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졸부 집 망나니-141화 (141/415)

# 141

141화 당신이 CEO입니다?(1)

뉴욕 블랙홀 그룹 본사 CEO 집무실.

나우루공화국에서 이틀 동안 비행기를 타고 블랙홀 그룹의 본사가 있는 뉴욕으로 날아왔다. 그리고 나는 지금 박태웅, 블랙홀 그룹 CEO와 둘이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1997년을 복기해 본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대표님, 앞으로 예상되는 외환 위기는 대한민국만의 문제 때문에 발생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나는 박태웅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클린턴 정부와 유대 자본이 주도했다고 볼 수 있지……!’

거기다가 일본 정부와 재계도 한몫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일본 정부는 미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어떤 측면에서는 미국 클린턴 정부가 일본 다음으로 빠르게 경제 성장을 하고 있던 대한민국을 한 번 눌러버리기 위해 꾸민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유대 자본의 아시아 금융계의 진출과 투자를 위한 교두보를 만들기 위한 협잡도 대한민국이 IMF 외환 위기가 닥친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물론 대한민국의 잘못이 없다는 결코 아니다.

“그런 것 같습니다.”

“갑작스럽게 만기를 연장해 주던 핫머니가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박태웅이 내게 말했다.

“동남아시아의 외환 위기가 발단되기는 했죠.”

“그렇습니다. 그것이 기폭제였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현 정부가 잘못된 판단을 해서 핫머니가 빠져나가는 것을 방어하기 위해 매달 수십억 달러를 환율 방어에 사용했기에 일이 커졌습니다. 그와 동시에 1997년 10월 24일일 미국 S&P사가 대한민국 국가신용등급 AA-에서 A+로 하향 조정하는 것이 본격적인 시작이었습니다.”

박태웅의 생각은 나와 같았다.

‘그 이후에 미국 무디스 사가 다시 한국 국가신용등급을 A1에서 A2로 하향 조정했지.’

이런 상황인데 대한민국 정부는 그 모든 징조를 무시하고 국민을 속였었다.

‘대선 시즌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상황이 조금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다가!’

1997년 10월 28일에 미국 다우존스지수가 하루 만에 7.2%나 하락했고 그 전에 나는 블랙홀 그룹을 이용해 풋옵션 계약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블랙홀 그룹의 유보금이 그때 2억 달러에서 8억 달러가 됐지…….’

시시각각 대한민국의 금융 위기가 닥치는 상황인데 놀랍게도 나는 막대한 달러를 벌고 있다.

“제 생각의 결론만 말씀을 드린다면 모든 측면에서 미국 클린턴 정부의 개입이 없다면 대한민국은 이 지경까지 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음모론자들은 대한민국 정부가 일본에 달러를 빌리려고 했을 때 미국에서 방해했다고 합니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죠.”

“물론 음모론입니다. 분명한 것은 현재 상황으로 대한민국에 닥칠 외환 위기를 막을 방법은 없다는 사실입니다.”

박태웅이 내게 말했고 나도 박태웅의 생각에 동의한다.

‘최소 500억 달러 이상이 있어야겠지.’

아니 그 이상의 자금이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 한 마디로 내가 고군분투해서 IMF 외환 위기를 막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사실 내가 가진 달러는 나우루공화국에서 3시간 전에 입금한 70억 달러와 블랙홀 그룹에서 단기성 주식 투기로 만든 10억 달러가 전부다. 물론 이신에게 확보한 12억 달러도 존재하지만, 그 자금은 현재 주식에 투자가 되어 있는 상태다. 그러니 달러 현금으로는 내게 80억 달러가 전부다. 그러니 막을 수 없다.

‘어떻게 되었던 대한민국의 IMF 외환 위기에는 미국의 책임도 존재한다.’

괘씸한 순간이고 분노가 차오르는 순간이다.

따지고 보면 미국은 단 한 번도 대한민국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놓였을 때 도와준 적이 없는 것 같다. 단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움직였던 것이다.

‘받은 만큼 돌려주마……!’

오기가 발동하는 순간이다.

“우리가 막을 수 없다면 철저하게 이용해야겠죠.”

내 말에 박태웅이 고개를 끄덕였다.

‘포기? 아니다. 새로운 시작이다.’

