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졸부 집 망나니-142화 (142/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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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화 당신이 CEO입니다?(2)

1997년 11월 26일, 뉴욕 블랙홀 그룹 대표이사실.

하루가 지났고 아마존닷컴의 창립자가 침울한 표정으로 내 앞에 앉아 있다.

“이 자리에 앉게 만들어서 죄송합니다.”

박태웅이 아마존닷컴의 창립자에게 사과했다.

“모두 제 잘못이죠, 내가 그리고 아마존닷컴이 제일 잘하는 것을 계속 밀어붙여야 했는데 블랙홀 그룹의 작전에 휘말려서 대응했기에 이런 결과를 만든 것 같습니다. 무한경쟁에서 제가 잘못된 판단으로 자멸한 것이니 사과할 것 없습니다.”

아마존닷컴의 창립자는 스스로 자존심을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그렇게 말씀하시니 더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오늘 흡수합병의 협상은 블랙홀 그룹의 최대주주이시며 실질적인 소유자이신 대한민국 태양종합금융투자 회사의 백범 대표와 논의하게 되실 겁니다.”

박태웅도 자신이 거래와 담판의 기술이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뒤로 물러났다.

“실질적인 소유자?”

“그렇습니다.”

박태웅 블랙홀 그룹의 대표이사가 아마존닷컴의 창립자에게 말했고 아마존닷컴의 창립자는 아무 말도 없이 앉아 있는 나를 응시했다.

“백범이라고 합니다.”

“제 자멸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신 분이시겠군요.”

“그렇습니다.”

내 말에 바로 인상을 찡그리는 아마존닷컴의 창립자다.

“그럼 이제 실질적인 흡수합병에 대해 논의하시겠습니까?”

“그래야지요. 그러려고 이렇게 뉴욕까지 왔으니까.”

아마존닷컴의 창립자는 모든 것을 포기했다는 눈빛이다.

“그렇다면 어제까지 일어난 모든 일은 잊고 우리 이제부터 미래를 위해 논의합시다.”

내 말에 아마존닷컴의 창립자가 나를 뚫어지게 봤다.

‘화가 치밀겠지…….’

사실 따지고 본다면 수많은 계략을 써서 자기를 망하게 한 사람이 나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나보다 더 미운 존재가 그에게는 있을 것이다.

‘그 울분부터 풀어줘야겠지.’

그래야 정말 어제를 잊고 내일을 생각할 수 있으니까.

“간단하게 말씀을 드리죠. 현재 아마존닷컴의 모든 빚을 제가 인수하겠습니다. 그에 따라 아마존닷컴의 주식은 1/100의 주식 감자를 합니다.”

내 말에 바로 인상을 찡그리는 아마존닷컴의 창립자다.

“으음…….”

“그와 함께 모든 주식은 제가 인수합니다.”

주식 규모가 감자된다고 해서 그 가치가 1/100로 하락하는 것은 아니다. 주식의 수가 1/100로 감소하는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주식 감자를 한 회사는 대부분 3자 배정 방식으로 유상 증자를 하고 그런 방식을 통해 기존 주주들의 주식 가치를 녹여 버린다.

“그렇게 되면 주주들이 반말합니다.”

“괘씸한 존재들에 대해 복수는 하고 가셔야죠.”

“뭐, 뭐라고요?”

“저보다 더 미운 존재들이 아마존닷컴의 중역들 아닙니까?”

그들은 아마존닷컴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기에 파산 직전의 아마존닷컴을 블랙홀 그룹이 인수하겠다고 했을 때 쌍심지를 들고 환영했고 또 창립자에게 아마존닷컴을 팔라고 압력을 행사했을 것이다.

“으음…….”

“좋습니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겠습니다. 아마존닷컴의 중역 중 일부가 매수가 됐습니다.”

어떤 측면에서는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대한제국을 팔아먹은 을사오적 같은 존재지.’

을사오적들은 일본에 나라를 팔아먹고 호의호식하며 부귀영화를 누렸지만, 아마존닷컴을 블랙홀 그룹에 흡수가 되는데 일조한 나쁜 놈들은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으음…….”

“너무 크게 화를 내실 것은 없습니다. 아마존닷컴이 무너지기 직전이었고 저는 그저 입김만 한번 불었을 뿐입니다.”

“그래서요?”

“당신의 아마존닷컴은 완전하게 사라지는 겁니다. 제가 유상 증자를 통해서 아마존닷컴의 지분의 99%를 가지게 될 겁니다. 그렇게 되면 창립자와 나머지 중역들이 겨우 1%를 가지게 되겠죠.”

