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3
143화 끝내 IMF로 가다.(1)
1997년 11월 28일,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
“이번에는 완전하게 마무리를 지어야 합니다.”
클린턴 대통령은 IMF 구제 금융 캉드쉬 총재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그때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철수를 했지만, 이번에는 공식 방문이니 완전하게 마무리가 될 겁니다.
“투자 자본 완전 자율화의 성과를 거둬야 합니다.”
-물론입니다.
“오늘 출국합니까?”
-예, 그렇습니다. 각하, 대한민국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오늘 IMF 구제 금융과의 협상을 발표할 겁니다.
“계획보다 늦었지만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이 되는군요.”
-계획했던 그대로 될 겁니다.
“수고하시오.”
뚝!
클린턴 대통령이 전화를 끊었다.
“대한민국의 경제력이 일본과 거의 대등한 수준까지 상승할 거라고 했지?”
전화를 끊은 클린턴은 자신의 보좌관을 보며 물었다.
“예, 그렇습니다. 향후 20년 이내에 일본과 경쟁할 수 있는 경제력을 갖추게 될 것으로 분석이 됐습니다.”
“그렇다면 외국 자본이 좀 더 쉽게 투자를 할 수 있게 되어야겠지.”
“예, 그렇습니다.”
이렇게 사람들이 떠벌리는 음모론이 현실이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 것이다.
* * *
1997년 11월 28일, 청와대 기자 회견실.
“IMF 실사단이 11월 29일에 공식적으로 입국해 조사할 것이며 대한민국 경제부는 협상자를 임명해 IMF와 공식적인 협상을 진행하게 될 것입니다.”
청와대 대변인의 발표를 들은 기자들은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 함께 금융시장 안정 및 기관 투자가 주식 매입 기반 확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것입니다. 이것으로 공식적인 기자 회견을 마칩니다.”
청와대 대변인이 기자 회견을 끝내고 질의 시간도 가지지 않고 바로 묵례만 하고 자리를 떴다.
“그렇게 쉬쉬하더니, 쯧쯧!”
“이제 터질 것이 터진 거야.”
“이렇게 되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뭐가 어떻게 돼, 국가 부도가 난 거지. IMF에 돈 빌려서 우선 급한 불부터 끄고 사채보다 더 무지막지한 IMF한테 굽실거리면서 다 개방하는 거지.”
“그렇게 되면······.”
“다 빼앗기겠지. OECD 가입, 좋아할 때가 엊그제였는데······.”
모든 기자가 인상을 찡그렸다.
* * *
청와대 공보수석은 같은 시간 조용한 한정식 식당에 각 신문사의 주필과 방송국의 보도국장을 불렀다.
“제가 무슨 말을 했는지 아시겠죠.”
청와대 공보수석의 표정은 강압적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각하께서는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다음 정권을 위해서라도 그렇게 보도를 하셔야 합니다.”
“아······!”
“뭐가 어렵습니까? 샴페인을 너무 빨리 터트렸다. 흥청망청 과소비해서 나라 꼴이 이렇게 됐다. 외국 여행 자율화가 되자마자 밖으로 나가서 달러를 물 쓰듯 써서 이 꼴이 났다고 보도만 하시면 됩니다.”
“손바닥으로 해를 가려도 유분수죠.”
신문사 주필 한 명이 공보수석에게 말했다.
“그래서요? 다른 방법 있습니까?”
“으음······.”
“누가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는 일이 아니라고 했습니까? 그래도 가끔은 손바닥으로도 해가 가려집니다. 그게 여론 아닙니까. 위기는 넘기고 국민이 단합하게 해야 하지 않습니까.”
“알겠습니다.”
친정부적 성향이 있는 신문사 주필이 제일 먼저 대답했다.
“할 수 없죠······.”
“나중에 이 욕을 다 어떻게 감당하려고 이러시는지······.”
“나중 일은 나중에 생각합시다. 내일 IMF 총재가 옵니다. 우리는 반드시 IMF에게 지원을 받아야 합니다. 일본도 달러를 빌려주는 것을 거부했습니다. 겨우 안정적으로 폭등하는 환율을 잡았습니다. 지금이라도 때를 놓치면 정말 국가 부도 사태가 발생합니다.”
“알았다니까요, 알겠습니다.”
모두가 국민을 속이는 것에 동의하는 순간이었다.
