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졸부 집 망나니-147화 (147/415)

# 147

147화 우회상장을 위하여?(1)

1997년 12월 1일, 마포대교.

공항에서 IMF 체제로 돌입했다는 뉴스 보도를 보니 내 마음이 착잡하다.

‘정말 막을 방법이 없었나……?’

차량 정체 상황에서 나는 나를 질책하고 있다.

꽉 막힌 마포대교 위처럼 내 마음은 그저 답답할 뿐이다.

“저러면 안 되는데……!”

그때 나를 마중 나온 김 실장이 마포대교 난간 위에 서 있는 남자를 보고 중얼거렸다. 나도 그 소리에 마포대교 난간을 보고 차에게 내리려는데 난간 위에 넋이 나간 사람은 그대로 마포대교 아래로 뛰어내렸다.

“아……!”

나도 모르게 한탄이 터졌다.

그 순간 경찰차들이 도착했지만 이미 모든 일은 끝나버렸다.

“대표님…….”

김 실장이 나를 불렀다.

“…….”

“정말 나라가 난리입니다.”

“그러네요…….”

“이런 상황에서 저희만 잘되니까…….”

“가슴이 아픕니다.”

“……예.”

대한민국 99.999%의 국민은 고통스러운 삶이 시작되고 있고 나머지 0.001%의 가진 사람이 더 많이 가지게 되는 세상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들 중에서 내가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앉게 될 것이다.

“어디로 모실까요?”

“회사로 갑시다.”

원래는 집으로 가서 은혜를 보고 안아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 내 답답한 마음으로는 도저히 내 아내 은혜를 보고 웃을 수가 없을 것 같다.

“예, 알겠습니다. 회사로.”

김 실장이 운전기사에게 말했다.

“예, 실장님.”

“긴급회의 소집하십시오.”

내가 김 실장에게 말했다.

아마 모든 기업이 이제는 비상상황이라고 생각하고 비상체제에 돌입했을 것이다.

“예, 알겠습니다.”

김 실장이 내게 대답했고 나는 그 누군가의 가장이었을 남자가 스스로 목숨을 버린 마포대교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너는 악당이야!’

나는 나 자신을 질책할 수밖에 없고 내가 지금은 백범이 아니라 이신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이렇게 대한민국이 IMF 체제로 돌입한 것이 내 책임은 아닌데도 그저 죄스러울 뿐이다.

* * *

태양종합금융 회사 대표이사실.

태양종합금융 회사 대표이사실에는 회사의 중역들이 모두 모였다.

‘어금니 꽉 깨물고!’

이제는 침략 자본으로 돌변해서 몰려올 것들에게서 대한민국의 경제를 지켜내야 할 때다. 그리고 내가 그렇게 행동해 나갈 때마다 나는 악인으로 보이게 될 것이다.

‘그저 은혜에게 미안할 뿐이다.’

하지만 내가 어떤 행동을 해도 은혜는 나를 이해해 줄 것이다.

“부도처리가 된 백제증권 인수에 착수합니다.”

백제 그룹은 부도 처리된 백제증권을 매각한다고 발표를 한 상태다. 그리고 현재 대한민국 정부는 IMF의 압력에 의해 5개 종금사를 영업 정지 시켰고 그에 따라 바로 은행의 부실화가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될 것이다.

‘은행을 차지할 생각이지.’

물론 그게 시작이고 거대 자본이 마음대로 들어와서 주식 시장에 분탕질을 칠 수 있게 만들어 놓을 것이다.

“백제증권을 인수하실 생각입니까?”

“예, 그럴 겁니다. 그리고 영업 정지된 5개 종금사를 인수할 생각입니다.”

내 말에 모두가 미쳤다는 눈빛을 보이고 있다.

“백제증권은 경쟁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이 됐습니다.”

증권사 담당 분석가가 내게 당돌하게 안 된다는 투로 보고했다.

“누구죠?”

내가 분석관을 보고 물자 김 실장이 나를 봤다.

“이번에 스카우트한 증권사 분석 담당관입니다.”

“그렇군요.”

“이름이?”

“곽우천입니다.”

“내 생각과 다르다면 나를 설득해야 합니다.”

“물론입니다.”

* * *

“이상으로 백제증권을 인수하면 안 되는 이유에 관한 설명을 마칩니다.”