사실 어떤 측면에서 나는 현 클린턴 정부에게 찍혔을지도 모른다. 내가 대한민국에 닥칠 IMF 외환 위기를 잠시라도 늦춰놓은 것이니까.

“이용이라고 하셨습니까?”

“그래야지 않겠습니까. 오늘은 졌지만, 내일은 이겨야죠.”

“대표님의 그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서 나옵니까?”

“말해드려도 못 믿을 겁니다.”

내가 미래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해줘도 박태웅은 믿지 못할 것이다.

“하하하, 그렇습니다. 대표님 자체가 자신감이죠.”

“그렇습니다. IMF가 대한민국을 압박하면 우린 그 기회를 이용해서 돈이나 버는 겁니다. 다른 방법이 없죠.”

“그럴 수밖에 없다니 씁쓸합니다.”

“박태웅 대표, 이제 실질적인 이야기를 합시다. 우리가 확보한 달러는 80억 달러입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세계 경제의 중심은 미국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아무리 날고 긴다고 해도 시쳇말로 변두리입니다. 그러니 미국에서 완벽하게 자리를 잡아야 합니다.”

“그 말씀은 맞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말입니다.”

이제부터 미래를 위한 대비를 해야 할 때고 포석을 깔 때다.

“예, 말씀하십시오. 백범 대표님.”

“단도직입적으로 미국 무역센터 빌딩은 얼마면 살 수 있을까요?”

“예에?”

내 물음에 박태웅 블랙홀 대표가 놀란 눈빛으로 내게 되물었다.

“왜 그렇게 놀라세요. 미국에서 제대로 뿌리를 내리려면 과시라는 것도 필요합니다. 얼마면 미국 무역센터 빌딩을 구입할 수 있을까요?”

“너무 무모하신 생각 아닙니까?”

“대한민국에는 강남 불패라는 소리가 있듯 미국에서는 뉴욕 땅값과 건물 가치는 하락하지 않습니다.”

내 말에 박태웅 블랙홀 그룹의 대표는 황당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래도 덩치가 너무 큽니다. 대략적으로도 12억 달러 이상일 겁니다.”

“그렇다면 15억 달러면 제가 구입할 수 있겠군요.”

“3억 달러 이상의 손해를 보고 구입하시는 겁니다.”

내가 말하면 당장 실행에 옮긴다는 것을 박태웅 블랙홀 그룹의 이사는 잘 알고 있기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이다.

사실 내가 알고 있기로는 2001년까지 서구권에서는 가장 높은 고층 빌딩이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이다.

“정말 구입하실 생각입니까?”

“모두의 관심을 받지 않겠습니까. 하하하!”

모든 일에는 포석과 준비가 필요하다.

“그렇기는 하겠지만…….”

“중기 계획으로 추진하십시오.”

“으음……!”

“추진해 봅시다. 세계무역센터 빌딩을 가진 블랙홀 그룹이라고 사람들이 말하게 될 겁니다.”

“시쳇말로 간판 하나 달자고 너무 막대한 자금을 쓰실 생각을 하시는 겁니다.”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세계 경제의 중심은 미국이고 미국 경제의 중심은 뉴욕 아닙니까. 그래서 저는 박태웅 대표와 함께 세계 경제의 중심에 우뚝 서보고 싶습니다.”

“정말 대표님의 포부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하하하! 예, 알겠습니다. 아마존닷컴도 흡수합병이 되기 직전이니 그 일만 끝내고 세계무역센터 빌딩 매수에 착수하겠습니다.”

나는 미래의 기억이 있다. 그리고 그 미래의 기억을 통해 누구도 아니 정확하게 말해서 미국 정부가 그리고 미국 FBI와 CIA도 건드릴 수 없는 존재가 되고자 한다.

‘911테러 때!’

풋옵션을 후려칠 생각이고 CIA나 미국 FBI 등 모든 미국의 정보기관이 나를 의심하지 않게 만들 생각이다.

‘건물주가 되면 최소한의 의심에서 벗어날 수 있고……!’

지속해서 풋옵션을 거래하면서 손해를 입는다면 11테러와 풋옵션 덕에 상상을 초월할 수익을 올리게 될 내게 뭐라고는 못 할 것이다.

“참, 아마존닷컴 창립자와의 미팅은 언제죠?”

“내일입니다.”

“마음의 상처와 앙금이 많겠죠?”