* * *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IMF가 내일 입국한다고?”
“예, 그렇습니다. 대통령 각하.”
“금마는 지금 어디에 있노?”
대통령이 백범을 찾았고 경제수석은 바로 알아들었다.
“미국에 있습니다.”
“금마가 곧 입국할 기다. 금마를 실무자로 붙이라.”
“각하, 백범 대표를 너무 믿으시는 것 같습니다. 백범 대표는 미국 현재에 투자 전문 회사를 설립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건 다시 말해 미국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백범을 감시하기 시작했다는 의미기도 했다.
-저는 이제 투자 전문 회사를 설립할 겁니다.
물론 백범은 대통령에게 자신이 미국으로 가서 투자 전문 회사를 설립할 것이라는 계획을 미리 알렸다.
“그랬나?”
“예, 그렇습니다. 백범 대표도 사업가이니 어부지리를 노릴 겁니다.”
“그렇겠제, 그래도 금마는 대한민국 국민이다.”
“미국 시민권을 획득하면 미국 사람이 됩니다.”
경제수석의 말에 대통령은 처음으로 인상을 찡그렸다.
‘금마가 그럴지도 모르지······.’
그래도 대통령은 백범을 믿고 싶었다.
“그리고 각하, 모레부터 당장 협상이 진행됩니다.”
“알았다. 할 수 없제, 그래도 10월 중순보다 숨통이 많이 트였다 아니가.”
“그건 그렇습니다.”
“다 빼앗겨서는 안 된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니가 고생이 많다.”
“……예.”
* * *
블랙홀 그룹 대표이사실.
“태양 컴퍼니 설립 준비를 끝냈습니다.”
태양 컴퍼니는 박태웅이 미국 현지에 남을 때부터 준비했던 투자 전문 회사다. 물론 미국 현지 주식 투자나 옵션 투자는 블랙홀 그룹의 명의로 진행했었다.
“80억 달러를 모두 태양 컴퍼니 계좌에 입금합니다.”
내 말에 박태웅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알겠습니다.”
“전에도 말했지만, 블랙홀 그룹에서 얻어지는 모든 수익은 당분간 미국 현지에 재투자합니다. 그러니 태양 컴퍼니 80억 달러로 대한민국의 알짜를 챙길 겁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죠.”
원래 나는 차기 정권을 등에 업고 IMF와 협상을 하는 실무자로 협상을 하고자 했다. 그런데 내가 환전해준 달러 때문에 환율이 폭등하는 것이 일시적으로 멈추자 누구의 힘이 작용이 됐는지 모르겠지만 더 많은 핫머니가 빠져나가 버렸다.
‘클린턴 개새끼!’
나는 아직도 클린턴과 미국 정부가 IMF의 뒤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거대 자본을 통해서 대한민국의 경제를 뒤흔들 생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주식 시장에서 흔들기만 해도······!’
막대한 국부가 해외로 빠져나갈 테니까.
“그리고 태양 컴퍼니는 세계가 깜짝 놀랄 일을 하게 될 겁니다.”
내 말에 인상을 찡그리는 박태웅이다.
‘세계무역센터 빌딩을 구입하겠다고 했을 때도 저런 표정이었지.’
물론 저런 표정이라도 세계무역센터를 사들이기 위해 조사를 할 것이고 또 분석해서 내게 보고할 것이다.
“또 어떤 일을······?”
“사하라 사막을 구입할 생각입니다.”
“대표님!”
처음으로 박태웅의 목소리가 커졌다.
“박태웅 대표, 놀라셨어요? 당황하지 마시고요.”
“사하라 사막을 사서 어떻게 하시려고 그러십니까? 혹시 유전 개발 사업에 뛰어드실 생각입니까? 그건 미친 발상입니다.”
“아닙니다. 유전은 아무나 개발합니까?”
“그럼 왜 갑자기 낮도깨비도 아니고 사하라 사막을 구입하신다는 겁니까?”
내가 말하면 반드시 실행에 옮긴다는 것을 잘 아는 박태웅이라서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박태웅 이사, 내 말을 끝까지 들어 주세요.”
“저는 정말 이번 일은 끝까지 말릴 겁니다.”
박태웅이 강경하게 나왔다.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보시라니까요.”
“듣기만 하겠습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사하라 사막을 구입해서 녹지화 사업에 착수할 겁니다.”