증권사 분석 담당자인 곽우천이 내게 당당하게 말했다. 한없이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고 당당한 눈빛이다.

“곽 과장…….”

나는 곽우천 과장을 불렀다.

“예, 대표님.”

“포커 칩니까?”

“예?”

내 뜬금없는 질문에 자신감이 넘치던 곽우천 과장이 찰나의 순간 당황한 눈빛을 보였다.

‘쓸만해!’

최소한 분석만큼은 제대로 하는 사람을 찾은 것 같다.

“포커 게임 해본 적 있습니까?”

“재미 삼아 친구들이랑 몇 번 해봤습니다.”

“그렇다면 항상 돈 잃으시죠?”

내 뜬금없는 말에 곽우천이 나를 빤히 봤고 그것을 어떻게 아느냐는 눈빛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다른 중역들은 백제증권을 인수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는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다.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항상 2등을 해서 돈을 많이 잃었을 것 같네요.”

“아, 하하하.”

내 말에 멋쩍게 웃는 곽우천 과장이고 나도 곽우천 과장을 보며 웃어 보였고 내가 웃으니 모두가 따라 웃었다.

“곽우천 과장께서는 남의 패는 잘 보는데 자기 카드를 못 보네요.”

“예?”

“김 실장님.”

“예, 대표님.”

“제가 왜 백제증권을 인수하려고 할까요?”

“제가 무엇을 알겠습니까마는…….”

김 실장이 곽우천 과장을 힐끗 봤다. 여기서 나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은 김 실장이다.

“말씀해 보십시오.”

“태양종합금융을 우회상장하려고 그러시는 것이 아닙니까?”

“그게 정답입니다.”

“하지만 백제증권은 부도처리가 되어서 상장폐지가 됐습니다.”

“그렇죠. 하지만 1년 이내에 재상장이 가능하죠. 하지만 태양종합금융투자가 정상적인 방법으로 기업 공개를 통해 상장을 하려면 3년 정도 걸립니다. 그리고 같은 방법으로 우회상장을 시도해도 돈이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듭니다.”

“아……!”

이제야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눈빛을 보이는 곽우천 과장이다.

“곽우천 과장.”

“예, 대표님.”

“백제증권은 지금 헐값입니다. 거기다가 부실 종금사 다섯 곳도 헐값이죠. 아니 부채가 많으니 정부의 입장에서는 골치가 아플 겁니다. 제가 그러니 인수해 줘야죠.”

정권이 바뀔 것이다.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고통 속에서 살아가야 할 대한민국 국민들을 위해 내가 무엇인가를 해야 할 때라는 것은 확실해졌다.

“그렇게 되면 부채까지 떠안게 됩니다.”

황 부장이 내게 말했다.

“그래야죠. 정부가 지원해 주겠죠.”

아마도 정부는 부실 종금사 때문에 골머리를 썩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은밀하게 부실 종금사들을 인수할 곳을 물색하고 있겠지만 지금은 각자도생의 시절이기에 누구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나서지 않을 것이다.

‘이제 곧 대선이 끝난다.’

그리고 내가 아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고 그는 나를 적극 지원해 줄 것이다. 그가 가려운 곳을 내가 적절하게 긁어줄 생각이니까.

‘다 가져야 해.’

그래야 오늘 봤던 일을 다시 보지 않을 테니까.

“곽 과장.”

“예, 대표님.”

“나는 내 패를 잘 봅니다. 하지만 남의 패를 잘 못 보죠. 그런데 곽 과장은 남의 패를 잘 봅니다. 수행비서실로 이동하세요.”

“제, 제가요?”

“예, 이동하세요.”

나는 곽우천에게 말하고 다른 중역들을 봤다.

“백제증권에 대해 확인하시고 인수를 위한 분석에 돌입하십시오. 그리고 5개 종금사에도 은밀히 내사 착수하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황 부장님과 곽 비서만 남으시고 오늘 회의는 여기서 끝내겠습니다.”

내 말에 중역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따로 지시하실 것이 있으십니까?”

황 부장이 내게 물었다.

“황 부장님.”

“예, 대표님.”

“우리는 종금사죠?”

“예, 그렇습니다.”

“강남 부동산이 폭락했는데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죄송합니다. 긴급 매물들을 매수하겠습니다.”

“그렇습니다. 부장 딱지 너무 오래 달고 계셨습니다.”

“예?”

“사장하셔야죠.”

