서 세금을 회피했다.
물론 대후종합상사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무역 회사가 그렇게 폭리를 취했다는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