“말도 안 됩니다.”

“저는 배신자를 싫어합니다.”

“나를 배신하게 만든 것은 당신입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배신은 스스로가 결정해서 행동하는 겁니다. 저는 단지 아마존닷컴의 현실만 이야기해줬습니다.”

물론 정확하게 말하면 기업 분석관들이 아마존닷컴의 중역들에게 말해준 것이다.

“그래도…….”

“아마존닷컴, 블랙홀닷컴. 그 이름들이 의미가 있습니까?”

“무슨 소리를 하고 싶은 겁니까?”

“아마존닷컴은 블랙홀닷컴에 흡수합병 됩니다. 하지만 저는 블랙홀 그룹 대표이사와 논의한 끝에 당신이 블랙홀닷컴의 CEO가 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뭐라고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아마존닷컴의 창립자였다.

“제프……!”

나는 아마존닷컴의 창립자인 제프를 담담한 어투로 불렀다.

“이제는 아마존닷컴을 잊고 블랙홀닷컴의 성공을 위해 일해 주십시오.”

“나를 바보로 생각하는 겁니까?”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블랙홀 닷컴의 지분 10%를 제가 양도하겠습니다.”

“지분 10%라고 했습니까?”

“파산이 거론되기 전 아마존닷컴에서 당신이 가졌던 지분의 3배 정도가 되는 가치입니다.”

물론 내가 90%의 지분을 가진다.

“으음……!”

아마존닷컴의 창립자인 제프는 고민스러운 눈빛을 보였다.

“20년간 당신을 블랙홀닷컴의 CEO로 임명하고 싶습니다. 당신이 잘하는 것만 한다면 그리고 내 조언을 무시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향후 미국에서 세 번째로 돈이 많은 부자가 될 겁니다.”

“세 번째라…….”

“저, 그리고 블랙홀 그룹의 대표이사인 박태웅, 그리고 당신입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 블랙홀 그룹의 지분 보유에 대해 말해줬고 제프는 입이 쩍 벌어졌다.

“어떻게 은행 대출이 없이 그리고 투자도 받지 않고…….”

아마존닷컴이 끝내 파산 직전까지 몰린 첫 번째 이유는 내 계략에 말려서 행동한 것이고 두 번째 이유는 은행 대출과 투자자들에게 투자를 받았기 때문이다.

‘빌린 돈이죠.’

나우루공화국에서 빌린 돈으로 미국 사업을 진행했다는 것은 꿈에도 모를 것이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상대가 되지 않는 싸움이었습니다.”

“아……!”

“제프, 제 제안을 수락하시겠습니까?”

“악마의 유혹이군요.”

보통 다들 이렇게 말한다. 그리고 내가 제프에게 10%의 지분을 양도해 주겠다는 말을 들은 박태웅은 놀라운 눈빛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마치 아마존닷컴 창립자의 능력을 그렇게까지 높게 평가하냐는 눈빛이다.

“나와 박태웅 대표와 당신의 블랙홀닷컴을 위해 일하시겠습니까? 제프.”

“정말 아마존닷컴은 녹여 버릴 겁니까?”

“당신 대신에 내가 당신의 앙금을 털어드리죠.”

나는 제프를 보며 사악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렇다면 나중에 나도 그렇게 버려지는 겁니까?”

내 말에 제프가 나를 빤히 봤다.

“사실 나도 그들과 같이 가고 싶지만, 블랙홀 그룹이나 블랙홀닷컴이 위기에 봉착했을 때 그들은 어제와 똑같은 선택을 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 같이 갈 수 없습니다. 당신의 상처 입은 마음도 치료하고 구조조정도 한 후에 완벽하게 아마존닷컴이 블랙홀닷컴에 흡수가 되어서 세계 최대의 인터넷 전자상거래 회사로 거듭나는 겁니다.”

내 말에 아마존닷컴의 창립자인 제프가 나를 뚫어지게 봤다.

“좋습니다. 악마의 유혹을 어떻게 인간이 뿌리칠 수 있겠습니까?”

제프가 내게 말했고 나는 그를 보며 웃은 후에 손을 내밀었다.

“지금은 악마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10년 후 당신은 내 등에 달렸지만 보이지 않는 천사의 날개를 찾게 될 겁니다.”

“천사라?”

“악마도 원래는 천사 아니었습니까. 하하하!”

내 말에 아마존닷컴의 창립자 제프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해서 아마존닷컴은 블랙홀닷컴에 완벽하게 흡수합병이 됐고 내가 제프에게 말한 그대로 계약서에 서명하자마자 나는 블랙홀닷컴의 신임 CEO로 제프를 선임한다고 발표를 했다.