“사, 사장이라면…….”

“태양종합금융투자에서 자회사를 하나 만들 생각입니다.”

“회사 내 자회사입니까?”

“그렇습니다. 태양투지투자라고 회사 명칭을 지어봤습니다.”

“대, 대표님…….”

“고맙죠?”

“예, 감사합니다.”

부장에서 졸지에 자회사 사장으로 승진하는 황 부장이다.

“그렇다면 매물로 나온 강남 부동산들 싹쓸이하십시오.”

챙길 수 있는 것을 챙기지 않는 것은 어떤 측면에서는 직무유기다.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칼 들지 맙시다.”

“예?”

“긴급 매물이니 상당하게 낮은 가격에 공인중개소에 나왔을 겁니다. 그러니 너무 후려치지 말라는 말씀입니다. 적정한 가격으로 매입하시라는 소리입니다.”

“예, 알겠습니다.”

“자회사 설립 준비하세요.”

“예, 대표님.”

“나가보시고요.”

내 말에 황 부장 아니 황 사장이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90도로 허리를 숙여 내게 인사를 했다.

“황 사장님.”

“예, 대표님.”

“원래 하시던 그대로 하십시오.”

“아, 예, 죄송합니다.”

“부담스럽잖습니까.”

“죄송합니다.”

하여튼 그렇게 황 사장이 밖으로 나갔다.

“왜 그렇게 보지?”

김 실장은 그저 나를 담담하게 바라보고 있는데 곽 비서가 요상한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기에 그에게 물었다.

“싹쓸이를 하라고 지시를 하시면서 왜 적정선에서 구입하라고 하셨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도와주고 싶어서.”

“예?”

황당한 눈빛으로 내게 되묻는 곽우천이다.

“그 긴급 매물 그대로 두면 더 떨어질 거야. 어쩔 수 없이 내놓는 부동산들이니 내가 구입해 줘야지.”

“저는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없는 사람들, 급한 사람들 몰아붙여서 돈 벌어도 큰돈이 안 되거든.”

“으음…….”

“지금도 30퍼센트 이상 하락했어, 10년쯤 지나면 3배는 상승할 거야. 그럼 된 거잖아.”

“아…….”

나를 보는 곽우천은 내가 참 특이한 사람이라는 눈빛을 보였다.

“원래 나는 좀 특이해.”

“김 실장님.”

“예, 대표님.”

“제가 종합병원 하나를 인수할까 생각 중입니다.”

“……예.”

김 실장도 모처럼 놀라는 눈빛이다.

“준비해 주십시오.”

“왜 갑자기 병원을 생각하십니까?”

“김 실장님이 사장으로 가실 병원입니다.”

내 말에 김 실장은 다시 놀란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사실 비의료인 중역은 사무장 정도가 최고지만 이사장 비슷한 사장을 만들 참이다. 이건 다시 말해 내가 병원영리 법인을 추진하겠다는 소리다.

“제, 제가요?”

“예, 그렇게 될 겁니다. 혹시라도 IMF의 등쌀에 밀려서 영리병원법이 통과가 될 수도 있으니 대비를 해야죠.”

물론 내가 알고 있는 미래의 기억에는 영리병원법이 통과되지 못했다. 하지만 자꾸 찜찜하게 걸린다.

‘사실 따지고 보면…….!’

앞으로는 100세 시대가 될 것이고 그와 함께 병원은 최고의 수익 사업으로 전환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돈 없는 서민들은 어딘가로 밀려나게 될 것이고 그때가 오기 전에 사전에 대비를 해놔야겠다.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습니다.”

대비라는 말에 김 실장은 내 의도를 알겠다는 눈빛을 보였다.

“연수대 대학병원이 마음에 듭니다.”

“연, 연수대라면…….”

대한민국 4대 명문 대학이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다음으로 유명한 명문 대학이지만 비리가 상당한 대학이기도 하다.

“어떻게 접근하셔야 할지 아시겠죠?”

“예, 그렇습니다.”

“종합병원 인수를 책임지셔야 하니 당분간 저를 수행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대표님…….”

“창업 공신이지 않습니까. 그러니 나눠야죠.”

물론 나눈다는 것은 자리다.

절대 지분을 나눌 생각은 없다.

“예, 감사합니다.”

이렇게 나는 동시다발적으로 내가 생각했던 것을 추진하고 있다.

‘대선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길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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