“그럴 겁니다. 요즘에는 분노까지 치밀었을 겁니다.”

“그 앙금을 날려버리고 분노까지 다독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내 말에 박태웅 블랙홀 그룹 대표가 나를 빤히 봤다.

“대표님, 그래서 말입니다.”

“예, 말씀하십시오.”

이제는 내가 박태웅을 빤히 보고 있다.

“블랙홀닷컴이 아마존닷컴을 흡수합병을 한 후에 전문경영인으로 아마존닷컴의 창립자를 임명하시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왜요?”

“그만큼 인터넷 전자상거래를 잘 판단하고 있는 사람도 없습니다.”

“정말 그렇게 생각을 하십니까?”

사실 내가 이 말을 꺼내려고 했었다.

‘원래 흘러가는 그대로 흘러가게 되어 있다.’

그래서 나는 내게 패배한 패장이라고 할 수 있는 아마존닷컴의 창립자를 블랙홀닷컴의 CEO에 앉힐 생각을 하고 있었다.

“사실 저는 기업 경영 능력은 뒤처집니다. 저는 그저 분석하고 투자하고 조언하는 참모의 역할이 더 어울립니다. 현재 직책도 부담이 됩니다.”

“으음……!”

내가 원하는 말을 박태웅에게 듣고 있지만, 지금은 고민하는 척을 해야 한다.

“박태웅 대표.”

“예, 대표님.”

그러고 보니 우린 둘 다 대표다.

“그래도 나는 박태웅 대표가 블랙홀 그룹의 CEO였으면 좋겠습니다.”

“그 부분도 이제는 대표님이 맡으셔야 합니다. 대표님께서 세계 경제의 중심인 미국에서 제대로 된 사업을 하시겠다고 제게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러니 이제 제게 잠시 맡겨 놨던 블랙홀 그룹 CEO의 자리도 다시 가져가셔야 합니다.”

“아쉽지 않습니까?”

“하하하, 처음부터 제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리고 저는 블랙홀 그룹에서 지분도 많지 않습니다.”

블랙홀 그룹의 지분 중 95%가 내가 보유하고 있고 박태웅 대표는 5%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물론 기업 공개를 한 후에는!’

내가 가진 지분의 34%를 유통 주식으로 내놓을 참이고 그 기업 공개가 됐을 때 아마도 나는 미국 최고의 부자 반열에 오르게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블랙홀 그룹이 블랙홀닷컴의 지분 100%를 가지고 있고……!’

인터넷 검색 엔진 큐브 역시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둘 다 기업 공개를 했을 때 각각 49퍼센트씩!’

유통지분으로 주식 공모를 통해 판매할 생각이다. 물론 그 첫 시작이 블랙홀닷컴이 될 것이다.

“지분이 적으시면 더 드릴 의향도 있습니다.”

내 말에 박태웅이 나를 빤히 봤다.

“대표님, 제 분석으로는 지금 제가 가진 지분만으로도 향후 10년 이후에는 제가 200억 달러를 가진 부자가 될 것 같습니다.”

“아이고, 그렇게나요?”

진담인 듯 농담처럼 말하고 있다.

“제가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매입 분석하고 조언해 드리겠습니다. 사실 대표님의 뛰어난 사업 능력 때문에 그렇게 될 것 같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박태웅 블랙홀 그룹의 대표이사가 200억 달러의 부자가 된다면 나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부자가 되는 것이다.

‘그건 그렇고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고 난 후에는 뭐하지?’

누군가는 부자가 되는 것이 목표다. 아니 모든 사람이 그럴 것이다.

하지만 나는 처음부터 부자가 목표가 아니었고 사업은 그저 인생을 거드는 것에 불과했었다. 그런데 나는 내가 가진 미래의 기억을 통해 점점 더 거대해 지고 있다.

‘동네 백수나 하지 뭐, 하하하!’

돈은 쓸 만큼 있으면 충분하다는 생각에는 아직도 변함이 없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기업 공개 직전에 블랙홀 그룹의 CEO 자리에 앉겠습니다. 그리고 아마존닷컴의 창립자를 블랙홀닷컴의 CEO에 임명이 되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이렇게 되면 아마 현재 아마존닷컴의 배신자들인 중역들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것이고 그런 과정에서 아마존닷컴 창립자의 울분을 씻어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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