‘녹아내릴 것이다……!’

그렇게 아마존닷컴은 나로 인해 녹아내려 사라지게 될 것이고 이제는 대한민국 국적자가 최대주주로 등극하는 다국적 인터넷 전자상거래 기업인 블랙홀닷컴으로 거듭나게 됐다.

* * *

“제, 제프가 블랙홀 닷컴의 신임 CEO로 임명이 됐다고?”

“그런 젠장!”

“이렇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거야?”

아마존닷컴이 블랙홀닷컴에 흡수합병 되면서 시쳇말로 콩고물이 떨어지기를 기대했던 전 아마존닷컴의 중역들을 발표와 동시에 공황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딩동!

딩동!

딩동!

그때 동시다발적으로 전 아마존닷컴 중역들의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알림이 떴고 중역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바로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확인했다.

[You're fired!]

전 아마존닷컴의 창립자인 제프를 배신했던 모든 중역에게 동시에 해고 메시지가 발송된 것이다.

“나, 나 해고됐어.”

“나도……!”

“이런 젠장, 이렇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거지?”

딩동!

딩동!

딩동!

그때 동시에 다시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알림이 울렸고 그 울림에 배신자 중역들은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마존닷컴의 주식은 임시주주총회를 통해서 1/100로 주식 감자가 결정되었음을 주주들에게 통보합니다.]

딩동, 딩동, 딩동!

[아마존닷컴의 부채와 투자금의 변상을 위해 유상 증자합니다.]

배신자 중역들이 예상했던 문제 메시지가 발송됐고 제프를 배신한 전 아마존 중역들은 온몸을 부르르 떨 수밖에 없었다. 백범은 아마존닷컴에 투자한 투자자들을 찾아가 투자금의 1/5을 변상하는 것으로 투자금과 부채를 모두 없애 버렸다.

“이……!”

“미, 미친……!”

“망, 망했다!”

배신자 중역들은 모두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 * *

1997년 11월 27일, 블랙홀 그룹의 대표이사실.

“제프!”

내가 제프를 불렀다.

“예, 보스.”

블랙홀 닷컴의 신임 CEO에 임명된 제프는 나를 CEO라는 호칭을 쓰지 않고 보스라고 불렀다.

“보스?”

“선하게 사업을 하시는 분은 아니시니까요.”

블랙홀닷컴의 지분 10%가 제프가 가진 모든 앙금을 날려 버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보스?”

“그렇습니다.”

그러고 보니 나는 미국이 나우루공화국에서는 악당의 가면을 쓰고 움직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좋군요. 보스라는 호칭.”

“말씀하십시오. 보스.”

“좋습니다. 저는 블랙홀닷컴의 경영에 대한 모든 권한을 당신에게 일임했습니다. 그래서 몇 가지만 말하겠습니다. 제프, 당신이 잘하는 일을 하세요.”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겠다는 눈빛을 보이는 제프였다.

“이제 블랙홀닷컴은 미국 지역에만 물품 보관 창고 1,000개가 존재합니다.”

기본 블랙홀닷컴이 800개의 물품 보관 및 배송 창고가 있었고 이제는 사라져 버린 아마존닷컴이 200개를 보유했기에 1,000개다.

“그렇죠…….”

제프가 인상을 찡그렸다.

“배송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실 생각입니까?”

“배송……?”

“그렇습니다.”

내 말에 제프가 나를 빤히 봤다.

“설마 자체적인 운송 회사를 설립하시려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1,000개나 되는 물류 창고가 있는데 운송 회사도 설립해야죠. 하하하!”

“아……!”

내 사업 수완에 놀라는 제프다.

“샛별 배송을 원칙으로 하는 태양운송 회사를 설립할 겁니다. 블랙홀닷컴 CEO께서는 잘 판단해보시고 계약 여부를 결정하시면 됩니다.”

“지시 아니었습니까?”

“당신의 지분이 10%, 당신이 가질 이익을 생각하고 결정하십시오.”

“페덱스와 경쟁할 수 있겠습니까?”

“블랙홀닷컴은 전 세계에 물건을 판매하게 될 최고의 인터넷 전자상거래 회사가 될 겁니다. 규모적인 부분에서 페덱스에 밀릴 이유가 없죠. 하하하!”

“그렇다면 태양운송 회사와 계약해야죠. 하하하!”

이것으로 또 하나의 회사가 늘어났다.

‘블랙홀닷컴과 큐브 그리고 태양운송 회사까지!’

이 회사들이 나를 세계 최고의 재벌로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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