“뭐, 뭐라고 하셨습니까?”
그냥 어처구니가 없다는 눈빛으로 나를 보는 박태웅이다.
* * *
“으음······!”
내 계획을 박태웅에게 설명해줬고 박태웅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과학적으로는 가능하다니까요.”
“대표님, 그 일이 한두 푼이 드는 일입니까?”
“중동에 건설 붐이 일어났을 때처럼 대한민국의 건설 회사는 크게 성장할 겁니다.”
“그 전에 대표님이 쫄딱 망하실 겁니다. 최소한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그대로 되려면 500억 달러는 있어야 합니다. 아니죠, 1000억 달러는 필요할 겁니다.”
“박태웅 대표의 생각으로는 1000억 달러가 있으면 가능한 일입니까?”
“대표님, 그런 말이 아니지 않습니까.”
“박태웅 대표, 제가 참 엉뚱하죠.”
“그걸 아시면서 제게 왜 말씀을 하십니까?”
“퀸 화장품이야 중국이나 유럽에서 돈 좀 벌자고 넘겨받은 회사고 내가 진짜로 깊게 생각하고 있는 회사는 나눔 종자입니다.”
“그건 저도 압니다.”
“나눔 종자 회사의 종자 개발 연구소에서 슈퍼옥수수와 건조한 기후에서도 생존력이 강한 여러해살이 수목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그래도 사하라는 사막입니다.”
“말했잖아요. 대서양이나 홍해에서부터 수로를 건설해서 내가 구입할 땅까지 연결해 인공호수를 건설할 겁니다.”
“얼마나 많은 자금이 투입되는 일인지 생각은 해봤습니까?”
“했죠. 했으니 이런 말을 하는 겁니다.”
“대표님······.”
“수로에 의해서 인공호수가 만들어지면 사막은 뜨겁기에 수증기가 증발할 것이고 증발한 수증기는 대기권에서 모여 비가 되어 다시 내리게 될 겁니다. 그렇게 몇 년을 반복하면 사막은 초지가 됩니다. 그렇게만 만들면 몇 배의 수익이 발생할 것 같습니까?”
“지금의 사하라 사막은 헐값이니······.”
“1,000배? 아니 최소 10,000배는 남을 겁니다. 그게 전부일까요? 작게 보면 나눔 종자가 거대한 곡물 회사로 거듭나게 되는 일이고 크게 보면 대한민국의 영토가 증가하는 일이 됩니다.”
“이런 젠장!”
처음으로 박태웅이 내 앞에서 욕을 했다.
“이 정도면 막가지는 거죠?”
물론 나는 지금 박태웅을 보며 웃고 있다.
“대표님이 광개토대왕인 줄 아십니까. 제발 가능한 일을 생각하십시오. 제가 그래야 분석을 하고 조사를 하고 판단을 해서 조언을 드릴 것 아닙니까. 그냥 세계무역센터 빌딩을 구입하고 싶다는 이런 쉬운 일 좀 말씀하시면 안 됩니까.”
“쉬운 일에 수익이 얼마나 나겠습니까.”
“정말 어처구니가 없군요.”
“당장 사하라 사막을 아프리카 국가들에 구입하자는 소리가 아닙니다. 차근차근 준비해서 시작하자는 겁니다. 잘 생각해 보세요. 블랙홀닷컴으로 인터넷 전자 상거래 시장을 점령합니다. 인터넷 검색 엔진인 큐브로 정보를 장악합니다. 태양운송 회사로 세계 운송시장을 점유율을 높이고 한성해운을 통해서 대량의 물류를 이동시킵니다. 그런 후에 사하라까지 사막에서 옥토로 바꿔놓으면 우리가 1등이 됩니다.”
“왜, 우주 정복까지 하시죠.”
계속 이죽거리는 박태웅이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이미 반쯤 넘어온 상태다.
“사하라를 사막에서 초지로 바꿔놓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통신 위성도 가지고 싶기는 했습니다.”
“대표님!”
“하하하, 농담입니다. 농담, 내가 생각하는 것은 박태웅 대표도 알고 있어야 조사를 하고 분석을 할 것 아닙니까.”
“장기 사업 계획이라고 하시니 조사에는 착수해 보겠습니다.”
“이럴 거면서 왜 그렇게 삐지고 그럽니까.”
“됐습니다. 그리고 대표님.”
박태웅의 눈빛이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